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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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3)

“이게 무슨 돈이냐?”

아버지 강수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1억이요. 금화를 판 돈이에요.”

“금화?”

“예.”

강현수가 아틀란티스 차원의 금화 하나를 꺼내 보여 주며 간단한 설명을 했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금화인데 순도 99.99% 순금이더라고요. 오늘 금은방 돌아다니면서 팔았어요. 당분간 이걸로 생활비 쓰세요.”

“그럴 필요 없다. 그건 네 돈이다.”

아버지 강수혁은 단호하게 강현수가 내민 1억을 거절하셨다.

“그래, 네가 다른 차원에서 목숨 걸고 번 전 재산을 우리가 어떻게 쓰니.”

어머니 박영숙도 반대하셨다.

“그건 아버지, 어머니 말씀이 맞아. 넣어 둬.”

“그래, 현수야.”

그건 누나 강현아와 형 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1억.

빚에 시달리고 있는 강현수의 가족들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그러나 집안의 막내인 강현수가 타 차원에서 목숨 걸고 번 재산을 자신들이 쓸 수는 없었다.

거기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으신 거 같은데.’

금화를 팔아 벌었다는 1억이 강현수의 전 재산이라고 착각하시는 것 같았다.

“이거 전 재산 아닌데요? 금화 꽤 넉넉해서요.”

강현수가 아공간을 열어 금화를 우수수 쏟아 냈다.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금화가 작은 동산을 이뤘다.

무게로도 100KG이 넘으니 적은 양은 아니었다.

“이, 이게?”

“뭐가 이렇게 많아?”

갑자기 생겨난 금화 동시에 가족들 모두 반쯤 넋이 나갔다.

“다 현금화하면 120억 정도 나올 거예요. 그러니까 이 돈은 생활비로 쓰세요.”

강현수의 말에.

“그러세요. 아빠, 엄마.”

누나 강현아가 힘을 보탰다.

‘생각해 보니.’

강현아 자신에게 줬던 아이템은 무려 A랭크 장비였다.

판매만 하면 최소 수백억에 달하는.

‘무리해서 주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고작 이런 걸 줘서 미안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무려 A랭크 장비인데 말이다.

‘그 어떤 힐러도 못 고쳤던 나랑 현우도 치료해 줬고.’

강현수가 보유한 힐 스킬은?

‘대한민국 최고. 아니.’

전 세계 최고 수준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버프까지.’

직업도 힐러가 아니라고 했다.

‘아틀란티스 차원이라는 곳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막냇동생인 강현수는.

강현아 자신이나 가족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위치에 있었던 것 같았다.

‘최소 지구의 랭커급.’

어쩌면?

세계 각국이 보물처럼 떠받드는.

‘SSS급 플레이어 수준일지도.’

규격 외라 불리며.

모든 면에서 일반 플레이어들과 그 궤를 달리하는 존재.

‘하긴 힐 스킬이나 나한테 준 버프만 봐도.’

그 정도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그런 강현수에게 이 돈 1억은.

‘정말 큰돈이 아니겠지.’

그저 부담 없이 가족들에게 줄 수 있는 용돈 수준에 불과하리라.

괜히 그런 걸 거절하는 것도.

동생인 강현수에게 못 할 짓이었다.

“그럼 받을게. 고맙다.”

결국 강현수의 어머니 박영숙이 1억을 받았다.

“그건 당분간 생활비로만 쓰세요. 그리고 이사 갈 집도 알아보시고요.”

강현수의 말에 어머니 박영숙이 적잖이 놀랐다.

“이사? 설마 이 금화를 다 팔 생각이니?”

“아뇨. 내일부터 던전에 들어가잖아요. 그럼 돈 버는 건 금방이에요. 이 안에 금화만 들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강현수가 넘실거리는 아공간을 가리켰다.

“뭐, 설사 저 안에 든 게 없어도 던전과 몬스터가 있는 이상 저한테 돈 버는 건 금방이고요.”

자신감 넘치는 강현수의 말에.

가족들 모두 강현아처럼.

