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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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의 서막 (4)

강인한 육체를 지닌 투마족이.

일일이 검을 휘둘러 잡으면 언제 다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많은 숫자의 단단한 돌덩이 같던 투마족들이.

‘물렁물렁해졌지.’

약한 이들은 녹아내렸고.

강한 이들도 몸을 침투한 맹독에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마 라미아 로드의 독보다 내가 지금 뿜어내는 독이 더 강할 거야.’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독은 적아를 안 가린다는 거지.’

휘하 플레이어들이 합류했다가는?

괜히 독에 중독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후방으로 돌렸다.

모두 돌린 건 아니었다.

‘잘해 주고 있네.’

강현수가 정면에서 휘하 소환수들이 후방에서 밀어붙이는 상황.

좌측은 광혈마녀 유카가 혹한의 군주와 라미아 로드를 베이스로 만든 골렘을 중심으로 밀어붙였고.

우측은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휘하 플레이어와 소환수들이 밀어붙였다.

적절한 병력 분배 덕분에.

방금 전까지 무적처럼 보였던 투마족들과 몬스터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내가 괜히 동부를 먼저 들른 게 아니지.’

더 강력한 살상력을 지닌 라미아 일족을 먼저 제거해야 해서이기도 했지만.

라미아 일족을 쓰러트리고 난 뒤 올라갈 독성 스텟을 사용하면?

‘투마족을 더 쉽게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강현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한 가지 걱정은 강현수가 오기 전 아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었는데.

‘성벽을 방패로 잘 틀어막았어.’

그러나 희생이 없을 수는 없었다.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를 비롯해 적잖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희생되었다.

그 원흉이 저기 있었고.

‘나를 봤으니 저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강현수가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랭커 플레이어들이 겨우 발을 붙잡고 있는 존재를 주시했다.

투마족의 족장과 그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정예들.

‘강해.’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마기.

돌덩이처럼 단단한 전신의 근육.

그러나.

‘혹한의 군주만큼은 아니다.’

강현수는 더 강해졌고.

혹한의 군주와 라미아 로드를 바탕으로 만든 소환수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우오오오!”

투마족의 족장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랭커 플레이어들을 뿌리치고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한 선택이지.’

맹독을 뿌리며 투마족을 학살하고 있는 강현수는?

투마족의 족장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강자였다.

거기다 후방은 물론 좌우에서도 강자들의 기운이 느껴진다.

투마족 족장의 선택은?

‘나를 우선 제거하고 순회공연을 하는 거지.’

다른 이들과 달리 강현수는 혼자였고.

맹독을 무기로 다루니 제거도 비교적 손쉬워 보였을 것이다.

두두두두!

투마족의 족장은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랭커 플레이어들의 발을 묶기 위해 친위대와 다른 투마족 전사들의 희생을 감수했다.

치이이익!

지독한 독기가 투마족 족장의 몸을 뒤덮었지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직접 상처를 내지 않으면 무리겠지.’

혹한의 군주보다는 못하지만.

투마족의 족장은 그에 못지않은 강자다.

‘한번 해볼까.’

우득우득!

이중으로 사용한 야수화가 스텟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강현수가 탐식의 검을 움켜쥐자 뱀피릭 오러가 피어올랐고.

그와 동시에 신성 스텟과 마기 스텟을 끌어올리고 융합 스킬로 하나로 뭉쳤다.

휘이익!

투마족 족장이 날린 주먹이 강현수를 향해 날아왔고.

강현수는 탐식의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강현수는 전력을 다해 투마족의 족장과 싸웠다.

탐식의 검, 수호의 반지, 얼음왕의 목걸이, 스킬 증폭 등등.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과 스킬을 총동원했다.

콰직!

투마족 족장의 주먹을 왼팔로 막아 냈다.

뼈에 금이 간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지만.

탐식의 검이 가진 회복력.

불멸의 성화가 가진 치유력.

불사의 서로 올라간 자가 회복력 등이 합쳐져.

순식간에 완치되었다.

‘내 역할을 저놈을 쓰러트리는 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막아 내는 거다.

