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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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 길드 (3)

장용철은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

일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

그게 바로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강현수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 몰라?’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다.

강현수는 진짜 장용철이 누군지 몰랐고.

장용철이 황당해는 걸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일성 길드를 어디 중소 길드 취급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면서 나와 일성 길드를 모르다니.’

대한민국 플레이어라면 모두 장용철의 얼굴과 일성 길드를 알고 있었다.

그건 타국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현역 가수나 연기자가 대한민국 탑 가수나 탑 연기자의 얼굴을 모르고.

대한민국 최고 가수 소속사나 연기자 소속사를 모른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장용철의 상식으로는 강현수의 태도와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다.

‘건방진 놈.’

무력으로 무릎 꿇리겠다고 말했음에도.

흥미로운 눈빛으로 자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향해.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희대의 개소리를 지껄였다.

이건 장용철이 강현수에게 해야 할 말이지.

강현수가 장용철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주제 파악을 하게 해 주지.’

사실 무력 충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면 강현수가 알아서 꼬리를 내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데 아니라면?

힘의 차이를 직접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타악!

장용철이 번개 같은 속도로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르르릉!

도집에서 빠져나온 도가.

콰콰콰콰콰!

시뻘건 오러로 물들었다.

장용철은 강했다.

귀환 전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딱지치기로 철혈도왕이라는 칭호를 얻어 낸 게 아니었다.

그건 현재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

랭킹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장용철은 단 한 번도 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철혈도왕과 대한민국 랭킹 1위의 실력이 가감 없이 발휘되었고.

‘역시 허풍이었어.’

강현수는 장용철의 도가 바로 앞에 당도했는데도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팔 하나는 가지고 가 주마.’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면?

이런 유혈 사태는 없었으리라.

이건 전적으로 강현수가 자신 앞에서 건방을 떤 대가였다.

휘익!

시뻘건 오러를 머금은 도가 강현수의 오른팔을 잘라 내려는 순간.

틱!

장용철의 도가 강현수의 검지 하나에 막혀 버렸다.

“제법이네? 서동진보다 낫잖아?”

강현수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어?’

장용철은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공격이 고작 손가락 하나에 막혔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현실로 인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테스트는 제대로 해야지.”

그 순간.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지에서 핏빛 오러가 치솟았고.

그와 동시에.

파삭!

장용철의 도에 맺혀 있던 시뻘건 오러가 순식간에 사그러들었다.

휘익!

핏빛 오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장용철을 향해 날아왔다.

멘붕 상태였지만.

장용철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했고.

꽈아아앙!

다행히 강현수의 공격을 피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강현수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장용철은 살기 위해 쉼 없이 몸을 움직여야 했다.

“가자!”

“길드 마스터를 도와!”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장용철을 돕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그 순간 강현수의 검지에서 뿜어져 나온 핏빛 오러가 늘어났고.

장용철을 포함한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엉! 꽈아앙!

장용철의 실력은 뛰어났다.

또한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가려 뽑은 정예인 만큼.

공식 랭커와 비공식 랭커가 뒤섞여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강현수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반격은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강현수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핏빛 오러에 닿는 순간.

오러, 화염, 냉기, 뇌전 등등.

온갖 공격 스킬과 방어 스킬 들이 마치 따듯한 햇살을 받은 눈처럼 녹아내렸다.

감히 겁도 없이 대 일성 길드의 랭커를 건드린 건방진 애송이를 응징하기 위해 찾아왔던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이익!”

“피해!”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버텨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핏빛 오러는 모든 것은 녹여 버린다.

공격 스킬도 방어 스킬도.

그러다 보니 사력을 다해 움직여도 반격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마력을 쥐어 짜내 공격 스킬을 날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방어 스킬은 잠깐의 시간을 벌어 줄 수는 있지만.

채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정신없이 핏빛 오러를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장용철은 괜히 대한민국 랭킹 1위가 아니었다.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눈앞의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지만.

장용철은 생각이라는 걸 할 아주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내 스킬이 증발하는 거지.’

강현수의 공격 속도는 무시무시하게 빨랐지만.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라면?

어쨌든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러를 포함한 공격 스킬과 방어 스킬이 녹아내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전투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때.

‘어?’

장용철의 머릿속에 데자뷰가 떠올랐다.

언젠가 지금과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

떠올랐다.

그때 저 핏빛 오러는 적이 아닌 아군이었다.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가진 마룡들이 공중에서 날린 브레스의 파도가 하늘을 뒤덮으며 지상으로 강림할 때.

핏빛 오러를 머금은 검이 하늘을 향해 휘둘러졌고.

그 순간 하늘을 뒤덮으며 지상으로 강림하던 마룡들의 브레스가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척마혈신.’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

장용철이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인 인의군신과 검신을 비롯해 수많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과 제국의 황제들을 수족으로 부리던 존재.

신의 칭호를 가진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들의 군주.

진정한 아틀란티스 차원의 지배자.

‘설마?’

장용철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모든 스킬을 삼켜 버리는 핏빛 오러.

인의군신 신창후와의 관계.

자신과 일성 길드를 마치 병아리를 상대하듯 압도하는 무력.

