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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

‘결국 찾아왔네.’

강현수가 웃는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두 사람을 바라봤다.

초면이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강현수 플레이어. 저는 해머스 길드의 스카우트 담당자인 브래들리라고 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강현수가 두 사람과 함께 작은 카페로 자리를 이동했다.

평범한 소규모 카페처럼 보이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내부에 있는 인물들은?

바리스타, 종업원, 손님 모두 CIA 요원들이었다.

“우리 해머스 길드에서는 강현수 플레이어의 뛰어난 힐 스킬을…….”

한국어가 유창한 스카우터가 강현수에게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강현수의 시선은 그가 아닌 마틴에게 쏠려 있었다.

마틴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스카우터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스마트폰으로 해머스 길드를 검색해 본 강현수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해머스 길드 실존하는 거였네. 그것도 미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거대 길드고. 이런 거대 길드가 미국 중앙정부 소유일 줄은 몰랐어.”

정말 몰랐다.

미국만큼 개인의 자유를 따지고 정부의 간섭하는 나라도 드물었으니까.

그러나 강현수의 말에 스카우터와 마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해머스 길드는 어디까지 사설 길드로서,”

“그럼 왜 CIA 부국장이랑 같이 온 건데? 거기다 이 카페 전체가 CIA 요원으로 가득 차 있잖아?”

강현수의 한마디에 스카우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저를 어떻게 알고 있으신 겁니까?”

마틴이 약간 어색한 한국어로 물었다.

“누군가 나를 미행하길래 뒤를 캐 봤지.”

강현수의 말에 마틴이 그제야 상황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CIA 요원들의 미행을 알아차리고 자신들의 감시를 피해 역으로 뒤를 캤다는 게 놀랍기는 했지만.

상대는 규격 외의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레이어인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나랑 손을 잡고 싶어서 찾아온 거지?”

강현수의 직설적인 물음에.

“물론입니다.”

마틴이 즉답했다.

“단순히 힐러 하나 포섭하겠다고 온 것도 아닐 테고.”

강현수의 말에 마틴이 눈을 번뜩였다.

“본인이 와이번을 탄 영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못 할 것도 없지.”

강현수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놈들이 머리에 총을 맞은 게 아닌 이상.

강현수의 신상을 퍼트릴 일은 없었다.

그럼 경쟁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 테고.

‘그건 미국한테 큰 손해니까.’

또 어느 정도 진실을 알려 줘야.

미국이라는 지구 최강대국을 휘하에 넣을 수 있지 않겠는가?

“놀랍군요. 설마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마틴은 지금의 상황이 정말 의외였다.

어떻게 든 살살 꼬셔서 상대의 정체를 밝히려고 했다.

또 확실하다고 파악되는 힐러 능력만 따져도 포섭해서 손해 볼 게 없는 상대였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순순히 자신이 와이번 탄 영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다니?

이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였다.

대한민국 정부에도 꽁꽁 숨겨 왔던 정체를 자신에게 밝혔다는 건?

‘미국의 품으로 들어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지.’

귀화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국 길드 소속으로 만드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우리 미국의 손을 잡으실 생각이시기에 알려 주신 것이겠죠?”

마틴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미국의 손을 뿌리칠 이가 누가 있겠는가?

마틴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저 정도 강자가 미국에 있다면?

갑작스러운 차원 게이트의 발생과 몬스터 웨이브는 물론.

규격 외 등급의 몬스터의 침공에 대한 위험도 역시 급감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플레이어 전력이 군사력의 척도로 취급되는 시대.

와이번 탄 영웅이 미국에 합류한다면?

미국의 군사력 역시 급상승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와이번을 타고 몬스터를 쓸어버리던 모습.

홀로 중국군과 플레이어 연합군을 무릎 꿇리던 모습.

그런 강현수의 존재 가치는?

‘핵미사일보다 높다.’

위협용 카드 또는 최후의 발악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핵이다.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무기.

반면 강현수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고.

핵미사일 따위보다 범용성도 월등히 높았다.

“그럼 일단 해머스 길드 소속으로 미국으로 넘어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싫으시다면 미국 플레이어 협회와 직접 계약을 하셔도 됩니다.”

조건은 어떤 요구를 하든 맞춰 줄 수 있었다.

강현수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 대한 케어도 준비되어 있었다.

“미국으로 넘어갈 생각은 없는데?”

“예? 그게 무슨?”

마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한국에 머무르시면서 미국 소속이 되실 생각이십니까? 그럼 우리가 드릴 수 있는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강현수를 회유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본토의 안전 확보다.

그럼 만큼 강현수는 필수적으로 한국이 아닌 미국 본토에 머물러야 했다.

“미국 소속이 될 생각도 없고.”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미국의 품으로 들어오겠다고 해 놓고.

미국 본토로 넘어올 생각도 없고.

미국 소속이 될 생각도 없다고 한다.

마틴으로서는 강현수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미국의 품으로 들어오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정확히는 손을 잡겠다고 했지.”

강현수의 대답에 마틴이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동등한 상호 동맹을 생각하신 겁니까?”

“맞아.”

“하!”

마틴은 기가 찼다.

‘미친놈인가?’

