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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221화 (221/365)
  • 지구가 이상해졌다. (2)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강현수와 박영숙은 감정을 추슬렀다.

    “몸은 괜찮니? 다친 곳은 없고.”

    “네, 괜찮아요.”

    “10년 전에 왜 갑자기 사라진 거야?”

    “그건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일단 들어가자.”

    박영숙이 강현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왜 여기로 이사 오신 거예요? 혹시 집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강현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가세가 기울었단 말인가?

    사기를 당하거나 가족 중 누가 큰 병을 얻지 않는 이상 이렇게 되기도 쉽지 않았다.

    “그게…….”

    “혹시 아버지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셨나요?”

    강현수의 말에.

    “아버지는 아무 문제도 없으셔. 현아랑 현우에게 사고가 있었을 뿐이야.”

    강현아는 강현수의 누나고.

    강현우는 강현수의 형이다.

    “사고요?”

    “너도 차원 게이트랑 플레이어가 뭔지는 알지?”

    “예.”

    “현아랑 현우가 초기 각성한 플레이어였거든. 그런데 몬스터랑 싸우다 장애가 생겼어.”

    “장애요?”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끼이익!

    박영숙이 방문을 열었다.

    강현수가 문밖에서 느꼈던 생명력의 주인.

    그건 강현수의 형인 강현우였다.

    “형이 왜?”

    강현수의 눈에 비친 강현우는 비쩍 마른 몸을 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몬스터랑 싸우다 큰 부상을 당했는데. 척추 쪽을 다친 건지 거동을 못 해.”

    “육체적인 부상이라면 힐러의 힐로 치료가 가능할 텐데요?”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여러 힐러한테 치료를 받았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었어.”

    ‘그럴 리가?’

    플레이어가 등장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힐 스킬의 랭크가 낮을 것이다.

    ‘기껏해야 A랭크가 최상이겠지.’

    그렇지만.

    ‘떨어진 팔이나 다리를 다시 붙이는 것도 아니고. 척추 부상 정도는 완치가 가능할 텐데?’

    강현수는 일단 불멸의 성화를 시전했다.

    화아아악!

    환한 빛무리가 강현수의 형 강현우의 몸을 휘감았다.

    “현수야?”

    박영숙이 화들짝 놀랐지만.

    강현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부상이 없는데?’

    강현수가 사용한 스킬 불멸의 성화는 EX랭크 스킬이었고.

    스킬 자체도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소실된 사지와 장기까지도 복구가 가능했다.

    그런데 아예 반응이 없었다.

    ‘그럼 육체적인 부상이 아니라는 건데?’

    힐러들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강현수가 형 강현우의 몸에 손을 대고 마력을 불어 넣었다.

    강대한 마력이 형 강현우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어떤 놈이 장난질을.’

    강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형 강현우의 몸속에 이질적인 마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주 계열 스킬? 아니면 도트 계열의 공격 스킬인가?’

    이질적인 마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게 강현수의 형 강현우의 몸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파직!

    강현수가 자신의 마력으로 형 강현우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이질적인 마력을 말끔하게 소멸시켰다.

    “어?”

    그와 동시에 강현수의 형 강현우가 눈을 떴다.

    “현수?”

    형 강현우가 눈을 부릅떴다.

    “나 맞아. 형. 이제 괜찮을 거야.”

    원인을 제거했으니 더 이상 침대에 누워 있을 필요는 없으리라.

    그러나.

    ‘이대로 넘길 수는 없지.’

    어떤 놈이 형 강현우에게 개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그리고 대가는 결코 녹록지 않으리라.

    “너 그동안 어디 갔었던 거야.”

    걱정 섞인 형 강현우의 말에 강현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족들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했다.

    그저 자신이.

    ‘괜한 열등감을 느꼈을 뿐이지.’

    강현수가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건 가족들이 다 모이면 이야기해 줄게.”

    강현수의 대답에 형 강현우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원인을 제거했다고 해도 몸이 많이 상했어.’

    몸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수야. 너 플레이어였니?”

    어머니 박영숙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그보다 아버지랑 누나는?”

    “이제 일 끝나고 올 때가 됐어.”