그사이 소환수와 휘하 지휘관들이 투마족들과 몬스터들을 정리할 것이다.

사실 더 쉽게 투마족 족장을 쓰러트릴 방법이 있기는 했다.

‘소환수를 부르면 그만이지.’

많이도 필요 없다.

사단장급 소환수들만 불러도 투마족의 족장을 순식간에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강현수 자신이 미끼가 되어 투마족 족장을 상대하고 포위망을 구성해 남은 소환수들로 20만이 넘는 투마족과 몬스터들을 섬멸시키는 작전을 짰다.

‘북부와 동부에서는 할 수 없었지.’

한시가 급했다.

북부의 경우 차원 게이트에서 얼마나 강하고 많은 적이 쏟아져 나올지 알 수 없었고.

동부는 최대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서부의 피해가 커질 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차원 게이트도 닫혔고.

적들의 병력 규모도 확인했다.

사단장급 소환수들을 동원해 재빨리 투마족의 족장을 제거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일대일로 투마족 족장을 상대하는 사이 휘하 소환수와 지휘관들이 투마족과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게.’

오히려 더 빨리 적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뭐, 진짜 속마음은 테스트지만.’

신마검과의 대련을 통해 일차 테스트를 끝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실전을 통해 자신의 현재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휘하 소환수와 휘하 지휘관의 도움 없이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무력을 말이다.

꽈아앙!

강현수가 전력을 다해 싸웠고.

투마족의 족장도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목숨만 걸린 게 아니라 투마족 전사들의 목숨까지 걸려 있으니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했다.

핏빛 오러를 중심으로 뭉친 은빛과 초록빛 기운에 휩싸인 검.

뱀피릭 오러가 마기를 흡수하고 분해한다.

신성과 마기라는 상극의 기운이 합쳐진 은빛 기운이 강력한 폭발력을 뿜어내고.

초록빛 독기가 상처로 스며든다.

야성의 감각이 날카롭게 날을 세웠고.

체력 스텟이 줄어들자 야성의 분노가 스텟을 추가로 증가시켰다.

퍼엉!

수호의 반지에 내장된 방어 스킬이 박살 나며 강현수의 몸을 보호했고.

강한 충격이 투마족 족장의 몸을 강타했다.

좌악! 서걱!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승패가 갈렸다.

좌아악!

“크악!”

투마족 족장의 오른팔이 날아갔다.

그러자 승기는 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우워어어억!”

투마족의 족장이 사력을 다했지만.

그저 마지막 발악일 뿐.

승기를 뒤바꿀 수준은 아니었다.

‘강하네.’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주력했다.

그래서 소환수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불안감이 있기도 했다.

과연 지금의 나는 얼마나 강해졌는가?

소환수의 도움 없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이번 전투로 그 결론이 나왔다.

그간 쌓아 온 전력을 다하면.

‘일대일로도 마계 후작을 쓰러트릴 수 있다.’

강현수의 강함은.

스스로의 예측보다 더 강했다.

‘일인군단으로 승급하며 얻은 스킬과 1초 예지 스킬까지 쓸 생각이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았음에도 이겼다.

‘슬슬 마무리를 해야지.’

단 직접 마무리 지을 생각은 없었다.

슈욱!

강현수가 투황을 소환했다.

“지금 날 뒤처리나 하라고 부른 거야?”

투황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팔 하나가 날아갔지만. 아직 안 죽었어.”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콰콰콰콰!

투마족의 족장이 마기가 가득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

“이길 수 있지? 힘들 것 같으면 선수 교체해 주고.”

강현수의 물음에.

“무슨 헛소리를.”

투황이 이를 빠드득 갈며 두 주먹을 움켜쥐고 투마족의 족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천한 인간 놈들이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후회하게 해 주마!”

투마족의 족장은 자신의 패배와 죽음을 확신했다.

강현수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강자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수하에게 수련 상대처럼 던져 준 것에 분노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저놈을 갈가리 찢어 죽여 주마!”

투마족의 족장은 투황을 죽임으로서 강현수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노라 다짐하며 전심전력으로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황금빛과 칠흑빛이 충돌하며 커다란 폭음을 만들어 냈고.

