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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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화신검

“뼈다귀가 타격을 입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혼백에 타격을 받는 건 꽤 고통스러운가 봐?”

강현수의 말에.

-제발, 제발 그만해.

리몬쉬츠가 강현수를 향해 애원했다.

‘혼백에 가해지는 타격이 육체에 가해지는 타격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 같네.’

강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금 그런 건방진 태도를 보여도 될까?”

강현수가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향해 공격 스킬을 시전했다.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이 파괴되지 않게 적절하게 출력 조절을 했는데도.

-아아악!

-아아악!

양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직!

뼈다귀로 이루어진 리몬쉬츠의 새롭게 구성된 육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라이프 포스 베슬이 심대한 타격을 입으면 리치의 육체에도 타격이 가는구나.’

힘 조절을 잘해야 했다.

잘못하면 애써 마기를 투자해 만든 리몬쉬츠의 육체가 박살 날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날 죽여 줘! 죽여 달라고!

리몬쉬츠가 애원했다.

“그럴 수야 없지.”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 힘을 가하며 계속해서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마력 컨트롤 연습으로 딱이네.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어.”

강현수가 싱글벙글 웃으며 계속해서 이런저런 스킬을 시전했다.

불로 태우고 얼음으로 얼리고 뇌전으로 지지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셈이냐!

“언제까지라니?”

-더 이상 타격을 받으면 네가 아까운 마기를 투자해 만든 이 육체는 그대로 소멸해 버린다! 그건 너도 원하는 바가 아닐 텐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강현수가 피식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그냥 소멸해.”

-뭐?

“어차피 육체가 있든 없든 고통을 느끼는 건 똑같은 거 같은데. 그동안 했던 내 교육이 좀 모자랐던 모양이네. 한 1년 뒤에 보자고. 그동안은 다른 녀석들 부활시켜서 써먹고 있을 테니까.”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쩌저적!

리몬쉬츠가 구성한 육체의 두개골에 금이 가고 눈두덩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빛이 희미해져 갔다.

‘진짜 질긴 놈이네.’

그간 강현수는 손에 넣은 리치들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가지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 봤다.

물에 넣어도 보고 불에 구워도 보고 물리적 타격도 줘 보고 서로 부딪쳐 보기도 하고.

‘라이프 포스 베슬 구슬치기가 의외로 재미있었지.’

그렇게 고통을 줬기에 교육이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진짜 1년 뒤에 봐야겠다.’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다른 리치들까지 굴복하지 않으면?

강현수의 계획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뭐, 104개나 있으니까 그중에 굴복하는 놈이 있겠지.’

아니면 계속 교육하면 그만이다.

애써 만든 리치의 육체가 소멸하는 건 아쉬웠지만.

‘경험치 주니까.’

강현수가 소환수를 통해 마기를 주입해 부활했지만.

이놈들은 엄연히 마족이지 강현수의 소환수가 아니다.

당연히 쓰러트리면?

경험치도 주고.

마족이 쳐들어오지 않으면 늘릴 수 없는 신성 스텟도 올려 준다.

‘뭐, 투자한 마기만큼은 아니겠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손실을 보존할 수 있다.

또 교육에도 나름 부가적인 효과가 있었다.

라이프 포스 베슬에 갇힌 리치들의 혼백이 고통스러워하면서 내뿜는 마이너스한 감정이.

‘마기의 구슬을 충전시켜 주지.’

교육도 시키고 마기의 구슬도 충전하고.

경험치도 주고 신성 스텟도 올려 주고.

강현수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이거야.’

리몬쉬츠가 새롭게 구성한 육체가 박살 나기 직전.

-당신의 종이 되겠습니다! 제발 이 고통을 멈춰 주십시오!

결국 리몬쉬츠가 굴복했다.

소멸해 육체가 사라지면?

강현수와 대화할 방법이 사라진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도 1년 동안은 그 사실을 알릴 수 없고.

그저 라이프 포스 베슬 속에서 비명만 질러야 했다.

