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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속의 저주 (2)

강현수는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사냥에 열중했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송하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지구에 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 나갔다.

그런데.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어.’

소환수의 숫자는 가속이 붙은 것처럼 빠르게 불어났고.

그 결과 강현수의 사냥 속도도 상승했다.

처음에는 며칠을 소모해야 겨우 소환수 한 기를 부활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몇백 기 이상을 부활시킬 수 있었다.

소환수 부활이 빨라진 이유는 소환수가 늘어나서이기도 하지만.

‘도플갱어 이후로는 강한 녀석들 위주로 부활시켰으니.’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떨어지는 소환수들의 경우 더 적은 스텟으로도 부활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언제 다 복구하나 했는데.’

지금같이 가속도가 붙는다면?

1년이면 모든 소환수 복구가 가능할 것 같았다.

유일한 문제점은?

‘사냥터 부족이지.’

강현수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던전도 이용하고 있었다.

얼마 전 벌어졌던 대규모 차원 게이트 오픈 사태로 인해 고레벨 던전이 남아돌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한국, 중국, 러시아 정부는 새로운 차원 게이트가 생각보다 몬스터를 많이 쏟아 내지 않는다고 착각하기는 했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냥터가 부족해질 게 뻔하다는 점이었다.

‘사냥터가 제한적이면 소환수가 늘어나도 의미가 없어.’

가속도가 붙지 않을 것이고.

그럼 1년은커녕 10년은 있어야 소환수를 모두 채울 수 있으리라.

‘뭐, 원정은 나중에 생각하고 현재에 집중하자.’

타국으로의 원정이 길어지면?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다.

강현수가 다시금 고레벨 던전을 순회공연했다.

그러던 중.

-주군. 아가씨와 도련님을 미행하는 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누나 강현아의 호위를 담당하고 있는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행?

-예, 어찌할까요?

-일단 지켜봐. 혹시 누나와 형을 건드리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말에 강현수는 신경을 껐다.

그리고 잠시 후.

-아가씨와 도련님의 파티를 공격하려 하기에 처리했습니다.

-단순한 머더러냐?

-아닙니다.

-그러면?

-승화 길드의 사냥개였습니다.

승화 길드라는 말에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승화 그룹 자회사잖아.’

일성 그룹이나 우광 그룹만은 못하지만.

재계 서열 3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그놈들이 무슨 목적으로 누나와 형을 노린 거지?

강현수과 관계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련님을 죽이는 것이 목적으로 승화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개인적으로 지시한 일입니다.

-형을? 개인적으로?

-예.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승화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왜 형을 죽이려 한다는 말인가?

강현수가 알기로 승화 길드와 형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알았다. 호위를 계속하도록.

-예, 주군.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지시를 내린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정보는 확실하다.

죽은 자의 기억을 읽은 상태였을 테니까 말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형 강현우를 죽이려 했다는 것만으로 용서받기 힘들었다.

‘이유야 직접 들으면 되겠지.’

강현수가 장석원, 일성 길드장 장용철, 샤이닝 길드장 서동진, 우광 그룹 회장 권영수에게 승화 길드의 길드 마스터의 현재 위치를 찾아낼 것을 지시했다.

가장 먼저 플레이어 협회를 동원한 장석원에게 연락이 왔다.

-신촌에 있는 700레벨대 던전에서 사냥 중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던전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았다.

강현수가 곧바로 신촌에 있는 700레벨대 던전으로 향했다.

평소 강현수도 자주 이용하던 던전 중 하나였기에 금방 찾아갈 수 있었다.

* * *

‘지금쯤 죽었겠지.’

하진서의 얼굴이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죽이고 싶었는데.’

괜한 꼬투리가 잡히면 곤란했다.

투입한 자들은 승화 그룹 차원에서 기르는 사냥개들이었다.

불법적인 무력이 필요할 때 동원하는 자들로.

원래대로라면 승화 그룹의 일에만 움직여야 했다.

아무리 하진서가 승화 길드의 길드장이라고 해도.

그들을 사용할 때는 승화 그룹 회장의 허락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지.’

하진서는 승화 길드 길드장의 직위를 이용해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다졌고.

종종 요긴하게 써먹었다.

‘어차피 돈만 바라고 사는 쓰레기들이니.’

돈으로 부리면 그만이었다.

‘응?’

그때 웬 플레이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 미친놈이.’

하진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 던전은 승화 길드의 독점 사냥터였다.

특히 길드장인 자신의 전용이었다.

‘안 그래도 몬스터가 너무 적어서 짜증이 났는데.’

저런 잡것들이 설치고 있어서 그런 듯했다.

‘저놈을 족쳐야겠군.’

그럼 다른 파티원들의 위치를 알 수 있으리라.

하진서는 자신의 눈에 들어온 플레이어가 이곳에서 몰래 사냥하던 플레이어들 중 하나로 정찰 임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했다.

“포위해.”

하진서의 명령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가볍게 몸을 날려 포위망을 갖췄다.

“너 어느 길드 놈이야? 설마 여기가 승화 길드 전용 사냥터라는 걸 몰랐다고 하지는 않겠지.”

하진서의 말에 상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웃어?”

하진서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감히 자신을 비웃다니?

“네놈이 아직 제 주제 파악을 못 한 모양이구나. 내가 확실하게 네놈의 주제 파악을 하게 해 주마. 꿇려.”

하진서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포위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스르릉.

그때 상대가 검을 뽑아 들었고.

승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피식하고 비웃었다.

