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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레벨 플레이어-184화 (184/365)

테스트

잠시 후 검왕 장석원이 두툼한 서류 뭉치 두 개를 가지고 등장했다.

이 안에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강현수가 서류 뭉치 두 개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중 한 서류 뭉치를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빠르게 읽어 나갔다.

‘의외네.’

강현수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탐식의 검.

검신 이광호의 애병이자, 그가 신의 칭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

그러나 단순히 아이템 하나를 얻었다고 해서 신의 칭호를 얻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강현수는 검신 이광호가 탐식의 검을 손에 넣지 못했어도 무난히 상위 네임드 플레이어가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반만 들어맞았다.

‘검귀라.’

네임드 플레이어의 자리를 손에 넣었다.

강현수의 손에 의해 사망하고 소환수가 된 중화길드의 검귀.

그 후 사라졌던 칭호가 이광호의 손에 들어갔다.

‘나름 뛰어나기는 하지만…….’

강현수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회귀 전의 검신 이광호였다면?

‘지금쯤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의 칭호를 손에 넣었겠지.’

성장 속도가 확연히 느렸다.

거기다.

‘이놈의 성격은 어딜 가지 않는군.’

보고서의 네 줄.

노예 상인과 손을 잡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함.

노예 상인 토벌 때 함께 고발해 체포됨.

베록커토 영지의 감옥에 수감.

현재 재판이 진행 중.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재판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이군.’

추가로 베록커토의 영주가 검신 이광호를 포섭 중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네임드 플레이어라 살려 둔 모양이네.’

아니었다면?

이미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 발견되었기에 영주의 의사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여전히 철저하네.’

검신 이광호라면 노예 상인과 손을 잡고도 남을 놈이었다.

검신이라는 칭호를 손에 넣고도 뒷구멍으로는 온갖 구린 일을 했던 놈이다.

‘회귀 후에도 여전하구나.’

자신에게 이득이 될 일이라면?

그것이 범죄라고 해도 망설이지 않는 자.

그가 바로 검신 이광호였다.

‘테스트 후 처리하는 게 좋겠어.’

강현수가 검신 이광호의 처분을 결정짓고.

다른 서류 뭉치를 집어 들었다.

‘이놈은 진짜 별거 없네.’

수호신 이철민.

나름 상위권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치고 있기는 했지만.

회귀 전과 비교하면?

너무도 보잘것없는 위치였다.

‘하긴 자력으로 만든 EX랭크 스킬이 단 하나도 없는 놈이었으니.’

검신 이광호는 그나마 본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도 갈아 넣었지만.

수호신 이철민은 정말 철저하게 수호의 반지빨로 신의 칭호를 손에 넣었다.

‘진짜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수호신 이철민도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죄목은 머더러 플레이어.

함께 파티를 구성했던 파티원들을 전멸시키고 아이템을 챙기려는 수작을 부리다가.

감시하고 있던 발해길드원들에 의해 범행이 발각되어 미수에 그쳤다.

‘발해길드가 감시하지 않았다면 미수범이 아니라 상습범이 되었겠지.’

현재 수호신 이철민은 검신 이광호와 마찬가지로 베록커토 영지의 감옥에 수감 중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욕심과 과시욕이 많은 놈이었지.’

회귀 전에도 그 욕심과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은밀히 범법 행위를 저질렀었다.

‘수호의 반지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EX랭크로 성장한 건지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고.’

수호의 반지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무일푼이었던 수호신 이철민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수호의 반지를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머더러 플레이어 짓을 해서지.’

회귀 전 수호신 이철민이 명성을 떨치기 전 머더러 플레이어로 활동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수호신이라고 불린 이철민의 명성을 질투하는 자들이 퍼트린 헛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데 이번에는 달랐다.

머더러 플레이어 짓을 하다 발각된 것이다.

‘멍청한 놈이 욕심만 많았구나.’

