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군단 (2)
‘임시 여단은 몇 개나 만들 수 있으려나?’
테스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임시라고 해도 여단장의 자리는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
잠시 고민하던 강현수가 버나드와 마찬가지 마계 남작 작위를 가지고 있는 데스 나이트 제라를 소환했다.
그 후 여단을 구성할 수 있는 지휘관 소환수들을 데스 나이트 제라에게 배속시켰다.
[연대장 데스 나이트 제라를 임시 여단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스텟이 소모됩니다.]
[데스 나이트 제라의 직위가 연대장에서 여단장(진)으로 변경됩니다.]
[군단장은 2개의 임시 여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임시 여단은 최소 1,500명, 최대 3,000명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인가?’
확실히 짰다.
그렇지만.
‘배치 병력이 많아.’
본래 임시 연대까지는 정규 연대의 절반 정도의 병력만 구성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임시 사단과 임시 여단의 경우.
‘절반이 넘는다.’
정규 사단이나 여단의 절반이 아니라 2/3의 병력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총병력이 10만에서 11만 6천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임시 연대를 포함하면?
무난하게 12만 이상의 병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병력도 병력이지만 사단장 하나와 여단장 둘을 더 임명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이득이었다.
‘나머지 녀석들도 임명해 줘야겠어.’
강현수는 마룡 카라스, 도플갱어 킹 탈리만, 오크 로드 카쉬쿠를 사단장으로 임명했다.
그 후 오크 로드 하나를 임시 여단장에, 남은 오크 로드 둘을 정규 여단장에 임명했다.
‘이제 남은 여단장 자리는 셋.’
이 세 개는 소환수들이 아닌 휘하 지휘관에게 줄 생각이었다.
‘테라 왕국만이 아니라 로크토 제국도 들러야겠네.’
남은 여단장 자리 세 개의 주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저 세 사람의 직위도 올려 줘야겠지.’
현재 송하나, 투황, 유카 모두 대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 전에는 연대장 자리에 여유가 없었지.’
그래서 세 사람에게 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버프에 의지할 이들이 아니야.’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에게 더 강한 버프와 더 좋은 아이템을 더 일찍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최대한 미뤘다.
본인의 것이 아닌 강현수가 준 힘이 독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지.’
송하나와 투황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EX랭크 아이템을 사용하면서도 그 힘에 의지해 나약해지지 않았고.
버프에 의지해 게을러지지 않았다.
‘유카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두 눈에 광기를 품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유카다.
“직업 랭크가 오른 거지?”
송하나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일인군단이 됐어.”
“사단장과 여단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 거야?”
“맞아, 사단장 넷과 여단장 일곱을 임명할 수 있게 됐어.”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연대장 자리에 여유가 생겼어. 바로 승급시켜 줄게.”
강현수가 송하나를 시작으로 투황과 유카를 대대장에서 연대장으로 승급시켰다.
“고마워, 현수야!”
송하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고.
“오오!”
투황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히히히!”
유카 역시 강현수의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이 정도에 만족한 건 아니었다.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어.’
‘더 강해져야 해.’
‘꼭 인정받을 거야.’
여단장 자리가 셋 비었음에도.
그 자리는 송하나, 투황, 유카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까지 강현수에게 가장 먼저, 최우선으로 높은 지위를 받는 건 소환수들이었다.
차선은 소환수거나 공석이었다.
냉정하게 평가해 송하나, 투황, 유카는 최선도 차선도 아닌 그다음에 불과했다.
세 사람은 그게 가장 아쉬웠다.
특히 튜토리얼부터 강현수와 함께했던 송하나의 경우.
강현수의 첫 번째 동료이자 지휘관이었다.
그런 송하나에게 있어 자신의 순위가 점점 뒤로 밀린다는 건.
‘꼭 첫 번째가 될 거야!’
참을 수 없는 치욕 중 하나였다.
“당분간 여기서 사냥하고 있어. 난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서.”
강현수의 말에.
“빈 여단장 자리를 채울 생각인가 보네?”
사단장의 경우 네 기의 소환수를 임명하면서 TO가 찼다.
그러나 여단장의 경우 아직 세 자리가 남아 있었다.
“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알았어, 다녀와.”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미소를 지은 후 비행형 소환수를 소환해 그 등에 타고 몸을 날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송하나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번 강현수의 직업 랭크가 올랐을 때는?
‘첫 번째로 승급받고 말겠어.’
송하나는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검을 움켜쥐며 몬스터 사냥을 시작했다.
송하나의 뒤를 이어 투황과 유카도 무서운 속도로 몬스터들을 사냥해 나갔고.
그날부터 고레벨 사냥터의 몬스터 씨 마르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 * *
강현수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테라 왕국이었다.
‘오랜만에 오네.’
처음은 아틀란티스 차원에 발을 디뎠을 때였고.
마지막은 황소욱의 경험치를 빨아먹기 위해서였다.
‘레벨을 꽤 많이 올려놨겠지?’
전에 찾아오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쯤이면 못해도 500레벨 이상은 찍었을 것이다.
‘얼른 마무리해야지.’
빙화신검과 권신을 지휘관에 임명하고 소환수들과 송하나 일행의 직위를 올려 줬기에 현재 강현수의 스텟은 거의 바닥을 찍고 있었다.
‘이곳 일을 마무리 짓고 사냥에 열중한다.’
10만이 넘어가는 소환수를 만들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스텟이 필요했다.
‘잠시도 쉴 틈이 없어.’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강현수가 가장 먼저 발해길드를 찾아갔다.
“누구십니까?”
