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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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제 (3)

‘완벽해.’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계 남작 둘과 마계 자작 하나가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군의 피해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등가교환 스킬은 사용할 기회조차 없었다.

전황이 워낙 유리했기에 스킬 증폭이나 얼음 방패 같은 쿨타임이 긴 스킬들을 사용할 필요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난 왜 꽝이냐고.’

강현수는 아무런 업적도 얻지 못했고 업적이 성장하지도 않았다.

‘뭐, 휘하 지휘관들이 업적을 얻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하급 마계 귀족을 잡아서 업적 얻기는 힘들겠네.’

이는 그만큼 강현수가 강해졌다는 뜻이었다.

‘로크토 제국은 손에 넣었고 사클란트 제국도 충분히 제어 가능한 상황이야.’

거기다 오크 군단의 침공과 몇 년 뒤에 이루어질 언데드 군단의 침공도 훌륭하게 방어해 냈다.

‘회귀 전과 비교하면 피해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그간의 노력이 하나둘 쌓여 지금의 성과를 이뤄 낸 것이다.

‘당분간은 잠잠하겠네.’

용종 몬스터 군단, 도플갱어 군단, 오크 군단, 언데드 군단.

총 네 번의 대규모 공세를 큰 피해 없이 막아 내며 아군의 힘을 키웠다.

아마 마왕군 입장에서도 당분간은 대규모 공세를 펼치기 버거울 게 확실했다.

‘근데 이놈들은 왜 계속 병력을 투입하는 거야?’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무렵.

파지지직!

차원 게이트를 통해 리치 하나가 넘어왔다.

그와도 동시에.

사아아아악!

폭발적인 마기가 터져 나왔다.

‘강하다.’

강현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금 모습을 드러낸 리치의 마기는 좀 전에 강현수가 쓰러트렸던 아크 리치보다 월등히 강했다.

-망자들이여, 일어나라.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리치의 한마디에.

우오오오오!

그간 소멸했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다시금 부활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투에서 사망한 플레이어들이 리치, 데스 나이트, 구울로 재탄생했다.

문제는 방금 사망한 자들뿐 아니라, 예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마저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했다는 점이었다.

‘고위 마계 귀족이다.’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귀 전보다 고위 마계 귀족의 출현 시점이 월등히 빨라졌다.

‘리몬쉬츠 백작이 직접 행차한 건가?’

일이 꼬여 버렸다.

‘제거해야 한다.’

리몬쉬츠 백작을 제거하지 못하면?

그간 일군 성과가 무참히 무너질 수도 있었다.

타악!

강현수가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도플갱어 킹 탈리만, 오크 로드 카쉬쿠, 새롭게 소환수가 된 남작급 데스 나이드 둘이 합류했다.

‘야수화, 스킬 증폭.’

그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야수화 스킬과 스킬 증폭 스킬을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신성 스텟과 독성 스텟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주군을 지켜라!”

그러나 리몬쉬츠 백작의 뒤를 이어 차원 게이트를 넘은 데스 나이트들이 강현수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꽈아아앙!

오러와 마기가 폭발하며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문제는 데스 나이트들을 쓰러트리기가 방금 전처럼 쉽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저놈이 문제야.’

리몬쉬츠 백작이 지속적으로 데스 나이트들에게 마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사아아악! 콰드드득!

리몬쉬츠 백작이 사용하는 온갖 저주와 공격 스킬들이 강현수 일행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리치고 공격 패턴도 원거리 계열이 확실한데.’

도저히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아군의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였다.

강현수의 소환수들도 하나둘 소멸하고 있었고.

특히 리몬쉬츠 백작의 광역 공격 스킬에 사클란트 제국 플레이어들의 희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망한 이들은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했다.

‘내가 사단 구성으로 대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을 중점으로 사단 구성 스킬을 사용하는 강현수와 달리 리몬쉬츠 백작은 죽은 자는 누구든 부활시키는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유리하던 전황이 팽팽해지더니 순식간에 뒤집혀 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파지지직!

콰콰콰콰!

쿠오오오오!

송하나와 투황 그리고 유카 같은 휘하 지휘관들이 계속해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유카의 경우는 골렘이 박살 나기 무섭게 새롭게 만들며 강현수의 소환수들이 소멸하고 사클란트 제국의 플레이어들이 전사하며 생긴 병력 공백을 꾸준히 메워 주고 있었다.

‘장기전이 되면 곤란해.’

아군의 숫자는 줄고 마왕군의 숫자가 늘어난다.

강현수는 더더욱 맹공을 가하며 리몬쉬츠 백작의 숨통을 끊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차원 게이트를 넘자마자 전황을 반전시킨 리몬쉬츠 백작도 현재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왜 마기가 회복되지 않는 거지?’

수많은 이들이 죽어 가고 있고.

