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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257화 (257/365)

0레벨 플레이어

내전

‘그렇다고 그냥 받기만 할 수는 없지.’

미국이 좋아할 당근 하나 정도는 던져 주는 게 좋았다.

“수고했다고 전해 주고. 내 지분 100%인 미국 국적의 회사 하나 만들어서 던전 소유권은 거기 보관해 놓으라고 해.”

“미국 국적의 회사 말씀이십니까?”

“괜히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으면 귀찮기만 할 테니까. 소유주 이름은 적당한 가명 하나 만들어서 가려 놓고. 직원은 CIA 소속으로 채워 넣도록.”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틴이 고개까지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지금까지 강현수와 미국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미국 국적의 랭커들?

오히려 빼앗기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강현수의 이번 지시로 인해 강현수와 미국 간에 인연이 생겼다.

강현수가 미국의 회사를 소유하게 되었고.

그 회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강현수로서는?

거위 농장이 있는 미국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거위 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정부 역시 어여삐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거위가 낳은 황금알 역시 미국에 보관하게 되었으니.

이 자체가 이득이었다.

황금알이 금이나 원화가 아닌 미국 달러의 형태를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정도 제스처는 취해 줘야지.’

이건 강현수가 통 큰 조공을 바친 미국에게 주는 일종의 답례품이었다.

‘주고받는 게 중요해.’

우위를 잡고 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착취하기만 하면?

반발이 일어나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건 강현수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미국의 역할이 중요해.’

세계 최강대국이자.

서방의 맹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과 강현수의 관계가 끈끈해지면?

다른 서방 국가들을 포섭하기도 쉬워진다.

‘아니면 미국을 얼굴마담으로 해서 국제적인 플레이어 동맹 기구 같은 걸 만들어도 좋고.’

러시아나 중국의 영향력을 받는 국가들은 몰라도.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친미 국가들은?

큰 저항 없이 가입하리라.

‘기왕이면 하나로 합치는 게 좋지만.’

러시아나 중국이 까탈스럽게 나오면?

‘그놈들을 얼굴마담 삼아서 국제적인 플레이어 동맹 기구 하나 더 만들면 그만이지 뭐.’

얼굴마담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국제적인 플레이어 동맹 기구가 서로 친하든 으르렁거리며 경쟁하든 상관없다.

‘내가 모든 나라를 관리할 수는 없어.’

아틀란티스에서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이 제후국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했다면.

지구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및 중국이 그 역할을 하게 되리라.

‘그럼 내가 편해지지.’

전 세계 249개의 국가 중에.

고작 2~3개만 관리하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이 반항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 눌러 버리면 그만이야.’

오히려 독재국가인 만큼.

독재자 둘만 잘 교육시켜 놓으면?

만사형통이었다.

반골 기질이 너무 강해서 교육이 불가능하면?

갈아치우면 그만이다.

그러나 굳이 서두를 필요 없었다.

‘잘못하면 일이 꼬일 수도 있으니까.’

본격적인 침공까지는?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으니.

천천히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편이 좋았다.

* * *

강현수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했다.

소피아의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아프리카 지역의 몬스터 필드를 돌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일주일에 한 번 송하나와 데이트도 했다.

그러던 중.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내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상태이고. 청와대는 계엄령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 사건이 발생했다.

‘내전이라고?’

최근 강현수는 아프리카 몬스터 필드에 집중하느라 북한 던전에 출입한 적이 없었다.

‘종종 들를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던전만 돌았을 텐데.’

설사 북한을 들락날락했더라도 내전의 기미를 알아차리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한번 들러 봐야겠네.’

괜히 북한 내전의 불꽃이 대한민국에 튀면 곤란했다.

설사 내전이 종결되더라도.

‘내부 혼란을 잠재우려고 외부에서 소동을 일으킬 수도 있어.’

북한에는 핵도 존재하는 만큼.

상황 파악이 중요했다.

강현수는 달의 그림자 스킬을 시전한 상태로 국경을 넘었다.

* * *

“쏴! 쏴라! 저 반동 간나 새끼들을 다 쏴 죽이라!”

북한군 장교가 열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팅! 팅! 팅!

갑옷으로 중무장한 플레이어 반군 세력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총알에도 사망할 수 있었지만.

중레벨 플레이어만 되어도 힐러나 원거리 딜러 계열이 아닌 이상 총알 따위로 죽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폭격을 할 수도 없었다.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북한의 수도 평양이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어들과 군인들의 대결은?

일방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우세로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상대방 진영에 미사일을 폭격하는 대규모 화력전이 아니라.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있는 시가전에서는.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유리했다.

‘개판이네.’

평양에 도착한 강현수의 감상이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플레이어와 북한군의 혼전 상황.

그나마 북한 정권이 저항할 수 있는 건?

북한 정권에 협력하는 플레이어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정말 플레이어 반란이네.’

3대에 걸쳐 북한 독재 정권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 세뇌, 정보 통제, 상호 감시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독재자가 군권을 틀어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독재자에게 플레이어의 존재는 치명적이지.’

군권만 확실하게 쥐고 있다면?

군부가 독재자에게 충성한다면?

민중의 쿠데타 시위는 얼마든지 무력으로 짓밟을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끼어들면 사정이 다르다.

‘북한 정권에 충성하는 플레이어의 실력도 만만치는 않지만.’

같은 플레이어와의 전투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하긴 진짜 북한 정권에 충성하는 건 아닐 테니까.’

