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연합 왕국 (2)
꽈아아아앙!
작은 요새 크기의 본 드래곤이 너무도 손쉽게 박살 난다.
오러를 줄기줄기 뿜어내던 데스 나이트들이 스켈레톤처럼 부서져 내린다.
‘쉽네.’
강현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전이었다면?
이렇게 손쉽게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엘프 왕국을 침공한 언데드 군단은 사클란트 제국을 침공했던 리몬쉬츠의 언데드 군단보다 월등히 강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혹한의 군주가 이끄는 빙마족을 시작으로 라미아 로드가 이끄는 라미아 일족 그리고 투마족 족장이 이끄는 투마족까지 쓸어버린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그 수준이 급격히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단순히 소환수의 질만 늘어난 게 아니야.’
워낙 많은 숫자의 적들을 쓰러트리다 보니 신성 스텟이 미친 듯이 상승했고.
덩달아 마기의 구슬 역시 너무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
이에 강현수는 마기의 구슬에 쌓인 마기를 통해 혹한의 군주를 시작으로 라미아 로드와 투마족 족장을 업그레이드했다.
그 결과.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지.’
강현수도 강해지고 소환수도 강해지고 휘하 지휘관들도 강해지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제압할 수 있겠어.’
겸사겸사 소환수 질도 더 끌어올리고 라이프 포스 베슬도 더 수집하고 말이다.
단지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아무리 내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고는 하지만 침공 속도가 너무 빨라.’
회귀 전 이 정도 대대적인 침공이 벌어졌던 때와 비교해 보자면?
족히 10년은 빨라졌다.
강현수가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아틀란티스 차원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내전을 막아 어느 정도 힘을 유지한 건 좋은 일이지만.
‘침공 속도가 이 정도로 빨라진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
어떻게 이 정도 대규모 병력이 차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었지만.
‘이놈들도 아는 게 없어.’
혹한의 군주, 라미아 로드, 투마족 족장의 말은 모두 동일했다.
그저 마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
‘회귀 전에도 이렇게 대대적인 침공이 가능했는데 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회귀 전에는 할 수 없었는데 회귀 후에는 할 수 있게 된 건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침공 속도가 빨라진 원인을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후작급도 모르는 정보라.’
공작급 마계 귀족이 차원 게이트를 통과하면 알 수 있을까?
‘아닐 수도 있어.’
마계는 마왕이라는 절대지존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마계 귀족들이 나름 세력을 키우고 서로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마왕의 권위에는 도전하지 못해.’
왜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했는지.
왜 침공 속도가 빨라졌는지.
그 모든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결국 마왕을 쓰러트리고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했다.
‘일단 이 녀석들부터 정리해야겠어.’
아무리 고민을 해 봐야 지금 당장 답이 없는 일이다.
계속 고민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중 가장 시급한 일이 바로 언데드 군단을 전멸시키는 것이었다.
‘저놈이네.’
강현수의 눈에 아크 리치 킹이 들어왔다.
‘리몬쉬츠보다 강하다.’
그러나 지금 강현수의 상대는 아니었다.
‘라이프 포스 베슬을 몸에 보관하고 있는 녀석이면 좋겠는데.’
그래야 추가로 아크 리치 킹을 부릴 수 있다.
휘이이익!
강현수가 아크 리치 킹을 향해 다가갔다.
-저들을 수하로 만들다니 부럽구나.
아크 리치 킹이 강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계 귀족들을 말하는 건가?’
아크 리치 킹은 후작급 마계 귀족으로 추정된다.
그런 아크 리치 킹의 입장에서 자신과 같은 후작급 마계 귀족들을 소환수로 부리는 건 꿈같은 일이리라.
-나로서도 저들을 언데드로 만들지는 못했는데.
“저항할 생각이 없는 거냐?”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크 리치 킹이 데스 나이트나 다른 언데드 몬스터들을 동원해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면?
좀 더 시간을 끌 수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강현수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걸 지켜봤을 뿐.
-저항이라. 어차피 이 전쟁은 내가 졌다. 저항해 봐야 무의미한 일일 뿐이지.
“너 라이프 포스 베슬을 몸에 보관하고 있지 않구나.”
곧 죽거나 강현수에게 라이프 포스 베슬을 빼앗길 상황이라면?
절대 저렇게 태연할 수가 없을 터였다.
-그렇다. 나는 마왕님의 종. 나의 모든 것은 그분께서 소유하고 있으시다.
“마왕이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하는 이유는 뭐지?”
강현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걸 내가 알려 줄 것 같으냐?
아크 리치 킹의 대답에 강현수는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보다 어서 날 소멸시키는 게 어떠냐?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괜한 피해만 커질 터인데?
“그건 그렇지.”
아크 리치 킹의 말에 강현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이 핏빛 오러로 휩싸였고.
휘익!
강현수의 검이 아크 리치 킹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 순간.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아크 리치 킹의 육체를 구성하고 있던 마기가 격렬하게 폭발했다.
정면으로 적중당했다면?
강현수로서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정도의 폭발이었다.
그러나 강현수는 멀쩡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애초에 아무리 부활이 가능한 언데드라고 해도 순순히 자신을 소멸시키라고 목을 내미는 게 이상했다.
