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37화 (237/365)

진실의 눈 (3)

강현수는 부지런히 던전을 돌았다.

투황과 유카와의 소통 및 소환, 소환수 복구, 레플리카 스킬 성장 등등.

스텟을 써야 할 곳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데.

‘스텟이 쌓이는 속도가 너무 느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강현수의 기준이었다.

평범한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강현수의 레벨업 속도는 초월적인 수준이었다.

강현수의 버프를 받은 누나 강현아가 이제 겨우 200레벨을 넘어섰고.

버프를 넘어 아틀란티스에서의 경험까지 충만한 송하나가 겨우 100레벨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강현수는?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하루에 못해도 50레벨.

많으면 300레벨을 올렸다.

EX랭크인 스킬 강화 쿨타임은 3일.

0레벨 플레이어가 된 첫날은 보통 하루에 300레벨을 올렸고.

한계치인 3일 차에는 50레벨 정도를 올렸다.

‘벌써 사냥터가 부족하게 느껴질 줄이야.’

고레벨 던전의 숫자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그렇기에 강현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비인기 고레벨 던전은?

플레이어 협회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의무적으로 청소를 해 줘야 했다.

강현수가 나선 이후 그럴 일은 사라졌지만.

문제는?

콰아아앙!

“캬아아악!”

퍼어어엉!

“크아아앙!”

강현수가 던전 하나를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의식했지만.

텅 빈 던전만 골라 다니자 그럴 필요가 사라졌고.

강현수는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소환수들까지 동원해 몬스터 청소를 했다.

그러자 던전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데 1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나마도 던전의 크기가 커서 그 정도였지.

작았다면?

30분 컷도 가능했으리라.

1시간의 절반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던전 하나를 초토화시킨 후 다른 던전으로 가려면?

못해도 10~30분은 소모된다.

거기다 강현수가 한국에 있는 모든 고레벨 던전을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고레벨 플레이어들도 사냥할 던전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아프리카로 가 봐야 하나?’

처음에는 당분간 갈 일이 없겠다 싶었는데.

소환수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냥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사냥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찌어찌 버틸 수 있지만.

‘소환수가 더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어.’

문제는?

‘아프리카는 너무 멀단 말이지.’

강현수는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던전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아프리카에서의 출퇴근은?

강현수의 소환수 중 가장 빠른 마룡족의 등에 타고 움직인다고 해도 무리였다.

‘중국이나 일본 정도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잘하면 몽골, 필리핀, 베트남까지도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달의 그림자도 창조의 권능으로 개량을 해야 한단 말이지.’

달의 그림자는 최고의 은신 스킬이지만.

강현수의 몸만 은신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맨몸으로는 아무리 강현수라도 이동 속도가 떨어지고.

그냥 마룡을 타고 가면?

‘전 세계가 난리가 나겠지.’

와이번이나 드레이크 같은 상위 용종 몬스터만 나타나도 1급 비상사태다.

그런데 마룡이 모습을 드러내면?

‘핵미사일이 발사될지도 모르지.’

그런 소란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어디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 가진 플레이어는 없나?’

아틀란티스에서는 공간 이동 게이트가 있어서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이 없었는데.

지구에 오니 비행기 외에는 빠른 이동 수단이 없어서 답답한 점이 많았다.

‘소환수 교환 스킬을 개량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소환수 교환 스킬은 소환수들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스킬.

창조의 힘을 사용하면?

강현수와 위치를 바꾸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결국.

‘부지런히 사냥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네.’

일단은 대한민국에 있는 던전을 빡세게 도는 방법밖에는 당장 해결책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북한도 있지.’

강현수의 머릿속에 북한이라는 존재가 떠올랐다.

거리도 가깝고.

‘굳이 비행기를 안 타도 괜찮고.’

문제는 정상국가들과 달리 던전 위치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건데.

‘그거야 찾아보면 그만이지.’

도플갱어 몇 마리를 보내 미리 확인시키면 그만이다.

강현수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곧바로 도플갱어들을 소환해 북한으로 올려보냈다.

‘조사가 끝나면 북한 던전도 돌아야지.’

남한과 북한의 고레벨 던전을 번갈아서 순회공연하면?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누나랑 형도 큰 문제 없고.’

지휘관의 시선을 통해 살펴본 누나 강현아와 형 강현우는 빠르게 레벨을 올리며 성장하고 있었다.

‘권소희도 잘하고 있네.’

순둥한 얼굴과 행동 때문에 과연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침착하게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뭐, 호위가 워낙 탄탄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까 차도 사야 하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오늘 가 보자.’

괜히 미룰 필요 없이 생각이 났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좋았다.

그날 저녁.

강현수의 가족이 총출동했다.

구입할 차량을 고르기도 하고.

기왕 온 가족이 외출한 김에 저녁은 외식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송하나 역시 강현수 가족과 함께 나섰다.

