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제 (5)
‘앞으로도 계속 이러면 곤란하기는 하지만.’
도플갱어가 아니더라도 마기의 구슬을 통해 마기를 흡수한 소환수의 정체를 감출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지금은 마기의 구슬의 충전 속도보다 필요한 소환수의 숫자가 더 많아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최상급 도플갱어들에게 마기 주입을 완료하면?
그때부터는 무조건 마계 귀족 출신의 소환수들에게 마기의 구슬을 배정해야 했다.
최상급 이하의 도플갱어들에게 마기의 구슬에 주입된 마기를 주입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컸으니까.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해.’
그래야 마기의 구슬을 통해 강화된 소환수들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었다.
꽈아아앙!
도플갱어 2호의 합류로 인해 팽팽했던 균형이 깨져 버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강현수는 스텟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고 데스 나이트들을 무조건 소환수로 만들었다.
그래야 리몬쉬츠 백작이 부릴 수 있는 실력 있는 데스 나이트들의 숫자가 영구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었다.
‘리치는 소환수로 써먹을 수 없어서 아쉽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리몬쉬츠 백작도 리치라는 거였다.
‘뭐, 일단은 쓰러트리는 게 먼저니까.’
리치인 리몬쉬츠 백작을 소환수로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는 건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으아아아!
리몬쉬츠 백작이 마기를 미친 듯이 뿜어내며 더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
‘마기가 내 마기가…….’
영구적으로 소모되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기.
그 결과 리몬쉬츠 백작은 자작으로의 강등이 코앞까지 와 있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
강등하기 전에 강현수를 제거하고 마기의 구슬을 빼앗는 것뿐이었다.
리몬쉬츠 백작이 미친 듯한 맹공을 퍼붓자 강현수도 위기에 몰렸다.
아무리 마계 백작 중 최하위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마계 백작은 마계 백작이지.’
그 공격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생전의 힘을 온전히 회복해 마계 남작의 무력을 지닌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공격 한 방에 소멸해 버리지 않았는가?
꽈앙! 꽈앙! 꽈앙!
강현수에게도 치명적인 공격들이 연달아 쏟아져 내렸고.
그런 강현수를 지키기 위해 소환수들이 큰 타격을 받고 소멸하는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제가 지켜 드릴게요!”
광혈마녀 유카가 자신 있게 나서서 최정예 골렘들을 방패로 제공하기도 했지만.
꽈아앙!
리몬쉬츠 백작의 공격 한 방에 그대로 박살 나 버렸다.
‘무시무시하네.’
광혈마녀 유카의 골렘도, 용왕처럼 방어력에 올인한 소환수도 리몬쉬츠 백작의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연대장급 소환수를 방패로 쓰면 리몬쉬츠 백작의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있었지만.
‘그건 수지가 안 맞지.’
최고의 전력이 큰 타격을 받거나 소멸하면 손해가 컸다.
얼음 왕의 목걸이와 수호의 반지에 저장되어 있는 방어 스킬들도 동이 났고.
등가교환 스킬의 스택도 모두 써 버렸다.
‘그 방법을 써야 하나?’
현재의 리몬쉬츠 백작은 강현수만 보고 달려드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끝이다!
골렘과 소환수들이 박살 난 상황.
리몬쉬츠 백작이 마기를 최대치로 끌어모아.
화르르륵!
강현수를 향해 날렸다.
연대장급 소환수들을 희생시키지 않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황.
‘좀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지.’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사용했다.
사라라락!
강현수의 모습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고.
꽈아아앙!
리몬쉬츠 백작이 날린 공격은 애꿎은 사클란트 제국의 황궁만 때려 부수고 말았다.
-이놈, 어디 간 거냐!
갑자기 목표물이 사라지자 리몬쉬츠 백작은 적잖이 당황했다.
리몬쉬츠 백작은 아크 리치 킹이었고.
살아 있는 생명체의 생기는 물론 혼백까지 추적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한데 갑자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강현수의 생기와 혼백이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암만 뒤져 봐라 내가 나오나.’