북한 정권에 협력하는 플레이어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독재자에게 충성하는 것이지.

무슨 신념이나 사명감으로 독재 정권에 충성하는 게 아니었다.

거기다.

“우리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들고일어났다! 그런데 그대들은 왜 같은 플레이어이면서 우리에게 대항하는가!”

쿠데타 세력의 명분에 북한 정권에 충성하는 플레이어들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자신들의 권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목숨 걸고 저항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보다.

‘플레이어들을 위한 국가라.’

강현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러면 곤란한데.’

플레이어건 일반인이건 같은 인간이다.

모든 플레이어는 일반인이었고.

일반인들 역시 확률이 희박할 뿐 플레이어로 각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을 위한 국가를 만들겠다?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북한이 아무리 비정상적인 3대 세습 국가이자 개차반 정권이라지만.

쿠데타로 군부 정권이나 민주 정권이 들어선다면 몰라도.

플레이어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플레이어 정권이 들어서면?

‘난리가 나겠지.’

당연히 거기에 영향을 받는 플레이어나 일반인이 나올 수밖에 없고.

자칫 잘못하면 플레이어와 일반인 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같은 비정상적인 국가들은 내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정권을 잡고 있는 이들은 플레이어들을 경계하거나 핍박할 것이고.

강력한 무력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한국은 문제가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국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이런저런 논란과 갈등은 발생하겠지만.

내전이 발발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전 세계에는 한국처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안정을 이룬 나라보다.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수도 없이 많지.’

중국? 러시아?

독재 정권이자 다민족 국가다.

인도?

민족, 계급, 종교 갈등이 만연하다.

베네수엘라, 터키, 미얀마, 그리스, 아르헨티나, 이집트, 팔레스타인, 발칸 반도의 유고 연방에서 갈라진 국가 등등.

플레이어와 일반인의 갈등이 없는 상태에서도.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인 이유로 대혼란 상태인 국가들이 널리고 널렸다.

여기에 플레이어와 일반인의 갈등까지 발생한다면?

‘전 세계가 개판으로 변하는 거지.’

막말로 마왕군의 침공으로 멸망하기 전에 인류가 내전으로 멸망할 판이다.

북한 세습 독재 정권이 무너지는 건?

좋다.

대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 대신해 플레이어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플레이어 정권이 들어서는 건 막아야 했다.

‘차라리 눈 가리고 아웅 하더라도 민주 정권이 들어서야 해.’

거기다 자칫 잘못해서 북한 내전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입이라도 하게 되면?

당연히 한국과 미국도 개입할 수밖에 없고.

자칫 잘못하면?

‘세계 3차 대전이지.’

강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놈의 화약고가 이렇게 많아.’

북한, 중동, 발칸반도, 크림반도 등등.

여차하면 전 세계를 불태울 파괴력을 가진 곳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일단 정리부터 해야겠어.’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기 전에 북한 내전을 마무리 짓고.

플레이어 쿠데타 세력의 멱살을 잡아끌더라도.

플레이어 우월주의 정권 대신 민주 정권을 세우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일단 우두머리부터 교육을 시켜야지.’

강현수는 플레이어 쿠데타 세력의 우두머리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 * *

현충복은 함경도 출신의 플레이어였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 빈곤한 삶을 살았지만.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노동당원이 되었으며.

더 이상 굶주림을 걱정할 필요 없는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만족할 수는 없지.’

풍족하다고는 하지만.

평양의 당 간부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결정적으로 자신들이 얻은 마석과 아이템 역시 당에서 일괄적으로 가지고 갔고.

‘우리에게는 겨우 부스러기만 줬지.’

결정적으로 북한 독재 정권은 현충복에게 있어서 부모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고 복 많이 받으라고 충복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던 부모님은.

그 자칭 위대한 수령의 명령으로 목숨을 잃었다.

‘다 뒤집어엎는다. 그리고 우리 플레이어들만을 위하는 나라를 만든다.’

현충복의 눈이 번뜩였다.

이번 쿠데타는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로 각성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부터 차근차근 세력을 넓히며 준비해 왔던 일이었다.

‘고유 스킬 덕이 크다.’

현충복의 고유 스킬은 매혹.

전투에는 하등 쓰잘머리가 없는 스킬이라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매혹 스킬 덕분에 수많은 플레이어를 포섭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매혹의 군주라는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었다.

또 고유 스킬 자체가 별 볼 일 없어 보였기에 북한 당국의 감시를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내 직업과 고유 스킬만 있으면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대제국을 건국할 수 있어.’

현충복은 자신의 조국인 북한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세계 각국의 랭커들을 모두 자신의 휘하에 들인다면?

과연 무엇이 무섭겠는가?

단 매혹 스킬 역시 한계는 존재했다.

매혹은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게 하는 스킬이지.

절대적으로 충성하게 만드는 스킬은 아니었다.

직업인 매혹의 군주 역시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들을 휘하로 거둬들여 온갖 버프를 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현충복 자신의 전투력은?

채 100레벨도 찍지 못한 최저레벨 플레이어만도 못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상관없어.’

자신의 무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강력한 무력을 가진 랭커 및 고레벨 플레이어 중 꽤 많은 숫자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절대다수의 북한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북한을 집어삼키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북한을 집어삼킨 후 세력을 키워 전 세계를 지배할 야망에 불타오르던 현충복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현충복 앞에.

“뭐가 그렇게 불만이지?”

강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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