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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 드레포마 (2)

“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

신창 드레포마는 자신이 연달아 네 번이나 패배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겼네?”

그런 신창 드레포마의 귀에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창 드레포마는 자신이 겪은 일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강현수의 존재에.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인정 못 하겠어? 그럼 다시 도전해도 괜찮아.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상대해 줄 테니까.”

강현수가 싱글싱글 웃으며 신창 드레포마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졌습니다.”

신창 드레포마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10번을 싸워도 100번을 싸워도 1,000번을 싸워도.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완전히 기가 꺾여 버렸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신창 드레포마.

로크토 제국의 독불장군.

그가 안하무인으로 행동을 할 수 있던 근본인 무력이.

무참히 꺾이고 짓밟혔으니까.

“당신이 누군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신창 드레포마의 물음에.

“다크 나이트의 수장.”

강현수가 짧게 대답했다.

‘척마혈신.’

신창 드레포마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사실 강현수가 야수화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간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야수화 스킬과 신의 칭호를 동시에 가진 플레이어는 척마혈신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합류한 신참이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기 결과에 승복하는 거지?”

강현수의 물음에 신창 드레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력도 꺾이고 자존심도 꺾였으니 굴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괜히 이곳에 와서.’

엄청나게 큰 봉변을 당했다.

거기다 안하무인에 독불장군으로 살아가던 자신이 누군가의 수하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어 버렸다.

‘싫은데.’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압도적인 무위를 가진 강현수에게 완전히 기가 꺾여 굴복하기도 했고.

1,000기나 되는 다크 나이트들을 보니 발뺌하거나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자 오는 게 아니었는데.’

뭐, 수하들을 데리고 왔어도 별 차이는 없었겠지만.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너무 억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조만간 찾아가려고 했으니까. 어차피 이렇게 될 거. 그 시기가 조금 당겨졌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창 드레포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재수 없이 걸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조금 당겨졌을 뿐이라니?

“빙화신검, 권신, 신마검 그 셋은 이미 내 수하다.”

강현수의 말에 신창 드레포마가 눈을 부릅떴다.

“이번 일을 정리하고 위치가 알려진 너를 포함해서 다른 녀석들을 차례로 찾아갈 생각이었어. 그러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을 모두 수하로 거둘 생각이신 겁니까?”

“그래야 앞으로 싸움이 편해지니까.”

강현수의 대답에 신창 드레포마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을 모두 수하로 거두겠다니?

그건 상식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저자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압도적인 무력으로 자신을 꺾었다.

거기다 자신을 꺾을 수준의 강자를 셋이나 휘하에 데리고 있었고.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셋을 이미 휘하에 거뒀다면?

정말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 모두를 휘하에 거둘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 거부하는 자들이 나올 텐데.’

잠시 머리를 굴려 봤다.

하지만.

‘그럼 좋은 꼴은 보지 못하겠지.’

바로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결국 모두 굴복할 수밖에 없어.’

아니면 죽거나.

‘어차피 들어가야 한다면 먼저 들어가는 게 낫다.’

사실 죽고 싶지 않다면 결국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기도 했다.

강현수가 신창 드레포마를 압도적인 힘과 세력으로 꺾지 않았다면?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강현수의 수하가 될 수는 없다고 거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 압도적으로 강현수에게 깨졌고.

그것도 모자라 강현수의 수하들에까지 깨졌기에.

신창 드레포마는?

강현수 앞에서 세울 자존심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받아들여라.”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고.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뭡니까?”

“내 수하가 되는 과정이지.”

“가이아 시스템으로 강제되는 겁니까?”

“맞아.”

강현수의 대답에 신창 드레포마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혼의 계약서를 들이밀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이아 시스템의 힘에 얽매인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어차피 신창 드레포마에게 선택지 자체가 없기도 했고 말이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신창 드레포마가 예를 선택했다.

그 순간.

[연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헉!”

신창 드레포마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설마 수하로 들어갔는데 이런 버프를 받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나 더 있다.”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지휘관의 축복까지 내려 주었다.

그간 열심히 사용한 결과 지휘관의 축복은 SSS랭크로 성장했다.

SSS랭크 지휘관의 축복 버프 효과는 모든 스텟 40% 증가.

단숨에 모든 스텟이 60%나 강해지자 신창 드레포마는 전신에 넘치는 힘에 큰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힘에 굴복해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큰 제약을 걸거나 목줄을 채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새롭게 생긴 스킬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마.”

강현수가 연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스킬들에 대한 설명을 해 주자.

“저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제 세력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는 힘이군요.”

신창 드레포마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이 강해진 것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질 성과인데 수하들까지 강해질 수 있다니?

실로 사기적인 힘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런 거라면 처음부터 말씀을 해 주시지.”

신창 드레포마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버프가 있는 줄 알았다면?

전신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반항하는 대신.

한번 깨지자마자 순순히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갔을 것이다.

“제약이 있으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강현수가 상위 지휘관의 권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줬다.

