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 길드 (4)
장용철의 다음 타자는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영혼의 계약서 수량은 넉넉했다.
일성 길드는 돈이 많았고.
그렇기에 항상 필요 이상으로 풍족하게 아이템을 쟁여 놓는 습관이 있었다.
노예 계약을 피하기 위해 영혼의 계약서 수량이 부족하다는 거짓말을 할까도 했지만.
“영혼의 계약서가 부족한 건 아니지?”
“예? 그게 워낙 귀한 아이템다 보니.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네. 난 최대한 살려 주고 싶었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영혼의 계약서가 부족하면 테스트를 통과한 녀석을 살려 줄 수가 없잖아. 저 녀석들을 어떻게 믿어?”
영혼의 계약서가 자신들의 목숨 줄이 되어 버린 상황.
도저히 수량이 부족하다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수량이 부족했다면?
장용철이 던전 밖으로 나가 영혼의 계약서를 가지고 왔어야 할 판이었다.
“아, 다행히 수량이 딱 맞습니다!”
장용철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거 다행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이번 강현수 습격 사건에 가담했던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전원 강현수의 노예로 전락했다.
이들은 일성 길드의 주력으로.
전원 공식 랭커와 비공식 랭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애초에 그렇지 못했다면 강현수의 테스트를 통과하지도 못했으리라.
하나 강현수는 이들에게 채찍만 휘두를 생각은 없었다.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받아들여.”
강현수의 말에 장용철은 선택의 여지없이 예를 선택했다.
그 순간.
[대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헉!”
장용철의 얼굴이 환해졌다.
모든 스텟 10% 증가.
이건 엄청난 버프였다.
“영구적인 거다.”
강현수의 친절한 설명에 장용철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현수는 지휘관의 축복까지 내려주었고.
그 결과 장용철의 모든 스텟이 추가로 40%나 증가했다.
총 50%의 성장.
이건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하기에 따라 이 버프가 줄어들 수도 있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강현수의 말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장용철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건 당연한 거고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란 말이야. 전면전이 터져도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겠습니다.”
장용철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대대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니 지휘관의 축복까지는 내려 주지 않았다.
창조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한 지휘관의 축복에는 인원 제한이 있었고.
저들의 실력은 지휘관의 축복까지 받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권소희는 예외였고.’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권소희는 전투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중요한 재원이었지만.
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지휘관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강현수로서는 TO가 넉넉한 지휘관 임명만 해 주고.
TO가 부족한 지휘관의 축복은 뺀 거였지만.
“우와! 10%라니!”
“역시 괜히 그분들이 척마혈신을 따르는 게 아니었어.”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크게 만족했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귀환자였고.
그렇기에 강현수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귀환자가 아닌 플레이어들 역시도 현재 상황이 만족했다.
겨우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결국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당연히 절망감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스텟을 10%나 늘려 줄 수 있는 버프를 받았다.
더 성장하면?
더 좋은 버프를 준다고 한다.
거기다 강현수는 그들을 노예로 만들기는 했지만.
더 강해지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평소처럼 행동해. 괜히 튀는 행동 하지 말고.”
평소와 다름없는 삶을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장용철을 포함한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신분이 노예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실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좋아하기는.’
강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들이 강현수를 노렸음에도 살아남은 건?
어디까지나 저들이 강현수를 죽이려 하지 않았고.
실력이 쓸 만했기 때문이다.
강현수가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줘도.
저들의 본질이 목에 두꺼운 쇠사슬을 찬 노예 신세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뭐, 좋은 대우를 해 준 적도 없고.’
그저 지휘관으로 임명해서 목에 걸린 쇠사슬의 강도를 높였을 뿐이다.
당장은 필요가 없어서 방치하지만.
강현수가 원하기만 하면?
저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모든 것을 강현수에게 바쳐야 하는 처지에 불과했다.
사냥을 마치고 던전을 빠져나온 강현수는 다음 사냥터로 향했고.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진이 다 빠진 상태로 복귀했다.
강현수의 테스트는 엄청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고.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정신력과 체력이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장용철이 스마트폰을 켰고.
화면을 확인했다.
당연히 부재중 목록에 신창후의 번호가 보였다.
꾸욱.
장용철이 통화 버튼을 눌렀고.
얼마 가지 않아 신창후가 전화를 받았다.
-그분을 만난 모양이군.
신창후의 말에 장용철이 폭발했다.
“그분이 척마혈신이라는 사실을 왜 미리 안 알려 주셨습니까!”
장용철의 분노 섞인 외침에.
-내가 알려 주려고 전화했는데 자네가 안 받았지 않나?
“그럼 문자로라도 알려 주셨어야죠!”
-아직 확인 안 한 모양인데. 문자도 보냈었네.
장용철이 문자를 확인했다.
정말 문자도 보냈었다.
“이익!”
장용철이 이를 악물었다.
정말 정말 억울한데.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분의 귀찮음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나는 최대한 자네를 돕기 위해 노력했네. 그런데 그건 거절한 건 바로 자네야.
신창후에게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억울했다.
설마 신창후가 강현수가 아니라 장용철 자신을 위해 전화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뭐, 그래도 목숨은 건 진 것 같아 다행이군.
