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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동맹 (3)

미합중국 대통령 버틀러가 초조한 표정으로 방문 예정인 손님을 기다렸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

참모들이 모두 미쳤다.

그리고.

‘나도 미쳤지.’

버틀러는 자신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린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건 현실이다.’

미국의 최상위 랭커들이 모두 한날한시에 미쳤을 리도 없고.

그들이 일제히 뜻을 모아 조국을 엿 먹일 일도 없다.

거기다.

‘어차피 최상위 랭커들이 그자를 따른다. 랭커들의 실력이 급상승한 것도 확인했고.’

그것만으로도 미국이 개인과 동맹을 맺을 가치는 충분하다.

더 나아가서는?

‘그런 인물과 먼저 관계를 맺는 게 무조건 이득이지.’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를 종합하면?

상대는 살아 있는 신이나 마찬가지인 존재.

그럼 먼저 아양을 떨어 환심을 사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허황된 정보를.

믿고 싶어도 믿기 힘들다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미국과 개인의 상호 동맹이라는 믿기 힘든 결론에 도달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미국이 손해 볼 일은 없어.’

자국 랭커들의 말이 1/10만 진실이라고 해도.

동맹이라는 우호적 관계는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이미 자국 플레이어들의 전력이 상승한 것도 확인했다.

돈? 권력? 명예?

상대는 어차피 일개 개인.

원하는 게 있다면 퍼 주면 그만이다.

거기다 그 정도 강자가 미국에 동맹으로서 도움을 요청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반면 미국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강자를 포섭 아닌 포섭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엄청난 이득이다.

단지.

‘믿기지 않을 뿐이지.’

버틀러가 애써 표정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끼이익!

문이 열리고.

동양인 청년 하나가 버틀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순조롭네.’

애초에 걱정 따위는 하지는 않았다.

관계가 어긋나면 손해 보는 건 미국이지 강현수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괜한 헛소리는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었는데.

미국 대통령 버틀러는 표정 관리도 훌륭했고.

공간 이동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 파견에도 이견 없이 합의했다.

‘나름 양보도 잘해 주고.’

물론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파견은 미국에도 이득이다.

미국이 강현수와 상호 동맹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토의 안전.

그런 만큼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가 강현수 곁에 붙어 있으면?

좀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나 고작 다섯 명뿐이라는 적은 숫자.

거기다 평소에는 미국에 있다가.

필요하면 한국으로 보내고 그 후 다시 미국으로 오면 그만인데.

강현수는 그런 단기 파견을 원하지 않았다.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가 항상 강현수 곁에 붙어 있는 장기 파견 형태를 원했다.

이건 미국 입장에서 적잖은 손해였다.

이는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 다섯 중 하나를 강현수가 독점하겠다는 뜻이었고.

그건 사실상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의 숫자가 다섯에서 넷으로 줄어드는 꼴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군말 없이 강현수의 요청을 수용했다.

‘생각보다 현실 파악을 잘하고 있네.’

역시 미국은 꽤 쓸 만했다.

‘러시아나 중국이었으면 좀 더 귀찮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단 조건은 있었다.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 동맹이라는 것.

‘이건 나도 환영이지.’

미국이 개인과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귀찮은 일이 한 두 가지 아니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넘어가더라도.

‘한국 정부가 귀찮게 굴겠지.’

강현수는 그런 귀찮음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이제 슬슬 돌아갈까.’

상호 동맹이 체결되자.

강현수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부터 했다.

그때.

“강현수 플레이어의 소환수를 한 번 구경할 수 있을까요?”

미국 대통령 버틀러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정말 구경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일종의 테스트 같았다.

“그러죠. 그런데 보안은 괜찮습니까?”

강현수의 물음에.

“참모들과 함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강현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 파견이 결정 난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였다.

‘소피아라고 했던가?’

4시간의 쿨타임이 있기는 했지만.

거리 제약이 없고.

동행할 수 있는 인원도 1,000명 이상이었기에.

그 정도 쿨타임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뭐, 그것도 스킬 랭크가 상승하면 줄어들지도 모르고.’

지금 소피아의 공간 이동 스킬은 B랭크.

EX랭크까지 성장시키면?

4시간의 쿨타임은 1분 이하로 줄어들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고.

동행할 수 있는 인원은?

최소 수만에서 최대 수십만 단위가 될 것이다.

‘완전히 포섭하는 게 좋겠어.’

쿨타임이 길다는 사실 때문에 강현수에 대한 장기 파견이 결정되었지만.

강현수 입장에서는?

어차피 줄어들 쿨타임보다는.

동행할 수 있는 인원이 많다는 게 더 중요했다.

‘2인 1조로 움직이는군.’

소피아의 스킬 쿨타임은 4시간.

그러나 다른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의 스킬 쿨타임은 1시간 정도로 상당히 짧았다.

대신 대동할 수 있는 인원은 적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2인 1조로 움직이면?

‘쿨타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강현수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대환영이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출발은 소피아가 아닌 다른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가 맡았다.

스킬 발동 방법이 조금 우습기는 했는데.

바로 서로 손을 맞잡는 거였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강현수의 시야가 변했다.

‘섬이네.’

도착한 목적지는 망망대해에 펼쳐진 섬이었다.

‘단순히 소환수 구경할 목적은 아닐 거고.’

아마 미국 랭커들이 말한 강현수의 힘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뭐, 나쁘지 않네.’

상호 동맹을 체결하기 전에 요구했다면?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 동맹을 체결한 후에 요구했기에.

딱히 기분 나쁠 것도 없었다.

‘뉘앙스 자체도 그냥 구경하고 싶다 정도였으니까.’

