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빙화신검과 신마검이 떠나갔고.
강현수는 다시금 사냥에 열중했다.
‘역시 최고의 선택이었어.’
아우프 정글은 최고의 사냥터였다.
또 송하나, 투황, 유카를 떼어 놓고 온 것도 옳은 선택이었다.
‘몬스터의 종류가 다양해.’
맹독을 품고 있는 몬스터들의 레벨은 제각각이었다.
일반적인 사냥터라면?
중저레벨 몬스터는 일반 플레이어들의 사냥으로 씨가 말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우프 정글은 그렇지 않았다.
‘송하나, 투황, 유카와 함께 왔다면 경험치 분배가 애매했을 거야.’
중저레벨 몬스터를 사냥하는 구간에서는?
경험치를 주지 않으니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로 돌아갈 수 있는 강현수는 사정이 달랐다.
거기다.
‘죽어서도 맹독을 뿜어내다니.’
왜 모든 플레이어들이 아우프 정글을 외면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맹독을 품은 몬스터들은 곱게 죽지 않았다.
몸에 품고 있던 맹독을 퍼트린 후 죽었고 잔존마력으로 변했다.
그럼 당연히 몬스터들을 잡은 자리는 독기로 가득했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독성 스텟을 늘릴 수 있는 훌륭한 영양분이지만?
‘일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지.’
그냥 아우프 정글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쉼 없이 해독제를 섭취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몬스터가 정말 많았다.
‘석 달 동안 청소를 했는데도 이 정도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아우프 정글에서 말뚝 박고 사냥해도 될 정도로 몬스터가 넉넉했다.
강현수는 사냥에 열중했다.
그러는 사이 소환수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 갔고.
독성 스텟과 마기 스텟도 차근차근 올라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 * *
‘그 녀석이 아틀란티스 차원에 도착했다라.’
아우프 정글에서 사냥해 열중하고 있던 강현수의 귀에.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이가 아틀란티스 차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영국인이었지.’
중화길드는 마이트어 왕국에 이어 라메파질 왕국까지 완벽하게 장악했다.
이에 강현수는 중화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멸마창왕 진구평에게 지시를 내려 오랜 시간 라메파질 왕국의 플레이어 아카데미를 주시해 왔다.
그러던 중 드디어 연락이 온 것이다.
‘빌리.’
지금은 사라진 카발길드 소속 플레이어이자.
‘1초 회귀자 스킬의 원주인.’
그가 아틀란티스 차원에 도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드디어 그가 왔다.
남은 두 개의 레플리카 스킬 중 하나를 채울 스킬.
지금의 강현수를 만들어 준 스킬.
‘무조건 손에 넣어야지.’
강현수가 아우프 정글을 떠나 라메파질 왕국으로 향했다.
“저 녀석인가?”
강현수의 물음에.
“그렇습니다.”
멸마창왕 진구평이 공손히 대답했다.
빌리는 현재 플레이어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수료 중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라메파질 왕국의 플레이어 아카데미 자체를 중화길드가 컨트롤하고 있기에 손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데리고 올까요?”
멸마창왕 진구평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이제 갓 튜토리얼을 통과하고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들어온 녀석에서 스킬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레플리카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하면?
스택을 다 소모하기도 전에.
‘보유한 모든 스킬을 확인할 수 있지.’
강현수가 레플리카 스킬을 사용해 빌리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확인했다.
대부분은 그저 그런 저랭크 스킬들 뿐이었다.
그러던 중.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S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1초 예지 – E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1초 예지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24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어?’
강현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스킬이.
‘이게 무슨?’
레플리카 스킬로 만들어졌다.
‘1초 예지?’
강현수가 눈을 부릅떴다.
‘어째서?’
애초에 강현수가 원했던 스킬은 1초 예지가 아니라 1초 회귀자였다.
또 1초 회귀자라는 스킬은 분명 플레이어 빌리가 가지고 있던 고유 스킬이 확실했다.
‘그런데 왜?’
1초 회귀자 대신 1초 예지라는 스킬이 자신의 눈앞에 떠 있다는 말인가?
‘설마 1초 회귀자와 1초 예지를 둘 다 가지고 있는 건가?’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강현수는 크게 놀랐다.
그리고 다시금 스택을 소모해 빌리의 스킬을 확인했다.
그러나.
‘없어.’
아무리 뒤져도.
‘없다고.’
1초 회귀자라는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거라고는 1초 회귀자의 하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
1초 예지가 존재할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머리가 지끈거렸다.
회귀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또 직접 강현수의 손으로 미래를 비틀기도 했다.
그래서 수많은 변수가 생겨났지만.
‘그건 모두 예상했던 바였어.’
그러나 1초 회귀자 스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빌리는 이제 막 아틀란티스 차원에 진입했어.’
쉽게 말해 강현수가 일으킨 일에 대한 나비효과에 영향을 받을 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강현수가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은 하나였다.
‘1회성 스킬이었던 건가?’
EX랭크로 성장한 회귀자.
거기에는 분명히.
‘1회성 스킬이라고 써 있지.’
결론은 하나.
‘회귀 전이든 후든 상관없다는 건가?’
1회성 스킬.
그 사용 시기가 어찌 되었든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라는 것.
‘하지만 내가 사용한 건. 레플리카 스킬이었는데.’
오리지널이 아닌 레플리카.
레플리카를 사용했다고 오리지널이 사라지다니?
강현수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빌리가 사망한 직후.
그가 남긴 스킬북은 1초 회귀자가 아니라 공격 스킬이었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은 소모되지 않았어.’
