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213화 (213/365)

강현수가 핏빛 오러를 담은 검을 휘두른다.

사아아악!

그와 동시에 마왕군의 원거리 딜러들이 날린 공격이 눈 녹듯이 사그라졌다.

뱀피릭 오러가 톡톡히 밥값을 한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현수가 제대로 날뛰기 시작하자.

“으아아악!”

“저 괴물을 막아!”

마족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크아아아앙!

마룡족들이 강현수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날아들었지만.

좌악! 서걱!

순식간에 죽어 나간 후 강현수의 소환수로 부활할 뿐이었다.

뱀피릭 오러, 탐식의 검, 불멸의 성화, 마력의 심장은 강현수에게 지치지 않는 체력과 마력을 선물해 줬고.

여신의 눈물, 마기의 구슬, 약육강식, 마력흡수는 강현수의 스텟을 계속해서 상승시켜 줬으며.

야수화, 야성의 감각, 야성의 본능, 괴력, 융합, 스킬 증폭, 희생의 용기 같은 스킬은 강현수의 전투력을 미친 듯이 상승시켜 줬다.

강현수가 날뛰기 시작하자.

마왕군에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마계 대공이나 공작이 나서도 순식간에 쓸려나갈 것 같은 포스를 보여 주고 있는 게 바로 강현수였다.

거기다 죽은 마계 귀족은 곧바로 강현수의 소환수로 되살아나는 판이니.

고위 마계 귀족들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마왕과 강현수라는 규격 외의 존재가 날뛰며 마왕군과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강현수는 마왕과의 정면 대결을 원했다.

‘충분히 해볼 만해.’

강현수는 혼자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령부 소환 스킬을 통해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들을 소집할 수 있었다.

그런 강현수는 마왕이 나서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마왕은 후방에서 원거리 포격이나 힐 같은 지원만 할 뿐.

정면으로 나서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왕군과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전투는 점점 장기전의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 * *

‘이게 아주 쏠쏠하네.’

마기의 구슬.

오크 군단의 침공 당시 습득한 이 아이템 덕분에 마기의 알뜰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

‘일석이조야.’

강현수가 직접 마기 스텟을 늘리거나 휘하 소환수들을 강화해 줄 수 있어서 좋고.

마족들이 승급을 하지 못하게 막아 줘서 좋았다.

전황은 팽팽했다.

마왕군과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한 치도 밀리지 않은 공방을 벌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지는 않은 것 같단 말이지.’

처음 차원 게이트를 넘어왔을 때는 맹공을 펼쳤다.

그런데 강현수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공세가 예상보다 강해서일까?

마왕군은 숨 고르기를 하듯 공세를 멈췄다.

그 후에도 전투가 몇 차례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건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공격에 나서면 반격 차원에서 나서는 느낌이 강했다.

‘이러면 곤란한데.’

마왕의 공격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기는 했지만.

아직 성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다.

거기다 성벽은 마왕의 공격에는 무력했지만.

일반 마족의 공격을 손쉽게 무력화시켜 주는 방패였다.

그러나 그것도 마왕군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마왕군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을 환영했다.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고 로크토 제국과 남부 연합 왕국의 지원군이 올 시간을 벌어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크토 제국과 남부 연합 왕국에서 지원군이 도착하는 속도보다.

차원 게이트에서 마왕군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이 미친놈들이.’

인간처럼 방어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쉽게 부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방어진이 성이라고 불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강화되면?

‘통째로 멸망한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빼앗기는 꼴이 되어버린다.’

강현수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입장에서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무조건 반격을 해야 했다.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가만히 성에 틀어박혀 있으면?

마왕군의 병력이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방어진까지 완성되어 버린다.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차원의 군주들을 소집했고.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했다.

그때.

마족 하나가 백기를 들고 홀로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머무르고 있는 성으로 다가왔다.

‘뭐지? 설마 사신?’

강현수는 기가 막혔다.

마족이 사신을 보낸다?

회귀 전에는 단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일이었다.

마족은 광오했고 인간을 자신보다 하등한 종족으로 취급했다.

지성이 있고 말이 통한다고는 하지만.

마족은 인간을.

‘그저 마기를 공급해 주는 식량이나 노예 정도로만 취급했는데.’

식량이자 노예에게 대화를 청한다?

‘혹시 사신이 아니지 않을까?’

강현수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는 마계 남작 오라드다! 모든 마족의 군주이신 마왕님의 명령을 받고 인간들의 황제를 만나러 왔다!”

마족 사신의 발언으로 인해 그 생각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무슨 용건으로 황제 폐하를 뵙겠다는 말이냐!”

사클란트 제국의 귀족 중 하나가 묻자.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마왕군의 사신이 커다란 폭탄을 터트렸다.

‘이런 망할.’

강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화는 무슨.’

마왕군이 평화를 원한다?

개도 안 믿을 거짓말이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왜 그동안 끊임없이 침공을 시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하수인까지 만들었단 말인가?

문제는.

‘이미 모두 들어 버렸어.’

사클란트 제국의 귀족의 탓을 할 수는 없다.

‘아마 묻지 않았다면 알아서 용건을 밝혔겠지.’

강현수는 사신을 보낸 행위 자체가 일종의 심리전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왕군과의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평화를 외쳤던 이들.

그들에게 평화를 원한다는 마왕군 사신의 말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리겠는가?

설사 전적으로 믿지는 않더라도 마음이 풀릴 것이 분명했고.

자칫 잘못하면 겨우 단합시켜 놓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 사이에서 내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네놈들이 평화를 원했다면 진작 퀘스트가 끝났겠지.’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문제는 이곳이 사클란트 제국이고.

그간 강현수가 제국의 주요 인사에 자신의 사람들을 심어 놓았다고는 해도.

