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화신검 (3)
‘야수화.’
우득우득!
강현수가 이중으로 야수화 스킬을 사용하자 외형이 변화했다.
그와 동시에 마력 스텟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꽈아아앙!
전력을 다한 강현수와 빙화신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확실히 강하네.’
강현수는 회귀 전 신의 칭호를 지닌 플레이어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 모두 강했지만.
‘모두가 신의 칭호를 가지고 있기에 합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니었지.’
과대평가된 이들도 꽤 많았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얼마 가지 않아 신의 칭호를 잃었지.’
추월당하거나.
빼앗기거나.
하지만.
‘빙화신검은 진짜다.’
세력도 없이 독보하면서도.
죽기 직전까지 신의 칭호를 유지했던 진짜배기 실력자였다.
당연히 그런 만큼.
까가가가각!
‘강하네.’
길이가 다른 두 자루의 검으로 펼치는 검법은 공수의 조화가 완벽해 빈틈이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상극인 빙의 속성을 가진 푸른빛 오러와 화의 속성을 가진 붉은빛 오러를 조화롭게 다루는 솜씨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강현수는 전혀 뒤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자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조금씩이나마 빙화신검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강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현재 강현수는 만전의 상태가 아니었다.
레벨은 712로 스킬 강화를 사용하기 직전의 상태였지만.
맨티스길드의 수뇌부를 소환수로 만들고 광견왕에게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까지 해 줬기에 꽤 많은 스텟을 소모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고 있어.’
소환수의 도움이 없이 빙화신검을 서서히 밀어붙이고 있었다.
“무슨 놈의 힘이!”
빙화신검이 얼굴을 찌푸렸다.
한번 격돌할 때마다 검을 쥔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근육이 터질 것 같은 충격도 함께였다.
거기다 빙과 화의 속성을 품고 있는 오러가 계속해서 분쇄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얼음 왕의 목걸이나 수호의 반지까지 사용하면 빠르게 승기를 잡을 수 있겠어.’
그러나 강현수는 얼음 왕의 목걸이나 수호의 반지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회귀 전 황의 칭호가 한계였던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신의 칭호를 가진 빙화신검을 상대로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뭐, 탐식의 검과 뱀피릭 오러를 사용한 순간부터 반쯤 반칙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신성 스텟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꽈앙! 꽈아앙!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강현수가 서서히 승기를 잡아 나갔다.
그때.
“마왕군과 손을 잡은 살인마 따위한테 내가 질 것 같아!”
빙화신검이 분노를 토해 냄과 동시에.
촤르르륵!
빙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푸른빛 오러와 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붉은빛 오러가.
하나로 뒤엉켰다.
그와 동시에.
꽈아아앙!
“큭!”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 강현수의 몸에 전해졌다.
‘이게 빙화신검의 전력인가?’
각각 나뉘어 있던 빙 속성의 오러와 화 속성의 오러가 합쳐지자 그 파괴력이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력해졌다.
오러의 밀도도 강해져서 모든 스킬의 근원인 마력 그 자체를 흡수하는 뱀피릭 오러의 옵션 효과도 현저히 약해졌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이거지.’
강현수가 신성 스텟을 사용했다.
꽈아아앙!
그와 동시에 강현수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다.
빙화신검이 마족이 아니라 추가 증폭 효과는 없지만.
애초에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나 마찬가지지.’
꽈아아앙!
‘스킬 증폭.’
거기에 스킬 증폭까지 사용하자.
“커억!”
기세등등하게 강현수를 몰아붙이던 빙화신검이 일방적으로 밀려 났다.
“그게 전력이 아니었다고?”
빙화신검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빙의 속성을 가진 오러와 화의 속성을 가진 오러를 하나로 합치는 고유 스킬 융합은 빙화신검이 가지고 있던 비장의 한 수였다.
절대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을 합쳤기에 오러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폭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융합 스킬을 사용하고 쓰러트리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기록이 깨져 버린 것이다.
파강!
손아귀가 찢어지며 오른손에 들려 있던 검이 날아갔다.
왼손에 검 한 자루가 들려 있기는 하지만.
두 자루의 검으로 이기지 못한 상대를 한 자루의 검만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 승부가 갈린 것 같은데?”
강현수가 빙화신검을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아직이다!”
빙화신검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적당히 해서는 얌전히 있을 것 같지가 않네.’
