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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화신검 (2)

그런 그들을 기다리는 건.

서걱! 콰직!

강현수의 소환수들이었다.

‘굳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네.’

소환수들만으로도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고 있었다.

그때.

꽈아아앙!

작은 폭음과 함께 소환수들이 소멸했다.

“흠?”

강현수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광견왕?’

현 맨티스길드의 수장.

‘대단하네.’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났다.

‘광견왕이 아니라 광견황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야.’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혼자인 것도 아니었다.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수준으로 보이는 30여 명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연대장급 소환수가 아니면 막기 힘들겠네.’

휘익!

강현수가 광견왕을 포함한 맨티스길드의 수뇌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사단 소환을 통해 도플갱어 킹 탈리만과 오크 로드 카쉬쿠를 포함해 마계 귀족이었던 오크 로드 둘과 데스 나이트 둘을 소환했다.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면 큰일이니까.’

이 악성종양 같은 놈들은 무조건 한 번에 뿌리 뽑아야 했다.

“비켜!”

강현수가 앞을 가로막자 광견왕이 대도를 휘둘렀다.

콰콰콰콰콰!

대도에 실린 푸른빛 오러의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꽈아아앙!

강현수가 휘두른 일격에 그대로 광견왕의 대도가 튕겨져 나갔다.

“이게 무슨?”

광견왕은 적잖이 당황했다.

조롱의 의미로 광견왕이라는 칭호로 불리고 있지만.

어쨌든 왕은 왕이었다.

또 실제 광견왕의 실력은 황, 제, 존, 성 급의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에게 뒤지지 않는 수준.

그런 자신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공격이 너무 쉽게 막혔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황은 짧았다.

“하아압!”

광견왕의 대도에 실린 푸른빛의 오러가 더 활활 타올랐다.

“죽어라!”

광견왕이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더 빨라졌어. 공격력도 더 강해졌고.’

공격 스킬과 버프 스킬을 동시에 사용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지.’

강현수가 광견왕의 대도를 손쉽게 막아 내며 검을 휘두를 때마다.

서걱!

광견왕의 몸에 크고 작은 검상이 생겨났다.

“크윽! 비겁한 놈! 디버프 스킬을 사용하다니!”

광견왕의 대도에 맺힌 푸른빛 오러가 강현수의 핏빛 오러와 부딪칠 때마다 힘없이 일렁거렸다.

몸을 뒤덮고 있는 스킬도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뱀피릭 오러와 탐식의 검이 가진 옵션 효과 덕분이었다.

“싸우는 데 비겁한 게 어딨어?”

그렇게 따지면 버프 스킬을 쓰는 것도 비겁한 거고 아이템에 내장된 공격 스킬을 쓰는 것도 비겁한 거다.

“그리고 디버프 스킬이 없다 해도 네가 나한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광견왕에게 물었다.

그간 강현수는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자 척마혈신이란 칭호로 불렸지만.

‘템빨이 컸지.’

본래의 실력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일 뿐.

마계 백작이었던 리몬쉬츠를 굴복시키며 대량의 EX랭크 업적을 손에 넣었고.

그간 꾸준히 누적 스텟을 늘려 왔다.

그 결과 현재의 강현수는?

템빨에 의지하지 않은 순수한 실력조차도 신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수준의 강자로 성장했다.

으득!

광견왕이 이를 악물었다.

사실 광견왕도 알고 있었다.

이 기이한 디버프 스킬이 없더라도 상대의 검법은 자신의 도법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또 스텟 차이 역시 극심했다.

“빌어먹을, 괴물을 피해서 여기로 왔더니, 여기도 괴물이 있었네.”

“뭐?”

광견왕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괴물을 피해서 여기로 왔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라는 말인가?

‘뭐, 그건 소환수로 만든 후에 물어보면 그만이지.’

광견왕 정도라면?

‘충분히 대대장급 소환수로 써먹을 만하지.’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강현수가 맹공을 펼치자 광견왕이 점점 뒤로 밀려 났다.

