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15화 (215/365)

창조의 권능

휘익!

강현수가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마왕이 가볍게 몸을 피하며.

“예상은 했지만. 역시 우리는 서로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네요.”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파지지직!

정확히 강현수의 코앞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이런.’

강현수가 몸을 피하려 했지만.

화르르륵!

마왕의 공격이 날아왔다.

퍼어어엉!

마왕의 공격은 막아 낼 수 있었지만.

그 충격으로 강현수의 몸이 새롭게 만들어진 차원 게이트 근처로 밀려났다.

‘같은 목적이라.’

강현수는 마왕을 제거하기 위해 휴전을 받아들이는 척했다.

그리고 그건?

마왕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제거하려고 그런 제안을 한 거였어.’

현명한 판단이었다.

현재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저력은 회귀 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강력하지만.

그중 상당수를 강현수의 무력에 의지하고 있다.

그런 강현수를 제거할 수 있다면?

이 전쟁은 이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단 강현수가 마왕을 단시간에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만큼.

마왕 역시 강현수를 단시간에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강현수는 마왕을 유인해 무력으로 처리할 계획을 세웠고.

마왕은 강현수를 차원 게이트를 사용해 타 차원으로 보내 버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강현수의 몸 근처에 연달아 차원 게이트가 열렸다.

빠져나갈 실낱같은 틈은?

마왕이 직접 봉쇄하고 있었다.

‘내가 당할 것 같아.’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했다.

달의 그림자는 은신 스킬이자 공간 계열의 스킬.

이거라면?

차원 게이트로 포위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

그때.

“숨는다고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마왕의 말과 함께.

파지지직!

붉은빛 마기가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트렸고.

파강!

절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공간 계열 은신 스킬 달의 그림자가.

파삭!

그대로 해제되어 버렸다.

‘이게 무슨?’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강현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온갖 방어 스킬을 총동원하고.

등가교환 스킬을 사용한 후 다시금 달의 그림자 스킬을 발동시켰지만.

[달의 그림자 EX랭크 스킬의 시전이 취소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달의 그림자 스킬의 발동이 막혀 버렸다.

강현수를 돕기 위해 사방에서 휘하 지휘관들과 휘하 소환수들이 달려들었지만.

마계 귀족들의 방해로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제 그만 사라져 주세요.”

마왕의 손짓과 함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압축되어 갔다.

강현수는 마력, 신성, 마기 등등 온갖 힘과 스킬을 동원해 저항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 채.

파지지직!

강현수의 몸이 차원 게이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현수!”

“현수야!”

“현수 씨!”

투황, 송하나, 유카가 애타게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미 차원 게이트 속으로 빨려 들어간 강현수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이익!”

송하나가 차원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자신이라도 강현수를 따라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파삭!

강현수를 집어삼킨 차원 게이트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버렸다.

“가장 큰 방해꾼을 제거했으니. 이제 당신들 차례군요.”

마왕이 미소를 지으며 회담장에 모인 플레이어들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꽈아아아앙!

회담장에 나와 있던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

마왕의 공격 한 방에 무너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하나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음은 확실했다.

강현수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사라진 이상.

회담장에서의 전면전은 무조건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불리했다.

꽈아앙! 퍼어엉!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패배였다.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결국 성으로 퇴각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라!”

“와아아아아!”

-크아아앙!

마왕군이 대대적인 총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성벽을 방패 삼아 최대한 버텼지만.

결국은 성을 잃고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 * *

‘이런 망할.’

차원 게이트 속으로 빨려 들어온 강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사방에서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압력이 밀려들었다.

강현수는 방어 스킬을 발동시키며 버텼다.

‘차원의 미아가 되면 큰일이다.’

마왕이 어디로 차원 게이트를 오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목적지로 도착하는 게 우선이었다.

파지지직!

잠시 후.

다행스럽게도 강현수는 차원의 미아가 되는 대신 무사히 차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기가 어디지?’

강현수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딛고 있는 대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빛도 없었다.

그저 강현수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도대체 날 어디로 보내 버린 거냐.’

아마 차원의 미아가 되는 것을 노렸을 것이고.

그게 실패하더라도 두 번 다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곳으로 보내 버렸으리라.

‘사령부 소환.’

강현수가 일단 소환수를 불러 봤다.

그러나.

‘뭐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상태창.’

강현수가 이번에는 상태창을 열었다.

그런데.

‘왜?’

상태창이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가이아 시스템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인가?’

그럼 곤란했다.

강현수가 가진 힘의 근원이 바로 가이아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몸이 약해진 건 아니야.’

힘을 주자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무엇이든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은 괴력이 느껴졌다.

그게 끝이 아니다.

강현수가 품고 있는 세 가지 기운.

마력, 신성, 마기 역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단 그 전까지는 수치화되어 있어 파악하기 편했지만.

지금은?

수치가 아니라 순수한 감에 의존해야 했다.

