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레벨 플레이어
필드 사냥터
강현수가 떠나간 뒤.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덩그러니 섬에 남아 있어야 했다.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의 스킬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는?
섬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은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건 다르다.
오죽하면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은 귀로 듣고 억지로 강현수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했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고.
이성은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나 직접 마룡과 용종 대군을 본 이후로는.
“그들이 왜 그렇게 강현수 플레이어를 두려워했는지 알겠구려.”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야 랭커들의 태도가 이해가 됩니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이 제대로 현실을 인지했다.
방금 전에 봤던 마룡과 용종 대군이 미국에서 날뛴다면?
미국은 그대로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 플레이어들과 친분을 유지할 방법을 강구해 보시오.”
직접 실감을 하자.
지금까지 들어왔던 정보의 중요도가 달라졌다.
강현수와 친분을 쌓아야 했다.
아니, 눈에 들어야 했다.
상호 동맹을 맺기는 했지만.
이건 더 이상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미국의 귀환자 출신 랭커들이 알아서 고개를 숙였어.’
그 말은?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의 귀환자들 모두가.
‘강현수 플레이어 앞에 무릎을 꿇을 거다.’
귀환자들의 랭커 비율은 상당히 높다.
설사 랭커가 아니라고 해도.
대다수가 상위 레벨이거나 최상위 레벨의 플레이어.
‘강현수 플레이어가 굳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그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
각국의 최상위 랭커들을 지배하는 군주를 어찌 가볍게 대하겠는가?
‘최대한 호의를 사야 한다.’
그래야 떡고물 하나라도 더 얻어먹을 수가 있었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의 강현수 호의 얻기 프로젝트는.
섬을 떠나 백악관으로 귀환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 * *
강현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러시아나 중국도 언제 한번 날 잡아서 정리를 하기는 해야 할 텐데.’
그러나 당장 급한 건 아니었다.
천천히 해도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또 연줄도 없었다.
‘러시아 크렘린궁이나 중국 중난하이로 쳐들어가서 포틴이나 서진핑 멱살을 잡을 수도 없고.’
뭐,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 한번 아프리카로 가 볼까.’
그동안은 아프리카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소피아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강현수가 계단을 통해 아랫집으로 내려갔다.
아랫집에는 소피아가 살고 있었다.
‘CIA가 빠릿빠릿하단 말이지.’
꽤 고가의 아파트였는데.
웃돈을 주고 사서 이사까지 속전속결로 해결했다.
굳이 필요는 없지만.
암중으로 겸사겸사 가족들의 호위까지 해 주겠다고 자처했다.
띵동.
강현수가 초인종을 누르자.
달칵!
문이 열리고 소피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고 싶습니다.”
강현수의 물음에.
“일단 미국의 모든 주가 가능합니다.”
자국 영토 안전에 최선을 다한 미국의 노고가 느껴졌다.
“그 외에는요?”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영국…….”
온갖 도시들의 이름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그러던 중.
강현수가 기대하던 나라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바로 베네수엘라,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와 이집트와 남아공 같은 아프리카 국가의 이름이었다.
거기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같은 중동 국가도 있었다.
‘준비가 철저하네.’
유사시 플레이어 전력을 투입하기 위해 미리미리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들을 보내 놨던 게 분명했다.
“그 정도면 거의 100개국에 달하겠네요.”
“아닙니다. 대략 50여개국 정도입니다.”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였다.
거기다 국경이 인접해 있는 국가의 경우는?
‘손쉽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사실상 지구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혹시 내 휘하에 들어올 생각이 있나요?”
강현수가 소피아에게 물었다.
‘소피아를 휘하에 들인 후. 소환이나 소환수 교환 스킬까지 활용하면 금상첨화야.’
강현수의 이동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된다.
“들어가겠습니다.”
소피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녀는 미국인이었고.
미국 플레이어 협회 소속이었지만.
애국심 같은 건 없었다.
소피아는 애초에 브라질 출신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얻게 된 후.
그 사실을 파악한 CIA의 권유를 받고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브라질을 떠나 미국으로 간 이유는 부유한 삶과 플레이어로서 성공 때문이었다.
부유한 삶은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순간 이뤄졌지만.
플레이어로서의 성공은 좀 애매했다.
안전을 위해 제한적으로 레벨 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미 중앙정부에서 원하는 건 전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 랭크 상승이었기에.
전투 기술이나 다른 스킬을 연마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공간 이동 스킬이 꽤 많은 마력을 잡아먹기도 했고.
소피아가 던전에 들어가 있으면 한시가 급한 위급 상황에 공간 이동 스킬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소피아는 강현수가 어떤 힘을 가진 존재인지 알고 있었고.
강현수라는 줄을 잡으면?
플레이어로서의 성공은 물론.
부까지 함께 따라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겨우 미국에 적응했는데 낯선 한국으로 가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해서 원하지 않았지만.
강현수 곁에 붙어 있게 된 지금은?
반강제적으로 결정된 한국행에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휘관 임명.”
강현수가 소피아를 상대로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소피아는 재빨리 예를 선택했다.
[대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15% 증가합니다.]
그 순간 모든 스텟이 상승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네.’
소피아는 살짝 실망했다.
귀환자 출신 랭커들의 스텟이 60%나 상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현수가 지휘관의 축복 스킬을 시전해 주는 순간.
