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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연합 왕국

‘운이 좋네.’

강현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어떻게 엮을까 고민했는데.’

알아서 호랑이 굴로 들어와 줬다.

거기다 잘 포장된 명분까지 가지고서 말이다.

‘총 여덟 명이라.’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여덟 명을 휘하에 넣었다.

‘싹 다 잡아서 휘하에 넣는다.’

신의 칭호를 가진 이들은 여덟 명이 전부가 아니다. 더 있다.

또 신의 칭호를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거나 더한 강함을 가진 인류 공적들도 제거하거나 휘하에 넣어야 했다.

‘이제 슬슬 남부 연합 왕국을 방문해야겠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는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이다.

그러나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영향력 밖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집단이 있었다.

그게 바로 남부 연합 왕국이었다.

‘대륙인들에게 무척이나 폐쇄적이지.’

남부 연합 왕국은 남부의 섬나라 다섯 개가 힘을 합쳐 만든 집단이다.

바다라는 천혜의 장벽 덕분에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제후국이 되는 신세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자 따로 놀면 로크토 제국이나 사클란트 제국에 점령당할 수밖에 없기에 다섯 개의 왕국이 하나로 힘을 합쳐 연합 왕국을 구성했다.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보다 전력이 딸려.’

그래도 명색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세 번째로 강한 세력이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무조건 협력을 얻어 내야 했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거지.’

남부 연합 왕국의 주류는 인간이 아니다.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은 수인족 같은 아인종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인간이 주류다.

반면 남부 연합 왕국은 인어족, 엘프족, 드워프족 등등 인간을 피해 도망친 이들이 주류였다.

‘남부 왕국 연합을 이루는 다섯 개의 왕국 중 인간의 왕국은 하나밖에 없어.’

그나마 있는 인간 왕국도 대륙인들에게 무척이나 적대적이었다.

대륙인들.

좀 더 정확히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은 호시탐탐 남부 왕국 연합을 노려 왔으니까.

수많은 아인종이 대륙이 아니라 섬에 틀어박혀 살아가고 있는 이유 역시 대륙인들의 탐욕 탓이 컸다.

마왕군의 침공 이후 로크토 제국이나 사클란트 제국과의 전쟁은 멈췄지만.

‘그렇다고 그간 쌓인 적대감이 해소되지는 않았지.’

그러나 서로 반목해서는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일단 한번 간을 봐야겠어.’

투신갑 세트에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남부 연합 왕국을 방문해야 했다.

강현수의 주력 갑옷인 저주받은 투신갑 세트는 힘 스텟 감소라는 저주가 걸려 있다.

‘이걸 풀어서 힘 스텟 감소를 힘 스텟 증가로 바꿔야지.’

그래야지 마왕과의 결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최종 병기가 될 수 있다.

‘수인족 모습으로 가면 박대받지는 않겠지.’

남부 연합 왕국이 대륙인들에게 적대적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무란 왕국에 속한 수인족들에게는 너그러운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강현수가 어떻게 하면 남부 연합 왕국을 설득해 공동 전선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남부 연합 왕국에서 지원을 요청해 왔습니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 세실리아에게 연락이 왔고.

-마왕군이 남부 연합 왕국을 침공했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사클란트 제국에 심어 놓은 도플갱어에게서도 동일한 연락이 왔다.

‘삼면 공격이 아니었어.’

사면 공격이었다.

단지 대륙이 아니라 섬으로 이루어진 아틀란티스 차원 최남단의 국가 남부 연합 왕국을 침공했기에 상황이 늦게 알려진 것뿐이었다.

‘당장 가야겠어.’

안 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알아서 불러 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강현수가 남부 연합 왕국으로 향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지원 요청을 할 놈들이 아닌데.’

남부 연합 왕국은 자존심이 강하다.

특히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에 대한 원한이 엄청나다.

그런 남부 연합 왕국이 자존심을 접고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에 공식적으로 지원 요청을 했다는 건?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라는 거지.’

최대한 빨리 가야 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인류의 한 축인 남부 연합 왕국이 무너질 수도 있어.’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남부 왕국 연합이 로크토 제국이나 사클란트 제국과 공간 이동 게이트를 비활성화시켰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없는데.’

강현수는 비행형 소환수를 타고 홀로 바다를 건넜다.

공간 이동 게이트가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는 하늘을 날아가는 게 더 빨랐기 때문이다.

강현수가 비행형 소환수를 타고 떠났을 무렵.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지원군은 공간 이동 게이트가 활성화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다섯 개의 왕국이 연합해 만들어진 남부 연합 왕국.

그중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왕국은 엘프 왕국이었다.

인구수도 가장 많았고 무력도 강했으며 건국 초기 남부 연합 왕국을 만든 것도 엘프 왕국이었다.

특히 엘프 왕국은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며 연합에 속한 종족이나 다른 왕국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을 중재하는 재판관 역할까지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그 역할은 마왕군의 침공이 벌어진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강력한 국력과 합리적인 판단으로 사실상 남부 연합 왕국의 수장 역할을 하는 엘프 왕국이 죽음의 대지로 변했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대규모 언데드 군단 때문이었다.

