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흡수 (2)
‘드디어 얻었네.’
강현수가 필수적으로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스킬 마력흡수.
‘진작에 찾았으면 좋았을걸.’
그러나 괜찮았다.
‘이미 다른 스킬들은 모두 EX랭크야.’
강현수에게는 스킬 강화가 있었고.
그 덕분에 다른 주력 스킬들을 모두 EX랭크로 만든 상태였다.
현재는 주력이 아닌 보조 스킬에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마력흡수에 집중투자하면 금방 랭크를 올릴 수 있어.’
마력흡수는 규격 외의 스킬이기는 하지만.
‘랭크를 올리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말이지.’
이유는 단 하나.
[마력이 미약하게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미약하게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미약하게 상승했습니다.]
……후략……
‘마력흡수는 패시브 스킬이지.’
그저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숙련도가 올라간다.
마력의 심장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패시브 스킬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마력의 심장보다 더 랭크 올리기가 쉽지.’
마력의 심장은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24시간 마력을 소모해 줘야 했지만.
마력흡수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대기에 떠도는 마력을 흡수하니까.
지금은 미약하게 상승하는 정도지만?
‘랭크를 올리면 그만이야.’
그럼 더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거기다 그게 끝이 아니지.’
마력흡수는 플레이어나 몬스터가 사망해 잔존마력이 발생하면?
‘그걸 자동으로 흡수한다.’
힘, 민첩, 체력, 정신력 같은 다른 스텟을 올려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력 스텟 하나만큼은?
‘무제한적으로 흡수하지.’
가만히 있어도 성장하고 몬스터를 잡으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패시브 스킬.
희살광인 레너드는 원거리 딜러였고.
그 수준은?
‘재앙의 군주라고 불리던 마계 공작 사루즈를 능가할 정도지.’
그가 회귀 전 인류의 편이었다면?
‘마왕군에게 패배하는 미래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희살광인 레너드는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아군이 아니라 적이었다.
‘원래는 진작 활동했어야 할 놈인데. 아직까지 잠잠하다는 말이지.’
거기다 이상하게 여기서 호구짓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수집부터.’
마리오네트 스킬을 시전하고 영속지배를 하면 끝이다.
‘마리오네트.’
강현수가 희살광인 레너드를 대상으로 마리오네트 스킬을 시전했다.
[정신계 지배 스킬 마리오네트 – EX랭크를 시전합니다.]
[마력 스텟의 절반이 영구적으로 소멸합니다.]
[대상 플레이어가 정신계 지배 스킬 마리오네트 – EX랭크 저항에 실패합니다.]
[플레이어 스나이더 레너드가 시전자의 마리오네트로 지정됩니다.]
[마리오네트 지정 가능 플레이어의 숫자가 5명에서 4명으로 감소합니다.]
‘성공했네.’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력흡수 스킬은?
‘마력을 올려 주지 정신력을 올려 주는 스킬이 아니니까.’
마력 스텟 절반이 소모된 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스텟 고정의 보정이 있었고.
어차피 스킬 강화를 사용하면 사라질 스텟이었으니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영속지배라.’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자.
발동 대가로.
‘마력 스텟을 모두 소모하지.’
이건 강현수에게도 꽤 타격이 클지도 몰랐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스텟 고정 스킬의 존재 때문이었다.
‘EX랭크가 된 후 효율이 엄청 올라갔지.’
또한 스텟 고정 스킬은 레플리카 스킬로.
‘위력이 300% 증폭한 상태야.’
그간 소환수를 채우느라 스텟을 누적시킬 기회가 적었음에도.
‘누적 스텟을 늘려 줄 정도였지.’
스텟 고정을 시전한 상태에서 스킬 강화를 시전하면?
스텟이 100이라고 쳤을 때 소모되는 스텟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이 상승했다.
그 말은?
‘영속지배를 사용해도 실제 마력 스텟이 100%가 아니라 20%만 하락한다는 뜻이지.’
그러나.
‘만사 불여튼튼이지.’
혹시 모르는 일이기는 했다.
