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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212화 (212/365)

전면전

강현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마왕군과의 전면전을 대비했다.

‘아틀란티스 차원 전체를 지킬 수는 없어.’

마왕군이 어떤 방식으로 침공할지는 강현수도 알 수가 없었다.

현재의 전황은 회귀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아틀란티스 전역에 차원 게이트를 열고 마족들이 사방팔방에서 쏟아져 나올 수도 있고.

한곳에 몰려 우르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인류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너무 늦어.’

마왕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회귀 전에 전면전이 벌어지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혹시 기습을 하는 건가 싶어 더 활발하게 소환수들을 흩뿌렸지만.

아무런 침공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놈들에게는 시간이 없을 텐데.’

왜 이렇게 잠잠한지 의문이었다.

강현수로서는 긴장이 풀어지려는 로크토 제국, 사클란트 제국, 남부 연합 왕국의 고삐를 죄는 것도 일이었다.

상부에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을 뿌려 놓기는 했지만.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위기감을 가지고 움직여야 제대로 된 전쟁 준비를 할 수 있다.

강현수는 꿋꿋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갔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쉽다면?

왜 수많은 이들의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겠는가?

강현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가지고 있던 긴장의 끈이 많이 풀어졌다.

마왕군이 아틀란티스 차원 침공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점점 신빙성을 얻어 갔다.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은 고향에 돌아갈 꿈에 부풀었고.

아틀란티스 차원의 원주민 플레이어들은 지금의 평화가 유지될 거라고 믿었다.

사람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중.

긍정적인 걸 더 좋아한다.

그건 어찌 보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건이 그런 긍정과 낙관을 통해 만들어진다.

인류 역사상 끊이지 않았던 전쟁.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지만.

그런 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 쉬운 걸.

그 당연한 이치를.

당하고 난 후에 깨닫고 후회하며.

그 후회할 짓을 다시금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의 긴장감이 풀리고.

평화론이 대세로 확정된 상황에서.

수천 개의 차원 게이트가 열렸고.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의 엄청난 숫자의 마왕군이 아틀란티스 차원에 강림했다.

* * *

-멸망한 프랭크 왕국이 있던 곳에서 수천 개의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마왕군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가 들어온 즉시 강현수가 몸을 일으켰다.

-대응은?

-공간 이동 게이트를 통해 수비 병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가겠다.

강현수가 차원 게이트를 타고 프랭크 왕국이 있던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도착한 강현수의 눈에 보인 것은 족히 수천만은 되어 보이는 마족의 대군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강현수는 회귀 전보다 빨랐던 마왕군의 침공이 갑자기 멈춘 것을 보고 한 가지 가정을 했다.

그 가정은 바로 마왕군이 전력을 모으고 있다는 것.

괜히 찔끔찔끔 보내 봐야?

강현수를 비롯한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성장할 수 있는 경험치와 업적으로 전락할 뿐이다.

그럼?

최대한 병력을 모아 한 번에 투사하는 게 최선이었다.

문제는 한 번에 병력을 투사할 정도로 차원 게이트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였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수천만이 넘는 마왕군의 대군.

대충 눈대중으로 보면?

‘3~4천만 정도야.’

억 단위에 이르는 마왕군의 병력을 감안하면?

고작 10%가 조금 넘는 병력이 한 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뿐이다.

‘사령부 소환.’

강현수가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사클란트 제국과 그 제후국의 병력,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의 병력, 남부 연합 왕국의 병력이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었다.

지금은 고작 수백만 단위지만.

시간이 흐르면?

‘충분히 마왕군과 비슷한 숫자의 병력을 소집할 수 있어.’

마왕군이 더 늘어나기 전에 저놈들을 전멸시키고.

아군 전력을 유지하면서 적군의 전력을 제거해야 했다.

‘규모가 조금 커졌을 뿐이야.’

처리 방식 자체는?

마지막으로 마왕군의 500만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꽈아앙! 퍼어엉!

마왕군과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

‘하필 프랭크 왕국이 있던 곳을 침공 루트로 잡다니.’

프랭크 왕국은 이미 멸망했다.

재건 작업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기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몬스터들의 땅이었다.

마왕군 입장에서는?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소집되기 전에 대병을 쏟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네놈들은 독 안에 든 쥐다.’

멸망한 프랭크 왕국과의 국경에는 과거 오크 군단의 침공 중에 보강된 성이 존재했고.

그 성은 지금도 플레이어들의 스킬에 의해 실시간으로 보강되고 있었다.

마왕군이 아무리 강하고 대병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방어 스킬이 덕지덕지 발린 성벽을 뚫기 위해서는?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만약 마왕군이 로크토 제국이나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에 강림했다면?

사방에서 포위를 당했겠지만.

‘일반인들의 피해가 엄청났겠지.’

그렇게 죽은 일반인들의 죽음과 절망은 마왕군에게 힘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강현수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입장에서는?

마왕군이 멸망한 프랭크 왕국을 통해 침공한 게 큰 이득이었다.

일반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성벽이라는 천연 방패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가 볼까.’

강현수가 소환수들과 함께 성벽 아래로 뛰어들어 마왕군을 덮쳤다.

‘이제야 제대로 소환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네.’

마왕군의 마족들은 강현수에게 좋은 경험치 공급원과 소환수가 되어 줄 것이다.

꽈아아앙!

“크아악!”

“커어억”

강현수와 소환수들의 습격에 마왕군이 무참히 죽어 나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강현수의 레벨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소환수의 숫자도 빠르게 줄어들었지만.

강현수는 개의치 않았다.

소멸한 소환수는?

‘마족으로 충원하면 그만이야.’

강현수가 사령부 구성 스킬을 사용하며 소환수의 질을 빠르게 올려 나갔다.