그러나 신창 드레포마는 예상했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사기적인 힘을 주는데 그 정도 제약이 없다?

‘그럴 리가 없지.’

오히려 이런 제약이 있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 그렇게 강했는지 알겠어.’

이런 사기적인 버프 효과가 있으니.

무명인 상대 셋이 자신을 꺾은 것이리라.

‘지금이라면 다를 텐데.’

호승심이 끓어올랐다.

전신에 넘쳐흐르는 힘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방금 전 당한 패배를 순식간에 설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며칠 후 저들과 다시 싸우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신창 드레포마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 오크 로크 카쉬쿠, 데스 나이트 버나드를 노려보며 물었다.

“얼마든지.”

휘하 소환수와 플레이어가 서로 격돌해 성장할 수 있다면?

강현수로서는 얼마든지 환영해 줄 수 있었다.

단 며칠 후는 불가능했다.

“대신 조금 더 많이 기다려야 할 거다.”

“몬스터 웨이브 때문입니까?”

신창 드레포마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이 개입되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마족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상황에서 대련 같은 걸 할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떠날 생각인가?”

강현수의 물음에 신창 드레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적응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갑자기 모든 스텟이 60%나 늘어났으니.

안전한 곳에서 늘어난 신체 능력을 점검하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라.”

“감사합니다.”

강현수의 허락에 신창 드레포마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물러났다.

“또 하나 수집했네.”

송하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말했다.

“수집은 무슨.”

이건 어디까지나 수집이 아니라 포섭이었다.

“그런데 정말 다른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도 휘하에 넣을 생각이었어?”

투황이 강현수에게 물었다.

“그래야지. 괜히 전력을 분산시켜서 허무하게 날려 먹을 수는 없으니까.”

강현수가 회귀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란 왕국, 테라 왕국, 라메파질 왕국의 피해나 멸망을 막은 것도 막은 거지만.

‘내분의 싹을 잘라 냈다는 게 중요하지.’

마족들의 수작으로 무너지는 피해를 막아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내분으로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

원주민 플레이어와 타 차원 플레이어의 충돌을 막고. 원주민 플레이어와 원주민 플레이어의 대립, 타 차원 플레이어와 다차원 플레이어의 대립, 왕과 귀족의 대립, 귀족과 귀족의 대립, 왕국과 왕국의 대립, 황제와 귀족의 대립, 제국과 제국의 대립을 온전히 막아 냈다.

‘내전으로 생기는 손해를 최소화했어.’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대립이 남아 있었으니까.

그 싹을 온전히 자르기 위해서는.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을 온전히 강현수의 휘하에 거둘 필요성이 있었다.

또한.

‘유카 같은 케이스도 관리를 해야지.’

광혈마녀 유카.

최강의 플레이어 중 하나이자 아틀란티스 차원 모든 인류의 공적.

사실상 제 살 깎아 먹기의 최고봉에 있던 존재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편이지.’

광혈마녀 유카와 같이 플레이어이면서도 인류를 적대시했던 공적들이 존재했다.

‘마왕군이 가이아 시스템에 개입해 탄생한 존재인 것 같기는 한데.’

그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전에 정리해야 했다.

광혈마녀 유카처럼 휘하에 거두든.

그게 아니면.

숨통을 끊어 제거하든.

‘몬스터 웨이브를 정리하고 곧바로 움직인다.’

인류의 힘을 하나로 모아 마왕군의 침공을 손쉽게 격퇴하고 마왕을 쓰러트린다.

그러면.

‘돌아갈 수 있어.’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형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시 지구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한다.’

강현수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낸다.

전력을 다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그게 강현수의 목표였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일단 북부에서 일어날 예정인 몬스터 웨이브부터 말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군단 소환.’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소환했고.

순식간에 10만이 넘는 대군이 만들어졌다.

송하나와 투황이 전투 준비를 했고.

“나와라!”

유카가 그간 공들여 만든 골렘들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가자.”

강현수의 말과 함께 대대적인 병력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북부에 서식하던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초토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 * *

‘이상하네.’

북부 지대에 들어와 몬스터를 초토화시키며 이동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몬스터가 많기는 많은데.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정도로 밀집되어 있는 건 아니야.’

아무리 신창 드레포마가 미리 정리를 했다고 해도.

‘그 짧은 시간에 몬스터 웨이브를 막을 수는 없지.’

그 말인즉.

‘새로운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대대적으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지.’

이건 마왕군이 개입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잘만 하면 생각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도 있겠어.’

마룡 카라스가 용종 몬스터 군단을 이끌고 침공해 왔을 당시.

강현수는 차원 게이트를 틀어막는 형식으로 비교적 손쉽게 용종 몬스터 군단의 침공을 막아 냈다.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해결할 수 있어.’

강현수는 비행형 소환수를 뿌려 주변을 감시했다.

그러던 중.

‘찾았다.’

마룡 카라스가 용종 몬스터 군단을 가지고 침공해 왔을 때보다 훨씬 거대한 차원 게이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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