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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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

‘레플리카.’

강현수가 광살마인으로 추정되는 이를 향해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

스택이 넉넉했기에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광살마인의 스킬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고유 스킬 레플리카 – EX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약육강식 – U-EX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약육강식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30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얻어 냈다.’

광살마인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준 스킬을 손에 넣었다.

‘설명을 보면 이게 확실하네.’

[약육강식 – F랭크]

-패시브 스킬.

-생명체를 죽이면 영구적으로 스텟이 상승합니다.

-생명체를 죽이면 영구적으로 스킬 위력이 강화됩니다.

옵션 자체는 상당히 심플했다.

‘랭크가 올라가도 효율만 올라갈 뿐이지만.’

그 효율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는 게 바로 광살마인이 회귀 전 홀로 독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조용히 포위망을 갖춰.

강현수가 송하나와 투황에게 지시를 내렸다.

스킬을 손에 넣었으니.

‘제거해야지.’

수만에 달하는 플레이어와 일반인을 학살한 살인마다.

기회를 잡았을 때 숨통을 끊어야 했다.

그런데.

스윽.

광살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외진 곳으로 향했다.

‘눈치를 챈 건가?’

그랬을 확률이 높았다.

‘좋네.’

괜히 그 자리에서 난리를 피웠다면?

힘없는 일반인들이 전투에 휩쓸렸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광살마인이 알아서 자리를 피해 준 덕분에?

그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강현수가 광살마인을 추격했고.

송하나, 투황, 유카가 퇴로를 막았다.

“왜 나를 노렸지?”

외진 곳에 도착한 광살마인이 강현수에게 물었다.

“소도시 카리오에서 대학살을 저지른 범인을 찾고 있던 중이라서 말이야.”

“어떻게 알았지?”

광살마인은 굳이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걸 알려 줄 수는 없지.”

“저년 때문인가?”

광살마인이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실의 눈은 레플리카처럼 당하는 이가 알아차릴 수 있는 종류의 스킬이 아니다.

그럼에도 알아차렸다는 건?

“감이 좋네.”

감밖에 없었다.

“내가 왜 여기로 너희들을 유인했을 것 같아?”

광살마인이 강현수에게 물었다.

“유인?”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멍청한 놈.’

광살마인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한 이유는 강현수 일행을 제거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았다.

“실력이 제법 자신이 있나 보네?”

강현수의 물음에.

“설사 신의 칭호를 얻은 자라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

광살마인은 자신감이 넘쳤다.

‘하긴 그럴 만하지.’

광살마인에게는 약육강식 스킬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스킬들의 랭크 역시 대부분 EX랭크이거나 SSS랭크였다.

‘스스로의 강함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겠지.’

신의 칭호를 가진 아틀란티스 차원 최강의 플레이어가 오더라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소도시 카리오에 모습을 드러내 대학살극을 펼친 것이리라.

“고맙다. 이렇게 소수로 와 줘서.”

강현수 일행은 현재 다섯 명.

강현수, 송하나, 투황, 유카, 엘란뿐이었다.

‘소환수를 부르지 않기를 잘했네.’

소환수들을 대거 동원해 포위망을 갖췄다면?

인질극을 하거나 주변에 있던 일반인들을 해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섯 명이서 뒤를 따라오니.

‘혼자서 다섯 명 정도는 손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네.’

그 착각을 바로 잡아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너무 주절주절 떠들었네. 그만 죽어.”

타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광살마인이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의 변장 스킬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인물이자 힐러인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가장 먼저 제거하려는 속셈 같았다.

충분히 훌륭한 전략이었지만.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 앞에는 강현수가 있었다.

거기다 강현수는 변수를 싫어했다.

“군단 소환.”

강현수의 한마디와 함께 소환수들이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보호했다.

그와 동시에.

강현수가 탐식의 검을 뽑아 들었다.

꽈아아앙!

강현수의 검과 광살마인의 검이 부딪친 순간 커다란 폭음과 함께.

“크윽!”

광살마인이 힘없이 뒤로 밀려났다.

