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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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점검 (2)

‘기분 묘하네.’

그 전에도 혼자 움직인 적이 있었다.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을 이용한 테스트를 할 때도 혼자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랑 다르게 정말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때는 잠깐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우프 정글에 도착한 이상 사정이 달라졌다.

한동안은 혼자서 생활하고 사냥해야 했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혼자라는 사실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송하나, 투황, 유카와 함께하면서도 자신이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지 도움을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데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꽤 많이 의지하고 있었구나.’

회귀 전 강자여서.

강현수의 투자로 인해 최강의 자리에 오를 예정인 이들이라서가 아니었다.

세 사람의 특별함이나 가진 힘 때문이 아니라.

‘그냥 보고 싶네.’

강현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질 줄은 몰랐는데.’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회귀 전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그런 자신이.

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변화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

더 이상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군단 소환.’

강현수의 부름에.

사아아악!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공격.’

강현수의 명령에 따라.

쿵쿵쿵!

소환수 군단이 아우프 정글의 몬스터들을 무차별적으로 쓸어 나갔다.

강현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지런히 움직여 몬스터를 사냥했고.

계속해서 군단 구성 스킬을 사용해 소환수의 숫자를 늘려 나갔다.

‘쉽네.’

아우프 정글의 몬스터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독은 생자가 아닌 사자인 소환수들에게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소환수들의 육체가 녹여 버릴 정도로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도 있었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당이 가능하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유일한 생자인 강현수를 공격했다.

그러나 막강한 독 저항력 덕분에 수월하게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독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독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독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후략……

독성 스텟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쉴 시간이 없네.’

몬스터가 워낙 많아 쉼 없이 움직여야 했다.

강현수가 자는 동안에도 소환수들은 쉼 없이 몬스터들을 사냥했고.

레벨이 계속해서 상승했다.

강현수는 레벨이 올라가며 생긴 스텟으로 소환수를 만들었고.

스텟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스킬 강화를 레플리카에 사용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석 달 넘게 무한반복했을 무렵.

손님이 강현수를 찾아왔다.

* * *

“하하하, 잘 지내셨습니까?”

빙화신검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그 옆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인이 자리해 있었다.

“이 친구가 꼭 한번 뵙고 싶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강현수는 저 여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신마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이자.

‘검의 달인.’

회귀 전 강현수의 검술 실력이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라면.

‘신마검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어쩌면 아틀란티스 차원 최고일지도 몰랐다.

뱀피릭 오러나 탐식의 검 같은 특별한 스킬이나 아이템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신의 칭호를 얻었으니까.

그러나.

‘너무 일찍 죽었지.’

아틀란티스 차원을 대표하는 네 명의 검사.

검신, 검황, 검성, 검존.

이건 빙화신검과 신마검이 목숨을 잃은 후 확립된 구도였다.

“당신과 싸워 보고 싶습니다.”

그때 불쑥 신마검이 입을 열었다.

“저랑요?”

“예, 빙화신검을 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싸워 보고 싶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래, 이런 사람이었지.’

그 누구보다도 무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인물.

타고난 투사였고.

검사였던 인물.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마왕군의 대대적인 침공에 맞서 홀로 조국을 지켜 냈던 자.

“저기 이 친구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원래 이런 타입입니다. 그러니까 불쾌해하지 마시고…….”

중간에 끼인 빙화신검이 난감하다는 듯 입을 털었다.

“좋습니다.”

강현수가 선선하게 신마검의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대신 제가 이기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셔야 합니다.”

“좋아요. 대신 제가 이기더라도 제 부탁 하나를 들어주세요.”

“좋습니다.”

강현수가 선선히 허락했다.

“그럼 시작하죠.”

“그러죠.”

신마검의 말과 강현수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르릉.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꽈아앙!

강현수와 신마검의 격돌했다.

푸른빛 오러에 휩싸인 신마검의 검이 강현수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역시 보통 실력이 아니야.’

오러의 위력도 스텟도 그 외의 스킬도 모두 강현수가 위였다.

그러나 신마검의 빈틈없이 완벽한 검술은 강현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라고.’

강현수는 회귀 후 회귀 전의 자신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나 유일하게 처음부터 회귀 전보다 회귀 후에 더 앞서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검술.

강현수는 30년 넘게 검술을 익힌 검사였다.

일인분대라는 직업을 손에 넣으면서 검사의 주력 스킬은 손에 넣지 못했지만.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신의 검술을 더욱더 갈고닦았다.

검술은 강현수라는 인간이 가지고 이는 순수한 기량이자 실력.

가이아 시스템의 힘을 빌린 스킬이 아니었고.

랭크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

강현수는 스스로 재능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회귀 전.

황이라는 칭호를 손에 넣고.