달의 그림자는 단순한 은신 계열 스킬이 아니라 공간 계열 스킬.
강현수라는 존재 자체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상태였기에.
아무리 탐색을 하고 공격을 날려도 강현수의 존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스킬을 전투에 활용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현수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게 전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요 스킬들도 다 쿨타임에 걸렸고 마력도 바닥나면 나도 도리가 없지.’
결정적으로 소멸한 소환수들을 부활시키느라 계속해서 스텟을 소모해야 했기에 강현수는 점점 약해져만 갔다.
아직 스텟이 바닥을 드러낸 건 아니지만.
‘하위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의 스텟밖에는 안 남았다고.’
그렇게 약해진 상태에서 얼음 왕의 목걸이와 수호의 반지에 내장된 스킬들이 바닥나고 등가교환 스킬 스택까지 다 써 버렸으니.
‘실수 한 번 하면 그대로 세상 하직이라고.’
불사의 서가 있기에 1회 한정으로 부활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그런 소중한 기회를 고작 마계 백작과 싸우면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치사하기는 하지만 이게 최고지.’
강현수의 직업은 엄연히 소환사 계열.
또한 마력이 아니라 스텟을 소모해 소환수를 만든다.
‘마력을 사용하는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스텟을 소모하는 사단 구성 스킬은 달의 그림자 스킬을 발동한 상태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강현수는 안전한 상태로 계속해서 소환수를 만들어 내며 리몬쉬츠 백작을 공격했다.
연대장급 소환수 오크 로드 카쉬쿠가 소멸했지만.
‘사단 구성으로 부활시키면 그만이야.’
강현수가 달의 그림자 스킬을 통해 다른 공간에 숨어 소환수만 투입하자.
-이 망할 자식 도대체 어디서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리몬쉬츠 백작은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었다.
적들의 수장을 죽여 전투를 종결지으려 했는데.
그 수장이 사라져 버렸다.
다른 녀석들은?
죽여도 죽여도 다시 부활해 자신을 공격했다.
강현수도 사클란트 제국 플레이어들의 눈치는 봐야 했기에 눈 가리고 아웅으로 소멸한 소환수를 다른 이들의 시야가 없는 공간에서 부활시키는 꼼수를 사용하긴 했다.
그 결과 사클란트 제국 플레이어들의 눈을 속일 수는 있었지만.
혼백을 탐지할 수 있는 아크 리치 킹인 리몬쉬츠 백작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강력한 놈을 소멸시켰는데 동일한 백을 가진 녀석이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카를 13세라도 제거해 버리고 싶었지만, 근위 기사들이 이미 대피시킨 후였다.
카를 13세 근처에 마왕의 하수인들도 없었기에.
리몬쉬츠 백작의 입장에서는 카를 13세를 제거하기는커녕 찾을 수도 없었다.
리몬쉬츠 백작은 답이 보이지 않는 미로를 헤쳐 나가는 심정으로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가장 리몬쉬츠 백작의 분통을 터트리는 일은.
-감히 내 권속들을!
리몬쉬츠 백작을 호위하던 마계 귀족 및 최상급 마족에 속하는 데스 나이트들 중 일부가.
소멸한 후 강현수의 충실한 종이 되어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다는 사실이었다.
-으아아아!
궁지에 몰린 리몬쉬츠 백작이 미친 듯이 마기를 내뿜으며 지랄발광을 했지만.
이미 승패는 정해진 후였다.
사아아악!
강현수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멸한 데스 나이트들을 부지런히 부활시키다 보니.
어느새 리몬쉬츠 백작이 보유한 마기가 마계 백작급에서 마계 자작급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리몬쉬츠 백작은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들과 소환수들의 맹공을 막아 낼 여력을 상실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기를 머금은 송하나의 검이 리몬쉬츠 백작을 향해 날아갔고.
콰직!
송하나의 검에 의해 리몬쉬츠 백작의 붉은 안광을 뿜어내던 두개골이 박살 냈다.
파사사삭!
머리를 잃은 리몬쉬츠 백작의 육체가 순식간에 그 힘을 잃고 먼지처럼 부서지더니.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어어어어!
