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스킬의 활용법 (2)
“허억!”
카를 13세가 잠에서 깨어났다.
“아아아!”
잠에서 깨어난 카를 13세는 절망했다.
‘꿈이었다니.’
절대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리 경을 다시 만났다.
그런데 한낱 꿈에 불과했다.
“리 경…….”
카를 13세의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꿈속에서도 자신을 걱정했다.
“내 꼭 당신의 원한을 갚아 주겠소.”
마계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리치는 카를 13세의 첫사랑을 앗아 간 원흉.
절대 살려 둘 수 없었다.
카를 13세는 다시금 일상을 이어 갔고, 다크 나이트의 수장 다크로드 대공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밤.
카를 13세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 카를 13세는 또다시 꿈속에서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대의 청을 허하노라.”
카를 13세가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 사용을 허가했다.
‘질긴 놈.’
그러나 강현수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무려 일주일이나 공을 들여 겨우 허락을 받아 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달의 그림자 쿨타임이 12시간이라 다행히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악몽 스킬이 내장된 아이템이 하나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어.’
악몽 스킬의 쿨타임은 24시간.
하루에 한 번만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등가교환 스킬을 사용하면 더 사용할 수 있었지만.
‘전투가 끝난 직후라 등가교환 스택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다고.’
지금은 모든 스택의 쿨타임이 끝났지만.
처음에는 언데드 군단과의 싸움에서 꽤 많은 스택을 소모한 탓에 남는 스택이 두 개밖에 없었다.
하나는 달의 그림자를 연속으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 놔야 했기에 남은 스택은 고작 하나.
문제는 카를 13세의 고심이 너무 쇠심줄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송하나와 투황에게서 동일하게 악몽 스킬이 내장되어 있는 악몽의 귀걸이와 악몽의 목걸이를 빌렸다.
그렇게 등가교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려 하룻밤에 세 번이나 악몽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등가교환 스킬을 사용하게 된 후에는?
카를 13세가 잠들자마자 시작해 일어나기 직전까지 악몽 스킬을 시전했다.
그 결과 카를 13세의 복수심을 리몬쉬츠 개인이 아닌 마왕군 전체에게 돌려놓을 수 있었다.
“하나 짐과의 약속은 꼭 지켜 줘야 하네.”
카를 13세가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겠습니다. 저도 이놈이 좋아서 써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힘으로 우그러트렸다.
-끄아아아악!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혼백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니.
‘육체적인 고통 못지않겠지.’
어쩌면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씨익.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비명을 들은 카를 13세의 입가에 광기 어린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맙네, 다크로드 대공. 그대가 아니었다면 내 저 사악한 리치에게 영원한 고통 대신 영원한 안식을 줄 뻔했지 뭔가.”
“아니옵니다.”
강현수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복수심에 불타는 카를 13세의 뜻을 바꾸기 위해 일주일 동안 개고생을 했다.
“로크토 제국과의 공조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네. 여황제가 탐탁지 않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통이 크더군.”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훌륭했다.
카를 13세는 마왕군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상태.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카를 13세의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복수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크 나이트와 전적으로 협력해야 하고.
특히 강현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반쯤 세뇌를 시켜 놨기 때문이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눈초리가 조금 걸리기는 하는데.’
마치 강현수를 암중에서 황제의 의중을 좌지우지하는 간신 바라보듯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현수 덕분에 복수의 광기가 가라앉았고.
남은 복수의 광기마저 충동이 아니라 이성적인 방향으로 돌려놓았기에 나름 잠잠했다.
‘떠난다고 말하기도 했고.’
강현수가 수도에 남겠다고 했으면 더 강하게 경계를 했을 테지만.
이번 일만 마무리하고 떠난다고 했다.
‘사클란트 제국의 정치에 관여하는 것도 아니니까.’
권력을 탐내지 않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 줬다.
‘뭐, 재물은 조금 탐냈지만.’
카를 13세는 마왕군의 침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다크 나이트의 전력 강화를 위해 화끈한 투자를 해 줬다.
‘본심은 그게 아니지만.’
꿈속에 나온 리 경이 다크 나이트에서 자신처럼 목숨을 잃는 이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하자 저러는 거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부디 마왕군의 침공을 훌륭히 분쇄해 주게. 짐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그리하겠습니다.”
강현수는 그 말과 함께 사클란트 제국의 황성을 떠났다.
* * *
“현수야!”
“현수 씨!”
강현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송하나와 유카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그러다 다시금 둘이 눈싸움을 했다.
“왔냐.”
투황이 강현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오셨습니까, 주군.”
적염제 도르초프의 말에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떠날 수 있습니다.”
강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받아 내신 겁니까?”
“다행이네요.”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의군왕 신창후와 검왕 장석원 그리고 멸마창왕 진구평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강현수가 언데드 군단과 접전을 벌이며 소환한 지휘관들이었다.
‘세실리아는 빼기를 잘했네.’
실력이 가장 부족하기도 했고.
잠재적 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에서 벌어지는 전투였기에 제외했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가 사클란트 제국에 있다는 게 밝혀지면 난리가 나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외한 건데 지금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다 써 버릴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마계 백작 리몬쉬츠의 기습에서 카를 13세를 구하기 위해 소환수 교환 스킬의 스택을 다 소모해 버렸다.
그 덕에 랭크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쿨타임이 20일이란 말이지.’
타국의 거대 길드 수장들이 단체로 밀입국한 상황이 되어 버렸기에 공간 이동 게이트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강현수가 소환한 네 사람의 발이 묶여 버린 것이다.