수하들의 도움이라도 기대해 볼까 해서 곁눈질을 해 봤더니.

‘이런 망할.’

수하들은 이미 전멸한 상태였다.

‘도대체 이놈들은 정체가 뭐야?’

수하들의 실력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몬스터와의 전투가 아니라 대인전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자신의 수하들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건…….

설사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그게 가능하려면.

‘저놈들 모두가 신급 플레이어 수준의 강자여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걱!

그때 광견왕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잠깐 곁눈질을 한 대가였다.

멀쩡했을 때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를 팔 하나가 없는 상태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파강!

오른손에 들린 대도가 허공으로 치솟았고.

휘이이익!

붉은 오러에 휩싸인 검이 광견왕을 향해 날아왔다.

“씨발.”

짧은 욕설을 마지막으로.

좌악!

광견왕의 몸이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갈라졌다.

털썩.

‘끝났네.’

광견왕을 비롯한 맨티스길드의 핵심 간부들의 처리가 끝났다.

‘사단 구성.’

사아아아악!

강현수가 스킬을 시전하자 광견왕을 시작으로 맨티스길드의 핵심 간부들이 소환수로 부활했다.

‘좋네. 지휘관 임명, 지휘관의 축복.’

광견왕을 대대장에 임명한 강현수가 주변을 살펴봤다.

‘끝났네.’

돌산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빠져나온 맨티스길드원들은 모두 전멸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억울한 원혼의 복수자 S랭크가 SS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자유의 수호자 SS랭크가 자유의 수호자 SSS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꽤 후하네.’

고작 한 등급밖에 성장하지 못한 게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그건 맨티스길드 지부 놈들을 다 처리하면 해결되겠지.’

그래도 EX랭크로 성장하지 못하면?

‘사클란트 제국의 머더러 길드를 찾아내 족치면 그만이야.’

꼬리를 잡지 못해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소환수들이 분주하게 아이템을 챙겼다.

그건 강현수도 마찬가지였다.

‘고랭크 스킬북이 꽤 많네.’

맨티스길드의 핵심 멤버들은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수준.

당연히 대부분의 스킬이 고랭크일 수밖에 없었다.

‘EX랭크도 꽤 있네.’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저랭크 스킬은 아무리 쓸 만해도 익히기가 애매했다.

랭크를 올리는 일이 이만저만 고생스러운 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고랭크 스킬은?

‘익히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지.’

강현수의 주력은 레플리카로 만든 스킬들이 대부분이지만.

지금까지 습득한 고랭크 스킬북들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 철수해 볼까.’

아이템 회수가 끝나자 강현수는 한 기만 빼놓고 모든 소환수들을 역소환했다.

남겨 놓은 소환수는 바로 광견왕을 베이스로 만든 녀석이었다.

“다른 지부들의 위치는?”

“라메파질 왕국 지부는…….”

강현수의 물음에 광견왕이 곧바로 입을 열어 각 왕국의 지부 위치를 이야기했다.

“곧바로 순회공연을 해야겠네.”

강현수의 말에 광견왕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그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뭐?”

광견왕의 말에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맨티스길드의 지부원들이 전부 죽었다고?”

“네.”

강현수의 물음에 광견왕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소환수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 100% 진실일 것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강현수가 말을 이어 가던 와중.

콰콰콰콰!

강력한 마력을 품은 오러가 강현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휘익!

강현수가 뱀피릭 오러를 사용하며 탐식의 검을 휘둘렀고.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누구지?’

뱀피릭 오러와 탐식의 검이 마력을 품은 공격을 약화시켰음에도 손이 쩌릿쩌릿하게 저려 올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현수야!”

“현수 씨!”

갑작스러운 기습에 송하나와 유카가 화들짝 놀라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전투태세를 갖췄다.

“광견왕이 살인마들의 우두머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군. 거기다 사악한 리치까지 함께하다니.”

