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초전 (2)
검푸른 장막은 강현수와 수하들이 날린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하의 공격은 대부분을 막아 냈다.
‘검푸른 장막이라. 그 녀석인가.’
마계 공작 이라비쿠.
움직이는 성벽이라고 불렸던 놈으로.
성벽의 군주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는 존재.
‘회귀 전 저놈 때문에 아군이 참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
저 검푸른 장막은 일정 수준 이하의 마력이 섞인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일정 수준 이하라는 게.
‘마계 공작 이라비쿠 기준이라는 거지.’
사실상 마계 하급 귀족급의 공격은 모두 씹어 먹을 수 있다.
검푸른 장벽을 뚫으려면 최소한 마계 고위 귀족급의 강자가 나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마계 공작 이라비쿠의 가장 큰 특징은.
‘최소 둘이라.’
절대 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항상 짝을 이루는 또 다른 마계 공작이 있었는데.
‘마계 공작 사루즈.’
원거리 공격 스킬의 대가로.
움직이는 재앙이라고 불렸던 놈으로.
재앙의 군주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는 존재.
‘이라비쿠가 최고의 방패라면 사루즈는 최고의 창이지.’
그 둘이 인류 전체에 끼친 피해는 실로 엄청났다.
‘선발대로 네놈들이 나와 주다니.’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회귀 전 저 둘은 선발대가 아닌 후발대로 등장했다.
그래서.
‘제거하기가 엄청나게 힘들었지.’
저 둘의 조합이 너무 좋기도 했고.
마계 공작인 만큼 무력도 엄청나게 강했고.
‘결정적으로 마왕군의 중심부에 있었으니까.’
억 단위의 마계 대군 중앙에서 검푸른 장막을 펼쳐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원거리 공격을 펑펑 날려 아군을 쓸어버린다.
정말 까다로운 조합인데 호위까지 엄청나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그 둘이 선발대에 포함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말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지.’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를 소환한 후 그 위에 올라탔다.
-가자.
강현수의 지시에.
-크아아아앙!
마룡 카라스가 커다란 포효를 터트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휘이이이잉!
마룡 카라스의 등에 올라탄 강현수가 하늘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마왕군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마룡 위에 인간이있다!”
“죽여라!”
지상에서 수많은 공격이 날아왔지만.
‘얼음성.’
얼음 왕의 목걸이에 내장된 광역 방어 스킬 얼음성을 발동시켜 간단하게 막아 냈다.
‘저기 있네.’
강현수가 목표였던 마계 공작 이라비쿠를 발견했다.
거기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곁에는 마계 공작 사루즈 역시 자리에 있었다.
‘인사나 한번 해 볼까?’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고.
콰콰콰콰콰!
마룡 카라스가 브레스를 뿜어냈다.
그러나.
꽈아아앙!
마룡 카라스의 브레스는 너무도 손쉽게 막혀 버렸다.
마기의 구슬을 통해 마기를 주입받으며 본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마룡 카라스였지만.
‘본체가 약하니 아무리 강해져도 한계가 명확해.’
마계 남작이었던 마룡 카라스는 현재 마계 자작급의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애초에 베이스가 그리 강하지 않았고.
강현수가 대부분의 마기를 직접 흡수하거나 혹한의 군주와 같은 마계 후작급들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파지지직! 화르르륵!
마룡 카라스를 향해 제대로 된 공격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마계 공작 사루즈의 원거리 공격은 얼음성 스킬로도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잘못하면 소멸할 수도 있겠어.’
강현수가 마룡 카라스의 소환을 해제했고.
휘이이이잉!
강현수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목표는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 이 둘이었다.
‘마계 공작인 만큼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포지션으로 보면 방어계 힐러와 원거리 딜러였다.
가까이 붙어서 싸우면?
손쉽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타악!
그때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 곁에 있던 마족 하나가 대지를 박차고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앙!
강현수와 마족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크윽! 어찌 인간이 이런 힘을?”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던 마족은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자신이 힘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은데. 마계 공작인가?’
강현수는 지난 5년 동안 쉼 없이 자신을 갈고닦았다.
그 결과 이미 오래전, 회귀 전 자신의 무력을 뛰어넘는 강함을 얻게 되었다.
스킬 강화, 스텟 고정, 희생의 용기, 약육강식 같은 스킬들은 강현수가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었다.
“저 인간을 죽여라!”
“공작 각하를 지켜라!”
사방에서 수많은 마족이 달려들었다.
“군단 소환.”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불러들였고.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파강! 서걱!
소환수 대 마족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강현수가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에게 달려들자.
마계 공작으로 추정되는 놈이 다시금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다.
‘야수화, 야수화.’
강현수가 이중으로 야수화 스킬을 사용했고.
꽈아아앙!
강현수에게 덤벼들었던 마계 공작이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양팔이 부러진 상태로 힘없이 뒤로 밀려났다.
“무슨 힘이.”
마계 공작은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우득우득!
부러진 양팔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놀라울 정도의 자가 회복력이었다.
여기에.
화르르륵!
칠흑빛 화염이 강현수를 향해 날아왔고.
검푸른 장막이 전사로 보이는 마계 공작의 몸을 휘감았다.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가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1 대 3이라.’
그리 수지가 맞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충분히 해볼 만해.’
사실 혹한의 군주를 포함한 마계 후작급 소환수 넷을 동원하면 더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현수는 그러지 않았다.
‘최종적으로는 마왕을 상대해야 해.’
그걸 생각하면?
마계 공작 세 명쯤은 가볍게 꺾어 줘야 한다.
전사만 하나고 나머지 둘은 방어계 힐러와 원거리 딜러 계열 아니겠는가?