    “일이요?”

    “아버지는 경비 일 하시고 현아는 던전에 갔다.”

    “던전이요?”

    “짐꾼으로 일하고 있어.”

    “짐꾼?”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에 몬스터 사체를 수거하는 일이야.”

    강현수는 머리가 띵해졌다.

    아버지가 경비로 일을 하시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플레이어로 각성했다는 누나가 왜 몬스터 사체를 수거하는 짐꾼 일을 한다는 말인가?

    “사고라는 것 때문인가요?”

    “맞아.”

    ‘혹시 형처럼?’

    어떤 놈이 장난질을 친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보면 알겠지.’

    누나가 오면 확인하면 그만이다.

    끼이익!

    그때 문이 열리고.

    강현수의 아버지 강수혁과 누나 강현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 강수혁은 강현수의 기억보다 흰머리와 주름이 훨씬 많아졌고.

    누나 강현아의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강한 피로와 초췌함이 느껴졌다.

    “아버지, 누나.”

    강현수의 부름에.

    “혀, 현수?”

    “현수야! 현수 너 맞지!”

    아버지 강수혁과 누나 강현아가 입과 눈을 크게 뜨고 달려와.

    와락!

    그대로 강현수를 껴안았다.

    “고맙다. 고마워. 돌아와 줘서 고맙다.”

    아버지 강수혁은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고.

    “갑자기 어디를 갔던 거야! 살아 있었으면 연락을 해야지!”

    누나 강현아가 눈물을 흘리며 투정하듯 외쳤다.

    “죄송해요.”

    강현수가 할 수 있는 건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누나, 팔이?”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나 강현아의 팔 감촉이 뭔가 많이 이상했다.

    “의수야.”

    “의수?”

    “몬스터 공격에 양손을 잃었거든.”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이에 누나 강현아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였던 강현아는 플레이어로 각성하며 활을 무기로 선택했다.

    한데 몬스터와의 전투 중에 공격을 받아 양팔을 잃었단다.

    “그나마 힐러가 있어서 살았지. 아니었으면 과다출혈로 죽었을 거야.”

    누나 강현아의 말에 강현수는 정신이 멍해졌다.

    “이 의수도 꽤 쓸 만해. 몬스터 사체랑 마석으로 만든 아이템이거든. 물건도 잡을 수 있고. 힘도 꽤 좋아.”

    강현수는 누나 강현아가 플레이어임에도 왜 던전에서 짐꾼으로 일하는지 알아차렸다.

    양손을 잃었으니 전투는 무리.

    그러나 의수로 짐꾼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누나가 왜 그런 일을 해. 연금도 나오잖아.”

    강현수의 누나 강현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당연히 연금도 나온다.

    “겨우 100만 원이야. 그걸 누구 코에 붙여. 현우 치료비도 있는데.”

    “치료비?”

    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석으로 만든 치료제가 있는데 그걸 꾸준히 먹어야 해. 안 먹으면 현우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거든.”

    그 치료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질적인 마력을 억누르는 역할을 했겠지.’

    아니면 이질적인 마력이 신체에 가하는 압력을 완화해 주거나 말이다.

    “뭐, 내 의수값도 벌어야 하고.”

    “의수값?”

    “몬스터 사체랑 마석으로 만든 거라 성능은 꽤 쓸 만한데. 꽤 비싸거든. 120개월 할부로 구매했는데. 아직 반도 못 갚았어.”

    강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망할 가이아 시스템.’

    강제로 아틀란티스 차원에 떨어져 있는 동안.

    가족들이 힘겨운 고통과 가난을 견뎌 내고 있었다.

    하나 강현수가 귀환한 이상.

    가족들이 고통과 가난 속에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강현수가 그렇게 만들 생각이다.

    ‘불멸의 성화.’

    강현수가 누나 강현아를 대상으로 불멸의 성화를 시전했다.

    화아아악!

    밝은 빛무리가 강현아의 몸을 뒤덮었고.

    그와 동시에.

    툭!

    의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사아아악!

    사라졌던 강현아의 양팔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강현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건 강현수의 부모님인 강수혁과 박영숙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현아의 양팔을 치료하기 위해 힐러들에게 쓴 돈만 몇억이다.