신창후는 장용철이 살아남을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다행히 예상대로 목숨을 건졌다.
“대신 목줄 걸린 노예 신세가 됐습니다.”
-그래서 싫은가? 죽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라면 말하게. 내가 그분께 전해 드릴 테니.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최선을 다했네. 사고는 자네가 친 거야.
“알고 있습니다.”
-혹시 죽은 사람이 있나?
“없습니다.”
-역시 일성 길드 수준이 높구만.
신창후의 말에 장용철의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러나 다 자신의 탓이니 어쩌겠는가?
-상을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게 좋을 거야.
“저도 압니다.”
-역시 휘하 지휘관이 된 모양이군. 그분은 무서운 분이시네. 실력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려질지도 몰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장용철이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 버렸다.
괜히 전화해서 화만 더 치밀어 올랐다.
‘이게 다 그 노인네 때문이야.’
일성 그룹 회장.
그 노인네가 자신에게 그런 지시만 내리지 않아서도 강현수와 엮일 일은 없었다.
‘두고 보자.’
시간이 흐르면 힘의 관계가 역전될 거라고 생각했다.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지만?
강현수에게 받은 버프로 그 시간이 단축되었다.
‘일성 길드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게 해 주지.’
장용철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독립이 목표기도 했고.
현재 장용철이 분노를 표할 수 있는 대상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일성 그룹 회장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 * *
‘귀환자들이 자리를 꽤 잘 잡은 모양이네.’
인의군신 신창후와 검신 장석원은 굳이 세력을 형성하지 않았지만.
실력 자체는 상당히 뛰어났고.
한국 플레이어 협회에 대한 영향력도 강했다.
거기다 철혈도왕 장용철이라는 듣보잡 플레이어가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 자리에 올라 대한민국 최고라 불리는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2회 차 특전이 크기는 하지.’
송하나는 어느새 누나 강현아와 형 강현우의 레벨을 따라잡은 상태였다.
2회 차 특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경험, 강현수의 버프까지.
‘아직은 너무 미약하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귀환하며 잃어버린 힘을 모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2회 차 특전 덕분에 오히려 아틀란티스 차원에 있을 때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었다.
‘나도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도플갱어들이 북한에 존재하는 고레벨 던전의 위치를 하나둘 파악해 나갔다.
그 말은?
언제든 북한 던전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고.
소환수가 더 늘어나도 당분간 사냥터 부족에 시달릴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 * *
강현수는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휘하로 받아들인 이후 평소와 다름없는 삶을 이어 나갔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진짜 관리 개판이네.’
달의 그림자 스킬을 이용해 북한 던전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달랐다.
대한민국은 던전 관리가 철저했고.
혹시 모를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대비 역시 훌륭했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게 수준 이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플레이어 수준이 높아.’
북한의 플레이어들은 훌륭한 외화벌이 일꾼이자 군사력의 핵심이었다.
당연히 북한에서 플레이어들에 대한 처우가 무척이나 좋았고.
플레이어들 역시 더 좋은 대접을 받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문제는 북한이 독재국가라는 점이었고.
처우가 좋다고는 하지만 권력의 핵심에는 전혀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플레이어의 가족들은?
‘사실상 인질이네.’
애초에 북한은 어찌어찌 국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지.’
이대로 시간이 흘러 플레이어의 무력이 더 강해지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지도자가 나온다면?
쿠데타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현재 강현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던전 이용이었다.
강현수는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북한 고레벨 던전을 탈탈 털었다.
북한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사냥을 중단하고 다른 던전으로 이동했다.
북한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던전의 몬스터가 확 줄어들었다고 느끼겠지만.
‘자기들이 뭘 어쩌겠어.’
애초에 강현수를 만날 방법 자체가 없는데 말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고레벨 던전을 탈탈 털기 시작하자.
강현수의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소환수 숫자가 1,000기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이래서 언제 100만을 채우냐.’
거기다 소환수 강화까지 하려면?
스텟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그래도 강현수가 할 수 있는 건?
부지런히 던전을 도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다행이지.’
소환수가 늘어나면?
강현수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속도 역시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대한민국 고레벨 던전을 털고.
북한으로 넘어가 던전을 털었다.
그러던 중.
‘어라?’
마력이 모이는 현상을 경험했다.
‘설마 차원 게이트?’
그 설마가 맞았다.
파지지직!
북한 평안남도 상공에 차원 게이트가 나타났다.
‘원래 차원 게이트가 이렇게 막 나타나는 거였나?’
강현수가 알기로는 아니었다.
처음 차원 게이트가 등장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차원 게이트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평균 차원 게이트 생성 주기는 일 년에 10개 남짓인데.’
아마 북한도 비슷할 것이다.
이걸 달로 계산하면?
한 달에 한 개도 채 되지 않는다.
또 절대다수는 차원 게이트는 탐지 장비로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고.
‘보통 며칠 정도 여유를 가지고 나타나지.’
지금처럼 탐색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차원 게이트는 무척이나 드물었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고랄까?
그런데 그 사고가.
얼마 전 서울에서 벌어졌고.
지금 평안남도에 벌어졌다.
그것도 강현수의 눈앞에서.
‘왜 자꾸 내 근처에서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거지?’
한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이나 반복되자.
‘뭔가 이상한데.’
이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