“받아.”
강현수가 네 사람에게 금으로 만들어진 패를 하나씩 건넸다.
“오오오, 이게 바로 그거군요.”
멸마창왕 진구평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 패는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인 카를 13세에게 다크 나이트의 활동이 원활하려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뜯어낸 물건이었다.
인장 기술이 들어간 일종의 신분증으로.
“이것만 있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요청하는 걸 다 들어준다는 말이죠?”
공간 이동 게이트 사용은 물론 유사시 감찰과 함께 금전과 병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무조건 내 허락받고 써.”
강현수의 말에.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이걸 쓸 일이 있기는 하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멸마창왕 진구평은 중화길드의 수장이었고.
중화길드는 로크토 제국의 제후국인 마이트어 왕국을 본거지로 두고 있었다.
공간 이동 게이트 사용을 위해 패를 주기는 했지만.
강현수가 사클란트 제국에 멸마창왕 진구평을 소환해 독자적인 임무를 주지 않는 이상 쓸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럼 바로 출발해.”
강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주군.”
네 사람이 짧은 인사와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아무리 휘하 지휘관에게 길드 운영에 대한 임무를 맡겨 놨다고는 하지만.
‘꽤 긴 시간이었으니까 서둘러서 가는 게 맞지.’
네 사람이 떠나가자 다시금 강현수 일행은 송하나, 투황, 유카만 남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
송하나가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프랭크 왕국.”
“어?”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멸망한 왕국에 왜 다시 간단 말인가?
“오크들은 더 이상 쏟아져 나오지 않지만, 다른 몬스터들은 여전히 나온다고 하더라고.”
“그럼 완전히 몬스터 천국으로 변했겠네.”
“맞아.”
그곳의 토벌을 강현수가 하겠다고 자청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프랭크 왕국이었던 곳의 몬스터들을 싹 쓸면?
그 후 사클란트 제국의 사냥터를 순회공연하기로 했다.
그다음에는?
‘로크토 제국으로 넘어가야지.’
두 제국의 고레벨 사냥터를 깨끗하게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차원 게이트가 아무리 몬스터를 쏟아 내도 한계는 있지.’
그래서 한번 대청소를 하면?
갑자기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는 한 상대적으로 몬스터의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조금 부족했지.’
로크토 제국의 모든 고레벨 사냥터를 강현수 파티가 독점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그렇다 보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냥을 해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사클란트 제국에도 사냥터가 생겼으니?
‘부지런히 움직이면 무한 광렙을 할 수 있어.’
기껏 로크토 제국 황제를 수하로 만들고 사클란트 제국 황제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럼 제대로 뽑아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분간은 사냥에 전념할 생각이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강현수의 말에 송하나와 투황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과거에 있었던 북부 원정 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강현수 일행은 먹고 자는 시간만 빼면 사냥에 열중했다.
특히 강현수의 경우는 먹고 자는 와중에도 소환수를 동원해 24시간 사냥을 했다.
엄청난 강행군을 거치며 송하나, 투황, 유카의 두 눈이 퀭해지고 볼살이 쏙 들어갔다.
그러나 그만큼의 성과도 있었다.
레벨도 레벨이었지만.
‘빨리 찼네.’
마기의 구슬이 가득 찼다.
“흡수해 봐.”
강현수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말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마기의 구슬에 담겨 있던 마기를 흡수했다.
사아아악!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본체의 수준을 넘어섰다.
“달라진 게 있어?”
“강해진 것을 제외하면 없사옵니다.”
역시나였다.
마기를 주입받아 강해질 수는 있지만.
단순히 강해진 것일 뿐.
새로운 스킬을 익히거나 기존의 스킬이 강화되는 일은 없었다.
‘소환수는 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니 어쩔 수 없나.’
혼이 떠나고 남은 백을 통해 만들어지는 소환수는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었다.
백은 살아생전에 쌓았던 염으로 이루어진 것.
당연히 본체가 쌓았던 것 이상의 경험을 얻을 수도, 성장할 수도 없었다.
‘결국 마기를 아무리 주입해도 한계가 있다는 거지.’
그저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일 뿐.
수준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곳에 마기를 주입해라.”
강현수의 명령에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 자신의 마기를 주입했다.
‘좀 불편하기는 하네.’
라이프 포스 베슬이 마기의 구슬에 담긴 마기를 직접 흡수할 수 없었기에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슈우우욱!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몸 속에 있던 마기가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 흘러 들어갔고.
대략 최상급 마족 수준의 마기가 주입되자.
사아아악!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칠흑빛 마기가 뿜어져 나오며 리치의 형상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그냥 리치네.’
아크 리치 킹으로 부활할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다.
리치의 형상이 완성되자.
“이제 그만해.”
강현수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마기의 주입을 멈출 것을 지시했다.
-빌어먹을 인간!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나를 부활시킨 것이냐!
다시금 부활한 리몬쉬츠가 욕설을 토해 내며 물었다.
“네가 지금 그렇게 건방지게 나올 처지가 아닐 텐데?”
강현수가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움켜쥐었다.
-크아아악!
-크아아악!
리치로 부활한 리몬쉬츠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신기한 건 비명이 리치로 부활한 리몬쉬츠와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동시에 들려온다는 점이었다.
“좋네.”
예상대로 라이프 포스 베슬만 소유하고 있으면.
리치로 부활한 리몬쉬츠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