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35화 (23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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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눈

강현아는 오늘도 사냥을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띠링.

문자가 하나 왔다.

사용하는 은행에서 온 입출금 내역이었다.

‘뭐지?’

강현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헉!”

문자를 확인한 강현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이게 얼마야?”

놀랍게도 강현아의 통장에 200억이 이체되어 있었다.

보낸 사람은 권영수.

‘도대체 누구지? 실수로 잘못 보낸 건가?’

그게 아니면?

강현아가 인터넷을 통해 권영수라는 이름을 검색했고.

곧바로 권영수가 우광 그룹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강현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히 거절했는데 돈부터 보낸 것이다.

그것도 처음 약속했던 돈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말이다.

위이이잉!

그때 다시금 스마트폰이 울렸다.

동생 강현수에게 온 것이었다.

“어, 현수야.”

-돈은 잘 들어갔어. 누나?

“그게 무슨 소리야?”

-우광 그룹 회장이랑 직접 만나서 해결했어. 그건 소개비로 들어간 거니까 그냥 편하게 써. 세금 문제도 우광 그룹 회장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네 치유 스킬을 드러낸 거야? 그러다 큰일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일 안 일어나게 잘 마무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 돈은 너한테 보낼게. 일한 사람은 나지 네가 아니잖아.”

-그럴 필요 없어. 난 따로 대가를 받았으니까.

“그래도.”

-그거 이체하면 증여세로 100억 정도는 날아갈 텐데? 그래도 괜찮아?

강현수의 말에 강현아는 할 말을 잃었다.

“세금이 그렇게 많이 나가?”

-어. 그러니까 그냥 누나가 편하게 써.

“편하게 쓸 수 있는 금액이 아니잖아.”

-그럼 씀씀이 좀 키워. 지금 성장 속도면 누나가 고레벨 플레이어 되는 것도 금방이잖아. 그때쯤 되면 100억은 푼돈일걸?

강현수의 말에 강현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강현수의 말이 어처구니가 없어서가 아니라 엄연히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언제 집으로 올 거야?

“이사하기 전날 갈게. 이사 준비도 도와드려야 하니까.”

-알았어. 그럼 그날 봐.

강현수의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참 어처구니없는 녀석이라니까.’

우광 길드와의 일은 자신이 적당히 끊어 내려고 했는데.

알아서 해결을 해 버렸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

동생 강현수에게 짐덩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현아는 더 강해져야 했다.

* * *

강현수의 가족 이삿날.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집 안의 물건을 옮겼다.

‘금방 끝나네.’

집이 워낙 좁아 들어 있는 물건도 별로 없었다.

애초에 돈이 될 만한 건 진작 다 팔아먹은 후였기에.

옮길 것도 별로 없었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대부분 다시 샀고.’

아마 이사 갈 집에는 이삿짐센터에서 오는 짐보다 가전제품 매장과 가구점에서 오는 제품이 더 많을 것이다.

강현수의 가족들은 짐을 정리한 후 차를 타고 이동했다.

‘감회가 크신 것 같네.’

강현수야 이사 나오는 집에 대해 별다른 기억이 없었지만.

부모님에게는 아닌 것 같았다.

아마 누나와 형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힘든 시절을 버틴 곳이 아닌가?

‘그보다 차를 사야겠어.’

그간 강현수는 차량의 필요성을 별달리 느끼지 못했다.

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게 더 편했으니까.

그러나 가족들은 아니었다.

특히 부모님은 말이다.

이번에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우광 그룹에서 차량을 조달받았다.

권영수는 운전기사까지 딸린 고급 차량을 두 대나 보내 줬고.

한 대는 강현수가 부모님과 함께 탔고.

다른 한 대에 누나와 형이 탔다.

‘운전기사까지 붙여 드려야겠어.’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니 꽤 편했다.

‘운전기사로는 그 녀석들을 사용해야겠군.’

우광 길드 소속 플레이어로 위장하고 있는 도플갱어들.

그 녀석들이 제격이었다.

다른 도플갱어를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그럼 신분이 문제가 될 테니까.’

거기다 우광 그룹의 권영수 회장이 손녀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강현아에게 큰 신세를 졌고.

그래서 강현아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설정(?)이니.

‘우광 길드 소속 플레이어가 붙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놈들도 없겠지.’

강현수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새롭게 이사 갈 집에 도착했다.

이삿짐이 들어갔고.

새로운 가전제품과 가구가 들어갔다.

이사는 금방 끝났다.

사실 할 일 자체도 별로 없었다.

강현수의 가족들이 한 건 그저 가전제품과 가구를 놓을 위치를 지정하는 것뿐이었다.

강현수 가족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사했으니. 떡부터 돌려야겠다.”

강현수의 어머니 박영숙의 말에.

“제가 미리 준비해 놨어요.”

강현아가 대답했다.

가장 먼저 떡을 돌릴 집은?

당연히 옆집이었다.

박영숙과 강현아가 옆집 벨을 누르려는 찰나.

달칵.

먼저 문이 열렸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예인인가?’

강현아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맑은 눈동자.

여자가 봐도 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까지.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옆집으로 이사 온 사람이에요.”

강현아가 멍하니 있는 사이 박영숙이 웃으며 떡을 내밀었고.

“잘 먹겠습니다. 어머님.”

옆집 주민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박영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머니도 아니고 어머님이라니?

“이사는 끝난 거야?”

그때 옆집 주민이 강현수에게 말을 걸었다.

“어, 끝났어.”

“내가 도울 걸 그랬나?”

“그럴 것도 없었어.”

강현수와 옆집 주민이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자 박영숙과 강현아가 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건 강현수의 아버지인 강수혁과 형인 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저랑 같은 귀환자예요. 튜토리얼부터 함께한 사이이기도 하고.”

