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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스킬의 활용법

‘찾았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왜 리치들은 소환수로 만들 수 없나 했더니.’

리치가 어떤 존재인지는 강현수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라이프 포스 베슬의 정체에 대해서 꽤 궁금했는데.

‘혼백이 여기 모여 있었네.’

데스 나이트와 달리 리치들의 혼백은 육신이 아니라 라이프 포스 베슬에 자리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소환수로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이프 포스 베슬을 이용하면 소환수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소환수로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가능하려면?

우드득!

강현수가 리몬쉬츠 백작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크 리치 킹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강한 힘으로 움켜쥐었다.

-크아아악!

아크 리치 킹의 라이프 포스 베슬에서 심령을 쥐어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법 단단하네.’

웬만한 충격으로는 부서지지 않을 듯했다.

‘박살을 내면 라이프 포스 베슬에 갇혀 있는 혼백이 튀어나오겠지.’

그때 사단 구성 스킬을 사용하면?

충분히 소환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라이프 포스 베슬은 혼백이 담겨 있는 리치들의 본체다.

‘겉으로 드러난 육신은 껍데기. 그렇기에 라이프 포스 베슬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어.’

그리고.

‘라이프 포스 베슬만 가지고 있으면 되살아난 리치들을 제어할 수 있다.’

리몬쉬츠 백작은 리치이자 독립된 군주였다.

그렇기에 휘하 리치들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자신의 몸에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 모시는 군주가 있었다면 리몬쉬츠 백작이 자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몸에 보관하지는 않았겠지.’

그 군주가 리몬쉬츠 백작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다행이네.’

만약 리몬쉬츠 백작이 자신의 몸에 라이프 포스 베슬을 보관하지 않았다면?

기껏 이기고도 진짜 전리품을 손에 넣지 못할 뻔했다.

‘믿을 만한 권속이 없었나 보네.’

만약 있었다면?

그 권속에게 자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맡겼으리라.

그러나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강현수는 힘을 주는 것 말고도 이런저런 공격 스킬을 사용해 라이프 포스 베슬에 충격을 주었다.

-끄어어억!

그때마다 라이프 포스 베슬에 보관되어 있는 혼백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라이프 포스 베슬은 리치의 모든 것.

맡긴 권속이 배신하거나.

누군가에게 라이프 포스 베슬을 빼앗긴다면?

‘리몬쉬츠 백작은 순식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관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지.’

혹시 누군가 발견해 자신의 명줄을 쥐려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라이프 포스 베슬을 다른 곳에 보관하는 이유는 부활하기 위해서인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관하면?

마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한 부활이 불가능하다.

‘그럼 영원히 라이프 포스 베슬에 갇혀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지.’

그렇기에 리몬쉬츠 백작은 자신의 육체에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프 포스 베슬을 보관했다.

‘마계에서도 노리는 자들이 많았겠네.’

라이프 포스 베슬만 확보하면 절대 배반하지 않는 권속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건.

‘나한테도 도움이 된다.’

강현수는 마기를 주입한 소환수들의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기를 풀풀 풍기는 소환수들을 부렸다가는 강현수가 마왕의 하수인이나 인류의 배반자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라이프 포스 베슬만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강현수가 리몬쉬츠 백작을 제거하고 수많은 라이프 포스 베슬을 확보했다.

그 말은 공개적으로 리치를 부릴 수 있다는 말이었고.

‘리치가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로 위장하면 마기를 뿜어내는 소환수를 부려도 괜찮아.’

단 정치적인 문제가 남아 있기는 했다.

아무리 라이프 포스 베슬이라는 약점을 쥐고 있다고 하지만.

리치는 사악한 마족이자 네크로맨서였으니까.

‘아예 파괴하자는 의견이 나올 확률도 높지.’

그러나 그건.

‘황제의 허락을 받으면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어.’

로크토 제국의 황제는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인 세실리아니 당연히 무사통과였고.

‘문제가 되는 건 사클란트 제국인데.’

방법은 하나.

‘카를 13세의 복수심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어.’

마왕군에게 좀 더 큰 피해를 주기 위한 방책이라고 주장하면?

허락할 확률이 높았다.

‘나한테 빚을 진 것도 있고.’

다크 나이트가 카를 13세의 목숨을 구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신의 칭호를 받아도 무방한, 다크 나이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가 사망했다.

이건 사클란트 제국을 상대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실제로는 스텟만 소모한 셈이라 손해가 크지는 않지만.’

사클란트 제국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니 충분히 이용해 먹을 만했다.

‘그나저나 꽤 많네.’

아직 정확하게 세 보지는 않았지만.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은 대략 1백여 개 정도였다.

‘전장에서 활약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기 공급도 문제없다.

강현수에게는 마기의 구슬이 있으니까 말이다.

‘꽤 오랫동안 마기를 라이프 포스 베슬에 투자해야겠네.’

아크 리치 킹 리몬쉬츠 백작을 부활시키는 데도 어마어마한 마기가 들 것이 자명했다.

그것도 모자라 1백여 개에 달하는 아크 리치와 리치 들을 부활시키려면?

‘한동안 지겹도록 사냥만 해야겠네.’

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지.’

아니, 오히려 고작 그 정도의 수고로 리몬쉬츠 백작을 포함해 1백여 마리의 리치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남는 장사였다.

