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흡수
‘일단 정비부터 하자.’
휘하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서 소환수들까지 직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다.
‘그 후 소환수를 늘린다.’
마왕군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며 차근차근 소환수를 늘려 나가다 보면?
강현수의 소환수들을 최대한 정예화시키면서 빠르게 늘려 갈 수 있을 듯싶었다.
‘뭐, 쉽지는 않겠지만.’
강한 소환수일수록 많은 스텟이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 어마어마한 노가다가 필요할 것 같았다.
‘노가다는 익숙하지.’
오히려 강현수 입장에서는?
노가다가 더 좋았다.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하면 확실한 보상을 주니까 말이다.
‘불확실한 게 더 힘들지.’
세상에는 확실한 것보다 불확실한 게 더 많았다.
그러나 가이아 시스템으로 플레이어의 힘을 얻은 이들에게는 노력에 따른 확실한 보상이 따랐다.
재능에 따른 한계는 있었지만 말이다.
강현수는 휘하 플레이어들과 소환수들의 직위를 업그레이드한 후 다시금 마족과 몬스터 사냥을 재개했다.
그 결과.
400만 이상 남아 있던 마족과 몬스터 대군의 숫자가 야금야금 줄어들기 시작했다.
보름 후.
마족과 몬스터 대군의 숫자는 100만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고.
플레이어들의 전력은 크게 강화되었다.
‘이제 슬슬 끝이 보이네.’
강현수의 게릴라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이어지자 마왕군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반면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숫자는?
적잖은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무려 400만에 달하는 병력을 줄인 것치고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강현수의 소환수 숫자는 8만에서 30만까지 늘어났고.
유카의 골렘 군단도 숫자가 늘어나거나 강화된 상태였다.
‘이런 식으면 큰 피해 없이 마왕군을 섬멸할 수 있을지도 몰라.’
회귀 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선발대를 제대로 막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차원 게이트를 통해 마왕군이 계속 증원을 왔지.’
그 결과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병력은 형편없이 쪼그라들고 마왕군의 병력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야.’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병력은 정점을 찍었고.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레벨과 스킬 랭크가 크게 상승했다.
반면 마왕군은 병력이 증원되기도 전에 전멸할 위기였다.
‘증원이 오기 전에 전멸시킨다.’
마왕군의 병력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오는 족족 전멸시키면?
‘회귀 전과 같이 억 단위의 마왕군과 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한 번에 대병을 투입할 수 없는 마왕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마왕군은 1년에 걸친 긴 시간을 투자해 500만의 대병을 투입했다.
그 말은?
‘감시만 잘하면 조기 차단이 가능하다는 거지.’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에 정찰대를 뿌리면?
마왕군이 또다시 이런 수작을 벌였을 때.
‘충분히 조기 진압이 가능해.’
물론 아틀란티스 차원 전역에 정찰대를 뿌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번 최북단 지역처럼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인 경우는?
정찰대를 투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소환수라면 문제 될 게 없지.’
30만에 달하는 소환수 중 일부만 흩뿌려도?
충분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나머지는 로크토 제국, 사클란트 제국, 남부 연합 왕국이 감당할 수 있을 거고.’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과 마왕군과의 전쟁이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강현수는 그 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이었고.
지금의 변화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일단은 저 녀석들부터 마무리하자.’
겸사겸사 마계 공작 이라비쿠도 소환수로 만들고 말이다.
며칠 후.
강현수의 게릴라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마왕군은 그대로 박살이 났다.
마계 공작 이라비쿠가 휘하 마족들과 몬스터들을 보호하며 최후의 항전을 했지만.
500만에 달하는 병력을 가지고 있을 때도 전황을 뒤집지 못했는데.
‘고작 100만 가지고 뒤집을 수 있을 리가 없지.’
푸욱! 콰직!
강현수가 무자비하게 마왕군의 진영을 가로질렀고.
서걱!
마계 공작이자 성벽의 군주로 불리던 이라비쿠의 목을 베어 낼 수 있었다.
* * *
500만에 이르는 대대적인 침공 이후.
마왕군은 잠잠했다.
강현수는 소환수를 늘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질로만 따지자면?
마족으로 소환수를 채우는 것과 몬스터로 소환수를 채우는 건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났다.
그러나 일단은 머릿수를 맞춰야 했다.
‘사령관의 군세 옵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소환수 TO는 항상 풀로 채워야 해.’
소환수의 정예화는 나중에 다시 해도 된다.
그 와중에 소모되는 스텟이 아깝기는 하지만.
‘직업 랭크를 올리려면 어차피 소모해야 해.’
강현수는 부지런히 움직였고 그 결과 소환수 TO를 모두 채울 수 있었다.
하나 그 정도에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머릿수를 채우는 일이 끝났다면?
‘정예화를 해야지.’
최하위 소환수도 최상위 몬스터로 채워야 했다.
‘나중에 다시 갈아치우기는 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은 왜 잠잠한 거야?’
마왕군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면?
정예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마왕군은 너무 잠잠했다.
전처럼 외지에 병력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도.
‘너무 조용하단 말이지.’
소환수는 물론 로크토 제국, 사클란트 제국, 남부 연합 왕국이 눈에 불을 켜고 마왕군의 침공 흔적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의심 가는 상황이나 조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없었다.
‘괜히 불안하네.’
지금까지 상황은 순조로웠다.
마왕군은 무조건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침공 준비는 강현수의 활약으로 모조리 틀어막혔다.
‘마력의 농도를 맞추지 못하면 한꺼번에 쳐들어올 수도 없을 텐데.’
마왕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침묵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답은 하나였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고민하거나 걱정해 봐야 해결되는 건 없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을 하는 것.
