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살마인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휘하에 넣은 후.
강현수는 다시금 사냥터로 떠났고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남부 왕국에서의 일이 너무 술술 풀렸기 때문에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해.’
마왕군의 침공을 막아 내며 아군의 전력을 상승시키고.
천천히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와 인류 공적들을 휘하에 넣으면.
회귀 전과는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
-소도시 카리오에 사는 플레이어와 일반인이 전멸당했습니다.
강현수의 귀에 한 가지 보고가 들어왔다.
-전멸?
-예.
-이유는?
-현재 조사 중입니다.
-몬스터일 확률은 없겠지?
-예, 철저하게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아. 마족이나 플레이어의 소행일 확률이 높습니다.
보고를 올린 인물은 중화길드의 수장 멸마창왕 진구평이었다.
‘마이트어 왕국이라. 역시 그놈인가?’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인류 공적 중 하나.
가장 많은 숫자의 사람을 학살한 연쇄살인마.
‘광살마인.’
그놈일 확률이 높았다.
‘원래 첫 살인을 저지른 곳이 소도시 카리오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소도시였고.
그 소도시에 소환수 하나를 풀어놓고 감시까지 해 놓고 있었는데.
‘바뀌었네.’
강현수가 한 행동이 광살마인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마이트어 왕국의 힘의 균형이 꽤 바뀌었으니까.’
그뿐 아니라 그간 강현수의 활약으로 수많은 이들의 생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광살마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네.’
광혈마녀 유카의 경우처럼 사람으로 인한 각성이라면?
그 사람의 생사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정해진 운명과도 같았다.
‘최대한 빨리 잡아야지.’
광살마인은 위험하다.
‘그놈의 직업 스킬이 문제야.’
생명을 가진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빠르게 강해진다.
‘몬스터를 학살해 힘을 키우는 식이었으면 좋겠지만.’
인류 전체에 대한 강한 원망과 원한을 가지고 있는 광살마인은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키운 이후 곧바로 행동을 시작하고.
‘수많은 이들을 죽이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광살마인에게 시간을 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고.
‘그게 광살마인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겠지.’
강현수 입장에서 광살마인은 최대한 빨리 제거해 소환수로 만들어야 할 존재였다.
괜히 마리오네트 스킬을 사용하거나 휘하에 넣는 식으로 컨트롤하려고 해 봐야.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다고 단 한 명에게만 시전이 가능한 영속지배를 사용하기는 아까웠다.
‘뭐, 회귀 전의 마지막 모습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족히 수천만의 생명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게 몬스터라면 괜찮겠지만. 플레이어와 일반인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다른 이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잡아야 했다.
‘겸사겸사 스킬도 얻고.’
레플리카 스킬의 남은 한 자리.
그걸 광살마인이 가진 스킬로 채울 생각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아직 레플리카가 SSS랭크라는 거지.’
안타깝게도 남는 자리가 없었다.
‘그 전에 성장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미래 예지를 삭제한다.’
그 외에는 삭제할 만한 스킬이 없었다.
황소욱이 죽고 스킬 강화를 뱉어 내면?
‘스킬 강화를 삭제해도 괜찮겠지만.’
확률이 너무 낮고.
‘지금도 쓸 만하니까.’
황소욱은 지금도 열심히 강현수를 위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경험치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부를 때가 되기도 했고.’
한동안 찾아가지 않았으니.
지금쯤 적잖이 레벨을 올렸을 터였다.
‘일단은 그놈부터 찾자.’
강현수가 송하나, 투황, 유카를 소집해 마이트어 왕국의 소도시 카리오로 향했다.
* * *
“여기야?”
“처참하네.”
“완전 미친놈이네요.”
소도시 카리오에 도착한 송하나, 투황, 유카가 한마디씩 했다.
플레이어의 경우는 시체가 남지 않지만 일반인의 경우는 다르다.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이기에 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족히 몇만 명은 살아갔을 법한 소도시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학살당한 것이다.
병사들이 시체를 수습하고 있었지만.
그 광경은 무척이나 처참했다.
“추적은?”
강현수가 멸마창왕 진구평에게 물었다.
“탐색과 추적 스킬에 능한 이들을 대거 풀어 추격 중입니다. 그런데 범인을 특정하기가 힘들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멸마창왕 진구평의 대답에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건가?”
“목격자가 없다 보니 특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멸마창왕 진구평의 말에 강현수가 할 말을 잃었다.
이유는 하나.
‘나도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는데.’
회귀 전 강현수는 광살마인을 직접 마주친 적이 없었다.
광살마인은 그냥 평범한 20대 남성 플레이어일 뿐.
특별히 두드러지는 외형적 특징이 없었다.
문제는 평범한 20대 남성 플레이어가 아틀란티스 차원에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강현수의 경우도 야수화를 해제하면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20대 남성 플레이어일 뿐이다.
사실 그거라도 알려 주면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그놈이 변장 스킬의 대가라는 점이지.’
도플갱어처럼 성별까지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건 아니지만.
나이, 체형, 키 정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문제는 범인을 특정한다고 해도 흔적이 너무 많아 추격이 힘들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라 흔적이다.
‘문제는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는 거고.’
아무리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성문을 오가는 사람은 하루 수천 명이 넘는다.
그들의 흔적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가다일 수밖에 없었다.
“근처 도시들의 대응은?”