거기다 소환수들의 상황도 그리 여유롭지가 않았다.
‘엄청나네.’
강현수는 고작 10만의 병력을 가지고 수백만의 적 소굴에 들어온 상태다.
당연히 집중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소환수들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소멸해 나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소환수들까지 빼내면?
‘더 빨리 무너지겠지.’
소환수들은 강현수의 스텟으로 만들어진 존재들.
적당한 소모는 몰라도 너무 급격하게 숫자가 줄어들면 복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번 해보자.’
타악!
강현수가 탐식의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연달아 폭음이 터져 나오고.
오러와 마기가 충돌하며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강현수는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괴력 스킬이 강현수에게 상식을 초월한 힘을 선사해 줬고.
그 힘이 이중 야수화 스킬과 직업 스킬 일당십의 SS랭크 형태인 일당억의 효과로 증폭된 상태.
강현수의 힘은?
‘마왕이라도 찍어 누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서걱!
강현수의 검이 이름 모를 전사 마계 공작의 오른팔을 잘라 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콰직!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인간 따위에게?”
강현수가 이름 모를 전사 마계 공작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그대로 오러를 폭발시켰고.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이름 모를 전사 마계 공작의 몸이 터져 나갔다.
-군단 소환.
강현수가 유카를 소환했고.
-골렘으로 만들어.
지시를 내렸다.
-알았어요.
유카가 이름 모를 전사 마계 공작의 몸을 베이스로 골렘을 만들었고.
‘군단 구성.’
강현수는 소환수로 만들었다.
-끝났지?
-네.
‘소환수 교환.’
강현수는 소환수 교환 스킬을 사용해 유카를 다시 성 내부로 들여보냈다.
소환사 계열인 유카를 데리고 있기에 이곳은 너무 위험했다.
눈먼 칼에 맞아 광혈마녀 유카를 잃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효율이 좋네.’
약육강식 스킬.
몬스터를 대상으로는 효율이 떨어지고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효율이 올라간다.
그런데?
‘마족을 상대로도 효율이 좋아.’
강현수는 하나의 마족을 쓰러트렸지만.
소환수들은 수천수만의 마족을 쓰러트렸다.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강현수에게 반영되고 있었다.
거기다.
[폭력의 군주를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폭력의 군주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마계 공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학살자 D랭크가 C랭크로 성장합니다.]
[광마족 전사를 다수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족 학살자 A랭크가 S랭크로 성장합니다.]
[마왕군의 침공을 홀로 저지하는 훌륭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신 SS랭크가 SSS랭크로 성장했습니다.]
업적이 쏟아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광마족의 침공을 홀로 막아 내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광마족 학살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화마족의 침공을 홀로 막아 내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화마족 학살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소환수들의 활약으로 알아서 업적이 비처럼 쏟아졌다.
‘좋네.’
그간 올리지 못했던 업적들이 순식간에 쑥쑥 올라갔다.
‘어서 저놈들을 잡아야 하는데.’
상황이 좀 위태위태했다.
마족들의 집중 공격에 소환수들이 빠른 속도로 산화되고 있었다.
강현수가 중간중간 죽은 마족들 중 강한 놈들을 선발해 소환수로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소환수가 복구되는 속도보다 소멸되는 속도가 더 빨라.’
최대한 빨리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를 잡아야 했다.
타악!
강현수가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둘은 폭력의 군주라고 불리던 마계 공작이 죽은 후 전력을 다해 도주하고 있었다.
‘저놈들이 찢어질 때가 다 있네.’
항상 한 몸처럼 움직이던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가 정반대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그럼 당연히 사루즈를 잡아야지.’
마계 공작 이라비쿠의 방어는 아군의 공격 효율을 떨어트리지만.
직접 나서거나 강자들을 선별하면 뚫을 수 있다.
그러나 원거리에서 펑펑 쏘아 대는 마계 공작 사루즈의 공격은?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모두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잡아야 해. 달의 그림자.’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써서 은신한 후 마계 공작 사루즈를 추격했다.
한편 자신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강현수의 손에 폭력의 군주가 죽는 모습을 본 마계 공작 이라비쿠와 마계 공작 사루즈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특히 마계 공작 사루즈의 경우는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마계 공작 이라비쿠는 수많은 방어 스킬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 보면 폭력의 군주보다 더 단단했다.
그러나 원거리 딜러인 마계 공작 사루즈는?
‘저놈에게 붙잡히면 무조건 죽는다.’
원거리 공격력만 강할 뿐.
방어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미친, 어떻게 인간이 그런 힘을?’
그제야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
마계 후작 네 명이 동원된 침공이 왜 실패했는지.
‘저런 괴물이 버티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마계 공작 셋이 덤볐음에도 이기지 못했다.
저놈을 이기기 위해서는?
마계 대공 전부가 나서거나 마왕이 직접 아틀란티스 차원에 강림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패배한다.’
무조건 이기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전쟁이다.
가이아 시스템의 개입으로 약간 까다로워지기는 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큰 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라는 힘을 얻은 인간 중 마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가 탄생했다.
‘다행히 따돌린 모양이군.’
마계 공작 사루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마족과 몬스터만 500만이 넘고 그중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이들만 따져도 50만이 넘는다.
아무리 강력한 소환수를 부린다고는 하지만.
고작 10만의 숫자로 저 막강한 마족과 몬스터로 이루어진 장벽을 뚫는 건 무리였다.
푸욱!
그때 날카로운 무언가가 마계 공작 사루즈의 심장을 꿰뚫었다.
“어?”
마계 공작 사루즈의 눈에 씨익 웃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들어왔다.
‘분명히 없었는데 어떻게?’
그 의문을 마지막으로 마계 공작 사루즈의 의식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