우어어어억!
전장을 뒤덮고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일제히 소멸했다.
‘대박이다.’
달의 그림자 스킬을 해제한 강현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이유는 하나.
[마족을 제거하고 그 마기를 영구히 흡수했습니다.]
[여신의 눈물 EX랭크가 영구히 흡수한 마기를 정화해 특수 스텟 신성으로 전환합니다.]
[신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후략……
신성 스텟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끝도 없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리몬쉬츠 백작을 쓰러트려서 얻은 게 아니었다.
리몬쉬츠 백작이 거느리고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소멸하며 뿜어져 나온 마기가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레벨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미친.’
현재 강현수는 0레벨이었다.
소환수들을 부활시키느라 스텟을 바닥까지 긁어 썼고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레벨업 효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스텟 고정과 스킬 강화를 사용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0레벨이었던 강현수가 순식간에 631레벨이 되었다.
스킬 강화를 사용해
로 돌아가기 전보다 오히려 레벨이 더 오른 것이다.
거기다.
[아크 리치 킹을 홀로 쓰러트리는 있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크 리치 킹 슬레이어 EX랭크가 주어집니다.]
[칭호 언데드 학살자 EX랭크가 주어집니다.]
[마계 백작을 홀로 쓰러트리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마계 귀족 살해자 SSS랭크가 EX랭크로 성장했습니다.]
[마왕군의 침공을 홀로 저지하는 훌륭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 차원의 수호신 A랭크가 S랭크로 성장했습니다.]
새로운 업적 추가와 업적 업그레이드까지 이루어졌다.
‘마지막에 마계 자작으로 강등당했던 거 같은데?’
보상은 마계 백작을 쓰러트린 걸로 받았다.
‘다행이네.’
강등당했다고 마계 백작이 아니라 마계 자작을 쓰러트린 거라고 했으면 속이 엄청나게 쓰릴 뻔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강현수는 레벨 업을 통해 획득한 스텟을 소모해 부지런히 소멸한 데스 나이트들을 소환수로 만들었다.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면.
‘아 놔, 왜 대상이 아니냐고?’
송하나에 의해 뚝배기가 깨지며 소멸한 아크 리치 킹 리몬쉬츠 백작의 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치는 정말 소환수로 만드는 게 불가능한 건가?’
평범한 리치도 아니고 무려 마계 백작이었다.
소환수로 만들었다면?
‘지금까지 만들었던 녀석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걸작이 나왔을 텐데.’
또한 일인사단의 경험치 역시 어마어마하게 상승했을 것이다.
‘진짜 꽝인가?’
강현수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을 때.
송하나가 바닥에서 붉은 구슬을 한 무더기 줍더니 화들짝 놀라 강현수에게 다가왔다.
“이, 이것들 좀 봐.”
송하나의 말에 강현수가 붉은 구슬들을 받아 들었다.
그 구슬들의 정체는.
[아크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 – SSS랭크]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 - S랭크]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 - SS랭크]
소멸한 리치들의 라이프 포스 베슬이었다.
아크 리치의 것도 있었고 그냥 리치의 것도 있었다.
같은 리치라도 등급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붉은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렸다.
아이템 정보는 간단했다.
[아크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 – SSS랭크]
-아크 리치의 혼백이 저장되어 있는 라이프 포스 베슬이다.
-마기를 공급받으면 아크 리치를 부활시킬 수 있다.
‘마기를 공급받으면 부활시킬 수 있다라.’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강현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 줘 봐.”
강현수가 송하나에게 라이프 포스 베슬을 모조리 넘겨받아 뒤지기 시작했다.
‘있어야 해. 있을 거야.’
한참 붉은 구슬 형태를 한 라이프 포스 베슬을 뒤지던 강현수의 눈에.
[아크 리치 킹의 라이프 포스 베슬 – EX랭크]
-아크 리치 킹의 혼백이 저장되어 있는 라이프 포스 베슬이다.
-마기를 공급받으면 아크 리치를 부활시킬 수 있다.
찾고 있던 물건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