“외부에서 온 이들을 모두 도시 밖에 대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사고를 치면 빠르게 알려지고 포위망이 갖춰질 것이다.
‘사고를 치기 전에 잡는 게 최선인데 골치 아프네.’
그나마 회귀 전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강현수의 지시로 단순히 마이트어 왕국에서 자체적으로 범인을 추격하는 게 아니라.
로크토 제국이 대대적으로 탐색과 추적 스킬이 뛰어난 이들을 파견했으니까 말이다.
‘다음 학살을 벌이기 전에 찾아야 하는데.’
강현수도 광살마인의 얼굴을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으로서는?
강현수의 눈앞에서 광살마인이 대놓고 지나가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진실의 눈이라면 꿰뚫어 볼 수 있을까?’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가진 고유 스킬 진실의 눈은 웬만한 건 다 꿰뚫어 본다.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대참사가 발생한 소도시 카리오를 중심으로 노가다 수색을 하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거기다 주변 도시에 외부인을 도시 밖에 대기시키고 있으니.
‘도시 내에 거주하는 수만 명을 대상으로 검사할 필요는 없어.’
문제가 있다면 일국의 여왕을 살인마 수색 노가다에 동원해야 한다는 건데.
‘뭐, 찾는 놈이 보통 놈은 아니니까.’
훗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준다고 하면?
거절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강현수가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순순히 수락했다.
-그럼 지금 소환할게.
-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대답을 들은 강현수가 그녀를 소환했다.
슈욱!
“신기하군요.”
방금 전까지 엘프 왕국에서 대지 정화와 복구에 여념이 없었던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자신이 순식간에 대륙에 있는 마이트어 왕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사건이 종결되면 바로 돌려보내 줄게.”
강현수가 엘프 왕국에 남겨 놓은 소환수와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위치를 소환수 교환 스킬로 바꾸면?
순식간에 돌려보낼 수 있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없어서 바로 움직여야 하는데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으흠.”
송하나는 뭔가 찜찜한 표정을.
“이익!”
유카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강현수는 두 사람의 표정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럼 바로 움직이죠.”
강현수가 공간 이동 게이트를 통해 바로 근처의 도시로 이동했다.
근방의 도시들을 샅샅이 수색하다 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없냐.’
가슴이 답답해졌다.
‘혹시 변장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건가?’
그럼 알아볼 방법이 없다.
‘그게 아니면 사냥터에서 숨어 지내는 건가?’
온갖 가정이 다 들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계속해서 수색하는 수밖에 없었다.
‘밖에 없으면 도시 내부라도 뒤져 보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았다.
강현수가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데리고 도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수색을 하던 중.
-저 사람 원래 모습을 스킬로 숨기고 있어요.
드디어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변장 스킬을 시전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찾아냈다.
강현수의 눈에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가리킨 플레이어는 40대 중반 정도의 원주민 외형을 하고 있었다.
-본래 모습은 어떻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지구의 동양인이에요.
‘제대로 찾은 거 같은데.’
일단 확인이 필요했다.
엉뚱한 사람일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확인 방법은 간단했다.
‘그 스킬을 보유했는지 확인하면 그만이야.’
레플리카를 계속해서 시전하면?
그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했다.
‘그 전에 한번 도전은 해 보자.’
강현수가 황소욱을 호출했다.
슈욱!
“어?”
황소욱이 강현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전해.
강현수가 레플리카 스킬을 오픈하며 지시하자 황소욱이 기계적으로 스킬 강화를 시전했다.
‘제발.’
레플리카 미래 예지를 버려도 상관없기는 하지만.
북부의 몬스터 웨이브를 예지했던 것 때문에 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때.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SSS랭크에서 EX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고유 스킬 레플리카가 EX랭크로 성장했다.
‘당연히 올라야지. 그동안 처먹은 경험치가 얼만데.’
황소욱을 소환하기 전에 강현수가 스킬 강화를 시전했을 때 오르지 않아 아쉬워했는데.
다행히 황소욱이 그간 쌓아 온 경험치가 큰일을 했다.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빠르네.’
강현수가 홀로 스킬 강화를 사용해 경험치를 퍼부었을 때보다.
황소욱과 둘이 함께 경험치를 퍼부으니 확실히 성장이 빨랐다.
‘이제는 다른 스킬을 성장시킬 수 있어.’
그간 스킬 강화를 온전히 레플리카에만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직 EX랭크로 성장시켜야 할 스킬들이 꽤 많거든.’
두 번째 타깃은 바로 스킬 강화였다.
‘스킬 강화를 우선 EX랭크로 만든다.’
왜?
그래야 다른 스킬들의 성장이 촉진될 테니까 말이다.
‘그다음은 뭘로 하지?’
마력의 심장이나 스텟 고정 같은 경우는?
사용하다 보면 자동으로 EX랭크에 도달할 확률이 높았다.
‘괴력, 스킬 증폭, 융합 같은 스킬들은 아직 멀었지.’
일단 스킬 강화를 EX랭크로 만들고.
‘차근차근 모두 EX랭크로 만들면 그만이야.’
그 후에는 레플리카를 EX랭크 이상으로 만드는 데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가장 좋은 건?
레플리카 스킬의 자리가 하나 늘었다는 점이었다.
강현수가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변장 스킬을 사용했다고 말한 대상을 향해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