강현수는.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지.’

독기를 회수하고 몸을 날려 격렬하게 저항 중인 투마족들과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열심히 투마족들과 몬스터를 때려잡던 와중에.

[투마족의 족장을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투마족 족장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투마족의 침공을 홀로 막아 내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투마족 학살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마계 후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학살자 E랭크가 D랭크로 성장합니다.]

[투마족 전사를 다수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족 학살자 B랭크가 A랭크로 성장합니다.]

업적이 떠올랐다.

강현수는 재빨리 투마족의 족장이 죽은 자리로 이동해 유카를 소환했다.

“골렘 소환!”

유카는 재빨리 골렘을 만들었고.

‘군단 구성.’

강현수는 소환수로 만들었다.

‘음.’

급한 일을 끝내고 업적을 확인했는데.

이번에도 칭호가 두 개밖에 안 생겼다.

‘성장은 했지만.’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신은 역시 성장하지 않았다.

‘쉽지 않다 이거지.’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성과였다.

가장 큰 성과는.

‘투황이 이겼네.’

아무리 부상당했다고는 하지만.

투황이 마계 후작을 일대일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이었다.

‘회귀 전과 비슷한 수준 아니면 능가했을 수도 있겠어.’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강현수 자신이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휘하 지휘관들이 강해지는 것도 좋았다.

‘잘 막았어.’

세 방향에서 이어진 침공을 훌륭하게 틀어막았다.

‘미래 예지가 큰일을 했어.’

비록 세 개의 침공을 모두 예지하지는 못했지만.

‘혹한의 군주와 빙마족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했으면 피해가 엄청났을 거야.’

가장 강한 적을 각개격파할 수 있었고.

마족의 대군이 진군을 시작하기도 전에 하나를 격파할 수 있었기에.

‘이 정도 피해로 승리할 수 있어.’

“와아아아!”

“이겼다!”

“다크 나이트 만세!”

“척마혈신 만세!”

전황이 완전히 아군에게 기우는 것과 동시에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투황 만세!”

“일인군단 만세!”

생소한 칭호가 둘이나 끼어 있었다.

‘무투황? 일인군단?’

무투황은 이해가 갔다.

아마 투황을 보고 하는 말이리라.

아무리 부상을 당했어도 수많은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랭커 플레이어들을 박살 냈던 투마족의 족장을 투황이 홀로 쓰러트렸으니.

무투황이라는 칭호가 붙을 만했다.

그런데 일인군단이라니?

‘설마 저 녀석들이 내 소환수라는 사실을 알았나?’

강현수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히히히.”

광혈마녀 유카가 멋쩍은 얼굴로 실실 웃음을 터트렸다.

‘유카를 보고 한 말이었나?’

일인군단.

강현수의 직업명이었지만.

회귀 전에는 이반의 칭호였고.

‘유카의 칭호도 될 수 있겠지.’

홀로 수천이 넘는 골렘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활약도 대단했고.’

강현수 혼자 정면을 막아 냈다면.

유카는 홀로 좌측을 막아 냈다.

다수가 힘을 합친 것도 아니고 홀로 해냈으니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칭호는 뭐가 되려나.’

투황과 유카는 회귀 전과 다른 칭호를 얻었다.

아마 송하나도 회귀 전과 다른 칭호를 얻으리라.

그 칭호가 뭐가 될지 강현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적당히 위로해 줘야겠네.’

셋 중에서 홀로 칭호를 얻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전장을 정리한 후.

사클란트 제국이 아니라 로크토 제국에서 송하나의 새로운 칭호가 생겼으니까 말이다.

송하나가 얻은 칭호는 검마왕.

회귀 전 얻었던 공포의 상징인 살황이 아니라.

만인의 존경을 받는 모든 마검사들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칭호였다.

그러나.

“왜 나만 왕이야!”

칭호를 얻었음에도 송하나의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투황과 유카가 얻은 칭호보다 격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두고 봐! 금방 더 좋은 칭호를 받아 낼 테니까!”

송하나가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고.

그 기회는 강현수의 예상보다 너무 빨리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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