아쉬움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추가로 무려 40%의 스텟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총 55%.
실로 엄청난 효율이었다.
“감사합니다.”
소피아가 허리를 굽히며 90도 인사를 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지.”
강현수의 말투가 편하게 바뀌었다.
소피아는 이제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었으니까 말이다.
‘제대로 부려 먹어 주지.’
강현수는 소피아를 이용해 아프리카를 가장 먼저 방문해 볼 생각이었다.
던전에서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를 통제하지 못한 대륙.
필드에 몬스터가 널려 있다는 곳에 가서.
‘광렙을 해 주지.’
물론 그 대가로 소피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당히 도움도 줄 생각이었다.
‘소환수들과 같이 사냥하게 하면 되겠지.’
강현수에 비하면 레벨 업 속도가 엄청 느리겠지만.
소피아로서는 안전하게 주야장천 사냥할 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지금 당장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가능한가?”
강현수의 물음에.
“예, 당장 가능합니다.”
소피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아프리카 필드 사냥터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알겠습니다.”
소피아가 강현수의 손을 잡았고.
화악!
밝은 빛무리가 두 사람을 휘감았다.
‘역시 놀랍네.’
강현수가 주변을 살폈다.
도착한 곳은 대도시의 건물 안이었다.
그러나 공기부터가 달랐다.
“여기는 어디지?”
“남아공입니다.”
“이곳이 필드 사냥터와 가깝나?”
“네, 남아공 내에도 꽤 많은 필드 사냥터가 있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가야겠군.”
반면 갑자기 나타난 강현수와 소피아의 모습에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경계 태세를 갖췄다.
“이들은 누구지?”
“미국 플레이어 협회 직원들입니다.”
소피아가 신분증을 꺼내며 간단하게 임무라고 설명하자.
금방 상황이 정리되었다.
‘하긴 애초에 처음 보는 광경도 아니겠지.’
미국은 세계 각국에 공간 이동 도착지를 안전하게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필드 사냥터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소피아의 말에.
“그럼 출발해야겠군. 같이 갈 건가?”
“허락해 주신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그럼 같이 가지.”
강현수의 허락에 소피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혹시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나?”
없으면 은신 스킬이 내장된 아이템을 줄 생각이었다.
달의 그림자와 비교하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정보를 왜곡하는 게 전부인 저급이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예,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소피아는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꽤 높은 랭크였다.
‘하긴 미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
소피아 같은 고급 인력이 목숨을 잃는 건 막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강현수는 소피아의 손을 잡고 달의 그림자를 시전했고.
소피아도 자신이 보유한 은신 스킬을 시전했다.
타악!
강현수가 가볍게 몸을 날렸고.
‘히이이익!’
소피아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강현수에게 끌려갔다.
눈앞의 시야가 휙휙 바뀌었고.
얼마 가지 않아.
“도착했다.”
필드 사냥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관이네.”
강현수가 필드 사냥터를 보고 중얼거렸다.
인터넷을 통해 조사도 해 봤고.
촬영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보자?
장관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거대한 평원에 몬스터가 가득했다.
몬스터의 레벨은 뒤죽박죽이었다.
저레벨 몬스터들도 있었고 고레벨 몬스터들도 있었다.
‘나름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
몬스터들도 같은 종이 아니면?
서로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는 상당히 절묘했다.
‘고레벨 몬스터를 중심으로 중저레벨 몬스터들이 부채꼴처럼 퍼져 있어.’
이런 덩어리가 하나에 불과하다면?
아마 어렵지 않게 토벌이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이런 덩어리가 수백 수천 개 모여 있으면?
‘쉽게 건드릴 수 없지.’
저레벨 몬스터 한 마리라도 건드리는 순간.
‘연쇄적으로 반응한다.’
그나마 한 덩어리만 반응하면 다행이지만.
여러 덩어리가 동시에 반응이라도 하는 날에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 운이 없다면 수백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폭주하겠지.’
현재 남아공 정부는 소극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하며.
주거지로 넘어오지 못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차원 게이트 역시 계속해서 몬스터를 쏟아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현재 남아공에서 몬스터의 영역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인류의 영토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핵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답이 없겠어.’
그러나 남아공 정부 입장에서는?
핵 보유국들한테 자국 영토에 핵을 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 정 다급해지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통제가 가능하니.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냥 방치하고 있는 거지.’
자국 플레이어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
타국 플레이어들에게도 필드 사냥터를 개방했지만.
몬스터들이 불어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언젠가는 큰 재앙이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당장 핵미사일을 사용하면 그 후유증과 정치적 파장이 두려워 망설인다.
‘무책임하네.’
이 정도 숫자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폭주하면?
남아공 전체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아마 그 상황이 되면?
핵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
‘그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다니.’
이건 정권을 잡고 있는 정치인들의 문제였고.
그런 정치인을 뽑아 준 국민들의 잘못이었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지.’
저 정도 숫자라면?
‘당분간 몬스터가 부족해서 사냥을 멈출 일은 없겠네.’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타악!
필드의 몬스터들을 향해 가볍게 몸을 날렸고.
그와 동시에.
‘사령부 소환.’
인간형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사아아악!
족히 1만 기에 달하는 인간형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꽈아아앙!
강현수와 1만 기의 인간형 소환수들과 필드의 몬스터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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