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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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전 (3)

‘잡았다.’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재앙의 군주를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재앙의 군주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마계 공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학살자 C랭크가 B랭크로 성장합니다.]

……후략……

다시금 업적이 쏟아졌다.

‘시간이 없네.’

사방에서 마족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강현수가 유카를 소환했고.

-유카, 골렘으로.

-알겠어요.

마계 공작 사루즈의 사체를 골렘으로 만들었다.

소환수 교환 스킬을 사용해 유카를 성안으로 보낸 후.

강현수 역시 군단 구성을 통해 마계 공작 사루즈를 소환수로 만들었다.

‘이제 가야겠네.’

강현수가 모든 소환수를 역소환한 후.

등가교환 스킬로 달의 그림자 스킬의 쿨타임을 초기화시키고.

‘달의 그림자.’

다시금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다.

‘마음 같아서는 이라비쿠도 정리를 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월리를 찾아라도 아니고.’

전처럼 광역 방어 스킬이라도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는 이상 찾아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일단 돌아가자.’

이건 가벼운 인사일 뿐.

아직 본격적인 전쟁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 * *

‘여전히 많네.’

강현수의 인사로 인해 족히 몇십만의 병력이 사라졌을 터인데.

‘티도 안 나네.’

소환수의 숫자 역시 꽤 많이 줄었다.

‘천천히 복구하면 되겠지.’

소환수가 줄어든 것보다는 마계 공작 둘을 제거했다는 게 중요했다.

그들을 골렘과 소환수로 만들어 아군 전력을 강화했고.

경험치가 올랐으며.

신성 스텟과 마력 스텟이 상승했고.

약육강식이 마족을 상대로 극한의 효율을 자랑한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나 혼자 저놈들을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1/3에서 절반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광렙을 하겠네.’

덩달아 신성 스텟과 마력 스텟도 급상승을 할 것이고.

소환수들의 복구는 물론 마기를 주입해 강화시키는 속도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쿵! 쿵! 쿵!

그때 마족과 몬스터의 대군이 진군을 시작했다.

‘상황 판단이 빠르네.’

강현수가 소환수들만 데리고 마족과 몬스터 대군을 향해 돌격한 이유는?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를 제거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저놈들의 총공세를 늦추려는 목적도 있었는데.’

공간 이동 게이트가 지원 병력을 쉼 없이 토해 내고 있지만.

수백만에 달하는 마족과 몬스터 대군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기습을 했다.

시간을 끌 요량으로.

‘수뇌부가 둘이나 죽었는데도 흔들리지 않는다라.’

강현수 입장에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적들이 가만히 있고 강현수가 소환수들과 함께 게릴라를 펼치는 게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적군의 피해를 강요하는 일인데.

이렇게 총공세로 들어와 버리면?

‘마족도 피해를 입겠지만 아군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강현수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쉼 없이 움직이며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뿐이었다.

뭐,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벨이 올라가고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이 상승하고 약육강식으로 쌓이는 스텟과 스킬 위력도 상승하니.

강현수 입장에서 손해 볼 건 없었다.

꽈앙!

마족과 몬스터 대군과 플레이어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성벽이라는 큰 이점이 있었지만.

마왕군의 숫자는 무려 수백만.

처음에는 300만 정도로 추정했지만 지금 보면 500만이 넘는다.

500만이라는 숫자는?

거대한 성의 사면을 포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거기다 굳이 성에 집착할 필요도 없었다.

일부 병력은 성을 공략하고 일부 병력은 그냥 남하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확실히 많기는 많아.’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전투력 역시 상당히 높았다.

몬스터들은 최상위 종들이었고.

마족들 역시 중상위 마족들이 대다수였고.

꽤 많은 숫자의 마계 귀족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한 놈만 잡는다.’

강현수는 마계 귀족으로 추정되는 놈들만 집중적으로 사냥하기로 했다.

‘줄어든 소환수를 채울 쓸 만한 베이스가 필요했는데.’

기왕이면 마계 귀족으로 채우는 게 좋지 않겠는가?

강현수가 소환수들과 함께 집중 사냥을 시작했을 무렵.

“막아!”

“뚫리면 다 죽는다!”

플레이어들 역시 마족과 몬스터 대군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수십 단위의 전투 경험이 대부분이었고.

많아 봐야 수백 단위의 전투를 치러 본 경험밖에 없었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서 수백만 단위의 숫자가 싸우는 전쟁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적응해야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강현수의 지시를 받는 나라와 길드의 수장들이 대규모 마왕군의 침공에 대한 대비를 해 왔다는 점이었다.

송하나, 투황, 유카를 시작으로 빙화신검, 적염제 같은 강현수 휘하 플레이어들이 전장에서 맹활약을 했다.

처음으로 벌어진 수백만 단위의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와 마왕군의 전쟁은.

서서히 아틀란티스 차원 인류 쪽으로 승기가 기울어져 갔다.

이는 전적으로 강현수의 힘이었다.

회귀 전이었다면?

저 정도 규모의 마왕군을 로크토 제국 단독으로 막았어야 했으리라.

사클란트 제국과 남부 연합 왕국은 지원은커녕 자국에 대한 방비만 강화했으리라.

로크토 제국 역시 황제파와 귀족파가 갈리고.

원주민 플레이어와 타 차원 플레이어가 갈리고.

로크토 제국과 제후국이 갈리고.

이렇게 갈라진 이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떤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나 하고 주판을 굴리는 사이 북부 전체가 쓸려 나갔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로크토 제국, 사클란트 제국, 남부 연합 왕국이 사전에 대규모 침공을 대비해 꾸준히 힘을 합칠 준비를 해 왔고.