“이게 무슨?”

광살마인은 자신이 한 방에 뒤로 밀렸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다.

현재 자신이 가진 힘이라면?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도 죽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패배가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강현수는 현존하는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고.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 하나하나가 규격 외였다.

아마 다른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의 스킬이나 아이템 중 하나를 손에 넣었다면?

무난히 신의 칭호를 손에 넣었으리라.

그런 강현수에게 광살마인은 손쉬운 상대에 불과했다.

“곱게 죽어라.”

그 말과 함께 강현수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쿨타임이 긴 스킬 증폭 같은 스킬을 애초에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진 스텟과 쿨타임이 짧은 스킬들만 사용했다.

그럼에도 광살마인은 강현수를 당해 내지 못했다.

강현수가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레플리카 스킬의 경우.

‘원본의 300%라고.’

EX랭크가 된 레플리카는 보유한 14개의 스킬 위력을 300% 증폭시켜 준다.

괴력, 야수화, 뱀피릭 오러, 융합 같은 하나하나가 규격 외의 위력을 가진 스킬들이 300%나 증가되었고.

야성의 감각과 마력의 심장 같은 스킬들도 마찬가지였다.

광살마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강현수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불과했다.

“이익!”

위기를 느낀 광살마인이 도주를 하려고 했지만.

그곳은 이미 송하나, 투황, 유카를 비롯해 강현수가 소환한 소환수와 유카의 골렘들에 의해 막혀 있었다.

“비켜!”

광살마인이 송하나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내가 만만해 보이냐!”

송하나가 검을 휘두르며 뇌전을 날리자.

“크윽!”

광살마인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는 느긋하게 광살마인을 향해 다가갔고.

그사이 광살마인이 이리저리 발버둥을 쳤지만.

송하나, 투황, 유카가 펼친 포위망을 뚫을 수가 없었다.

‘실력도 없는 놈이 오만함으로 자기 무덤을 팠네.’

현재의 광살마인은 충분히 강했다.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라도 저놈을 이길 수는 있어도 퇴로까지 막는 건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강현수 일행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놈이 더 많은 이들을 학살해 회귀 전처럼 강해졌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강현수 일행을 이기기는커녕 포위망을 뚫고 도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서걱!

강현수의 검이 광살마인의 양다리를 잘라 냈다.

“아아악!”

광살마인이 고통 섞인 비명을 토해 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다리를 잃어버림으로써 기동성을 상실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난 그저 정당한 복수를 한 것뿐이야!”

광살마인이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정당한 복수는 개뿔.”

범죄자 놈들은 누구나 핑계가 있다.

또 스스로의 개똥철학이 있다.

그러나 핑계는 어디까지나 핑계고.

개똥철학은 어디까지 개똥철학일 뿐이다.

강현수도 광살마인 같은 강자.

그것도 현재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큰 강자는 죽이지 않고 휘하에 거두는 게 좋았다.

하지만.

‘이놈은 선을 넘었지.’

회귀 전처럼 대학살을 저지르지 않고 원한이 있는 이들만 죽였다면?

죽이는 대신 살리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놈은 같은 선택을 했지.’

정당한 복수?

소도시 카리오에 살아가던 일반인들이 광살마인에게 무슨 해를 끼쳤단 말인가?

광살마인이 살해한 이들 중에는 어린이도 있었고 갓 태어난 아기도 있었다.

그런 이들을 학살해 놓고 무슨 정당한 복수를 운운한다는 말인가.

이런 놈은.

“죽어.”

그냥 죽이는 게 나았다.

서걱!

강현수의 검이 광살마인의 목을 베어 버렸다.

“골렘으로 만들까?”

유카가 광살마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더 있으면?

광살마인의 시체는 잔존마력으로 변해 흩어질 것이다.

“아니, 이번에는 보류해 줘.”

광살마인이 강자이기는 했지만.

‘골렘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로또를 노려 보는 게 나아.’

사아아악!

광살마인의 시체가 흩어지고.

툭!