그럼 당연히 남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한데 오리지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하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 1초 예지라는 스킬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답은 하나.
‘레플리카든 오리지널이든 상관없다는 건가.’
1초 회귀자는 어차피 회귀자라는 스킬을 손에 넣기 위한 준비물.
회귀 전 1초 회귀자라는 스킬을 손에 넣은 사람은 둘이지만.
회귀자라는 스킬을 손에 넣은 건 강현수가 유일했다.
‘두 번은 없다는 거네.’
강현수는 한 번 패배했다.
그러나 회귀자 스킬을 통해 다시 과거로 돌아왔고.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건가.’
강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1초 회귀자를 손에 넣으려고 한 이유는 전투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쿨타임이 길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1초 회귀자는 전투에 있어 말 그대로 사기적인 능력을 보유한 스킬이었으니까.
그러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보험 정도는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1초 예지와 1초 회귀자는 전혀 다르다.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성능 면에서도 하위 호환이었고.
‘1초 예지가 EX랭크가 된다고 해도.’
회귀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탄생할 리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강현수는 미련을 버렸다.
‘한 번의 기회를 얻은 걸로 충분해.’
1초 회귀자라는 스킬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1초 예지라는 스킬을 손에 넣은 걸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저 녀석을 네 휘하에 넣어.”
강현수의 지시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멸마창왕 진구평이 공손히 대답했다.
강현수가 플레이어 아카데미를 떠나 아우프 정글로 향했다.
이제 다시 사냥에 전념해야 할 때였다.
* * *
‘겨우 다 채웠네.’
강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오랜 노력 끝에 10만이 넘는 소환수의 TO가 가득 찼다.
어중이떠중이로 채웠다면?
좀 더 빨리 소환수 TO를 채울 수 있었겠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지.’
최고로만 채우려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렸다.
‘독성 스텟도 만족할 만큼 올렸고.’
강현수가 손을 들어 독성 스텟을 끌어 올리자.
진한 초록빛이 강현수의 손을 감쌌다.
웬만한 중저레벨 플레이어는 중독되는 순간 즉사.
상위레벨 플레이어라고 해도 즉사는 면하겠지만.
‘그리 오래 버티기는 힘들겠지.’
단 최상위 레벨.
랭커나 네임드 플레이어라면?
‘버틸 수 있겠지.’
그러나 어디까지나 버티는 것일 뿐.
체력이 저하되고 움직임이 둔화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전투에서는 치명적이지.’
독성 스텟이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도 통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강현수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강현수가 가진 치명적인 무기 하나가.
새롭게 생긴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이제 합류해야겠어.’
송하나, 투황, 유카.
그간 계속 연락을 취해 왔지만.
꽤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았던 이들을 만날 때가 왔다.
거기다.
‘오랜만에 제대로 일을 내기도 했고.’
미래 예지.
그간 쿨타임이 돌 때마다 사용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정보만 뱉어 냈다.
한데 간만에 제대로 사고를 쳤다.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라.’
미래 예지가 보여 준 건 북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정보였다.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야.’
그럼?
‘단순한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라는 말이지.’
누군가 인위적으로 일으킨 몬스터 웨이브.
아마도.
‘마왕군의 소행일 확률이 높겠지.’
오크 군단의 침공 이후.
한참 있다가 진행되었어야 할 언데드 군단의 침공이 앞당겨 시행되었다.
그 외에도 아우프 정글의 몬스터 웨이브도 강현수가 홀로 막아 냈다.
당연히 마왕군이 공격 방법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현수로서도 정확한 시기를 측정하기는 힘들었다.
이미 강현수의 영향으로 회귀 전과 회귀 후의 아틀란티스 차원은 많은 게 달라졌으니까.
그러나.
‘북부 몬스터 웨이브라면 짐작 가는 게 있지.’
빙마족.
마족의 상위종 중 하나.
오크가 하위종이고 언데드가 중위종이라면?
‘빙마족은 상위종이지.’
성년이 됨과 동시에 상급 마족 정도의 힘을 지니고.
‘웬만큼 노련해지면 손쉽게 마계 귀족의 자리를 얻어 내지.’
마룡족보다는 그 격이 떨어지지만.
‘빙마족은 절대 우습게 볼 수 없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족의 상위족 이상은 그 수가 적다는 점이지.’
그러나 수가 적은 만큼 강하다.
‘북부의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면 빙마족이 개입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
최소 마계 자작.
어쩌면 마계 백작이나 마계 후작이 개입했을 수도 있었다.
‘미래 예지 스킬의 발동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발동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나마 시기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강현수가 본 미래는 북부의 영주 중 하나가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 발생으로 주변 영지가 쓸려 나갔다는 보고를 받는 장면이었다.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져서 다행이었지.’
그 덕분에 정확히 언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해 북부의 영지들이 무너졌는지 알 수 있었다.
‘19일 후.’
그때 북부 영주 라보레이 자작이 주변 영지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말은?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거지.’
그건 대략 17~18일 후 북부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는 뜻이었으니까.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지.’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몬스터를 정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우프 정글에 가득 차 있던 몬스터들이 바닥나 걱정이었는데.’
알아서 훌륭한 사냥감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단순한 몬스터 웨이브라면?
‘그냥 사냥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그러나 강현수의 예상처럼 빙마족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 아틀란티스 차원에 진입한 거라면?
‘질 좋은 소환수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
거기다 대량 학살을 당할 뻔했던 북부의 플레이어들과 민간인들의 목숨도 구할 수 있었다.
‘버릴까 했더니 쓸 만한 정보를 물어 오네.’
간만에 성과를 낸 미래 예지 스킬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레플리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