더군다나 방금 전 마리오네트 스킬을 사용해 마력 스텟의 총량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상태.
‘레벨 업을 해서 안전한 상태로 만들고 영속지배를 시전하자.’
어차피 마리오네트 스킬을 시전했으니.
영속지배는 언제든 펼칠 수 있었다.
‘이제 네 명 남았네.’
그간 찾아낸 인류 공적들에게 지속적으로 마리오네트 스킬을 걸고 감시까지 붙였지만.
아직 TO가 남았다.
‘뭐, 천천히 사용하면 되겠지.’
스텟을 더 상승시킨 뒤 찾아와 영속지배를 시전할 생각을 한 강현수가 소환수를 감시자로 붙여 놓고 자리를 떴다.
* * *
‘참 신기한 놈이네.’
강현수는 지휘관의 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희살광인 레너드를 감시했다.
희살광인 레너드는 뭐랄까?
‘너무 착해.’
호구도 저런 호구가 없었고.
선해도 저렇게 선할 수가 없었다.
파티원들에게만 호구짓을 하는 게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구짓을 하고 있었네.’
거지에게 돈을 주는 건 애교였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늘 있는 일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분별력이 없어.’
강현수가 봤을 때 딱 봐도 거짓말인 게 눈에 보이는데.
‘그걸 모르네.’
눈치가 없고 사람 보는 눈이 없고 거짓말을 구분 못 하는 건 호구의 패시브 스킬인 모양이다.
‘사고가 터질 수도 있겠네.’
희살광인 레너드는?
광혈마녀 유카보다 더 심각한 착한 아이 증후군 중증 환자였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100%지.’
광혈마녀 유카처럼 크게 폭발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유리멘탈은 아닌 것 같은데.’
광혈마녀 유카는 항상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폈고 사랑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희살광인 레너드는 케이스가 조금 달랐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선행을 한다기보다는?
‘자기만족으로 하는 것 같단 말이지.’
거기다.
‘자기가 악으로 생각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손속이 잔인해.’
노예 사냥꾼 같은 인신매매범을 발견하면?
그 즉시 죽였다.
그건 강현수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범죄자에게도 가차 없네.’
소매치기의 양손을 자르고 뒷골목 양아치들의 목을 베어 버렸다.
문제는?
‘저놈이 분별력이 없다는 거야.’
예를 들어 소매치기 같은 경범죄의 경우 그들을 부리는 깡패들을 퇴치해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
그런데 그냥 눈에 보이는 범죄만 처벌했다.
거지에게 적선을 한다?
그래 봤자다.
적선을 해 봐야 그 거지들은 왕초에게 그 돈을 빼앗기고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한다.
‘범죄를 뿌리 뽑고 싶으면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지.’
문제는 그걸 저놈이 깨달았을 때다.
‘절대 정상이 아니야.’
자기가 선이라고 믿으면 그대로 실행하는 놈이다.
그 말은?
‘귀족들을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대책도 없이 때려잡을 놈이지.’
그 대상이 플레이어가 되든 상인이 되든 그건 상관이 없을 거다.
그냥 악이라고 생각하면?
그 존재를 힘으로 때려잡을 뿐이다.
‘회귀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희살광인 레너드는 왕족, 귀족, 평민, 노인, 성인, 아이, 플레이어, 비플레이어 가리지 않고 모든 인간을 학살했다.
‘인간을 절대 악이라고 산정하기라도 한 건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금은?
‘굳이 중요한 게 아니지.’
저놈이 각성하기 전에 찾았고.
제어할 방법을 손에 넣었으니까 말이다.
마력 스텟을 잔뜩 쌓은 강현수가 희살광인 레너드를 찾아간 후.
영속지배 스킬을 시전했다.
[정신계 지배 스킬 영속지배 – EX랭크를 시전합니다.]
[모든 마력 스텟의 영구적으로 소멸합니다.]
[대상 플레이어가 정신계 지배 스킬 영속지배 – EX랭크 저항에 실패합니다.]
[플레이어 스나이더 레너드가 시전자의 영속지배 대상으로 지정됩니다.]