강현수가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을 감시만 한 이유는?

그들의 죄가 회귀 전으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귀 전 신의 칭호를 가진 이들인 만큼 주력 아이템인 탐식의 검과 수호의 반지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궁금했다.

제법 쓸 만하게 성장했다면?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선봉에 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둘 다 기대 이하야.’

검신 이광호는 네임드 플레이어로 성장했지만.

그게 다였다.

거기다 더러운 짓에 손을 대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강현수가 발해길드에게 감시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겠지.’

결론은 정해졌다.

‘둘 다 사형이다.’

그러나 바로 죽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사형수 두 사람이 필요한 실험이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 * *

강현수는 대도시 베록커토의 영주 성으로 향했다.

대도시 베록커토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발해길드지만.

‘공식적인 지배자는 영주지.’

대도시 베록커토의 영주이자 백작의 작위를 가진 고위 귀족.

그가 현재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황실과 손을 잡은 게 이렇게 영향을 미치네.’

로크토 제국과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이 손을 잡으면서 발해길드는 많은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영주의 권위를 인정해 주면서 공권력이 크게 올라갔다.

‘황실과 암묵적인 적대 관계였다면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이 발해길드의 감옥에 있었겠지.’

하나 영주의 권위를 인정해 주면서.

발해길드가 검신 이광호와 수호신 이철민을 자체 처벌하지 않고 영주에게 넘겨준 것이다.

그 때문에 일이 조금 번거롭게 되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지.’

베록커토의 영주는 강현수에게 있어서도 별로 기억에 남는 점이 없었다.

사실상 발해길드에게 영지의 영향력을 거의 빼앗긴 자였으니까 말이다.

‘욕심이 있는 놈이었나 보네.’

그러니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것이리라.

범죄자인 검신 이광호를 자신의 수하로 삼으려 하다니?

‘멍청한 놈.’

검신 이광호는 누군가의 아래 있을 인간이 아니었다.

영주가 검신 이광호를 수하로 삼는다면?

‘반대로 잡아먹히겠지.’

지금 상황도 웃겼다.

검신 이광호는 범죄자 신분으로 영주의 의사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위급한 처지다.

‘그런데 계속 시간만 흘러가고 있어.’

발해길드의 귀에 영주가 이광호를 포섭 중이라는 정보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 말은 갑의 위치에 있는 영주가 을의 위치에 있는 검신 이광호에게 반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뭐, 중요한 건 아니지.’

어차피 검신 이광호의 운명은 영주가 아니라 강현수가 결정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멈춰라!”

강현수가 영주 성을 향해 다가가자 경비병들이 막아섰다.

쓱.

강현수가 별다른 말 없이 손을 들어 인장을 활성화시켰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로크토 제국 공작의 인장이 생겨났고.

“고,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경비병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영주에게 내가 왔음을 알려라.”

“예!”

경비병들이 다급히 소식을 전했고.

그리 오래지 않아 영주가 호위 기사들과 함께 황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베록커토의 영주 와이더 백작이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강현수에게 인사를 했다.

백작은 고위 귀족이다.

특히 대도시 베록커토의 영주는?

같은 백작들 사이에서도 목에 힘 좀 주고 다닐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공작.

그것도 테라 왕국의 공작도 아니고 로크토 제국의 공작을 상대로는 아무런 부질이 없었다.

로크토 제국의 공작은 제후국인 테라 왕국의 국왕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최고위 귀족이었으니까 말이다.

“한데 누구신지?”

상대가 로크토 제국의 공작이라는 사실을 인장으로 알 수 있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몰랐다.

“그건 알 필요 없다. 이 감옥에 이광호와 이철민이라는 플레이어가 갇혀 있다고 들었다. 그들을 데리고 오도록.”

강현수의 말에 와이더 백작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광호는 자신이 열심히 작업 중이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송구하지만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둘은 로크토 제국에서 수배 중인 죄인이다.”

