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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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제 (4)

소환수 교환은 소환수와 소환수만 가능하다.

그 말은 강현수는 소환수 교환 스킬을 통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반면 리몬쉬츠 백작은.

‘자기 자신과 소환수의 위치를 뒤바꿀 수 있어.’

타악!

강현수가 전력을 다해 카를 13세가 있는 황궁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제를 지켜.

강현수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명령을 내렸고.

-충.

짧게 대답한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휘하 연대원들을 소환했다.

그렇지만.

꽈아아앙!

순식간에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소환수 교환, 소환수 교환, 소환수 교환.’

강현수가 소환수 교환 스킬을 연달아 사용해 오크 로드 카쉬쿠를 비롯한 최정예 소환수들을 황궁으로 보냈다.

그렇지만.

‘이런 망할.’

스택이 바닥나 버렸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과 소환수들이 충의성 리처드 공작을 비롯한 근위 기사들과 리몬쉬츠 백작, 언데드 몬스터들을 막으려 했지만.

콰앙!

“커억!”

좌악!

퍼어엉!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강현수만 황궁에 도착하면?

사단 소환을 통해 리몬쉬츠 백작을 상대할 전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죽어라!

강현수가 도착하는 것보다.

리몬쉬츠 백작이 소환수들과 근위 기사들의 포위를 뚫고 카를 13세에게 다가가는 게 더 빨랐다.

화르르륵!

마기가 응축된 검푸른 불길이 카를 13세에게 날아갔다.

“폐하! 이놈들! 비켜라!”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피를 토하는 외침을 토해 내며 앞을 가로막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뚫고 카를 13세를 지키려고 했지만.

꽈아아아앙!

조금 늦고 말았다.

커다란 폭발에 충의성 리처드 공작을 포함한 근위 기사들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방어 아이템을 둘둘 둘렀다고는 하지만.

저런 강력한 마기의 폭발 속에서 일반인인 카를 13세가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폐하!”

뒤늦게 포위망을 뚫은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화염을 뚫고 카를 13세가 있던 곳에 도착했다.

그런 그의 눈에 멀쩡한 카를 13세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오오! 무사하셨군요!”

황제이자 주군인 카를 13세의 안전을 확인한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눈이 환희로 물들었다.

“리, 리 경이…….”

카를 13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리 경?’

카를 13세의 중얼거림을 들은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주변을 살폈다.

그런 그의 눈에 익숙한 투구와 갑옷이 눈에 들어왔다.

다크 나이트의 일원인 리 경이 입고 있던 것이었지만.

‘황제 폐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인가.’

리 경이 입고 있던 투구와 갑옷은 갈가리 찢겨 그 흔적만 겨우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완파되어 있었다.

“리 경이 폐하의 목숨을 구한 것입니까?”

“그렇다. 리 경이 나를 구하려다.”

카를 13세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자 충의성 리처드 공작도 마음이 아팠다.

‘다크 나이트에게 큰 빚을 졌군.’

만약 다크 나이트가 리 경을 보내 주지 않았다면?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오늘 주군을 잃었을 것이다.

‘괜한 수작을 부리기 위해 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엄연히 외인인 리 경이 설마 황제인 카를 13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줄은 몰랐다.

‘폐하의 상심이 크시겠구나.’

다크 나이트 리 경은 카를 13세의 첫사랑이었다.

그런 이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죽었으니.

카를 13세가 받은 충격이 어마어마하리라.

실제로 카를 13세는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첫눈에 반한 상대였다.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눈을 마주치면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그런 이가.

카를 13세의 눈앞에서 검푸른 불길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금실로 엮은 것 같은 황금빛 머리카락이 타올랐고.

그 뒤 사슴 같은 눈망울과 앵두 같은 입술이 자리한 얼굴이 타올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검푸른 화염이 리 경의 전신을 뒤덮었다.

검푸른 불꽃에 대항하던 리 경의 몸이 서서히 사라졌다.

리 경의 몸이 사라질수록 검푸른 불꽃 또한 약해졌기에 카를 13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숨은 구했을지언정 마음은 구하지 못했다.

검푸른 불길에 휩쓸려 사라진 리 경과 함께 카를 13세의 마음도 죽어 버린 것이다.

‘큰일이다.’

황제인 카를 13세의 눈이 서서히 죽어 가는 것을 본 충의성 리차드 공작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근위 기사가 되기 전 전장에서 가끔 저런 눈을 한 이들을 본 적이 있었다.

마음이 죽은 자들은 살아도 산 자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이 없었다.

‘살려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황제인 카를 13세는 폐인이 되어 버린다.

죽어 가는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폐하, 정신을 차리십시오! 제국을 생각하셔서라도 일어나셔야 합니다!”

충의성 리차드 공작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귀를 닫은 카를 13세는 묵묵부답이었다.

‘어쩔 수 없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되리라.

“폐하, 리 경의 복수를 하셔야지요!”

충의성 리차드 공작이 선택한 건 복수라는 이름의 불꽃이었다.

전쟁터에서 죽은 눈빛을 하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불꽃.

“복수?”

“예, 리 경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마왕군에게 복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리 경이 마음 편히 눈을 감을 것이 아닙니까?”

“그래, 복수를 해야지. 그래야 그녀의 원혼을 달랠 수 있어.”

죽어 가던 카를 13세의 눈빛이 살아났다.

“리차드 공작, 당장 저 마족의 목을 내가 가져오라!”

카를 13세의 핏발 선 두 눈이 살기로 가득 찼다.

“충!”

충의성 리차드 공작이 힘찬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렸다.