강현수의 소개에.

“송하나라고 합니다.”

옆집 주민 송하나가 환하게 웃으며 강현수의 가족들에게 인사했다.

잠시 후.

떡을 다 돌리고 중국 음식을 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송하나도 함께였다.

“그럼 현수랑 10년 동안 같이 있었던 거예요?”

“예, 쭉 동료였어요.”

“아, 그랬구나.”

송하나는 박영숙과 강현아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대화를 나눴다.

말이 대화지.

박영숙과 강현아가 질문하고 송하나가 대답하는 격이었다.

그런데.

“나이는 어떻게 되고?”

“33살이에요.”

“정말? 10살 이상은 어려 보이는데. 정말 동안이네.”

“가족들은 만났어요?”

“고아입니다.”

“아이고, 이런 내가 큰 실수를 했네.”

어째 호구조사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송하나가 적절하게 대응을 했다.

30년을 함께 지낸 건 10년으로 줄였고.

나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차피 지구 나이로 치면 맞게 대답한 건가?’

강현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한번 회귀까지 한 강현수다.

아틀란티스에서 보낸 모든 시간을 나이로 계산하는 것보다는.

그냥 10살 더 먹는 게 나았다.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고아라.’

강현수의 머릿속에 송하나가 악몽의 던전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분명히 가족이 있는 것 같은데.’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인연을 끊겠다는 뜻인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서 하겠지.’

강현수는 신경을 끊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강현수도 송하나에게 딱히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주어서도 안 된다.

그저 송하나가 알아서 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뭐, 송하나가 도움을 청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취조(?)가 끝난 후.

송하나는 강현수의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강현수의 가족들이 송하나를 가족의 일원이라도 된 것처럼 편하게 대하기도 했지만.

송하나 역시 강현수의 가족들을 진짜 가족처럼 편하게 대했다.

‘좋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현수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소희가 완치됐다고?”

권인철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예, 그렇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소희는 5년 동안 반시체로 지냈잖아?”

“회장님께서 아주 뛰어난 힐러를 섭외하신 모양입니다.”

“전 세계 힐러 랭킹 1위로 못 한 일을 한 자가 한국에 있다고?”

“예.”

“그럼 진작 나한테 알렸어야지!”

권인철이 노성을 터트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이 워낙 비밀리에 진행하신 일이라.”

비서의 말에 권인철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죽을 날만 받아 놓은 노인네가 막판에 사고를 거하게 쳤네. 두 달 남았다고 했나?”

“예, 주치의 소견은 그렇습니다.”

“두 달 동안 소희한테 승계 작업을 하는 건 무리겠지?”

“회장님이 보유하신 주식을 넘기는 건 가능하지만. 소희 아가씨가 회장직에 올라 경영권을 승계하는 건 무리일 겁니다.”

“그거야 그렇지.”

우광 그룹의 주인은 회장인 권영수다.

그러나 그건 권영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19살에 사고를 당하고 5년 동안 누워 있기만 했던 아이가 어떻게 우광 그룹이라는 거대한 회사를 운영하겠는가?

문제는.

“노인네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 문제네.”

권인철은 권영수 회장의 조카다.

권영수 회장에게는 손녀인 권소희를 제외하면 직계 피붙이가 없다.

손녀 권소희도 의식불명으로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황.

권영수 회장이 죽으면?

재산상속은 손녀인 권소희가 받겠지만.

자신이 권소희의 보호자이자 대리인이 되면?

상속받은 재산을 자신의 것이나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다.

거기다 권소희가 죽으면?

그 재산은 권인철의 차지였다.

덜컹.

“부회장님, 급하게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때 문이 덜컹 열리며 또 다른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권인수 사장님과 권인아 사장님이 소희 아가씨가 있는 병원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권인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권인수와 권인아는 자신의 친동생들이다.

그러나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우광 그룹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으니까.

“노인네한테 점수 딸 생각이구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소희 아가씨께서 권인수 사장님이나 권인아 사장님에게 넘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나도 알아.”

권인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키지는 않지만.

자상한 삼촌 역할을 연기해야 할 때가 왔다.

* * *

권소희는 재활 훈련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당숙부와 당숙모 그리고 당고모와 당고모부가 찾아왔다.

“이렇게 멀쩡하게 일어나다니 참 다행이구나. 삼촌이 걱정 많이 했다.”

당숙부가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빠가 무슨 소희 걱정을 해. 병원에 몇 번이나 왔었다고? 소희 입원한 후에 한 번 오고 이번이 두 번째 아니야?”

당고모의 말에 당숙부가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종종 왔어.”

“잘도 종종 왔겠다.”

“그러는 너는 매일 들르기라도 했냐?”

“매일은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들렀지. 소희야 고모밖에 없지?”

“네, 고모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당고모의 말에 권소희가 공손히 대답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싸움은 나가서 하지.’

권소희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오촌인 당숙부와 당고모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덜컹!

“소희야. 완치돼서 정말 다행이다.”

그때 문이 열리고 큰 당숙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감사해요.”

큰 당숙부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큰 당숙부, 작은 당숙부, 당고모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의 호감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권소희가 이 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리가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이 반시체 상태가 되었을 때 가장 기뻐했을 사람들이 바로 저 세 사람이니까 말이다.

‘할아버지.’

권소희는 불현듯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가족이 보고 싶어졌다.

그때.

“애가 아직 회복 중인데. 다들 뭐 하는 짓이냐.”

마침 권소희의 마음속 바람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할아버지 권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큰아버지, 소희가 완치되었다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삼촌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고모로서 소희 완치를 축하해 주러 온 거예요.”

세 사람이 차례로 말을 쏘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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