각국 내부에서도 언제라도 병력을 동원할 시스템을 마련해 놓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갑작스러운 500만이나 되는 마왕군의 출현에도.

아틀란티스 차원의 인류는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마왕군의 침공을 방어해 낼 수 있었다.

* * *

전투는 3일 밤낮으로 이어지다 마왕군의 퇴각으로 마무리되었다.

선공은 마왕군이 취했지만.

실속은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이 챙긴 전쟁이었다.

3일간의 전투로 양쪽 모두 엄청난 병력 손실을 입었으나.

성이라는 방어벽을 중심으로 수비적인 입장이었던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의 피해가 더 적었고.

공격적인 입장에 있던 마왕군의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마계 공작 이라비쿠가 몸을 사린 게 컸어.’

마계 공작이던 폭력의 군주와 재앙의 군주가 사망하면서 마왕군은 근접전의 최강자와 원거리 공격의 최강자를 잃었다.

아니, 잃기만 하면 다행인데 그 둘이 적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광역 방어가 주특기인 성벽의 군주 이라비쿠는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까 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반면 아틀란티스 차원 연합군은?

강현수와 소환수들을 중심으로 아틀란티스 차원의 최강자들이 똘똘 뭉쳐 전투를 치렀다.

두 공작을 제외한 강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결국 강현수와 소환수 그리고 아틀란티스 차원의 최강자들을 당해 내지 못했다.

‘이득이 엄청나네.’

3일간의 전투로 강현수는 엄청나게 급성장할 수 있었다.

소환수의 질도 올라갔고.

업적도 다수 획득했으며.

스텟도 잔뜩 올렸다.

‘그런데 직업 랭크는 그대로네.’

강현수도 일인군단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업그레이드가 되면?

일인사단이 일인군단으로 성장하며 엄청난 변화가 있었듯이.

일인군단이 성장하며 더 강해질 것이 자명했다.

문제는 도무지 성장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거의 끝자락일 것 같은데.’

5년간의 노가다.

대대적인 소환수 업그레이드.

경험치는 거의 최대치로 쌓였을 텐데도 아직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다리자.’

이렇게 엄청난 경험치를 퍼먹으면서도 성장하지 않는 걸 보면?

‘내 예상보다 더 강한 힘을 줄지도 몰라.’

단순히 소환수가 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인군단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어차피 기회는 많으니까.’

일인군단은 강력한 플레이어를 휘하 지휘관으로 임명하거나.

강한 힘을 가진 존재를 소환수로 만들면 빠르게 성장한다.

그동안은 그럴 기회 자체가 별로 없어서 몬스터로 노가다만 했지만.

‘지금부터는 다르지.’

3일간의 전투에서 강현수는 수많은 마계 귀족을 소환수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마왕군의 병력은 아직도 400만 이상 남아 있었고.

마계 귀족도 최하 수천은 더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정보부터 캐 볼까?’

그동안 쉼 없이 전투를 치르느라 소환수로 만든 두 마계 공작에게 정보를 캘 여유가 없었다.

한데 전투가 끝났고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으니.

‘곧바로 알아봐야지.’

강현수가 마계 공작이었던 폭력의 군주와 재앙의 군주를 소환했다.

“언제부터 아틀란티스 차원으로의 대규모 침공을 준비했지?”

강현수의 물음에.

“1년 전입니다.”

“1년 전부터입니다.”

폭력의 군주와 재앙의 군주가 공손히 대답했다.

강현수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궁금한 점을 해결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다.

“마왕군은 왜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하려는 거지?”

“정확한 이유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단 마왕은 우리 마족에게 시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예, 아틀란티스 차원을 점령하지 못하면 마족이 멸족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들었습니다.”

폭력의 군주와 재앙의 군주가 한 말에 강현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마족이니까.

아틀란티스 차원을 점령하고 피와 살육을 즐기며 마족의 힘을 키우고 싶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족에게도 아틀란티스 차원을 빼앗아야만 하는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사정이 뭐가 되었든.

‘이해해 줄 생각은 없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물건을 훔친 강도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저지른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사정이 있든 없든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해 수많은 학살을 저지른 건 그 어떤 변명을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였다.

또한.

‘우리를 이곳에 끌고 온 가이아 시스템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

지구로의 귀환을 위해서 아틀란티스 차원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강현수 같은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 이건 자의가 아닌 타의였고.

사실상 납치 및 감금의 중죄나 마찬가지였다.

“차원 게이트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강현수가 다시금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었다.

차원 게이트는 마계에서 아틀란티스 차원으로의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이걸 비틀 수 있다면?

‘마계로 역공을 가는 것도 가능하지.’

그리고 어쩌면?

지구로 귀환하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차원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마석과 차원 게이트 오픈 스킬이 있는 마족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마족들 입장에서도 쉽게 열 수가 없습니다.”

‘마석이라.’

마족이나 몬스터가 죽으면서 남기는 아이템 중 하나가 마석이다.

“또한 차원 게이트는 영구적인 것과 비영구적인 것으로 구분되는데.”

“영구적인 차원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는 마계뿐만 아니라 아틀란티스 차원의 마력 농도가 중요합니다.”

“마력 농도?”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본래 아틀란티스 차원은 마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차원이었습니다.”

“마족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마력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양도 있고 몬스터나 마족이 자연스럽게 뿜어내거나 죽으면서 대량으로 뿜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족의 침공 이후 아틀란티스 차원에 마력이 생겨났고.

그를 이용해 가이아 시스템이 마력을 품은 존재인 플레이어가 탄생시킨 건 알고 있었다.

한데 마력의 농도가 영구적인 차원 게이트에 영향을 주는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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