일단 완벽하게 제압해야 할 것 같았다.
파강!
강현수가 빙화신검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낸 후.
서걱! 서걱!
검을 휘둘러 빙화신검의 팔과 다리의 힘줄을 잘라 냈다.
털썩!
빙화신검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윽!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너 같은 놈이 맨티스길드에 있었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척마혈신.”
강현수의 말에 빙화신검이 눈을 부릅떴다.
“척마혈신이라고?”
빙화신검 역시 다크 나이트와 척마혈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심 무시했다.
신의 칭호를 얻은 자들 중 본인의 실력보다 속한 세력의 위명에 기댄 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빙화신검은 척마혈신 역시 다크 나이트라는 거대 세력을 등에 업고 있기에 신의 칭호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니었다.
‘내가 지다니.’
독보하며 신의 칭호를 손에 넣은 자신을 압도하는 무력을 선보였다.
으득!
빙화신검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다크 나이트라면 맨티스길드와 앙숙으로 알고 있는데?”
“앙숙 맞아. 그래서 본진을 괴멸시켰거든.”
“그럼 저놈은 뭐지?”
빙화신검이 광견왕을 가리키며 물었다.
“스킬로 정신을 제압한 거라니까.”
“헛소리! 그럼 저 리치들은 뭐냐!”
빙화신검의 말에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아틀란티스 차원을 침공한 리치들을 쓰러트리고 라이프 포스 베슬을 통해 제어하고 있는 거다.”
이 사실은 이미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가 공표한 사실이었다.
“웃기지 마라!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
‘이놈은 무슨 산속에서 혼자 살았나.’
왜 남들 다 아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불가능하기는, 충분히 가능하거든!”
“흥, 리치야 그렇다고 쳐도 어설픈 녀석이라면 모를까 저 미친놈 수준의 강자를 스킬로 제압했다고? 그런 스킬이 있을 리가 없잖아.”
빙화신검의 말에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있거든.”
마리오네트 스킬이 있다.
그저.
광견왕의 경우 미친 살인마 놈이라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 사용하지 않았을 뿐.
‘영속지배를 사용할 정도의 가치는 없고.’
그렇다고 영속지배를 하는 게 아니라 마리오네트 스킬만 시전하는 걸로 제어하기에는 사고를 칠 확률이 너무 높았다.
그래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이런 강현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빙화신검은.
“혹시 저놈들과 손을 잡은 건가?”
진짜 헛소리를 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내가 맨티스길드 놈들을 때려잡는 걸 알고 이런 식으로 위장해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하아!”
강현수가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괴물을 피해서 왔다고 하더니 그게 빙화신검이었나?’
빙화신검이 독자적으로 맨티스길드를 분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오해를 한 거고 말이다.
“역시 내 추측이 맞았군! 척마혈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살인마들을 키워 낸 거냐!”
빙화신검이 다시 헛소리를 했다.
“너, 바보냐?”
강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이 왜 혼자 다니나 했더니.’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흥! 정곡을 찔리니까 할 말이 없나 보지!”
‘진짜 바보네.’
혼자서 망상을 하더니 그게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꽤 골치가 아팠겠네.’
힘없는 이가 저런 식으로 헛소리를 하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신의 칭호를 가진 강자가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일종의 재앙이지.’
그나마 성품 자체가 정의로워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더 큰 문제가 벌어졌으리라.
‘하지만 잘만 하면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강현수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 말이 맞으면 어떻게 할래?”
“뭐?”
“네가 틀린 거고 내 말이 맞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 지금 나랑 내기를 하자는 거냐?”
“맞아.”
“좋다!”
“그럼 계약부터 해야지.”
강현수가 영혼의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언제 쓸지 몰라서 여분을 잔뜩 준비해 놨다.
“영혼의 계약서?”
“왜, 이제 와서 겁나냐?”
“그, 그건 아니지만, 영혼의 계약서는 사양이다.”
“겁먹은 거 맞네.”
“내가 그런 수작에 넘어갈 줄 알아! 영혼의 계약서는 절대 쓰지 않는다.”
“네 말이 맞다면 거부할 필요가 없잖아.”
“싫다.”
빙화신검의 뜻은 확고해 보였다.
강현수가 이리저리 자존심을 긁어 봤지만 빙화신검은 넘어오지 않았다.