“모조리 죽여라!”

“망자들이여 일어나라!”

리치, 데스 나이트, 구울,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 몬스터로 이루어진 불사의 군대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엘프 왕국을 점령해 나갔다.

주변 왕국에서 지원군을 보내 줬지만.

-쿠워어어어어!

다섯 마리의 본 드래곤까지 동원된 언데드 군단의 진군을 막는 건 무리였다.

이대로 가면 엘프 왕국이 멸망할 상황.

결국 엘프 왕국은 잠재적 적국이나 다름없는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에까지 지원을 요청했다.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에서 지원군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문제는 공간 이동 게이트를 얼마나 빨리 활성화시키느냐군요.”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남부 연합 왕국은 과거 고의적으로 대륙과의 공간 이동 게이트를 훼손시켰다.

단순히 비활성화만 시켰다가 만에 하나 첩자나 특공대가 침입해 활성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간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큰 문제였다.

‘어쩔 수 없어. 지금은 최대한 버티는 게 관건이다.’

최악의 경우.

엘프 왕국을 버려야 할지도 몰랐다.

‘진작 도움을 요청할 걸 그랬나?’

그간 마왕군의 침공이 여러 번 있었지만.

자력으로 훌륭하게 방어해 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데 이번 침공의 규모와 무력 수준은 과거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탈출 준비를 하세요.”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말에.

“왕국을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보고를 올렸던 신하가 침통한 표정으로 물었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만 무너질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면 왕국을 버리더라도 백성들은 살려야죠.”

“알겠습니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결정에 신하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심정적으로는 목숨을 걸고 싸워 왕국을 지켜 내고 싶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는 백성들의 목숨이라도 건지는 게 우선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본 드래곤을 비롯한 비행형 언데드 몬스터들의 존재였다.

과연 놈들이 엘프 왕국을 점령하는 것으로 만족할까?

아마 그러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자칫 잘못하면.

엘프 왕국을 시작으로 남부 연합 왕국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큰 위기였다.

그때.

휘이이익!

허공에서 칠흑빛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고.

쿠웅!

성벽 위에 착지했다.

“당신은 누구죠?”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의아한 눈빛으로 칠흑빛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에게 물었다.

“지원군을 이끌고 온 다크 나이트의 수장 척마혈신이라고 합니다.”

상대의 말에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환해졌다가 다시금 어두워졌다.

‘혼자군.’

지원군을 이끌고 왔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혼자였다.

‘비행 스킬을 가지고 있나?’

아마 그래서 혼자 이렇게 빨리 지원을 온 것이리라.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척마혈신과 다크 나이트의 존재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신의 칭호를 가질 정도의 강자라면 수비에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엘프 왕국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척마혈신의 존재로 인해 더 많은 엘프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기에 취한 예였다.

“그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척마혈신이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굳이 내려갈 필요는.”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이 뒤늦게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성벽 아래서 체력과 마력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성벽 위에서 싸우는 게 더 효율적일 텐데.’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때.

쿠우우웅!

척마혈신이 언데드 몬스터로 가득한 지상에 착지했고.

사아아악!

그와 동시에 척마혈신과 같이 칠흑빛 갑주로 무장한 병력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고.

꽈아아앙!

퍼어어엉!

엄청난 속도로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은 경악했다.

고유 스킬 진실의 눈을 보유한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에게는 강현수에게서 뿜어져 나온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과 마기가 칠흑빛 갑주로 무장한 병력으로 변한 모습이 똑똑히 들어왔다.

‘아무리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라고 해도 어찌 일개 플레이어가 저렇게 방대한 마력과 마기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마력과 마기 스텟이 높은 게 아니었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플레이어에 준하는 존재를 마력과 마기로 만들어 낸 것이다.

거기다 물경 그 숫자가 10만을 넘어설 정도로 많았다.

‘어떻게 내 눈을 피한 거지?’

진실의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그런데 그 진실의 눈을 피해 저런 강력한 소환수들을 만들 수 있는 마력과 마기를 어떻게 숨겼다는 말인가?

거기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자는 단순한 소환사가 아니야.’

진실의 눈 덕분에 척마혈신이라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강한 건 소환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저자와 대등한 수준의 무력을 지닌 소환수들이 있어.’

엘프 왕국의 여왕 엘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의 칭호를 손에 넣을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지닌 최상위 플레이어가.

상위 플레이어와 최상위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10만 대군을 소환수로 부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슈슈슈슉!

갑자기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무더기로 추가되었다.

그들은 마력이나 마기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자 순수한 플레이어였다.

“가자!”

“다 쓸어버리자고!”

소환된 플레이어들이 무시무시한 무력을 선보이며 엄청난 속도로 언데드 몬스터 군단을 쓸어버렸다.

‘이 정도 무력이라면.’

굳이 왕국을 버릴 필요가 없을 듯싶었다.

진실의 눈으로 본 결과.

척마혈신과 그가 소환한 존재들이.

언데드 몬스터 군단보다 월등히 강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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