이건 강현수의 힘이 예상보다 약해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약하기를 바라는 걸지도.’

세계 최강국 미국의 입장에서 개인의 힘이 국가를 능가한다는 건?

받아들이기도 어려웠고.

미국 입장에서도 결코 이득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지.’

이들의 상식에 맞춰 행동하느니.

속 시원하게 보여 주는 게 나았다.

‘카메라와 마력 측정 장치까지 동원했다라.’

그뿐 아니라.

강현수의 휘하가 아닌 랭커 플레이어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미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테스트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셈이었다.

“이제 보여 드리면 되나요?”

강현수의 말에.

“물론입니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왕 그레모리가 가장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인간형.

거기다 현재의 마력 측정 장치로는?

‘제대로 된 측정에 한계가 있지.’

그건 이 자리에 온 랭커들도 마찬가지.

귀환자가 아니기에.

‘아직 1,000레벨에도 도달하지 못한 애송이들이지.’

기껏해야 마계 귀족급 존재만 나타나도?

마력 측정 장치가 박살 나고.

‘저 애송이들은 기가 질리겠지.’

그렇지만.

‘일반인인 저 녀석들은 제대로 실감을 못 하겠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으로는 실감을 못 하리라.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룡족이 제격이지.’

방대한 마력은?

사실 마계 귀족 소환수 아무나 소환해도 한계치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마족은?

‘외형적인 특징이 너무 무난하지.’

자칫 잘못하면 코스프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층 빌딩만 한 체구를 가진 마룡족은?

‘그 거대한 육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하지.’

일반인들에게는 마왕 그레모리보다.

남작급 마룡 한 마리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터였다.

육중한 체구.

위협적인 외형.

전설의 존재라는 희소성.

‘겉으로 보여 주기에는 마룡이 최고지.’

실제 전투력도 뛰어난 편이고 말이다.

사아아악!

강현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간 마력들이.

거대한 마룡의 형상으로 화했다.

-크아아아앙!

고층 빌딩만 한 덩치의 마룡이 등장해 포효를 터트리는 순간.

“히이익!”

“으으윽!”

방어 아이템을 덕지덕지 두른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퍼어엉!

미리 준비해 놨던 마력 측정 장치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력을 감지하고 일제히 터져 나갔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희 모두가 덤벼들어도 이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국 랭커들이 싸워 보기도 전에 패배를 선언했다.

측량 불가의 마력은 둘째 치고.

빌딩 크기의 마룡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엄청나군요.”

미국 대통령 버틀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작 한 마리의 마룡이 등장했을 뿐인데.

벌써 기가 질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보여 주려면 화끈하게 보여 줘야지.’

강현수는 고작 이 정도에서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사아아아악!

마룡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와 더불어 와이번 드레이크 같은 용종 몬스터들도 소환했다.

그러자.

작은 섬이 마룡족과 용종 몬스터들로 가득 차 버렸다.

‘덩치가 커서 다행이네.’

다른 소환수들이었다면?

섬을 꽉 채우지는 못했으리라.

아직 강현수의 소환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마룡족과 용종 몬스터 위주로 동원한 덕에.

적은 숫자로도 엄청난 위용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일단 용종 중 일부만 꺼냈습니다. 다른 녀석들도 보여 드릴까요?”

강현수의 물음에.

“아닙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일반인에 불과한 미국 대통령 버틀러에게는.

마룡족과 용종 몬스터들이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마력조차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질식할 정도의 마력.

절로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전율과 공포가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외양까지.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지만.

“그만 돌려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그 참모들로서는?

강현수의 소환수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도 힘겨웠고.

솔직히 말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러죠.”

강현수의 대답과 함께.

소환수들을 유지하고 있던 방대한 마력이 강현수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 그리고 미국 랭커 플레이어들은 경악 어린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보여 줄 건 다 보여 줬고. 이제는 돌아가야겠군.’

그나마 세계 최강대국이자.

서양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이기에.

‘선심을 쓴 거지.’

독재자가 지배하는 러시아와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괜히 미국이 주제 파악을 못 하고 헛짓거리를 하려고 하면?

애써 단합시키려 하는 인류의 전력만 상한다.

‘미국이 제정신 차린 것도 최근 일이고.’

과거 미국이 저지른 삽질은 한 두 가지가 아니고.

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한 병신 짓도 한두 가지가 아닌 만큼.

말만 상호 동맹이지.

실질적으로 누가 우위에 있는지는 확실히 보여 줘야 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도록 하죠.”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소피아에게 눈짓을 했다.

“지금 바로 한국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첫 대면부터 방금 전까지.

소피아는 공손하기는 했지만.

항상 마틴의 눈치를 살피거나.

미국 대통령 버틀러를 눈치를 봤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강현수의 지시에 곧바로 반응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강현수의 인사를 끝으로.

소피아가 강현수의 손을 잡았고.

화악!

밝은 빛무리가 강현수와 소파이를 휘감으며.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미국 대통령 버틀러와 참모들 입장에서는?

이 섬으로 자신들을 데리고 온 공간 이동 스킬 보유자의 스킬 쿨타임이 끝나기 전까지.

섬에 갇혀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자신들을 백악관으로 데려다줘야 할 소피아가 강현수와 함께 한국으로 떠나 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건 강현수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지금 강현수가 신경 쓰고 있는 건?

가족들과의 아침 식사 시간을 맞추는 거였다.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이네.’

아마 조금 더 늦었다면?

가족들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 시간을 건너뛰었어야 하리라.

강현수는 한국에 있는 CIA 요원들에게 연락해 소피아를 맡기고.

그들에게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소피아의 숙소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가족들과 아침 식사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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