‘전에 한번 크게 당한 적이 있나?’
바보라서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지가 않았다.
‘하긴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를 이런 수작으로 휘하에 넣으려고 한 것 자체가 날로 먹는 거기는 하지.’
“영혼의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면 내기에 동의하겠다.”
‘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질이 왔다.
“영혼의 계약서를 안 쓰면 내기에서 지고 억지를 쓸 수도 있잖아.”
“날 뭐로 보는 거냐! 난 절대 그러지 않는다!”
‘영혼의 계약서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럼 너의 뭘 믿고 내 스킬을 공개하지?”
“그냥 나를 믿으면 된다.”
“너를 믿으면 된다고?”
“그래.”
“하긴 나를 믿으면 되겠네.”
“뭐?”
“약속을 안 지키면 힘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하면 그만이니까 말이야.”
강현수의 말에 빙화신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미 한번 싸워 봤기에 강현수가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내기에서 지면 네 부탁 하나를 들어주지.”
“뭐든지?”
“그건 들어 보고 결정하겠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가 불의한 요구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굳이 내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지 않아?”
“그건 모르는 거다.”
빙화신검의 말에 강현수가 머리를 굴렸다.
‘영혼의 계약서로 강제하는 건 불가능할 거 같고.’
그렇다고 저 말을 믿고 넘어가자니 찝찝했다.
“그럼 이건 어때?”
강현수가 신념의 서약을 꺼내 들었다.
“신념의 서약?”
“이건 각자 따로 적용되는 거잖아.”
사실 조삼모사이기는 했지만.
‘통할 가능성도 있어.’
영혼의 계약서는 양측의 합의하에 작성되기에 장난질을 칠 여지가 있지만.
신념의 서약은 본인이 단독으로 작성하는 거니 장난질을 치기 힘들었다.
“좋다, 대신 내용은 내가 적겠다.”
빙화신검이 신념의 서약을 받더니 조건을 기입해 나갔다.
내용은 간단했다.
내기에서 지면 부탁을 하나 들어준다.
단, 불의한 일은 들어줄 수 없다.
“불의한 일의 기준은 네가 결정하는 건가?”
“당연하지.”
좀 애매했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나도 써야 하나?”
강현수의 물음에.
“그럴 필요는 없다.”
“뭐?”
“어차피 네놈이 진짜 저놈의 배후라면 난 죽은 목숨일 테니까.”
‘의외로 현실 파악을 잘하고 있잖아?’
강현수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그런데 왜 이런 내기를 수락한 거지?’
사실 강현수가 빙화신검의 말대로의 악인이라면?
그는 여기서 죽은 목숨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자기를 자유롭게 풀어줄 테니 굳이 불의한 일이 아닌 부탁을 들어준다는 내기에 응할 필요가 없었다.
‘어?’
그때 강현수의 눈앞에 흥미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유 스킬 레플리카 – SSS랭크를 사용합니다.]
[스택 하나가 소모됩니다.]
[점핑 – SSS랭크의 레플리카를 만듭니다.]
[레플리카 스킬 점핑 – F랭크가 생성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스킬은 원본의 10%의 능력치를 갖습니다.]
‘귀한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이네?’
강현수는 빙화신검에게 계속 레플리카 스킬을 시전하는 중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쓸 만한 스킬을 뽑아먹기 위해서였다.
한데 그 덕분에 빙화신검이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이 좋았구나.’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은 엄청나게 희귀하다.
얼마나 희귀하냐면.
강현수조차도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황실 창고를 털었음에도.
‘겨우 하나를 얻었을 뿐이지.’
그것도 A랭크에 불과했다.
그런데 빙화신검이 무려 SSS랭크의 중거리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스킬 정보를 확인하자.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거리가 꽤 기네. 하지만 쿨타임이 너무 길어.’
SSS랭크 스킬로 성장했다고 가정하면?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거리는 더 늘어나겠지만.
쿨타임은 그다지 많이 줄어들지 않을 듯 보였다.
‘다른 스킬과 쿨타임이 비슷하다면 1시간 정도겠네.’
이제야 빙화신검이 계속 헛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쿨타임이 돌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었나?’
그거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내기에서 지면?
불의하지 않은 부탁을 들어주면 그만이고.
내기에서 이기면?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었으니 점핑 스킬을 사용해 도망치면 그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