이들은 길드 마스터인 하진서의 파티원들로.

승화 길드 내부에서 최정예였다.

자신들이 힘을 합치면?

최상위 랭커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감히 반항을 할 생각을 하다니?

‘건방진 놈.’

‘팔다리를 잘라 바닥을 기어다니게 해 주마.’

승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다고 방심하지도 않았다.

명색이 고레벨 레벨의 던전이다.

이곳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고레벨 플레이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콰콰콰콰콰!

그때 상대의 검에서 핏빛 오러가 피어올랐고.

그들로서는 측량하기 힘든 수준의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이럴 수가?’

‘사람 맞아?’

‘뭔가 잘못됐어.’

공격을 가하던 승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러나.

휘리릭!

핏빛 오러가 반월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순간.

승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공격 스킬과 방어 스킬이 말끔하게 소멸해 버렸고.

서걱!

그들의 몸에 붉은 실선이 그어짐과 동시에.

푸악!

승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몸이 상체와 하체로 나뉘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히익!”

방금 전까지 여유만만한 표정이었던 하진서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저 괴물은 뭐야?’

두 눈을 직접 봤지만.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저벅저벅.

승화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일검에 쓸어버린 괴물이 하진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전신에 측정 불가 수준의 마력이 넘실거리고.

진득한 살기가 피부를 찔러 온다.

“왜 강현우를 죽이려고 했지?”

그때 괴물이 하진서에게 물었다.

“강현우? 설마 그놈과 관련이?”

하진서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중얼거렸다.

강현우는 하진서의 인생을 가로막던 굳건한 장벽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눈에 거슬리는 돌멩이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치우려 했는데.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뭐, 그건 차차 물어보면 되겠지. 일단 팔다리부터 잘라 주마.”

괴물의 말에 하진서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고유 스킬 영속의 저주를 시전했다.

‘아무리 괴물 같은 놈이라도 무조건 걸릴 수밖에 없어.’

영속의 저주는 마력 스텟 일부의 영구 소실이라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만큼 강력했고.

저주의 유지 시간이 짧을지언정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어라?”

괴물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한마디가 터져 나왔고.

타악!

그와 동시에 하진서가 몸을 날렸다.

화르르륵!

하진서의 검에서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마검사 계열의 플레이어인 하진서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눈앞의 괴물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틱!

괴물이 검지와 중지로 하진서의 검날을 멈춰 세웠다.

“어, 어떻게?”

하진서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스킬.

영속의 저주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너였구나? 형한테 수작 부렸던 놈이.”

괴물의 그 한마디와 함께.

우드득!

검을 들고 있던 오른팔이 통째로 어깨에서 찢겨 나갔다.

“아아아악!”

하진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마.”

강현수의 말을 시작으로.

“으아아아악!”

꽤 오랜 시간 하진서의 비명이 던전 안을 울려 퍼졌다.

‘찌질한 놈.’

진실을 알고 난 강현수는 상당히 허탈했다.

단순히 과거의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을 벌인 거라니?

만약 하진서가 형 강현우를 노리지 않았더라면?

강현수로서도 형 강현우에게 저주를 건 당사자가 하진서라는 사실을 몰랐으리라.

그러나 과거의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진서가 손을 쓰는 바람에.

강현수의 눈에 띄어 버렸다.

사실 강현수도 누나 강현아와 형 강현우를 보고 극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하나 그 열등감이 자기 자신에게 향했지.

누나 강현아와 형 강현우에게 향하지는 않았다.

열등감은 정당하게 극복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이런 비열한 장식으로는 절대 극복할 수가 없다.

“히익! 무셔! 살려져!”

하진서가 반쯤 풀린 눈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외쳤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형 강현우처럼 장시간 지옥과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가치도 없는 놈이었네.’

하진서는 고작 몇 시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스텟 보정이 있을 텐데. 정신력이 왜 이렇게 낮아.’

이지를 상실한 하진서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던 강현수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고.

서걱!

하진서의 숨통이 끊어졌다.

강현수는 떨어진 아이템과 스킬북을 챙겼다.

그러던 중.

‘어라?’

하진서의 잔존 마력으로 만들어진 스킬북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속의 저주라.’

하진서의 고유 스킬 영속의 저주가 스킬북 형태로 나온 것이다.

‘꽤 쓸 만하네.’

마력 스텟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소모하는 스킬.

‘하진서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다고 했지.’

그 말은 그만큼 스킬 적중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스킬 랭크도 꽤 올려 놔서 무려 S랭크였다.

주력 스킬이 전부 EX랭크인 강현수 입장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랭크지만.

지구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최상위 랭크나 마찬가지였다.

‘익힐까?’

꽤 쓸 만할 것 같았다.

하진서의 경우 마력 스텟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소모하기에 함부로 쓰지 못했지만.

강현수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금방 EX랭크로 만들 수 있겠지.’

하진서는 영속의 저주를 20번 남짓 사용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S랭크였다.

‘마력 스텟의 일부가 영구적으로 손실된다는 페널티가 있어서 그런지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네.’

마리오네트와 비슷한 계열의 스킬이었다.

‘그런데 쓸 일이 있으려나?’

강현수 입장에서 그다지 쓸모 있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누구를 줄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누나 강현아나 형 강현우 또는 송하나에게 주고 싶었지만.

마력 스텟 일부를 영구적으로 손실하다 보니 쓰라고 주기도 애매했다.

‘그냥 익히자.’

다른 플레이어는 몰라도 강현수 입장에서는?

영속의 저주를 익혀서 손해 볼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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