    그러나 그 어떤 힐러도 강현아의 사라진 양팔을 치료하지 못했다.

    한데 강현수가 단숨에 강현아의 잃어버린 양팔을 되찾아 주었다.

    “흑! 흐윽!”

    강현아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양팔을 잃었을 때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치료에 매달렸다.

    그러나 그게 최악의 선택이었다.

    강현우를 치료하기 위해 야금야금 줄어 가던 집안의 재산이.

    강현아의 양팔을 치료하려다 완전히 거덜 났다.

    냉혹한 현실이 닥쳐 오자,

    강현아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희망을 버렸고.

    양팔을 포기했다.

    부모님과 침대에 누워 있는 동생 강현우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래서 의수를 달았고 짐꾼으로 일했다.

    그런데.

    10년 만에 나타난 동생 강현수가 자신의 잃어버린 양팔을 되찾아 주었다.

    “고생 많았어. 누나.”

    “흐어어어엉!”

    강현수의 말에 흐느끼던 강현아가 어린아이처럼 커다란 울음을 터트렸다.

    * * *

    “이제 이야기해 봐.”

    누나 강현아의 말에 강현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모든 걸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그저 가이아 시스템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끌려갔고.

    거기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승리해 지구로 귀환했다는 것만 이야기했다.

    괜히 배신당해 죽어서 회귀를 했니.

    마왕을 쓰러트렸니 이야기해 봐야.

    가족들 마음만 더 아프게 할 뿐이다.

    ‘그때의 내 모습을 알려 주고 싶지도 않고.’

    이곳은 현대.

    법과 문명이 살아 있는 세상이다.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자신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정말이야? 다른 차원?”

    “어, 아마 나 말고도 귀환한 사람들이 있을 거야.”

    강현수만 귀환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테니 확실했다.

    ‘송하나는 확실히 귀환을 선택했을 거고.’

    적염제 도르초프를 비롯한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 중 지구 출신들이 꽤 많이 지구로의 귀환을 선택했으리라.

    ‘그러고 보니 투황이랑 유카에게는 작별 인사도 못 했네. 한번 연결해 볼까.’

    강현수는 가이아 시스템과의 연결을 끊은 상태.

    이제는 슬슬 연결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의 지구였다면?

    연결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이 세상에도 가이아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 같으니까.’

    강현수가 연결을 시도했다.

    그 순간.

    [기존의 플레이어 정보가 존재합니다.]

    [플레이어 정보를 초기화합니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강현수가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개입했고.

    [플레이어 정보 초기화가 취소됩니다.]

    [2회차 플레이어로 각성하셨습니다.]

    [2회차 플레이어 특전이 제공됩니다.]

    ‘특전?’

    아틀란티스 차원에 다녀왔던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보너스 같은 건가 보다.

    ‘꽤 좋네.’

    사냥 시 경험치 보정을 포함해 스킬 랭크 경험치 보정 등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애써 쌓은 힘을 빼앗아 간 주제에 겨우 이 정도 보상을 주다니.’

    강현수 입장에서는 가이아 시스템의 횡포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나마 강현수는 창조의 권능으로 저항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든 힘을 빼앗겼겠네.’

    절로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확인부터.’

    강현수가 가이아 시스템에 다시 접속한 이유는 하나.

    휘하 지휘관들과의 연결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불가능하네.’

    휘하 지휘관들 중 일부는 아예 목록에서 사라졌고.

    일부는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사라진 건 지구로 귀환을 선택한 쪽이고 비활성화된 건 아틀란티스 차원에 있는 쪽인가?’

    짜증이 났다.

    ‘대화 정도는 하게 해 줘도 괜찮은 거잖아.’

    강현수가 창조의 권능을 사용했다.

    그러나 가이아 시스템에 개입해 비활성화 상태를 해제하려는 순간.

    ‘미쳤네.’

    필요로 하는 대가에 기가 찰 지경이었다.

    ‘일단은 포기하자.’

    안 그래도 강현수의 스텟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

    현재로서는 비활성화 상태를 해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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