진실의 파편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 * *

다음 날 아침.

‘누나를 혼자 보내기는 좀 불안해.’

그러나 현재 강현수의 소환수는 마왕 그레모리뿐이었다.

‘어제 올린 스텟으로 부활이 가능한 녀석 중에 쓸 만한 녀석이.’

강현수의 머릿속에 익숙한 존재가 떠올랐다.

‘탈리만이 있었지.’

강현수가 나름 강화를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마계 남작 출신.

마계 공작급에 비하면 부활에 스텟은 얼마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변신의 귀재지.’

효용은 꽤 많은 존재였다.

강현수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부활시켰다.

사아아악!

마력이 모이며 모습을 드러낸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공손히 강현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너에게 내릴 임무가 있다.”

“하명하소서.”

“이곳의 인간으로 위장하여. 내 누나를 지켜라.”

강현수가 출근하는 강현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하겠나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예.”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모습이 순식간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누나 강현아에게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붙인 강현수가 마음 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강현수의 소환수 중에서 무력으로는 중하급에 불과한 녀석이지만.

‘임기응변도 좋고 변신 능력이 탁월하니까.’

플레이어 신분증까지 위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몰래 들어가도 상관없고.’

강현수의 소환수 중 무력 수준이 중하급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현재 지구 플레이어들 수준과 비교하면?

최강자라고 칭해도 무방했으니.

‘잘하겠지.’

강현수가 느긋한 표정으로 예약한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귀찮아 죽겠네.’

협회 소속 플레이어 D급 안상철이 얼굴을 찌푸렸다.

플레이어 협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으로.

협회 소속 플레이어가 된다는 건 일종의 공무원이 된다는 뜻과 동일했다.

그렇기에 이런 귀찮은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냥 사설 길드로 옮겨?’

이런 귀찮은 임무가 내려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좀 참지 뭐.’

고작 D급 플레이어인 안상철이다.

사설 길드에 들어가도?

좋은 대접을 받기는 힘들었다.

‘뭐, 공짜는 아니니까.’

플레이어 협회 소속이라 좋은 점은?

이런 일을 할 때마다 추가 수당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사설 길드였다면?

‘공짜로 부려 먹었겠지.’

준공무원인 만큼 추가 수당은 칼같이 지급되었고.

그 외에도 공무원의 장점은 모두 가지고 있는 게 협회 소속 플레이어였다.

플레이어인 만큼 기본 급여도 꽤 높은 편이었고 말이다.

“다 모이셨나요? 인원 점검하겠습니다.”

안상철이 출석을 불렀다.

초보 플레이어들이 입장할 수 있는 던전은 정해져 있었고.

교관은 보통 10명 내외의 초보 플레이어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오늘은 아홉 명이네.’

적당한 인원이라 마음에 들었다.

“자, 그럼 입장합니다.”

안상철이 초보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은 낮은 수풀이 자라있는 평야 타입이었고.

저레벨 몬스터인 이빨 토끼들이 가득했다.

“사냥 시작하세요.”

안상철이 그 말과 함께 털썩 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평야 타입의 던전이라 굳이 일일이 따라다닐 필요 없이 여기 앉아만 있어도 초보 플레이어들을 감시할 수 있었다.

‘사망자만 안 나오면 되니까.’

안상철의 레벨은 200 초반.

초보 플레이어들의 목숨을 보전해 주는 건 누워서 떡 먹기였다.

안상철의 말과 동시에 초보 플레이어들이 이빨 토끼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엉망진창 개싸움이 벌어졌다.

안상철은 적당히 구경을 하다 신경을 끄고 가지고 온 만화책을 꺼내 들었다.

‘정말 대충 하네.’

강현수가 안상철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의욕이 없어 보였는데.

던전 안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뭐, 사고가 터지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구조이니.’

만화책을 보고 있다고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대역을 세워도 충분하겠는데?’

강현수 입장에서 이빨 토끼를 사냥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하루 종일 이빨 토끼를 사냥해 봐야 레벨이 얼마나 오르겠는가?