‘일단 힘을 잃지는 않았어.’

상태창을 열 수도 없고.

소환수들을 소환할 수는 없지만.

보유한 힘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가이아 시스템이 힘을 준 건 맞지만. 한번 준 힘은 가이아 시스템의 영향권 밖에 있어도 괜찮다는 뜻인가?’

강현수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마왕군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아예 제로는 아니겠지만.’

0.1% 미만의 희박한 확률이 될 건 확실했다.

강현수는 일단 자신이 도착한 차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밤인 건가?’

그런 것치고는 미약한 달빛도 없었고 동식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중력은 동일한 것 같고 산소도 거의 없어.’

오히려 산소보다 유독물질이 더 많았다.

일반인이라면?

아마 호흡곤란으로 사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르르륵!

화염구를 만들어 주변을 밝혀 봤지만.

보이는 건 메마른 대지뿐이었다.

‘일단 움직이자.’

강현수는 자신이 도착한 차원을 파악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음에도 뭔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도 안 뜨고.’

빛이 존재하지 않는 암흑.

‘체력이 점점 떨어진다.’

아무리 강현수라고 해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체력이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날 어디로 보낸 거야.’

빛도 없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다.

거기다 공기마저 정상적인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

마왕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강현수가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죽는 게 마왕이 원하던 결말이었으니까 말이다.

‘움직이자.’

강현수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탈출 가능성이 제로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이 정도 의지와 정신력이 없었더라면?

회귀 전 이미 죽었으리라.

강현수는 계속 어둠으로 뒤덮인 대지를 질주했다.

시간 감각이 희미해졌다.

일주일이 흘렀는지 열흘이 흘렀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강현수는 쉼 없이 움직였다.

그러던 중.

-크르르르!

짙은 살기와 함께 맹수의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딱 봐도 지성체의 등장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또 강현수에게 우호적인 상대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강현수는 반가웠다.

아예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앙!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휘익!

강현수는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까앙!

마치 강철을 친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뭐야?’

오러 같은 스킬을 사용한 건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힘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베이지 않았다고?’

-캬아아앙!

다시금 이어진 공격에.

콰콰콰콰콰!

강현수가 검에 오러를 담아 휘둘렀다.

좌악!

무언가가 베이는 감촉과 함께.

맹수의 울음과 숨소리가 멎었다.

그와 동시에.

사아아아악!

‘뭐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기이한 기운이 강현수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마력도 아니고 신성이나 마기도 아니야.’

사실 넓게 보면?

신성 스텟이나 마기 스텟은 마력 스텟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데 이건 아니었다.

완벽하게 생소한 기운이었다.

‘가이아 시스템이 있었으면.’

이 기운의 정체를 알려 줬으리라.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생소한 기운이 몸으로 흡수되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

‘사령부 구성.’

강현수가 방금 쓰러트린 적을 상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백이 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거기는 한데.’

점점 더 녀석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일단 계속 가 보자.’

강현수가 발걸음을 옮겼고.

-크르르릉!

더 많은 숫자의 맹수가 등장했다.

콰콰콰콰콰!

강현수가 핏빛 오러를 피어 올리자.

어둠이 걷히고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몬스터라고 하기도 애매하네.’

인간이나 몬스터와 전혀 다른 기이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생김새가 아니었다.

-크아아앙!

놈들의 공격과 함께.

꽈아아앙!

전투가 벌어졌다.

꽤 강하기는 했지만.

강현수가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갔다.

강현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을 쓰러트렸고.

점점 기이한 기운의 비율이 늘어났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뭐지?’

기이한 기운이 대량으로 뭉쳐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가 보자.’

지금까지 상대했던 녀석들과는 그 양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났다.

적이라면?

강현수에게 큰 위기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이대로 떠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낫겠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변화를 원한다면 일단 가 봐야 했다.

강현수가 기이한 기운이 뭉쳐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 강현수의 눈에 들어온 건 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의 뼛조각이었다.

‘이게 뭐지?’

강현수가 뼛조각을 쓰다듬었다.

그때.

-너는 가이아의 권속인가?

누군가 강현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넌 누구지?”

강현수가 물었다.

-가이아의 권속이냐고 물었다.

“난 가이아의 권속 따위가 아니다.”

-한데 왜 그녀의 힘을 품고 있지?

“내가 원해서 받은 건 아니야.”

-원하든 원치 않든 그녀의 힘을 품었다면 넌 이미 그녀의 권속이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보는군. 그보다 넌 누구지?”

-그러나 미약하나마 나의 기운도 품고 있구나.

뼛조각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강현수도 가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을 죽이고 얻은 힘이었다.

“괴물들을 제거하고 얻은 거다.”

-괴물이라. 결국 그렇게 된 건가.

“네 정체부터 밝혀.”

-가이아의 권속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나?

“먼저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라. 넌 누구냐?”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지. 다시 묻겠다. 가이아의 권속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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