리몬쉬츠는 이 끔찍한 고통을 1년씩이나 견딜 자신이 없었다.

“호오.”

강현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

그때 강현수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쏟아져 내렸다.

[마족의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족의 충성 맹세를 받은 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하급 이상의 마족에게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하급 마족의 군주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중급 이상의 마족에게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중급 마족의 군주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상급 이상의 마족에게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상급 마족의 군주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최상급 이상의 마족에게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최상급 마족의 군주 EX랭크가 주어집니다.]

“하하하!”

강현수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친.’

업적을 줄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주다니.’

그것도 무려 다섯 개의 업적을 한 번에 손에 넣었다.

‘거기다 모두 EX랭크야.’

업적 여러 개가 들어오더라도 A, S, SS, SSS, EX 이런 식으로 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이유는 하나.

‘그만큼 마족의 충성을 받아 내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거겠지.’

리치인 리몬쉬츠는 라이프 포스 베슬을 쥐고 있는 강현수에게 복종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여 달라고 외쳤다.

‘하찮은 인간에게 복종하고 싶지 않겠지.’

일반적인 마족이었다면?

그냥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리라.

하지만.

‘리치는 그게 불가능하지.’

굴복하지 않으면?

‘영원히 고통받을 수밖에 없어.’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이다.

거기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리몬쉬츠는 현재 최상급 마족인 리치로 부활했다.

그러나 마기를 지속적으로 주입해 준다면?

‘다시 마계 백작이 될 수 있지.’

그럼?

새로운 업적을 얻을 수 있다.

‘또 이 업적은 나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리치들의 라이프 포스 베슬은 리몬쉬츠의 것을 제외하고도 103개나 있다.

이걸 적절히 분배해 휘하 지휘관들에게 나눠 준다면?

‘휘하 지휘관들도 업적을 얻을 수 있어.’

EX랭크 업적을 이렇게 퍼 주는 상황이라면?

‘리치들이 일종의 업적 자판기가 된 거나 마찬가지지.’

문제는 마기를 수급하는 건데.

‘부지런히 사냥하면 해결할 수 있어.’

화아아악!

그때 푸른 빛무리가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휘감았다.

‘어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강현수가 당황하고 있는데.

[EX랭크 스킬 마족의 지배자를 습득하셨습니다.]

강현수의 눈앞에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족의 지배자?’

강현수가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마족의 지배자 – EX랭크 스킬]

-액티브 스킬

-충성을 맹세한 마족을 제어할 수 있다.

-복종한 마족 : 1

‘이런 스킬이 있었나?’

회귀 전에도 알지 못했던 정보였다.

‘마족의 충성 맹세를 받은 자나 마족의 군주 업적 때문에 생겨난 거 같은데.’

테스트 삼아 스킬을 발동시키자.

‘이런 거구나.’

충성을 맹세한 마족을 강제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의지와 무관하게 육체를 제어하거나 고통을 주거나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하네.’

액티브 스킬이지만 쿨타임 같은 것도 없었다.

‘가이아 시스템이 충성 맹세를 한 마족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건가.’

현재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리치의 경우 라이프 포스 베슬을 움켜쥐고 있으면 제어가 가능하지만.

‘다른 마족은 그게 불가능하니 이런 안전장치가 필요하겠지.’

아마 스킬 습득 조건은 마족의 충성 맹세를 받는 것인 듯했다.

‘리치들을 상대로는 쓸모가 없지만 다른 마족을 대상으로는 쓸 만할 것 같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과연 굴복할지는 모르겠어.’

스스로를 인간보다 상위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마족이 죽으면 죽었지 하위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복종할지는 의문이었다.

‘뭐, 그럼 소환수로 만들면 그만이지.’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대안이 없지만.

강현수에게는 대안이 있었다.

“탈리만, 마기를 더 주입해 줘라.”

강현수의 지시에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 추가로 마기를 주입했다.

