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23화 (223/365)

던전

‘강사진이 영…….’

현직 플레이어가 강사인 경우는 거의 없었고.

던전 한 번 안 들어가 보고 몬스터 한 번 안 잡아 본 사람들이 강사랍시고 전투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 플레이어가 강사진으로 있는 경우도.

‘사실상 재능이 부족해 한계 돌파 퀘스트를 깨지 못한 케이스지.’

아마 레벨 제한에 걸려 플레이어로서의 삶을 포기한 것이리라.

‘100레벨도 못 찍은 수준이면 진짜 심각한 건데.’

99레벨의 한계 돌파의 난이도는?

개나 소나 다 깰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그런데 99레벨에서 막혔다는 건?

‘플레이어로 실격 판정을 받은 거지.’

아마 튜토리얼이 있었다면?

‘튜토리얼에서 죽었겠지.’

사실 이게 당연했다.

플레이어로 활약할 수 있는 실력자라면?

뭐하러 사설 학원 강사를 하겠는가?

그 시간에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잡는 게 훨씬 이득인데 말이다.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유지되는 거네.’

일반인 입장에서 각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된다는 건?

인생이 확 핀다는 이야기였다.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후한 대가가 주어지니까.’

저레벨 플레이어였을 때는 벌이가 시원치 않지만.

100레벨만 넘어서도 월 천은 가뿐히 찍을 수 있다.

200레벨을 넘어서면?

연봉 몇 억은 우스웠다.

‘마석과 몬스터 사체에 대한 수요보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시간이 지나 플레이어의 숫자가 늘어나면 안정되겠지만.

그래도 일반인에 비해 고소득자인 건 확실했다.

거기다.

‘로또도 있으니까.’

힐러로 각성하면?

곧바로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좋은 고유 스킬을 얻으면?

거대 길드에서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웃한다.

또 운이 좋아 사냥 중에 높은 랭크의 스킬북이나 아이템을 얻으면?

순식간에 억 단위의 큰돈을 벌 수 있다.

‘던전과 몬스터가 위협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어.’

아틀란티스 차원과는 사회의 기류 자체가 달랐다.

‘이러다 큰일 날 수도 있을 텐데.’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고 마족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전투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라질 게 뻔했다.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강현수는 내일 날짜로 던전 출입 신고를 했다.

오늘 하루를 공친 게 아쉽기는 하지만.

내일부터 들어갈 수 있는 게 어디겠는가?

‘그럼 오늘은.’

일단 금은방을 돌아다니며 금화를 나누어 팔았다.

그 결과 1억을 벌었다.

‘이 정도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

돈을 어느 정도 확보한 강현수는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 후.

현재 강현수의 유일한 소환수인 마왕을 소환했다.

사아아악!

강현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마왕의 형태로 변했다.

두 개의 뿔과 네 장의 검은 날개를 가진 마왕이 강현수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스텟이 너무 부족하네.’

소환수를 복구하기는커녕 마왕에게 지휘관 임명을 할 스텟도 간당간당했다.

‘이래서 언제 소환수 TO를 다 채우냐.’

굳이 저급한 던전의 몬스터를 소환수로 만들 필요는 없다.

스텟만 있으면?

본래 강현수의 소환수였다가 소멸했던 고위 마계 귀족이나 아틀란티스 차원의 네임드 플레이어들을 언제든지 부활시킬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스텟이었다.

‘일단 정보 수집부터.’

강현수가 마왕을 군단장으로 임명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놔 봐.”

강현수의 물음에.

“제가 마계를 버렸던 이유를 물으시는 것이겠지요?”

“그래.”

“제 이름은 그레모리. 72명의 마왕 중 하나입니다.”

“72명?”

강현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예, 72명입니다.”

“마왕이 그렇게나 많다고?”

“그렇습니다. 제가 소멸했으니 이제는 71명이겠군요. 어쩌면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마왕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거냐?”

“그렇습니다.”

“이유는?”

“창조의 권능 때문입니다.”

