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46화 (246/365)

이변 (2)

북한도 북한이지만.

러시아와 중국 역시.

‘관리가 체계가 개판이네.’

차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사람들을 학살한다.

한국이었다면?

‘금방 처리했겠지.’

강현수처럼 민간인 희생 제로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 놨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전국 각 도에 플레이어 협회 지부가 있었고.

거대 길드와 중소 길드 같은 사설 길드에도 활동하는 지역에 따라 갑작스러운 몬스터 웨이브에 대처해야 할 관할 범위를 지정해 두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행정 체계가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에는?

그런 뛰어난 행정 체계를 기대할 수는 없었고.

그 결과 말 그대로 대재앙이 일어났다.

‘플레이어 전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해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었다.

예를 들자면?

한 지역에서는 몬스터 숫자보다 플레이어 숫자가 많을 정도라서 큰 피해 없이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놓고.

근처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는 플레이어가 너무 부족해 민간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생하는 식이었다.

‘최대한 빨리 움직인다.’

강현수가 와이번의 등에 탄 상태로 빠르게 이동했다.

몬스터를 저리하는 건?

콰콰콰콰콰!

검 한 번 휘둘러 주면 끝이었다.

비록 스텟이 회귀 전보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뱀피릭 오러를 비롯한 강현수의 주력 스킬들은?

전부 EX랭크다.

고위 마계 귀족도 아니고 고작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에는?

‘충분히 차고 넘치지.’

고레벨 몬스터라고 해 봤자.

‘어디까지나 지구 기준이고.’

강현수는 와이번을 타고 러시아와 중국의 사고 지역을 순회공연하며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

‘이제 돌아가자.’

대충 급한 불은 껐고.

뒷정리는?

러시아와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맡겨도 충분했다.

‘일본이 걸리기도 하고.’

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행정 체계가 뛰어나다.

또 상대적으로 열린 차원 게이트도 적었다.

그래서 러시아와 중국에 먼저 들렀던 건데.

‘일본을 너무 믿었어.’

일본의 행정 체계가 뛰어난 건 맞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의 행정 체계가 디지털이라면.

일본의 행정 체계는 아날로그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강현수가 와이번을 타고 빠르게 중국 상공을 가로질렀다.

그런데.

“멈추시오!”

일단의 플레이어들과 전투기와 탱크로 중무장한 중국군이 강현수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이놈들은 뭐야?’

강현수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그대는 중국의 영토를 무단으로 침입했소! 하니 합당한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오!”

전면에 선 플레이어의 외침에 강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강현수는 한국인이다.

당연히 러시아, 중국, 일본에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한반도를 둘로 쪼개 놓은 장본인이고.

중국은 6.25 전쟁의 승리를 무산시킨 존재이며.

일본은 35년간 한반도를 강제로 점령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수가 러시아, 중국, 일본을 돕기 위해 움직인 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지구의 인류이자.

마왕군이라는 공공의 적을 상대로 힘을 합쳐야 하는 동료라는 점 때문이다.

‘역시 저놈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강현수는 중국의 은인이다.

만약 강현수가 나서지 않았다면?

중국은 지금도 몬스터 웨이브를 해결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을 테고.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리라.

한데 그 은인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도 아니고.

자국 영토 무단 침공을 빌미로 조사를 받으라니?

그것도 전투기와 탱크를 비롯해 플레이어들까지 대거 동원한 상태에서 말이다.

‘싹 쓸어버려?’

순간적으로 그런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애써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

‘수뇌부가 문제인 거지.’

저들이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다.

넓게 보면?

그런 수뇌부를 뽑은 중국의 국민들도 문제고.

상부의 부당한 명령에 항명하지 않은 잘못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지.’

하나 그냥 넘어갈 생각도 없었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죽음의 공포가 무엇인지 알게 해 주지.’

강현수가 꽤 오래전에 얻었지만.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던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그 스킬의 이름은 폭군의 위세.

EX랭크 정신계 위압 스킬.

사실 압도나 위압 같은 정신 계열 스킬은?

대부분 괜한 마력 낭비만 될 뿐.

수준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이상 잘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아틀란티스 차원에서는 그다지 써먹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강현수가 폭군의 위세를 사용하는 순간.

챙그랑!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떨어트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일반인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는?

“커억!”

“윽!”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소수기는 하지만.

버티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강현수가 마력을 아낌없이 투자하자.

쿠웅!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강현수는 와이번의 등에 올라탄 상태로 유유히 중국의 국경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멀리서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유럽 각국의 관광객들이 있었고.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이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 * *

강현수는 일본으로 날아가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고가 터진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아날로그 시스템은 느리기는 했지만.

러시아나 중국의 주먹구구식에 비하면 훨씬 쓸 만했다.

또 차원 게이트가 열린 지역 자체도 월등히 적은 편이었기에.

강현수가 러시아, 중국, 일본 중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음에도 피해는 가장 적었다.

강현수는 한국으로 귀환했고.

“난리가 났어.”

귀환하자마자 송하나가 내미는 스마트폰 기사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네.”