스킬북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스윽.

강현수가 손을 뻗어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약육강식 – U-EX랭크]

“하하하.”

강현수의 입에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대했지만.

‘안 나올 확률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 많은 스킬 중 약육강식이 스킬북 형태로 나왔다.

‘단순한 우연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어.’

왜냐하면?

‘회귀 전에도 광살마인이 죽고 약육강식 스킬북이 나왔으니까.’

약육강식 스킬은 유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마족이 가이아 시스템에 개입해 만들어 낸 스킬일 확률이 높다.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것도 일반인들을 죽이는 거고.’

이런 스킬북이 과연 두 번 연속 우연히 나왔을까?

‘약육강식의 스킬북은 무협 소설로 치면 쉽게 강해질 수 있는 절대마공 같은 거야.’

습득한 누군가를 유혹에 빠트리기 쉬웠다.

‘회귀 전에 이걸 습득한 놈은 검신 이광호였지.’

검신 이광호가 약육강식 스킬을 손에 넣은 후 무의미한 학살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학살을 했지.’

특히 분쟁이 벌어지면 그 대상을 절대 살려 두지 않았다.

‘핑계를 만들어서 그런 적도 많고.’

아마 약육강식 스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리라.

그나마 검신 이광호는 회귀 전 이미 완성된 강자였고.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존재라 그 정도였지만.

‘어설픈 놈이 습득했다면 또 다른 광살마인이 탄생했을 수도 있겠지.’

단순한 예측이기는 하지만.

약육강식 스킬북이 나온 건 새로운 광살마인의 탄생을 기대한 마족의 수작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차차 확인해 보면 되겠지.’

강현수가 처단할 인류 공적은 광살마인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군단 소환.’

강현수가 죽은 광살마인을 소환수로 만들었다.

‘한동안은 꽤 쓸 만하겠지.’

더 성장하지는 못해도.

현재의 전투력 자체도 꽤 뛰어났으니까 말이다.

* * *

강현수는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레플리카 스킬을 EX랭크로 만든 강현수는 일차적으로 그 정도에서 만족했다.

‘레플리카 스킬을 U-EX랭크로 만들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니까.’

일단 보유하고 있는 주력 스킬들을 모두 EX랭크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강현수는 부지런히 사냥을 하며 레벨 업을 하고 다시

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다른 주력 스킬들의 랭크를 올렸다.

‘효과가 좋기는 한데.’

광살마인이 가지고 있던 약육강식 스킬의 효과는 꽤 쓸 만했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보너스를 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좀 애매하단 말이지.’

몬스터를 잡으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미비했다.

강현수는 단순히 약육강식 스킬의 레플리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U-EX랭크의 약육강식 스킬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약육강식 스킬이 중복됨에도 회귀 전 강현수가 알고 있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졌다.

이런 강현수의 의문은 인간을 대상으로 약육강식 스킬이 발동할 때 해소되었다.

사냥을 하다 보면 종종 인간사냥꾼이나 머더러 같은 범죄자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강현수의 경우 필요하다면 찾아서 그런 범죄자들을 제거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효율이 엄청 올라가잖아.’

옵션에는 어디까지나 생명체라고 나와 있지만.

사냥하는 대상이 몬스터일 때보다 인간일 때 그 효율이 월등히 좋았다.

‘이래서 광살마인이 대량 학살을 한 건가?’

두 번째 주인인 검신 이광호도 적당한 명분이 있으면 학살을 했다.

‘확실히 위험한 스킬이야.’

강함에 대한 열망은 강하지만 재능 없는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갔다면?

손쉽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욕망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인간성이 마모된 상태라면?

‘계속해서 살인마가 출현할 수도 있겠어.’

그러나 강현수는 그런 유혹에 빠질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현존하는 최강의 플레이어이기도 했지만.

-쓸어버려.

효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강현수는 홀로 10만이 넘는 소환수를 거느린 플레이어.

물량 공세로 밀어붙여 몬스터를 대량 학살하면?

아무리 효율이 떨어져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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