장용철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우연 세 개가 겹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장용철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상대가 척마혈신이라면?

자신이 대한민국 랭킹 1위가 아니라 세계 랭킹 1위라도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일성 길드?

지금 전력의 10배 아니 100배 강해진다고 해도.

척마혈신을 상대로는 무용지물이다.

지금 장용철이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은?

“잘못했습니다! 척마혈신 님!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바짝 엎드려 싹싹 비는 수밖에 없었다.

“어?”

강현수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지구에서 그 칭호를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너 귀환자였냐?”

강현수의 물음에.

“예, 귀환자 맞습니다! 아틀란티스에서는 철혈도왕이라고 불렸습니다! 현재는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입니다!”

장용철이 강현수의 핏빛 오러를 피하며 최대한 자신을 어필했다.

철혈도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

그 정도면?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잡일꾼으로는 써 주시지 않을까?’

장용철의 희망 섞인 외침에 강현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쩐지 다른 녀석들보다 수준이 높더라.”

“감사합니다! 또한 저는 대한민국에서 최강의 길드인 일성 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키시든 개나 말처럼 부려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장용철의 의지였다.

그러나.

“그럼 테스트 난이도를 조금 상승시켜도 괜찮겠네.”

“예? 그게 무슨?”

장용철은 당황했다.

콰콰콰콰콰!

그렇지만 항의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생각도 하고 말도 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강현수가 난이도를 올리자.

“히익!”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강현수의 공격을 막고 피하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핏빛 오러가 좀 더 빠르고 매섭게 장용철을 공격했다.

‘제법이네.’

강현수가 강도를 꽤 올렸음에도 장용철은 잘 버텼다.

장용철을 따라온 일성 길드 플레이어들 역시 지금까지 테스트 탈락자가 없었다.

‘확실히 실력이 있네.’

철혈도왕이라는 칭호.

대한민국 공식 랭킹 1위.

대한민국 최강의 길드.

장용철이 그렇게 자랑하던 명성이 허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이도를 더 올려도 버틸 수 있을까?’

작은 호기심이 들었고.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공격 난이도가 더 상승했다.

좌악! 서걱!

장용철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겨났지만.

어쨌든 버텼다.

‘확실히 전투 경험이 뛰어나네.’

지금까지 상대했던 플레이어들은 레벨에 비해 전투 실력이 떨어졌다.

특히 그중에서도 대인 전투력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장용철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이네.’

특히 귀환자이기에 마족과의 전투 경험도 있을 테니 앞으로의 전쟁에 제법 쓸 만한 장기짝이 될 것 같았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

장용철이 처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강현수의 공격 난이도가 올라간 이후.

장용철은 한계에 도달했다.

언제 목이 날아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장용철이 기댈 수 있는 건 강현수의 자비밖에 없었다.

휘익!

장용철의 몸을 갈가리 찢어버릴 기세로 휘둘러지던 핏빛 오러가 허공에서 멈춰 섰다.

털썩!

장용철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헉헉!”

장용철의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건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용철처럼 공격 난이도가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그들의 실력으로는 강현수의 첫 번째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벅찼다.

“영혼의 계약서는 가지고 왔겠지?”

강현수의 물음에 숨을 헉헉거리던 장용철과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망할.’

장용철이 속으로 욕설을 토해 냈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강현수의 노예로 전락할 처지였다.

그러나 거부할 수도 없었다.

거부하는 순간?

‘죽는다.’

장용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척마혈신은 왜 귀환을 선택한 거야.’

척마혈신은 사실상 아틀란티스 차원의 지배자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그럼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지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지구로의 귀환을 선택했다는 말인가.

‘거기다 저 실력은 뭐야?’

귀환자들은 모두 제로 베이스에서 동등하게 스타트를 시작했다.

그럼?

‘실력이 나랑 비슷해야 정상이지. 나보다 못하거나.’

그런데 척마혈신의 실력은 자신을 손가락 하나를 가지고 놀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게 단순히 재능이라는 말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인 건가?’

장용철은 피눈물이 나올 정도로 억울했다.

그간 지구에서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왜 없어?”

그때 장용철의 귀에 강현수의 물음이 들려왔다.

“아닙니다! 있습니다!”

장용철이 재빨리 대답한 후 공손한 태도로 영혼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피눈물이 나올 정도로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당장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는 강현수 앞에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영혼의 계약서를 받아 든 강현수가 일필휘지로 글을 적었다.

그리고.

“싸인해.”

장용철에게 영혼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런 씨발.’

영혼의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장용철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완전 노예 계약이잖아.’

이건 애초에 장용철이 강현수에게 쓰라고 하려던 내용보다 더 잔인했다.

“왜 싫어?”

그때 강현수가 물었고.

“아닙니다!”

장용철은 힘차게 대답하며 싸인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내가 왜 저 괴물을 건드려서.’

장용철은 강현수를 처리하기 위해 직접 나섰던 선택을 후회했다.

아니, 애초에 저 괴물과 엮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일성 회장 이 이 망할 새끼.’

장용철은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일성 그룹의 회장을 욕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일성 그룹 회장이 무슨 지랄을 했더라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고.

장용철은 이미 강현수의 노예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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