‘어차피 사냥은 해야 하니까.’

꿩 먹고 알 먹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이조였다.

‘일단 카를 13세부터 만나자.’

카를 13세의 허락을 받아야 사클란트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리치와 마기를 받아들인 소환수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 * *

“리 경을 죽인 사악한 리치를 부활시키겠다니! 그럴 수는 없네! 당장 없애 버리게!”

‘아놔.’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착착 진행될 것 같던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카를 13세가 리몬쉬츠 백작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부숴 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완전히 맛이 갔네.’

카를 13세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복수라는 광기에 잡아먹힌 것으로 보였다.

“폐하, 고정하시옵서소.”

“듣기 싫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말에도 카를 13세의 분노는 풀릴 줄 몰랐다.

“마족과 관련된 존재는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카를 13세는 이미 마족의 하수인이 속해 있던 귀족들의 혈족과 가신들을 멸족시키라는 황명을 내린 상태였다.

‘처음에는 관련된 모든 이들을 죽이라고 했지.’

그걸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가까스로 막았다고 했다.

그 황명이 그대로 내려졌다면?

아무 죄 없는 하인과 하녀 들을 포함해 영지병들까지 몰살당했을 것이다.

“당장 그 사악한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내놓게.”

카를 13세의 말에.

“싫습니다.”

강현수가 단칼에 거절했다.

“이건 제가 마계 백작 리몬쉬츠를 쓰러트리고 얻은 전리품입니다. 황제 폐하의 것이 아니라 제 것이지요.”

“뭐라?”

카를 13세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강현수가 자신의 말을 대놓고 거절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 다크 나이트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사클란트 제국을 수호했고, 황제 폐하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한데 어찌 앞으로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아이템을 내놓으라고 하십니까?”

강현수가 은근슬쩍 리치들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아이템으로 둔갑시켰다.

‘시스템 메시지도 뜨니까 아이템 맞지.’

푸른색 메시지가 아니라 붉은색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감히!”

카를 13세가 노기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 댔다.

“폐하, 다크로드 대공은 리 경의 은인이자 혈육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이를 핍박하신다면, 리 경이 슬퍼할 것입니다.”

“크흠.”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말에 카를 13세가 애써 노기를 억눌렀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과 카를 13세의 첫 만남 이후.

카를 13세 곁에 쭉 붙어 있던 도플갱어 킹 탈리만은 그간 열심히 입을 털었다.

내용은 대부분은 강현수와 다크 나이트에 대한 칭찬이었다.

카를 13세가 강현수와 다크 나이트에 대해 더 큰 호감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했는데.

그중에는 강현수와 다크 나이트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어필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왕군과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마족 아닌가? 언제 통제에서 벗어나 적이 될지 모르는 노릇이네.”

카를 13세가 강현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기는 했지만.

‘결론은 첫사랑 리 경을 죽인 원수를 살려 둘 생각이 없다는 거지.’

그러나 강현수의 입장에서도 마계 백작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번 전투에서 얻은 전리품 중 이게 최상이라고.’

더군다나 마기를 받아들인 소환수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일이다.

당연히 카를 13세가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마계 백작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을 파괴할 수는 없었다.

‘세실리아가 공인만 해 줘도 공신력이 있으니까.’

문제는 사클란트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의 활용이 까다로워진다는 점이었다.

카를 13세가 이미 소멸한 리몬쉬츠에게 이를 박박 갈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살려 두고 고통을 주는 게 더 합당한 복수라는 말을 해 주고 싶은데.’

복수에 사로잡힌 카를 13세의 귀에 제대로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카를 13세의 복수심이 이미 내 손에 들어온 리몬쉬츠의 라이프 포스 베슬이 아니라 마왕군에게 향하도록 만들어야 해.’

그때 강현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스킬이 떠올랐다.

‘가능하려나?’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밤을 기다려야겠네.’

강현수와 카를 13세는 서로 통하지 않을 설득을 하다 헤어졌다.

그날 밤.

‘달의 그림자.’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해 카를 13세의 침소로 파고들었다.

‘경계가 어마어마하네.’

한번 황제인 카를 13세가 목숨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일까?

충의성 리처드 공작을 포함한 근위 기사들이 카를 13세의 침소를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아아악!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한 강현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침실에까지 근위 기사가 있지는 않네.’

만약 그랬다면 다음 기회를 노렸어야 했는데 다행이었다.

“리 경…… 리 경…….”

카를 13세는 꿈속에서조차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찾고 있었다.

‘진짜 단단히 빠졌네.’

강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서로 사랑하던 사이도 아니고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거기다 둘이 함께한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금사빠인가?’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저렇게 푹 빠질 수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강현수가 악몽의 반지에 내장된 EX랭크 스킬 악몽을 사용했다.

‘오호.’

다행히 카를 13세는 스킬 악몽에 손쉽게 걸려들었다.

‘자면서도 몸에 덕지덕지 달고 있는 방어 아이템들 때문에 걱정했는데.’

손쉽게 성공했다.

거기다.

‘원하는 악몽이라고는 하지만.’

그 악몽을 만들어 내는 건 스킬 사용자다.

그 말은…….

‘스킬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악몽이 아니라 다른 꿈도 얼마든지 꾸게 해 줄 수 있다는 거지.’

강현수는 카를 13세의 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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