미국과 동등한 상호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상호 동맹은 많지만.

동등하지는 않다.

한미 동맹?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나토?

파이브 아이즈?

역시 마찬가지다.

강대국이라고 분류되는 국가도 미국과 대등한 동맹 관계는 아니다.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쥐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라고 해도.

고작 일개 개인이 미국과 동등한 상호 동맹을 논하다니?

백번 양보해서 미국이 우위에 있는 상호 동맹을 생각하는 거라고 해도.

이건 명백한.

‘헛소리지.’

마음 같아서는 대놓고 제정신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마틴은 그런 마음을 꾹 눌렀다.

상대가 미친놈이든 뭐든.

마틴의 목적은 저자를 미국 소속으로 만들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검증은 필요하지.’

확률이 높고.

상대가 인정했지만.

강현수가 와이번을 탄 영웅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절차는 꼭 필요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네?”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마틴을 바라봤다.

사실 진짜 강현수의 속마음은?

대등한 상호 동맹 따위가 아니라 미국을 자신의 수족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아마 이런 강현수의 생각을 잃었다면?

마틴은 강현수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단 강현수도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틀란티스와는 상황이 다르다.

잘해봐야 중세 정도인 봉건주의 세상과 민주주의 세상.

거기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일개 개인.

세계 최강국 미국이 개인의 수족이 될 일도 없을뿐더러.

미국 국민들이 수용할 일도 없다.

그러나.

‘표면적인 관계야 뭐가 되든 상관없지.’

국가의 체계가 뭐든.

시대가 뭐든.

국민 의식이 뭐든.

약육강식이라는 진리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특히 경찰도 없고, 정의도 없고, 인정도 없는 국제 사회에서는.

‘오직 힘이 전부지.’

명분 또한 그 힘 중 하나일 뿐.

‘하지만 상황은 이해해야지.’

미국의 그 누구도 강현수의 진짜 힘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상호 동맹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력시위?

그런 과격한 방법을 사용해 봤자.

군주제인 아틀란티스의 국가들은 몰라도.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조니, 로저, 드류, 필립, 페이튼. 이중 현재 미국 중앙정부 소속인 자가 있나?”

강현수의 말에 마틴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섯 중 셋의 이름을 마틴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중 한 명은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필립.

미국 공식 랭킹 1위의 플레이어.

미국의 히어로라고 불리는 인물.

나머지 둘 로저와 페이튼은 미국의 비공식 랭킹 1, 2위에 해당하는 인물로.

필립보다 강한 미국의 숨겨진 힘이었다.

“어떻게 그 이름을?”

필립은 몰라도.

로저와 페이튼에 대한 정보는 극비 중에 극비였다.

“있나 보네. 다섯 모두 있나? 아니면 그중 몇 명인가?”

“그분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그들의 공통점이 뭔지 모를 정도의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강현수의 말에 마틴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필립, 로저, 페이튼.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귀환자라는 것.

강현수가 저 셋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아틀란티스라는 곳에서 친분을 맺었다는 거겠지.’

저 셋은 아틀란티스에서도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최강자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강현수 플레이어도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였다는 거겠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그래, 그럼 당연히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을 수도 있어.’

당황해서 잠시 떠올리지 못했을 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에게 전해라. 나를 찾아오라고.”

“강현수 플레이어. 사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도. 그분들은 미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존재로 함부로 타국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강현수 플레이어가 미국에 가서 옛 친우분들을 만나시는 건 어떻습니까?”

마틴의 말에 강현수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친우?”

“아니었습니까?”

마틴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그들에게 전하기나 해. 전보다 더 높은 계급을 얻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라고. 늦으면 계급이 더 낮아질 거라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마틴으로서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더 높은 계급은 뭐고 낮은 계급은 뭐라는 말인가?

“지금 당장 전하는 게 좋을걸.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그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마틴은 당황했지만.

‘일단 친분이 있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로저 플레이어에게 연락하자.’

비공식 랭커이자.

미 중앙정부에 친화적인 인물.

그를 이용하면?

강현수 포섭이 좀 더 손쉽게 이루어질지도 몰랐다.

거기다.

‘강현수 플레이어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

결정을 내린 마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마틴이 자리를 이동해 로저에게 연락을 취했다.

-무슨 일이지?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로저 플레이어. 강현수 플레이어를 알고 있으십니까?”

-뭐? 그게 누군데?

로저의 대답에 마틴은 적잖이 당황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아는 사이 같았는데.

그게 누구냐니?

“귀환자입니다. 한국인인데. 로저 플레이어의 지인인 것 같았습니다.”

-한국인? 내가 아는 한국인 귀환자는 신창후 님과 장석원 님 뿐인데.

“아, 그렇습니까?”

마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거짓말을 한 건가? 그럴 리가?’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뭐 하러 하겠는가?

“그자가 로저 플레이어에게 자신에게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건방진 놈.

“그게 전보다 더 높은 계급을 얻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라고. 늦으면 계급이 더 낮아질 거라고 하기는 했는데.”

-뭐? 그게 정말이야?

로저의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

“예, 그렇습니다.”

-거기 한국이지?

“네.”

-지금 당장 가지.

그 말을 끝으로.

뚝!

전화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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