다크 나이트의 수장인 척마혈신이 돌아왔기에 전황은 다시 팽팽해진 상태.

마음 같아서는 호위를 위해 황제인 카를 13세의 곁에 남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았다.

‘폐하, 마음을 다잡으셔야 하옵니다.’

복수라는 이름의 불꽃으로 살아난 이들은.

‘절대 복수라는 이름의 광기에 사로잡혀서는 아니 됩니다.’

복수에 집착하는 광인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 * *

뒤늦게 도착한 강현수는 사단 소환 스킬을 통해 소환수들을 불러들여 리몬쉬츠 백작의 앞을 가로막았다.

꽈아아앙!

전투가 벌어지자 화려하게 꾸며진 유서 깊은 황궁의 건축물들이 무너져 내렸지만.

지금은 건물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카를 13세를 지켜서 다행이야.’

카를 13세가 사망했다면?

강현수가 손에 넣은 대공의 작위를 비롯해 감찰권과 군사권이 회수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았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소멸하기는 했지만.’

스텟을 소모하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부활시킬 수 있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투자한 마기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까지 복구가 되는지 아닌지는 강현수도 알 수가 없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강현수는 사단 구성 스킬을 사용해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다시금 부활시켰다.

그 결과.

‘투자한 마기까지 복구가 되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소모되는 스텟의 양이 더 늘어났어.’

특히 지금처럼 전투 중인 상황에서는 꽤 큰 단점으로 작용했다.

스텟이 소모되었다는 건 강현수의 전투력이 낮아졌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부활시키는 게 더 큰 이득이야.’

부활한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곧바로 전투에 합류했다.

당연히 외형은 다른 모습으로 바꿨다.

“폐하, 정신을 차리십시오! 제국을 생각하셔서라도 일어나셔야 합니다!”

한창 전투를 진행하고 있는 강현수의 귀에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강현수가 카를 13세의 상태를 확인했다.

‘완전히 맛이 갔네.’

그러나.

“폐하, 리 경의 복수를 하셔야지요.”

“복수?”

복수라는 말에 황제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눈이 돌아가 버렸네.’

첫사랑이 눈앞에서 죽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떻게 할까?’

강현수의 머릿속이 맹렬하게 회전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다시 투입하는 건 하수야.’

죽었다 살아난 이유를 설명하기도 애매했고.

‘굳이 카를 13세의 복수의 불꽃을 꺼트릴 필요는 없지.’

오히려 카를 13세가 가진 복수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첫사랑을 잃고 분노에 몸을 맡긴 카를 13세.

그러나 그 첫사랑은 애초에 사람이 아니었고.

‘여자도 아니지.’

거기다 죽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강현수의 스킬로 부활해.

‘멀쩡히 살아 있는 상태야.’

카를 13세에게 아주 많이 미안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게 나아.’

카를 13세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푹 빠지면?

장점도 크지만 단점도 커진다.

거기다.

‘카를 13세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후궁으로 삼을 생각을 하기라도 하면 더 못 할 짓이지.’

또 정체가 탄로가 날 위험도 존재했다.

아무리 감쪽같이 위장을 한다고 해도.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마기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첫사랑은 미화가 돼서 더 아름다운 거지.’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은 추억 보정이라는 먹잇감을 먹고 무럭무럭 성장한다.

실제로 어렸을 때 첫사랑을 수십 년 후 다시 만난다면?

‘실망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지.’

그래서 강현수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다른 핑계를 통해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카를 13세의 곁에서 떼어 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이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자연스럽게 퇴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카를 13세에게 복수라는 이름의 불꽃을 남겨 놓은 채 말이다.

한편 전투는 엄청나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강현수와 리몬쉬츠 백작 모두 승기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승기는 쉽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마룡 카라스를 투입할 수도 없고.’

강현수가 이를 악물었다.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방법은 강현수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력 중 하나인 마룡 카라스를 동원하는 것.

하지만.

‘그건 무리야.’

마룡은 마족이다.

그런 마족을 강현수가 부리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마족의 내분으로 위장해서라도 마룡 카라스를 투입하겠지만.

‘굳이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 상황은 아니야.’

팽팽한 접전을 이어 가면서도 피해는 조금씩 누적되고 있었다.

거기다 이 전투를 멀리서 목격한 백성들의 마이너스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마기의 구슬에 누적되고 있었다.

‘꽉 차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마기의 구슬이 가득 차면?

강현수는 도플갱어 킹 탈리만과 도플갱어 1호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력한 소환수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마기를 감추면 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지금의 균형은 깰 수 있어.’

강현수가 눈을 번뜩이며 전투를 이어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마기의 구슬이 가득 찼다.

강현수가 마기를 주입하기로 한 대상은 도플갱어 2호였다.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마족 출신 소환수에게 마기의 구슬을 사용했을 것이다.

마계 자작인 오크 로드 카쉬쿠나 마계 남작인 데스 나이트 버나드 등 강력한 소환수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마기를 숨길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어.’

마룡의 외형 때문에 마룡 카라스도 동원하지 못하는 판국에 마기를 풀풀 풍기는 호왕 같은 소환수를 전장에 투입할 수는 없었다.

‘도플갱어 킹이 더 있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더 존재하지 않았다.

‘도플갱어 1호처럼 최상급 도플갱어들에게 마기를 투자하는 건 효율이 떨어지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강현수가 도플갱어 2호에게 마기의 구슬을 넘겼고.

순식간에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행히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아.’

도플갱어 1호와 마찬가지로 도플갱어 2호는 한계를 부수고 더 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

지능의 한계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지 못해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마기를 감출 수 있다는 장점이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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