마기를 주입받은 리몬쉬츠가 리치에서 아크 리치로 승급했고.

그 순간 예상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계 귀족의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의 충성 맹세를 받은 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준남작 이상의 마계 귀족의 충성을 받아 내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준남작의 군주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추가로 두 개의 업적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만.”

강현수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멈추게 했다.

더 이상 마기를 넘겨주면,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너무 약해진다.

“그럼 실력 좀 볼까?”

강현수의 말에 리몬쉬츠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주군.

리몬쉬츠는 완벽하게 강현수에게 굴복했다.

원래는 기회를 봐서 자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탈취할 생각이었지만.

가이아 시스템의 개입으로 인해 라이프 포스 베슬을 탈취한다고 해도 강현수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리몬쉬츠가 할 수 있는 건.

-저는 쓸모가 많습니다.

열심히 자신의 재주를 선보여 쓸모 있음을 어필해.

주인인 강현수의 총애를 받는 것뿐이었다.

* * *

별다른 이변 없이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갔다.

강현수는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다시금

로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하며 스킬 강화를 시전했고.

송하나, 투황, 유카는 꾸준히 레벨을 올렸다.

리몬쉬츠는 마계 백작이었던 시절의 힘을 회복했고.

리치들의 숫자 역시 순조롭게 늘어났다.

그러던 와중.

‘돌아왔네.’

강현수가 오랜 시간 기다려 왔던 녀석들이 돌아왔다.

‘맨티스길드.’

강현수는 맨티스길드의 마이트어 왕국 지부를 괴멸시키고 지부장인 광살마존 조사평을 소환수로 만들었다.

그 기억으로 맨티스길드의 본진을 급습했는데.

‘텅 비어 있었지.’

그래서 소환수 몇을 감시역을 남기고 철수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맨티스길드가 복귀하지 않았기에 소환수들을 철수시킬까도 했지만.

‘혹시나 해서 남겨 뒀지.’

맨티스길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악성종양이니까.

‘돌아오지 않아서 완전히 버려 버린 줄 알았는데.’

맨티스길드가 다시금 원래의 보금자리로 복귀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를 해야지.’

맨티스길드 같은 살인마들이 모인 길드는 확실하게 그 뿌리를 뽑아야 했다.

강현수는 송하나, 투황, 유카와 함께 맨티스길드의 본진으로 향했다.

‘본진에 각국에 흩어져 있는 지부의 위치에 대한 정보도 있겠지.’

단순히 본진만 뿌리 뽑는 게 아니라 지부까지 완전히 그 싹을 잘라 버릴 생각이었다.

강현수 일행은 공간 이동 게이트와 공중형 소환수를 이용해 하루 만에 맨티스길드의 본진에 도착했다.

‘전에는 미리 도망쳤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 사단 소환.’

강현수가 소환수들을 소환해 포위망을 갖췄다.

‘그럼 시작해 볼까. 공격해.’

강현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콰콰콰콰콰콰!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들이 브레스를 뿜어냈고.

화르르륵!

아크 리치 킹 리몬쉬츠와 그가 이끄는 리치들의 맹공.

파지지직!

거기다 원거리 딜러 소환수들의 공격 스킬까지 더해지니.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화염과 뇌전이 치솟으며 맨티스길드의 본진이 초토화되어 갔다.

‘돌덩어리에 깔려 죽기 싫으면 빨리 나오는 게 좋을 거다.’

맨티스길드의 본진은 돌산의 천연 동굴을 개조해 만들었다.

웬만한 화력이라면?

돌산 자체가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 줬을 것이다.

그러나 마룡 카라스의 브레스에 다시금 마계 백작의 힘을 회복한 아크 리치 킹 리몬쉬츠까지 합류한 원거리 공격은?

돌산 자체를 무너트릴 정도로 강력했다.

“으아아아!”

“깔려 죽기 싫으면 당장 움직여!”

강현수의 예상대로 맨티스길드원들이 돌산의 이곳저곳에서 개미 떼처럼 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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