“창조의 권능이라.”

“예, 마신이 소멸하면서 남긴 창조의 권능이 마왕들의 몸에 깃들었습니다. 마왕들이 목표는 모든 창조의 권능을 모아 마신이 되는 것이지요.”

“네가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한 이유는 다른 마왕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거군.”

“그렇습니다.”

‘그럼 지구가 침공당하는 것도 다른 마왕의 공격 때문인 건가?’

강현수는 골치가 아팠다.

전력을 다해 마왕을 쓰러트렸는데.

그게 72마리 중에 1마리에 불과했다는 것 아닌가?

거기다 설상가상 지구가 침공당한 상황이다.

“넌 마왕 중에서 강한 편인가?”

“마왕들 중 제 서열은 56위였습니다.”

“겨우?”

72마리 중에 56위면 완전 하위권 아닌가?

‘지구를 침공한 놈이 서열 몇 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상위권 서열이라면?

‘지구가 점령당할지도 몰라.’

마석과 몬스터 사체를 얻었다고 룰루랄라 할 때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 겨우 침공 5년째라는 거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마왕군을 막아 낼 수 있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마왕 그레모리를 쓰러트렸던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일단 강현수에게는 56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마왕인 그레모리가 있다.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축복도 주고 마력과 마기도 주입해 주면?’

최소한 마왕 그레모리가 가졌던 힘 정도는 복구할 수 있다.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어.’

엄청나게 많은 대가가 필요하겠지만.

세 개의 뿔과 여덟 쌍의 날개를 가졌던 모습까지 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다른 소환수들도 있고.’

시간만 주어지면?

고위 마계 귀족과 네임드 플레이어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던 소환수들을 모두 부활시킬 수 있다.

‘무조건 사냥을 해야 해.’

그래야 손실된 힘을 회복하고 소환수들을 복구할 수 있다.

‘천천히 가자.’

시간은 많았고.

당장 급할 건 없었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그만이야.’

강현수는 그레모리를 역소환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구경이라도 해 볼까?’

정식으로 던전에 출입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몰래 들어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달의 그림자.’

강현수의 몸이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잠시 후.

강현수가 근처에 자리한 고레벨 던전 앞에 도착했다.

‘경비가 삼엄하네.’

플레이어들은 물론 중무장을 한 군인들이 던전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던전 출입 관리는 의외로 그리 빡빡하지 않았다.

‘던전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경우를 대비하는 거구나.’

고레벨 던전인 만큼 경계가 삼엄했다.

‘가 볼까?’

강현수가 던전 내부로 진입했다.

화악!

밝은 빛무리를 통과해 던전 내부로 들어오자.

‘이게 뭐야?’

전혀 다른 환경이 강현수의 눈앞에 펼쳐졌다.

‘던전이라고 해서 동굴 같은 걸 생각했는데.’

강현수의 눈앞에는 울창한 정글이 있었다.

‘이건 아예 다른 차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네.’

마계와 지구 사이에 임의로 차원 하나를 창조해 경계로 삼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여기도 경비가 있네.’

강현수가 출입구에서 멀어진 후 달의 그림자 스킬을 해제했다.

크르르릉!

낮은 으르렁거림과 함께 고양잇과 맹수 형태의 몬스터가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몬스터의 숨통이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역시 0레벨일 때 효율이 가장 좋네.’

그런데.

‘경험치가 아틀란티스에서 사냥할 때보다 더 잘 오르네?’

특전으로 인한 경험치 보정 효과인 모양인데.

생각보다 꽤 쓸 만했다.

‘몬스터 레벨도 꽤 높은 수준이고.’

거기다.

‘고레벨 던전이라서 그런지 사냥하는 플레이어가 거의 없어.’

현재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이 300~500레벨 사이였다.

아틀란티스 차원의 랭커나 네임드 플레이어급 실력자들의 수준 역시.

‘800레벨 정도지.’

재능이 넘쳐흐르는 플레이어라도.

‘1,000레벨이 한계겠지.’