‘말끔하게 끝났네.’
걱정했던 마력 스텟은?
‘소환수를 더 만들어도 되겠어.’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영속지배라 대단하네.’
이건 일인사령부의 지휘관 임명 스킬보다 더 강력한 종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레너드.”
“예.”
강현수가 갑자기 나타났지만.
레너드는 아무런 의문도 표하지 않았다.
왜?
강현수는 자신이 믿고 따라야 할 자신의 주인이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한 인간의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잔인한 조치였다.
‘뭐, 크게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강현수가 레너드에게 원하는 건?
최대한 열심히 사냥을 해서 강해지고.
자기 기준에 따라 대량 학살을 벌이는 걸 막는 것뿐이니까 말이다.
‘그 전에 확인부터.’
강현수에게 가장 궁금한 건 희살광인 레너드의 상태창이었다.
“상태창을 오픈해라.”
“알겠습니다.”
강현수의 말에 희살광인 레너드가 상태창을 오픈했고.
‘역시.’
피처럼 붉은 상태창이 떠올랐다.
‘마왕의 개입이 이루어진 존재였네.’
의문이 풀렸다.
아마 이대로 놔뒀으면?
‘회귀 전 일어났던 대학살이 반복되었겠지.’
그러나 이제 그럴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안전장치는 많을수록 좋았다.
‘또 레너드의 전력도 강화시켜야 하고.’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시전했다.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받아들여라.”
강현수의 말에 레너드는 망설임 없이 예를 선택했다.
[연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레너드가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휘하 지휘관이 되며 레너드는 20%의 버프를 얻었다.
여기에 사령관의 군세 효과가 곧바로 적용되었고.
“지휘관의 축복.”
추가로 지휘관의 축복 스킬까지 시전해 주었다.
“너에게 알려 줄 사항이 있다.”
강현수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 놓은 인류 공적의 전용 규제 사항을 알려 주고 지킬 것을 지시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레너드가 힘차게 대답했다.
‘영속지배라서 이건 편하네.’
다른 녀석들의 경우?
마리오네트 스킬을 걸기는 쉬웠지만.
그 후에 지휘관 임명을 하고 규제를 거는 것도 일이었다.
그러나 영속지배 스킬을 사용하자 손쉽게 끝나 버렸다.
‘레플리카 스킬로 남겨 둘 걸 그랬나?’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굳이 마리오네트 스킬을 레플리카로 보유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회귀 전 인류 공적이자 최강의 플레이어라고 해도.
고작 한 명을 확실히 지배하기 위해 레플리카 자리 하나를 비운다는 건 큰 낭비였으니까 말이다.
* * *
한차례의 대규모 침공 이후.
아틀란티스 차원은 꽤 긴 시간 평화를 누렸다.
그 와중에 한 가지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가 오지 않는다라.’
지구를 포함해 타 차원에서 튜토리얼을 거쳐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유입되던 뉴비들의 유입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완전히 끊겨 버렸다.
‘회귀 전에는 없던 일이야.’
타 차원 출신 뉴비의 유입이 줄어든 적도 완전히 끊긴 적도 없었다.
‘오히려 늘었었지.’
심지어 전면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타 차원 출신 뉴비들의 투입은 그대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틀란티스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은 계속 탄생하고 있다는 건데.’
규모 면에서 보면?
신병으로 유입되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거의 반토막이 나 버린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걸 좋게 봐야 하나?’
가이아 시스템은 초월적인 존재이지만.
‘의지와 지성을 가진 인격신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래밍된 대로 작동하는 컴퓨터에 가까워.’
그 말은?
‘애초에 가이아 시스템 자체가 전황이 유리하면 지원군을 줄이는 식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
강현수가 회귀함으로 인해 만들어진 변화의 영향이었다.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신병의 유입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전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병이 유입된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드니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플레이어가 승승장구하며 순식간에 최강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희박하지.’
실제로 이쯤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온 뉴비들의 경우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차근차근 성장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전쟁에 투입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서서히 회귀 전 마왕군이 대대적인 침공을 했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