마왕군이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강현수 입장에서는 무조건 땡큐였다.

그때.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를 통해 한 무리의 마족들이 빠져나왔다.

지금까지 쉼 없이 반복된 일이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콰콰콰콰콰콰!

차원 게이트에서 막 빠져나온 존재가 날린 화염이 성을 향해 날아갔고.

“이런!”

강현수가 재빨리 달려들어 막으려 했지만.

퍼어엉!

화염은 강현수의 몸을 뒤덮고 그걸 넘어서 성벽을 강타했다.

꽈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우두둑!

성벽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미친.’

강현수는 화염에 담긴 마기의 양을 보고 직접 나서 몸으로 막고자 했다.

그러나 막아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화염에 실린 마기의 양이 너무 많았고.

공격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대했기 때문이다.

강현수가 알기로 이런 공격을 가벼운 인사처럼 날릴 수 있는 마족은 단 한 명뿐이었다.

‘마왕.’

강현수의 눈에 붉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외모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 위로 솟아오른 굴강한 두 개의 뿔과 등 뒤에서 펄럭이는 네 쌍의 검은 날개만 없다면?

그저 타락 천사 코스프레를 한 소녀 같았지만.

강현수는 알고 있었다.

저 연약한 겉모습 안에 얼마나 파괴적이고 상식을 초월한 수준의 힘이 숨겨져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벌써 모습을 드러낸 거지?’

회귀 전 마왕은 불안전한 차원 게이트를 통해 아틀란티스 차원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래도 전쟁 막바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지금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차원 게이트를 넘다니? 미치기라도 한 건가?’

차원 게이트는 불안정하고 가이아 시스템의 개입으로 강한 힘을 보유한 이에게 있어서는?

더 강한 반발력을 발휘한다.

쉽게 말해 차원 게이트를 넘다가 비명횡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했다고?’

마왕이 한 짓은?

사실상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강현수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점은.

‘마왕의 도박이 성공했다는 거지.’

이건 회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비상사태였다.

마왕이 전면전이 시작되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회귀 전처럼 특공대를 조직해서 제거해야 하는데.’

문제는 전장이 한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회귀 전 마왕군은 아틀란티스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별동대를 만들어 기습적으로 마왕을 쳤고.

그와 동시에 다른 병력이 마왕군이 마왕을 돕기 위해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전면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발생한 실낱같은 틈을 노리고 감행한 작전이었다.

‘뭐, 그때는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 말고는 희망이 없기도 했고.’

아틀란티스 차원 대다수가 마왕군에게 점령당하는 상황이었다.

정면으로 싸우면 무조건 필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인류의 희망은?

기습적으로 마왕군의 수장인 마왕을 제거하는 것밖에 없었다.

사실 그것도 마왕만 제거하면 수장을 잃은 마왕군이 사분오열해 자멸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기대로 행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리다.’

마왕은 수천만 마족의 최후방에 자리하고 있다.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하면 접근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고작 100만이 조금 넘는 병력으로 3~4천만의 병력에 포위당하는 꼴이 된다.

‘10분 안에 제거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회귀 전 마왕이 보인 위용을 생각하면 10분이 아니라 10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마왕을 잡겠다고 저곳으로 들어갔다가는?’

아무리 강현수라고 해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회귀 전과 같은 작전으로 가야 해.’

전면전으로 마왕군을 막아 내면서.

회귀 전 찾아왔던 실낱같은 기회를 포착해 마왕을 제거해야 했다.

‘성공 확률은 회귀 전보다 높아.’

달의 그림자 스킬과 사령부 소환 스킬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기동성이 대폭 상승한다.

문제는 기회를 포착할 때까지 희생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꽈아아앙! 꽈아아앙!

마왕의 포격에 굳건하던 성벽이 종잇장처럼 박살 나 버렸다.

“막아!”

“마왕군이 성 내부로 진입하게 해서는 안 돼!”

강현수로서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인간 성벽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마왕군에는 마왕만 있다는 점이 아니었다.

대공, 공작, 후작, 백작 같은 고위 마족들이 득실거렸고.

그중에는.

휘이이이잉!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지닌 마룡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콰콰콰콰!

100여 마리의 마룡족이 일제히 브레스를 뿜어내면?

꽈아아아앙!

그 파괴력이 일대의 병력을 가볍게 지워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단 강현수를 비롯한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원거리 딜러들의 포격에.

꽈아아아앙!

마왕군이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특히 송하나와 희살광마 레너드 같은 최상위 플레이어의 포격은?

마계 고위 귀족의 공격력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비록 마음이 살짝 풀어졌다고는 하지만.

강현수의 지시에 따라 쉼 없이 노력하며 쌓아 온 결과가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원거리 딜러들이 포격하고.

탱커와 근접 딜러들이 무너진 성벽을 중심으로 밀고 밀리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힐러들은 사력을 다해 전방의 아군을 치료했다.

그건 마족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마왕이었다.

꽈앙! 꽈앙! 꽈앙!

마왕은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원거리 포격을 쉼 없이 날렸고.

파괴의 대명사답지 않게 치유 스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화아아악!

핏빛 기운이 마족들을 뒤덮음과 동시에 즉사하지 않은 모든 마족들의 상처가 말끔히 치료되었고.

무슨 버프라도 줬는지 전투력이 올라갔다.

‘뭔 놈의 마왕이 성자나 성녀 같은 최상위 네임드 힐러 플레이어들보다 힐 능력이 좋은 거야.’

회귀 전에도 막강한 공격력과 치유력을 가진 마왕 때문에 큰 곤란을 겪었다.

한데 그런 곤란이 회귀 후에도 다시금 반복되고 있었다.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당장 마왕을 칠 수 없다면?

마왕군이라도 족쳐야 했다.

전면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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