아틀란티스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검술 실력을 손에 넣었지만.

강현수는 항상 위를 바라봤다.

괴물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재능과 센스를 가진 존재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존재들.

그런 존재들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겨우 그 위치까지 갈 수 있었지.’

그러나 회귀라는 믿기 힘든 기회를 손에 넣은 지금.

‘넘어설 수 있다.’

믿기 힘든 재능과 센스를 가진 존재들을 따라잡는 게 아니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

‘기회를 손에 넣었는데도 잡지 못하면 바보나 다름이 없지.’

강현수는 아틀란티스 차원에 존재하는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검술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들의 검술을 종합해 무적의 검술을 만들어 낸다?

그건 불가능했다.

오히려.

‘그중 하나라도 그들과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있으면 기적이지.’

그렇지만 강현수는 회귀자였고.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손에 넣었다.

또한.

‘이미 답안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야.’

자신이 그들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검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분쇄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강현수의 검술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다.

강현수는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를 바라봤기에 그런 것일 뿐.

회귀 전의 강현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틀란티스 차원을 통틀어 30위 안에 들어가는 실력을 가진 최상위권에 자리한 플레이어였다.

그런 이가 재능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파강! 파강!

검과 검이 충돌하며 화려하면서도 파괴적인 궤적을 그려 낸다.

스텟, 스킬, 검술.

무엇 하나 밀리지 않았다.

빙화신검을 휘하로 거둔 이후 강현수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계속해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신성 스텟과 마력 스텟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굳이 그 힘을 쓰지 않더라도.

파강! 파강!

전력을 다하지 않더라도 강현수는 강했다.

신마검은 강현수와 그 짧은 시간 수백 번 넘게 검을 마주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강현수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오히려 간신히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꽈아아앙!

폭음과 함께 신마검의 몸이 대지에 틀어박혔다.

“제가 졌습니다. 강하시군요.”

신마검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렸고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강해지기는 했구나.’

강현수는 자신이 회귀 전의 자신을 뛰어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마검.

비록 회귀 전처럼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현재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최강이라 불려도 무방한 존재.

그런 존재를 홀로 꺾은 것이다.

빙화신검을 꺾으며 어렴풋이 느꼈던 현재 자신의 강함을.

신마검을 꺾으며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떤 부탁을 하실 생각이시죠?”

신마검의 물음에.

“다크 나이트에 들어와 주셨으면 합니다.”

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애초에 빙화신검과 같이 온 걸 보면.

‘분명히 빙화신검과 권신이 받았던 버프에 관심이 있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자신을 찾아올 필요가 없었다.

‘어, 그건 아닌가?’

생각해 보니 신마검의 성향이라면?

버프가 없더라도 강현수와 겨루기 위해서라도 찾아왔을 것 같기는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마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설명은 들으셨나요?”

강현수가 빙화신검을 힐끗거리며 물었다.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기고 당당하게 다크 나이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부탁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어차피 누가 이기든 신마검이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오는 건 확정된 사항이었던 모양이다.

‘지휘관 임명.’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고.

[플레이어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신마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예를 선택했다.

[연대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모든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놀랍군요.”

신마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강현수는 지휘관의 축복 스킬까지 시전했다.

신마검은 늘어난 스텟에 만족한다는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전에 저랑 싸웠을 때보다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빙화신검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사실 그렇다.

신의 칭호를 받을 정도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실력은 거의 극에 달해 있다.

레벨을 올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말이다.

그런 만큼 실력이 갑자기 확 느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데 강현수가 그걸 해냈으니.

빙화신검의 입장에서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노력했으니까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강현수의 대답에 빙화신검의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데 자신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냥 누적 스텟이 조금 더 늘었을 뿐인데.’

강현수 혼자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니 알려 줘 봐야 의미가 없었다.

‘누적 스텟을 늘리는 건 무리일 것 같았는데.’

10만이 넘는 소환수 TO를 채우려면 스텟이 남아날 것 같지 않다.

그게 강현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또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강력한 몬스터들로 소환수들의 TO를 채우고 싶었다.

소환수 숫자를 채우기에 급급해 괜히 머릿수만 늘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량이나마 스텟이 남았고.

당연히 조금씩이나마 누적 스텟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부럽습니다.”

빙화신검의 말에 강현수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레벨이 오르면 레벨 업을 하기 어려워진다.

한데 강현수는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웠다.

스킬 강화를 통해

가 되면 너무도 손쉽게 광렙을 할 수 있었으니까.

신의 칭호를 얻고도 저레벨 플레이어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내 진짜 힘이지.’

아직 마왕군이 전면전을 걸어오려면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하나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힘을 키워 나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빙화신검과 신마검과의 대결은 일종의 중간점검이었다.

그리고 그 중간점검의 결과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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