‘어쨌든 제국의 주인은 황제야.’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

그는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아 간 마족을 증오했고.

강현수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것도 벌써 옛날 일이다.

당연히 마족에 대한 황제 카를 13세의 증오 또한 옅어졌다.

‘애초에 마왕군과의 전쟁이 끝났다는 말이 가장 활발하게 튀어나온 나라 자체가 사클란트 제국이었지.’

황제인 카를 13세의 의지가 옅어진 게 문제다.

로크토 제국과 남부 연합 왕국은?

각국의 수장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인 카를 13세는 아니었다.

그러니 사클란트 제국의 느슨해진 분위기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이다.

왜?

황제인 카를 13세부터가 마왕군과의 전쟁이 끝났으면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만나고 싶지 않지만.’

저놈들이 무슨 소리를 할지 궁금하기는 했다.

‘어쩌면 마왕군이 처해 있는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나 애초에 마왕군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마왕군의 목적은?

‘중군와 후군이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일 테니까.’

강현수는 일단 마왕군의 사신을 만나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잠시 후.

강현수,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 로크토 제국의 황제 세실리아, 남부 연합 왕국의 수장 엘란, 타 차원 플레이어 연합의 수장 적염제가 모인 자리에 마왕군의 사신 마계 남작 오라드가 도착했다.

“마왕의 뜻을 말해라.”

강현수가 대표로 입을 열어 물었다.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를 제외한 3인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그쪽이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군. 하지만 그대가 인간들의 황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계 남작 오라드가 그 말과 함께 카를 13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서걱!

강현수가 가볍게 검을 휘둘러 마계 남작 오라드의 왼팔을 베어 버렸다.

“큭! 이게 무슨 무례한!”

마계 남작 오라드가 화를 내다가 멈칫했다.

어느새 자신의 목에 강현수의 검이 겨눠져 있었기 때문이다.

“괜한 헛수작 부리지 말고 대답이나 해. 안 그러면 여기서 네놈의 목을 베어 버릴 테니까.”

“그대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가?”

“평화를 원했으면 애초에 침공도 하지 말았어야지.”

강현수의 말에 마계 남작 오라드가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마왕님의 뜻은…….”

말은 구구절절했지만 요점은 간단했다.

자신들 역시 아틀란티스 차원처럼 타 차원의 침공을 받아 마계를 빼앗겼다.

그래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했다.

그러나 자신들은 전쟁보다는 공존을 원한다.

멸망한 프랭크 왕국의 영토을 마왕군의 영토로 인정해 주면?

굳이 우리가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그러니 휴전하자.

‘거짓말.’

강현수는 마계 남작 오라드가 거짓을 말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타 차원의 침공을 받아 마계를 빼앗기는 개뿔.’

강현수는 휘하 소환수가 된 마계 공작들에게 들어 어느 정도 마계의 현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

‘마왕이 마족이 멸족할지도 모른다고 하기는 했지만.’

타 차원의 존재에게 침공받은 적은 아예 없었다.

‘침공을 받았으면 아틀란티스 차원처럼 싸우면 될 일이기도 하고.’

한데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부터 친다?

그것도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하는 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고.

이해도 가지 않았다.

물론 아예 거짓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마왕군이 마계를 버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건 엄연히 사실이니까.’

또 아틀란티스 차원의 저항이 강하니 점령보다 공존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아예 제로인 건 아니었다.

문제는.

‘믿을 수가 없단 말이지.’

회귀 전 마족은 하수인이자 노예라고 할 수 있는 인간과 맺은 계약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비튼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마족이 평화를 제안한다.

거기다.

‘지금 들어온 병력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진실은 아니었다.

강현수는 마왕군의 정확한 병력 규모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마계에 살아가고 있는 마족의 숫자는 고작 몇천만 단위가 아니다.

몇억 단위다.

여기에 몬스터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수십억.

어쩌면 수백억을 넘어설지도 몰랐다.

‘그 많은 인원이 프랭크 왕국에서 얌전히 살아가겠다고?’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가.’

중군과 후군이 도착할 때까지 전쟁이 멈추면?

이미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온 전군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당장 총공세를 취해야겠어.’

피해가 크더라도 어쩔 수 없다.

강현수가 판단할 때.

‘지금이 마왕군의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상황이야.’

유리한 상황이다.

적군의 수장인 마왕까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왕군의 병력이 추가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

그건 머저리가 아닌 이상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이다.

“휴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한데 갑자기 그 머저리가 나타났다.

머저리의 정체는 바로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였다.

‘하, 저 덜떨어진 놈.’

사클란트 제국의 망나니 황제 카를 13세.

그는 바보는 아니었다.

나름 거대한 제국을 운영할 군주의 자질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카를 13세는 시간이 흐르며 성숙해지는 대신.

‘아집만 커졌어.’

특히 권력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고.

가장 견제하는 정적 중 하나가 바로 강현수였다.

이유는 많았다.

사클란트 제국 내에서 강현수가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로크토 제국과 남부 연합 왕국을 사실상 수족 부리듯 했다.

카를 13세는 자신도 그런 처지가 될까 걱정했다.

강현수는 영혼의 계약서 때문에라도 카를 13세에게 위해를 끼칠 수 없었다.

오히려 카를 13세의 황권을 지켜 줘야 했다.

그러나 카를 13세는 강현수가 자신을 꼭두각시 황제로 만드는 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또한 강현수의 권력이 커지는 이유가 마왕군과의 전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네.’

그간 강현수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여 준 것도 있고.

속여 먹은 게 안쓰럽기도 하고.

황제로서의 체면도 있고.

영혼의 계약서도 있고.

해서 나름 배려를 해 줬는데.

이제는 손을 써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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