“그게 무슨?”

와이더 백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둘 모두 테라 왕국에서만 쭉 활동해 왔는데 어떻게 로크토 제국의 죄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체포 영장을 보여 주시면 넘겨드리겠습니다.”

와이더 백작이 당당하게 나갔다.

자신이 공들인 먹잇감을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빼앗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없는데.”

“그럼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 정식 절차를 밟아서 오시지요.”

와이더 백작은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상대의 신분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테라 왕국의 대도시 베록커토였고.

자신은 이곳의 영주였다.

“로크토 제국의 죄인을 감싸는 건가?”

강현수의 말에 와이더 백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둘은 베록커토의 영지민이자 테라 왕국의 백성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지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베록커토의 영주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로크토 제국의 공작이라고 해도 말 한마디에 영지민을 넘길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와이더 백작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하나.

‘혼자야.’

공작 정도의 대귀족이 홀로 다니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것도 이런 타국에서.

‘가짜일지도 모른다.’

고위 귀족의 인장 위조는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인 거지 불가능은 아니었다.

설사 인장이 진짜라고 해도.

‘그리 권세 있는 공작은 아닐 거야.’

어쩌면 작위만 남은 몰락 귀족일 수도 있다.

권세 있는 대귀족이 홀로 다닐 일은 없으니까.

그럼 그리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자기가 뭘 어쩔 거야.’

와이더 백작이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도 아니고.

없는 절차를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강하게 나가면?

이대로 물러나거나 정식 절차를 밟아 다시 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검귀를 빼돌리면 그만이야.’

사형시켜 버렸다고 한 후 빼돌리면 끝이다.

“좋게 이야기하려고 했더니.”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슈슈슉!

그와 동시에 전신 갑주로 무장한 일단의 기사 1백 명이 마력을 줄줄 뿜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죄인을 감싸는 걸 보니 한패가 틀림없어 보이는군.”

강현수의 말에 와이더 백작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전혀 두려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전원 고레벨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자신의 호위 기사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주님, 저들 모두 랭커인 것 같습니다.”

믿고 있던 호위 기사가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다.

“뭐? 랭커?”

“네.”

“저들 모두가?”

“그런 것 같습니다.”

호위 기사의 말에 와이더 백작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랭커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찌 1백 명이나 보유할 수 있단 말인가?

거대 길드가 보유한 랭커도 고작 열 명 남짓이다.

1백 명의 랭커를 거느리려면?

일국의 왕 정도는 되어야 했다.

‘이런 망할!’

가짜도, 권세 없는 공작도 아니었다.

‘진짜였어.’

상대는 테라 왕국의 국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로크토 제국의 제대로 된 공작이었다.

“절대 그 죄인들과 한패가 아닙니다! 당장 그 죄인들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당장 가서 그 두 놈 끌고 와!”

“예!”

와이더 백작의 외침에 호위 기사가 전력을 다해 영주 성 내부로 질주했다.

그 모습을 목격한 강현수가 손짓했고.

1백 명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꼭 힘을 보여 줘야 말을 듣네.’

사실 신분을 정확히 밝혔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와이더 백작이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이자 로크토 제국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공작에게 뻗댈 배짱은 없어 보였으니까.

그러나.

이건 일종의 배려였다.

‘내 신분을 밝혔다가는 오히려 난리가 났을 테니까.’

그간 강현수는 척마혈신의 이름으로 마왕의 하수인들을 때려잡았다.

그런 강현수가 베록커토 출신 죄인 둘을 데리고 간다면?

대도시 베록커토에 마왕의 하수인이 암약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며 큰 소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또 대도시 베록커토의 지배자들에게 악영향이 간다.

와이더 백작의 명성이 떨어지는 건 상관없지만.

발해길드의 위명이 떨어지는 건 상관이 있다.

‘괜히 민폐 끼칠 필요는 없지.’

이번 일은 조용히 해결하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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