그때 살기가 가득 담긴 중저음이 들려왔다.

‘누구지?’

중저음의 주인공은 전신이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쌍검?’

2미터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 키에 전신을 가득 채운 근육질 몸매.

서로 길이가 다른 두 자루의 검.

“설마 당신……?”

강현수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타악!

30대 초반의 근육질 거한이 쌍검을 휘두르며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잠깐 오해다!”

강현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칫!”

강현수가 뱀피릭 오러를 뿜어내며 탐식의 검을 휘둘렀다.

꽈아앙!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30대 초반의 근육질 거한과 강현수가 맹렬히 충돌했다.

“오해라니까! 난 맨티스길드원이 아니라, 그놈들을 토벌한 사람이라고!”

“웃기는 소리! 그럼 원수나 다름없는 네놈에게 왜 맨티스길드의 수장인 광견왕이 충실한 수하처럼 행동한다는 말이냐! 거기다 마기를 풀풀 풍기는 저 리치들은 뭐지!”

30대 초반의 근육질 거한의 말에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안 좋네.’

대대장으로 임명했기에 광견왕의 외형은 살아 있을 때와 똑같았다.

지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리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강현수의 소환수가 아니었기에 역소환이 불가능했다.

‘차라리 싸우고 있을 때 왔으면 오해하지 않았을 텐데.’

전투가 끝난 직후 다른 소환수들의 소환을 해제한 상태에서 광견왕만 남아 있다 보니 오해가 생겨 버렸다.

‘일인사단의 진실을 밝힐 수도 없고.’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 아닌 이들에게 섣불리 직업 스킬에 대해 밝힐 수는 없었다.

“스킬을 통해 정신을 제압한 것뿐이야!”

강현수의 거짓말에.

“흥,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와 리치의 정신을 제압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30대 초반의 근육질 거한이 코웃음을 쳤다.

“난 정말 맨티스길드원이 아니라니까.”

“헛소리하지 마라!”

‘아, 정말.’

강현수가 답답해하는 와중에 송하나, 투황, 유카가 전투에 끼어들려고 했다.

-나서지 마.

강현수가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그 후 다시금 30대 초반의 근육질 거한에게 입을 열었다.

“정황상 의심이 가는 건 이해하는데, 일단 대화로 푸는 게 어때?”

“내가 마왕군과 손을 잡은 살인마 놈들의 말을 들을 것 같냐!”

“그럼 어쩔 수 없네. 제압해서 대화를 해야지.”

“하!”

강현수의 말에 30대 초반의 근육질 거한이 코웃음을 쳤다.

“나를 제압해?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그 말과 함께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두 자루의 검에서 푸른빛 오러와 붉은빛 오러가 피어올랐다.

‘역시.’

키가 2미터가 넘는 근육질의 남자.

길이가 다른 두 자루의 검.

‘빙화신검.’

신의 칭호를 받은 플레이어 중 하나이자.

그 어느 나라나 길드에도 속하지 않고 독보하는 존재.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큰 활약을 했다고 들었지만.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지.’

왜냐면 강현수를 만나기도 전에 전장에서 사망했으니까.

‘성격이 불같다고 하더니.’

투황의 경우 함정에 빠졌고 토인족의 명예를 위해 물러나지 않고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빙화신검 역시 비슷했다.

본인의 불같은 성격을 이용한 함정에 빠졌고.

사망했다.

‘세력 없이 홀로 독보하는 존재의 한계지.’

웬만한 함정이었다면 신의 칭호를 지니게 해 준 무력으로 돌파가 가능했겠지만.

‘홀로 마계 대공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어.’

불같은 성격을 지녔다고는 하나.

정의로운 심성을 지녔고.

불의를 참지 않는 인물이었다.

‘함정에 빠져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지.’

그래서 섀도다크를 통해 찾아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 존재가 자기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당연히 포섭해야지.’

물론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고 대화를 나눠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빙화신검을 꺾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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