그게 현재 강현수가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선택이었다.
* * *
강현수가 사냥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레너드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국적의 플레이어를 찾았습니다.
사클란트 제국에 심어 두었던 휘하 플레이어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어디지?
강현수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현재 알티오 왕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알티오 왕국이라.’
왜 그렇게 오랜 시간 꼬리가 잡히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미국인이면서 로크토 제국이 아닌 사클란트 제국에서 활동했고.
거기다 알티오 왕국 같은 소국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찾기 힘들었으리라.
-감시는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겠지?
-예.
-추가로 인원을 붙이도록.
-알겠습니다.
보고를 받은 강현수는 곧바로 사냥을 중지했다.
“무슨 일이야?”
투황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겼어.”
“우리도 같이 가는 거야?”
송하나의 물음에.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강현수가 짧게 대답했다.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요?”
이번에는 유카가 물었다.
“반나절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아, 그렇구나.”
유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다녀올게.”
강현수가 홀로 자리를 떴다.
‘레너드.’
오랜 시간 찾아왔던 플레이어로.
회귀 후 강현수의 살생부 1순위에 자리해 있던 인류 공적이었다.
‘회귀 전과 너무 많은 게 바뀌었어.’
그건 결코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인류 공적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게 문제였다.
인류 공적은?
‘웬만하면 탄생하지 않는 게 좋기는 하지.’
인류 공적들은 고작 한 명의 플레이어가 최소 수백만에서 많게는 수천만에서 수억에 달하는 인명을 살상한 살인마들이었으니까.
거기다.
인류 공적들에게서 마왕이 개입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광혈마녀와 광살마인이 등장한 이상 다른 녀석들이 나타날 수도 있어.’
광혈마녀는 강현수의 동료이자 수하가 되었고.
광살마인은 강현수에게 스킬을 주고 죽어 소환수가 되었다.
그 말은?
‘다른 녀석들도 회귀 전처럼 인류 공적으로 각성할 수 있다는 거지.’
아예 인류 공적이 탄생하지 않으면 좋다.
그러나 만약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미리 찾아내서 관리하는 게 최선이야.’
회귀 전과는 달리 강현수가 알지 못하는 플레이어가 인류 공적으로 각성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회귀 전 행적이 알려져 있는 이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추적이 가능하다.
이에 강현수는 자신이 행적을 알고 있던 인류 공적들을 수배한 후 찾아낸 뒤에는 소환수들을 붙여 감시하고 있었다.
레너드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찾아냈다.
그렇지만.
‘그 녀석은 경우가 다르지.’
단순히 감시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강현수가 레플리카로 얻을 스킬 중 하나를 보유한 인물이기도 했고.
‘마리오네트 스킬이 가지고 있는 영속지배 스킬을 써서라도 휘하에 넣어야 하는 녀석이니까.’
또한 회귀 전 벌인 대학살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기도 했기에.
‘사고를 치든 안 치든 무조건 특별 관리를 해야 하는 녀석이지.’
레너드는 회귀 전 희살광인이라고 불렸다.
웃으며 사람을 죽이는 미친놈.
그게 레너드였다.
‘그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까? 아닐까?’
확률은 반반이었다.
희살광인 레너드가 보유한 그 스킬이 고유 스킬인지 아니면 마왕의 개입으로 인해 얻은 스킬인지는 강현수도 알 길이 없었으니까.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모든 일이 손쉽게 풀린다.
레플리카로 그 스킬을 손에 넣고.
마리오네트 스킬의 영속지배를 통해 종속시키면 될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스킬이 없을 경우.
그럼?
소환수를 붙여 놓고 계속 감시해야 했다.
‘일단 가서 확인부터 해 보자.’
현재까지 들어온 보고를 바탕으로 추정하자면?
‘아직 각성한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지.’
강현수가 공간 이동 게이트를 사용해 희살광인 레너드가 있는 알티오 왕국으로 향했다.
* * *
‘사냥터로 갔다?’
강현수가 희살광인 레너드가 향한 사냥터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희살광인 레너드가 속한 파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지.’
강현수는 희살광인 레너드가 속한 파티가 사냥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레플리카 스킬 시전을 준비했다.
‘결국 지우게 되네.’
강현수는 미래 예지 스킬을 삭제했다.
가끔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확률이 너무 낮았고.
‘애당초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미래 예지 스킬은 총 두 개가 있으니 레플리카 스킬을 삭제해도?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야.’
미래 예지 스킬을 삭제해 자리 하나를 만든 강현수가 희살광인 레너드를 대상으로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일단 스킬 목록부터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놈 뭐지?’
딱 봐도 호구 짓을 하고 있었다.
파티원들의 경우?
고레벨 플레이어이기는 했지만.
평균적인 수준 이하였다.
딱 봐도.
‘파티 전체가 레너드에게 의존하고 있어.’
그런데 전리품 분배는 칼같이 인원수대로 나눴다.
‘왜 저러는 거지? 혹시 방심하게 만든 뒤 죽이려는 건가?’
강현수가 그런 생각을 가질 정도로 희살광인 레너드는 큰 호구짓을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유카 같은 케이스인가?’
한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딱 봐도 저 녀석이 파티의 리더잖아.’
거기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감이 넘쳤다.
‘뭐지?’
강현수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고유 스킬 레플리카 – EX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마력흡수 – U-EX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마력흡수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3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얻었다.’
강현수가 얻고자 했던 스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U-EX랭크라.’
마력흡수 스킬도 마왕이 개입한 결과일까?
아닐까?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그건 지금 알 수 없지.’
어차피 희살광인 레너드를 영속지배할 생각이니.
영속지배가 끝난 후 상태창을 보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