강현수는 와이번을 타고 날아가며 일상복 대신 갑옷을 입었다.

그렇기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았기에.

한국인이라는 게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 수많은 몬스터를 처리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카메라 세례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중국, 일본을 구원한 영웅은 누구?

-최상위 레벨 몬스터를 길들인 테이머 등장?

-홀로 최상위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플레이어의 정체는?

-비공식 세계 랭킹 1위가 동아시아에 있었다!

-파렴치한 중국의 만행!

-자국을 구원한 영웅을 공격하려 한 중국!

-무릎 꿇은 중국! 단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대굴욕을 당하다!

기사는 모두 강현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강현수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이었고.

일부는 중국이 한 짓과 당한 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현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이게 우연일까?’

한국, 북한, 대만, 몽골에는 고작 한 지역에서만 차원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일본은 아니었다.

단순히 운이 나빠서일 수도 있고.

일본은 예외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가 상대적으로 거대해서일 수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건?

‘한국이 중심이라는 말이지.’

러시아와 중국의 드넓은 영토 중에 차원 게이트가 나타났던 지역은 한국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강현수와 관계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

‘내 주변에서 세 번 연속 차원 게이트가 열렸으니까.’

그러나 원인이 뭔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으니까.

‘일단은 쉬자.’

잠도 못 자고 정신없이 움직였더니 조금 피곤했다.

“생각 끝났어?”

그때 송하나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어, 끝났어.”

“그럼 들어가서 쉬어.”

“알았어. 내일 봐.”

강현수가 짧은 인사와 함께 몸을 돌렸을 때.

“다음에 또 놀러 갈까?”

송하나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얼마든지.”

강현수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약속한 거다!”

송하나가 환한 얼굴로 외쳤고.

“응.”

강현수가 다시 한번 확답을 해 줬다.

* * *

강현수가 기사 내용에 신경을 끄고 일상으로 돌아간 것과 달리.

러시아, 중국, 일본 정부는 이번에 쏟아져 나온 기사에 엄청난 굴욕을 당했다.

강현수야 자신에 대한 기사 그리고 중국이 망신당한 기사 몇 개만 보고 말았지만.

사실 더 많은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주된 내용은 러시아, 중국, 일본의 미숙한 차원 게이트 대처였다.

한국의 경우?

극찬을 받았다.

인명 피해가 제로였으니까.

대만과 몽골은 인명 피해는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크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 일본은 사정이 달랐다.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유가족들의 눈물 젖은 인터뷰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세계 각국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의 미숙한 대처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그건 자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중국, 일본은 명목상 다당제 국가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일당 독재 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한 명의 독재자가 오랜 시간 권력을 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자국민들의 불만을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독재국가의 민낯이라는 기사로 인해.

국제적으로 그리고 자국민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특히 가장 자존심이 상하는 건.

와이번을 탄 영웅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러시아, 중국, 일본이 아직도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하지 못했으리라는 비난이었다.

삼국의 수뇌부에게 있어서 강현수는 분명 은인이었다.

그런데 전혀 은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독재 정권을 위협하는 원수처럼 느껴졌다.

특히 군대와 플레이어들을 엄청나게 동원해 놓고 단체로 무릎을 꿇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중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당했고.

이번 일을 계획했던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대거 실각당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홀로 일당백의 위용을 보여 준 플레이어의 등장.

세계 각국 정부의 눈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플레이어를 확보해! 이건 미국의 안보가 달린 일이야!”

“중앙정보국의 총력을 동원하겠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분위기는 이랬고.

“그 플레이어가 러시아인일 확률이 높다고?”

“처음 등장한 곳이 바로 우리 러시아입니다.”

“총력을 다해서 무조건 찾아내게.”

“네! 각하!”

러시아 크렘린궁의 분위기는 이랬으며.

“당장 그 플레이어를 찾아서 포섭하게!”

“포섭 말씀이십니까?”

“그럼 그런 괴물이랑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인가?”

“아, 아닙니다!”

“망신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 아닌가. 우리에게 적대적이었다면 모조리 죽였겠지.”

“그렇습니다.”

“돈, 직위, 명예. 찾아내면 필요한 건 뭐든 원하는 만큼 다 준다고 해.”

“알겠습니다! 주석 동지!”

중국 중난하이의 분위기는 이러했다.

* * *

강현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국 플레이어 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바로 강현수 때문이었다.

강현수라는 플레이어의 존재는 협회장 백정혁만 알고 있는 극비 사항이었다.

한데 이번에는 일이 너무 커졌다.

와이번을 탄 영웅.

그가 핏빛 오러를 사용했다.

물론 붉은빛 계열의 오러를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많다.

전 세계적으로 푸른빛과 붉은빛 계열의 오러는 가장 대중적인 오러 스킬 중 하나였다.

문제는 시기였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핏빛 오러를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나타나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했고.

그 후 동일한 핏빛 오러를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러시아, 중국, 일본 순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는 완전 무장을 했지만.

한눈에 봐도.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았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동일 인물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