‘생각보다 빨리 친해졌네.’

송하나는 어머니 박영숙과 누나 강현아와 쉼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첫 만남 이후 급격히 가까워져서.

지금은 거의 가족같이 지내는 중이었다.

점심은 던전에서 해결하지만.

아침과 저녁은 강현수의 집으로 넘어와 함께 먹었다.

마치 한 가족처럼 말이다.

강현수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고.

아틀란티스에서 가족처럼 지낸 송하나와도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어머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글쎄? 삼겹살 먹으러 갈까? 아니면 회?”

“둘 다 좋죠. 아니면 소고기나 초밥도 괜찮고요.”

“그러게 다 맛있겠네.”

어째 어머니 박영숙이 송하나를 대하는 태도가 범상치 않았다.

마치 예비 며느리를 대하는 시어머니 같달까?

거기다 은근히 장가는 언제 갈 거냐고 묻기도 하셨다.

‘그러고 보니 누나랑 형은 결혼 생각 없나?’

굳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슬슬 생각해 봐야 할 때이기는 했다.

누나와 형도 적은 나이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좋네.’

강현수는 자신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어떻게 복수를 하나.

어떻게 마왕군의 침공을 막나.

언제 지구로 귀환하나.

이런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소소하고 별것 아닌 이런 고민을 하는 현실이 더 즐거웠다.

“그럼 삼겹살 먹으러 가자.”

어머니의 말에 저녁 메뉴가 정해졌다.

‘맛있겠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구로 귀환한 이후.

먹는 즐거움에 대한 재미가 커졌다.

오랜 시간 먹지 못했던 지구의 다양한 음식들을 골고루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뭐지?’

강현수가 멈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건 송하나, 강현아, 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이 느껴져.”

송하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거야.”

강현아의 말에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차원 게이트 감지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가 잘 없는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예고도 없이 차원 게이트가 열리게 생겼다.

파지지직!

아니, 열려 버렸다.

“누나, 형, 부모님을 부탁해. 하나 너도.”

강현수의 말에 강현아, 강현우,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으로 위장한 도플갱어들까지 있으니 안전에 큰 걱정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쿠웅! 쿠웅!

차원 게이트에서 3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꺄아아악!”

“도망쳐!”

빵빵!

도로는 금방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잡몹이 아니잖아?’

새롭게 열린 차원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상위로 분류되는 반인반수형 몬스터들이었다.

사자,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의 외형을 한 반인반수형 몬스터들은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지능이 높은 놈들이야.’

그래서 풀려나면 골치가 아파진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흩어지기 전에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휘익!

강현수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가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캬아아앙!”

“크허어엉!”

몬스터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빠져나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강현수가 뿜어낸 핏빛 오러가 그물처럼 촘촘히 퍼져 나가 도주할 틈을 아예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협회는 아직인가?’

지구에는 차원 게이트를 막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아마 강현수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최소 몇천 명은 죽었을 것이다.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네.’

차원 게이트 앞을 오러의 그물로 막아 버리니.

몬스터들은 나오는 족족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경험치 역시.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쏠쏠하게 들어왔다.

그때 멀리서 플레이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늦었어.’

차원 게이트에서 우수수 쏟아져 나오던 몬스터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마 저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더 이상 나올 몬스터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런 강현수의 예상의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플레이어 협회와 사설 길드 소속으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도착했을 때쯤.

차원 게이트는 안정되어 더 이상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이 앞에 관문만 잘 설치하면?

새로운 던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휘릭.

강현수가 핏빛 오러를 거두고.

아공간을 사용해 마석과 아이템을 싹 수거했다.

“저기.”

플레이어 협회에서 나온 이가 말을 걸려고 했지만.

사락!

강현수는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그대로 모습을 감춘 후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도시 한복판에 차원 게이트가 나타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몸을 날려 겨우 도착한 플레이어 협회와 거대 길드인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차원 게이트 앞에 수북이 쌓인 몬스터 시체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거기다 홀로 고레벨 몬스터를 쓸어버린 플레이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

“일단 뒷정리부터 하자.”

당연히 이번 일에 대한 보고도 해야 했다.

플레이어 협회와 일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뒷정리를 하는 사이.

강현수는 가족들과 합류해 삼겹살집으로 향했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차량 구매 계약까지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그 시각.

인터넷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방금 전 갑자기 나타난 차원 게이트와 몬스터 그리고 몬스터를 순식간에 쓸어버린 강현수 때문이었다.

대격변 이후 5년.

현대인들에게 있어 플레이어, 차원 게이트, 몬스터는 삶의 일부이자 현실이었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차원 게이트와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 역시 종종 일어나는 대형 사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삶의 일부이자 현실이라고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플레이어, 차원 게이트, 몬스터였고.

갑작스럽게 생겨난 차원 게이트와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는 악몽 같은 존재였다.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일상복 차림으로 차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를 모조리 정리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인터넷이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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