발해길드의 길드 하우스에 도착하자 입구를 지키던 길드원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길드 마스터를 만나러 왔다.”
쓱.
강현수가 말과 함께 패 하나를 내밀었다.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 간부의 신분을 상징하는 패였다.
“아, 연합에서 나오셨군요. 들어가시죠.”
입구를 지키던 길드원들이 공손히 강현수를 안내했다.
‘자리를 잘 잡았나 보네.’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은 강현수의 지시에 의해 적염제 도르초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발해길드는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의 일원.
표정이 부드러운 걸로 봐서.
‘알력 다툼 같은 건 없어 보이네.’
자존심 강한 거대 길드들을 뭉쳐 놨기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적염제 도르초프가 잘 아우른 듯 보였다.
‘뭐, 둘 다 내 휘하에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다른 거대 길드와 알력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강현수는 적염제 도르초프를 믿었다.
“오셨습니까.”
발해길드의 길드 마스터 검왕 장석원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강현수를 반겼다.
“그동안 별일 없었나?”
“네, 그냥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냥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검왕 장석원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강현수 덕분에 꽁으로 업적들을 얻었고.
오크 군단과 언데드 군단을 토벌하며 광렙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후에도 꾸준히 사냥에 열중한 것 같고.’
별일 아니라는 듯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냥만 했다고 했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검왕 장석원의 레벨이라면?
1레벨을 위해서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강현수 덕분에 업적을 얻고 광렙을 한 것에 비하면?
노력에 비해 보잘것없는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성과에 열중하는 것도 재능이지.’
꾸준함, 끈기, 성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재능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절 찾아오신 겁니까?”
검왕 장석원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줄 게 있어서.”
“네?”
검왕 장석원의 물음에 강현수가 지휘관 임명 스킬을 사용했다.
[대대장 장석원을 여단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스텟이 소모됩니다.]
[장석원의 직위가 연대장에서 여단장으로 변경됩니다.]
“오오오!”
단번에 직위가 2단계나 올라갔다.
모든 스텟이 10%나 증가한 것이다.
당연히 그 변화가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주군!”
검왕 장석원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강현수의 휘하에 들어간 이후.
대량의 업적을 거저 얻었다.
광렙도 했다.
반면 검왕 장석원이 강현수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준 적은?
‘없었어.’
그런데도 이런 엄청난 힘을 쥐여 주다니?
검왕 장석원으로서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인의군왕과 적염제도 너와 같은 직위를 받을 거야.”
“제가 첫 번째군요.”
검왕 장석원의 눈이 반짝였다.
“해야 할 일은 알고 있겠지?”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의 결속력과 장악력을 최대한 높이겠습니다.”
검왕 장석원의 대답에 강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단번에 말귀를 알아들으니 다행이다.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 적염제 도르초프.
강현수는 이 셋을 여단장으로 점찍었다.
그동안은 임명할 수 있는 고위 지휘관의 숫자가 적어 이 셋을 대대장에 머무르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지.’
연대장 자리도 넉넉했고 대대장 자리는 남아돌았다.
‘이 정도면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을 장악할 수 있겠지.’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 적염제 도르초프이 세 사람은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의 핵심이다.
‘황제인 세실리아가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세 사람이야.’
대대장에서 여단장이 된 만큼 휘하에 거둘 수 있는 지휘관의 숫자도 늘어나게 된다.
‘그게 끝이 아니지.’
여단장은 아홉 명의 대대장을 거느릴 수 있다.
‘대대장일 때는 고작 중대장 넷을 거느릴 뿐이지.’
소대장과 분대장의 경우도 임명이 가능하지만.
‘버프의 효과가 너무 적지.’
아홉 명의 대대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 만큼.
강력한 버프를 미끼로 휘하에 끌어들일 수 있는 이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이끌 대상 역시 검왕 장석원이 길드 마스터로 있는 발해길드가 아니라.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에 속한 길드장들이 되어야 한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인 세실리아를 손에 넣고.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의 눈을 돌렸다.
거기다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회귀 전 벌어진 각국과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의 전쟁을 막았어.’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들 간의 전쟁 역시 아틀란티스 차원의 전력을 갉아먹은 원흉 중 하나였으니까.
‘하나의 깃발 아래 모였다고 다툼이 없을 수는 없지.’
오히려 파벌을 가르고 세력을 모아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을 장악하려는 자들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의 수장인 적염제 도르초프와 그를 전적으로 돕는 검왕 장석원, 인의군왕 신창후에게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아틀란티스 차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의 직위도 올려 줘야겠군.’
멸마창왕 진구평.
‘연대장이면 충분하겠지?’
그 녀석의 실력이면.
‘그것도 과분하지.’
그나마 중화길드의 길드 마스터 자리와 왕의 칭호를 잘 지키고 있기에 연대장으로 승급시켜 주는 것이다.
멸마창왕 진구평도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였으니까.
‘원래는 교체를 생각했었는데.’
나름 필사적으로 따라오고 있으니 당분간은 두고 봐도 될 것 같았다.
“고려길드로 가실 겁니까?”
검왕 장석원이 강현수에게 물었다.
자신에게 볼일이 끝났으니 인의군왕 신창후에게 갈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지켜보라고 지시한 놈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와라.”
“이광호와 이철민 말씀이십니까?”
검왕 장석원의 물음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가지고 오겠습니다.”
검왕 장석원이 자리를 떠났다.
‘이번 기회에 정리한다.’
검신 이광호.
수호신 이철민.
강현수의 뒤통수를 친 배신자이자.
회귀 전 탐식의 검과 수호의 반지의 주인이었던 자들.
이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