육체를 부활시키려면 막대한 마기가 필요했으니까.
‘원수인 나에게 호의를 베풀 이유도 필요도 없지.’
그래서 1초 예지 스킬을 사용했고.
아크 리치 킹의 자폭을 알아차리고 공격하는 척하며 미리 몸을 피했다.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음왕의 목걸이와 수호의 반지에 내장되어 있는 방어 스킬들까지 발동시켰고 말이다.
‘마기가 깨끗하게 증발했네.’
자폭한 이유는 강현수에게 업적과 경험치 그리고 마기를 넘겨주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으리라.
뭐, 운이 좋다면 강현수를 제거하거나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끝났네.’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지원군이 오기도 전에 언데드 군단은 종말을 맞이했다.
사실 강현수를 포함해 총 아홉 명에 달하는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있었고.
거기에 10만의 소환수와 더불어 송하나, 투황, 유카, 적염제 같이 강력한 무력을 지닌 휘하 지휘관들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상 강현수 홀로 언데드 군단을 진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쉬운 게 있다면 보상이 적다는 점이었다.
[언데드 마족 다수를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족 학살자 A랭크가 S랭크로 성장합니다.]
‘업적이 줄기는 했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겠네.’
어쨌든 성장하기는 했으니까 말이다.
‘이제 보상을 받아야겠네.’
강현수가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향해 다가갔다.
“왕국이 구원받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한쪽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이며 예를 취했다.
아무리 은인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완전히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예의에 가까웠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일국의 왕이자 남부 연합 왕국이 수장.
그런 그녀가 아무리 신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개 플레이어에게 취하기에는 너무도 과도한 예의였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가 보여 준 무력은 로크토 제국이나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를 능가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또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진실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10만에 달하는 소환수들과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모두 강현수에게 종속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저자의 의지에 따라 엘프 왕국의 명운이 결정된다.’
아니, 어쩌면 남부 연합 왕국 전체의 명운이 뒤바뀔지도 몰랐다.
“그럼 몇 가지 부탁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강현수의 물음에.
“예, 말씀하시지요.”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공손히 대답했다.
“첫 번째로 제가 입고 있는 갑옷의 저주를 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갑옷의 저주를 풀어 달라고요?”
“예.”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엘란은 여왕임과 동시에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지.’
힐러 계열로 치유의 여신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거기다 최상위 힐러 중 가장 강력한 해주 스킬을 보유자였다.
‘회귀 전에도 이 갑옷의 저주를 푼 당사자니까.’
이번에도 충분히 풀 수 있으리라.
또한 마족과의 전쟁에서는 그녀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그녀는 단순한 힐러가 아닌 버퍼니까.’
특히 저주나 언데드 같은 존재에 한해서는 더 강력한 버프가 가능했다.
애초에 그녀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엘프 왕국은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무너져 내렸으리라.
“알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군요. 단 3일 정도의 여유는 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기다려 드릴 수 있습니다.”
저주를 해주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3일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고 말이다.
“두 번째로는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과의 동맹입니다.”
“동맹이라.”
“이번 사태로 남부 연합 왕국의 힘만으로 마왕군의 침공을 막아 내는 게 어렵다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과거 악연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마왕군의 침공을 막아 낼 때까지는 힘을 합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간 이동 게이트도 계속 유지하고요.”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이번에도 순순히 동의했다.
‘역시 편하네.’
인간들이었다면 이리저리 조건을 달며 간을 봤을 수도 있는데.
확실히 합리적인 엘프는 결정이 빨랐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남부 연합 왕국의 보고를 개방해 주셨으면 합니다.”
강현수의 말에 지금까지 거침없이 콜을 외쳤던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멈칫거렸다.
“단순히 구경만 하겠다는 뜻은 아니시겠죠?”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상의할 시간은 충분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걸 끝으로 강현수와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대화가 끝났다.
‘꼭 허락해 줘야 하는데.’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것들을 얻어야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올라간다.
‘회귀 전에는 그 가치를 너무 늦게 알아본 아이템들이 많아.’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고 강현수가 가지고 와서 쏠쏠하게 써먹고 있었다.
그러나 남부 연합 왕국은 사정이 달랐다.
‘굳이 내가 써먹거나 소환수들에게 주지 않더라도 활용 가치를 알려 주면 쏠쏠하게 힘을 발휘할 물건들이 꽤 있지.’
하지만 그중 하나는 꼭 강현수가 취해야 했다.
‘다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량은 허락해 주겠지.’
강현수로서는?
그거면 충분했다.
3일의 시간이 흘렀고.
저주받은 투신갑 세트가 축복받은 투신갑 세트로 변했다.
‘좋네.’
유일한 단점이던 힘 스텟이 장점으로 변했다.
괴력 스킬을 가진 강현수의 힘을 고려하면?
‘마왕도 내 힘을 넘어서지는 못하겠지.’
강현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보고 개방은 어떻게 됐으려나?’
강현수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을 바라봤고.
“10개의 품목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비록 수량에 제약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사실 5개 정도만 허락해 줘도 필수 아이템은 모두 습득이 가능했다.
“바로 보고로 가시겠습니까?”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따라오시죠.”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강현수를 남부 연합 왕국의 보고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