‘거기다 양껏 잡을 수도 없고.’

강현수 입장에서는?

차라리 무단으로 고레벨 던전에 잠입해 사냥하는 게 더 큰 이득이었다.

마석이나 아이템은 못 팔아먹어도 레벨을 올리고 스텟을 쌓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가자.’

그리고 고레벨 던전으로 가서 얼른 경험치를 모아서.

‘도플갱어 하나를 부활시킨 후 대역으로 써야겠어.’

강현수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가 초보 던전에서 사냥하는 척을 하면?

진짜 강현수는 고레벨 던전에서 편안하게 사냥을 할 수 있다.

저벅저벅.

강현수가 던전 출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안상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만 돌아가려고요.”

강현수의 말에 안상철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갓 각성한 플레이어들 중에는 몬스터가 뿜어내는 살기.

피와 살이 튀는 격전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정도면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꼴 아닌가?

“수료 시간 제대로 못 채우시면 플레이어 자격증을 박탈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으시죠?”

“네.”

안상철의 말에 강현수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 보시죠.”

안상철에게는 강현수를 막을 권리가 없었다.

강현수가 던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강현수와 안상철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이런 망할.”

안상철이 인상을 찌푸리고 달려 나갔고.

강현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빨 토끼 던전에서 웨어 울프가 나왔네?’

뭐, 강현수 입장에서는 이빨 토끼든 웨어 울프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단지 이상한 건?

‘갭이 너무 큰데.’

블러드 울프가 나온 것도 아니고 웨어 울프라니?

어쩌면 던전 확장이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던전 확장은 드물게 일어나는 사고로.

저레벨 던전이 고레벨 던전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파강!

안상철과 웨어 울프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모두 도망치고 밖에 있는 협회 직원한테 이 사실을 알리세요!”

안상철의 말에 이빨 토끼를 상대하던 초보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던전 출입구로 향했다.

문제는?

‘한 마리가 아니네.’

웨어 울프의 숫자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접근하고 있었네.’

저 정도 숫자라면?

‘교관 혼자 감당하기는 무리지.’

혼자 시간을 끌고 있지만 다른 웨어 울프들이 도착하면?

교관인 안상철은 죽은 목숨이다.

‘내가 나서기는 그렇고.’

강현수는 일단 다른 초보 플레이어들처럼 던전 밖으로 나갔다.

그 후 달의 그림자 스킬을 쓰고 다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망할. 왜 사고가 터져서.’

안상철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초보 플레이어들 보호를 위해 왔다.

D급 플레이어인 안상철의 레벨은 224.

0~5레벨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뿔 토끼 던전에서는 무슨 사고가 터져도 수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 예상이 빗나갔다.

‘그나마 다 살아 나가기는 했네.’

자신이 시간을 끈 덕분에 초보 플레이어들은 온전히 생존했다.

문제는?

“크르르르!”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수풀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가 보인다.

“크아아앙!”

포위망을 갖춘 웨어 울프들이 일제히 안상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상철의 실력은 웨어 울프 한 마리를 상대할 정도에 불과하니.

살기는 글렀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이야.’

안상철은 인생무상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그 순간.

휘이익!

허공에서 핏빛 오러가 채찍처럼 휘둘러져.

서거거걱!

웨어 울프들을 순식간에서 베어 버렸다.

“어?”

안상철이 살짝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전신을 검은 갑주로 뒤덮은 플레이어가 있었다.

“뭐 하나? 안 도망가고?”

상대의 말에.

“가, 감사합니다.”

안상철이 재빨리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전력을 다해 던전 출입구로 도망쳤다.

사방에서 웨어 울프들이 나타나 이빨 토끼를 사냥했다.

‘던전 이름이 바뀌겠네.’

이빨 토끼 던전에서 웨어 울프 던전으로 말이다.

‘더 잡을 필요는 없지.’

강현수가 다시 던전에 들어온 이유는?

교관을 지키기 위해서였으니까 말이다.

‘달의 그림자.’

강현수가 다시금 모습을 감춘 후 던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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