사실 이건 엄청나게 놀라운 거였다.

아틀란티스 차원과 비교하면?

‘플레이어들의 성장 속도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지.’

이유는 장비빨이 컸다.

몬스터 사체와 마석을 이용해 아이템을 제조해 내는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났으니까 말이다.

단 레벨에 비해 내실이 좀 부족했다.

‘스킬 랭크가 전체적으로 좀 떨어지는 것 같단 말이지.’

쉽게 말해 중하위 수준의 플레이어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레벨에 비해 스킬 랭크 수준이 떨어졌다.

그건 상위나 최상위권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틀란티스 차원과 비교하면?

‘동 레벨이라고 해도 수준 차이가 꽤 나겠어.’

뭐, 그래도 고작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성과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거지.’

마왕군이 지구를 본격적으로 침공하는 시점이 아틀란티스 차원과 비슷하다면?

‘무난히 막아 낼 수 있겠어.’

강현수가 없다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강현수가 무사히 귀환한 이상.

승리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힘을 키워야 했다.

‘정말 사체가 남네.’

강현수가 신기한 눈빛으로 몬스터의 사체를 바라봤다.

아틀란티스 차원에서는 얼마 가지 않아 잔존 마력으로 흩어졌는데.

지구에서는 확실히 사체가 남았다.

‘이것도 지구의 마력 농노를 최대한 늦게 퍼지게 하기 위한 방편인가?’

아틀란티스 차원에서의 경험 덕분인지.

지구에서는 가이아 시스템이 여러모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일단 마석과 아이템만 챙기자.’

지금 당장은 팔 수 없지만.

던전 출입 기록만 생기면?

그때는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마석과 아이템을 팔아먹을 수 있었다.

강현수가 던전을 순회하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레벨이 빠르게 올랐고 강현수는 모두 힘 스텟에 투자했다.

괴력 스킬을 옵션 효과를 통해 스텟을 뻥튀기하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2회 차 특전의 효과가 좋아.’

이 정도면?

3일 정도만 고생하면 공작급 고위 마족 하나를 소환수로 부활시키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강현수가 빠르게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있을 무렵.

“오늘 왜 이렇게 몬스터가 없는 거야?”

“그러게 갑자기 숫자가 확 줄었네.”

“우리가 너무 많이 잡은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없잖아.”

샤이닝 길드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던전의 몬스터가 너무 적어서 계속 허탕을 치고 있었다.

샤이닝 길드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사실상 이 던전을 독점 사냥하고 있었다.

고레벨 던전의 숫자에 비해 고레벨 플레이어의 숫자가 부족했기 가능한 일이었다.

고레벨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굳이 하나의 던전을 다른 파티와 나눠 먹어 효율을 떨어트리느니.

그냥 던전 하나를 독점하는 게 이득이었다.

단 같은 고레벨 던전이라고 해도 효율 차이는 존재했다.

몬스터가 은신이나 독을 사용하거나 너무 떼거지로 나와서 사냥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마석이나 아이템 드랍율이 낮은 던전이 있고.

그런 거 없이 적당한 숫자의 몬스터가 적당히 몰려와 사냥하기 편하면서도 질 좋은 마석과 아이템까지 잔뜩 토해 내는 사냥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샤이닝 길드가 사냥하는 던전은 후자였다.

“혹시 다른 파티가 들어온 거 아니야?”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샤이닝 길드는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 길드였고.

이 정글 던전은 사실상 샤이닝 길드의 전용 사냥터나 마찬가지였다.

대다수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정글 던전에 출입하지 않았다.

사냥터가 없는 것도 아니고.

효율 조금 좋은 사냥터를 얻겠다고 거대 길드인 샤이닝 길드와 척을 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꽈아아앙!

-캬아아악!

커다란 폭음과 함께 몬스터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미친놈들이 있는 모양인데?”

파티원의 말에 파티장 장성철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가자.”

파티장 장성철이 파티원들을 이끌고 전력을 다해 몬스터의 비명이 터져 나왔던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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