수많은 백성들이 수도에서 벌어진 접전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당연히 온갖 마이너스한 감정들과 죽은 자의 피가 리몬쉬츠 백작의 마기를 회복시키고 그간 손실된 힘을 보충해 줘야 했다.

마족들이 큰 위험 부담이 있음에도 기를 쓰고 아틀란티스 차원으로 넘어오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바로 빠르게 승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데 현재 리몬쉬츠 백작은 승급은커녕 소모된 마기조차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저놈 때문이다.’

리몬쉬츠 백작은 금방 원인을 찾아냈다.

척마혈신.

사방에서 발생하는 마이너스한 감정과 죽은 자들의 피가 모두 척마혈신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저놈이 마기의 구슬을 가지고 있다.’

리몬쉬츠 백작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멍청한 오크 놈들.’

귀한 보물을 줬으면 잘 간수할 것이지 적에게 빼앗겨 버렸다.

‘차라리 빼앗길 거 같았으면 파괴라도 해 버릴 것이지.’

마기의 구슬 때문에 마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한 리몬쉬츠 백작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그간 벌어진 실책으로 인해 꽤 많은 마기를 영구적으로 손실했다.

그런 상태에서 차원 게이트를 넘어오느라 또 마기를 소진했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기 위해 언데드 몬스터들을 일으키고 강력한 공격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며 또 영구적으로 마기를 손실하고 소모했다.

그런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건?

대대적인 학살을 통해 영구적으로 손실한 마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한데 마기의 구슬 때문에 마기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마기의 구슬을 빼앗아야 해. 그러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결정을 내린 리몬쉬츠 백작이 척마혈신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강현수와 리몬쉬츠 백작 모두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리몬쉬츠 백작을 제거하지 않으면 전황이 점점 불리해져.’

‘척마혈신을 제거하고 마기의 구슬을 손에 넣지 못하면 진다.’

강현수와 리몬쉬츠 백작이 서로를 노리며 전력을 다해 맹공을 퍼부었다.

‘스킬 증폭, 얼음 방패.’

강현수는 쿨타임이 긴 스킬들을 적극적으로 재사용했다.

등가교환 스킬을 얻으며 쿨타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설사 강등되더라도 마기의 구슬만 손에 넣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어.’

리몬쉬츠 백작 역시 마기가 영구적으로 손실되는 극심한 타격을 감수하고 리치와 데스 나이트 들을 무제한으로 부활시키며 전투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승리의 향방은 쉽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등가교환 스킬의 남은 자리가 얼마 없어.’

강현수는 점점 초조해졌다.

쿨타임이 긴 스킬들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전력을 강화했음에도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수호의 반지에 저장된 방어 스킬들 역시 리몬쉬츠 백작의 맹공을 막아 내느라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초조한 건 리몬쉬츠 백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맹공을 펼치고 소환수인 리치와 데스 나이트 들을 부활시키느라 마기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강등당해 마계 백작이 아니라 마계 남작 수준으로 약해지게 생긴 것이다.

‘이런 망할.’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척마혈신을 쓰러트리고 마기의 구슬을 손에 넣어야 했다.

한데 일이 꼬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강현수와 리몬쉬츠 백작 모두 초조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절박함은 리몬쉬츠 백작이 더 컸다.

이곳은 아틀란티스 차원이었고.

대규모 언데드 몬스터의 침공 소식을 들은 지원군이 차원 게이트를 타고 사클란트 제국 전역과 제후국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저놈들이라도 이용해야겠어.’

초조한 리몬쉬츠 백작의 눈에 마왕의 하수인들이 들어왔다.

‘인간의 황제 곁에 함께 있군.’

마리우스 후작을 통해 인간들의 권력 체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인간 황제를 노리면 병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도박 수를 던진 상황.

이용할 수 있는 패는 전부 다 이용해야 했다.

-인간들의 황제를 죽여라.

리몬쉬츠 백작이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이 망할 놈들이.’

마왕의 하수인들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역시 비천한 인간 놈들은 믿을 수가 없구나.’

리몬쉬츠 백작이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계약한 인간의 몸에 강림하라.

휘하 마족들에게 강제로 계약자에 몸에 강림해 육체 주도권을 빼앗도록 지시한 것이다.

-예.

휘하 마족들이 강제로 강림을 시도하자.

사아아악!

황제인 카를 13세 근처에 있던 신하들의 몸에서 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왕의 하수인들이다!”

“당장 진압하라!”

근위 기사들은 난리가 났고.

마왕의 하수인들의 몸에 강제로 강림한 마족들 역시 황제인 카를 13세를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과 근위 기사들은 목숨을 바쳐 가며 카를 13세를 지켰다.

그때.

-망자들이여, 일어나라.

리몬쉬츠 백작이 죽은 근위 기사를 데스 나이트로 부활시켰다.

순식간에 전황이 뒤바뀌었다.

“막아라! 목숨을 바쳐 황제 폐하를 지켜라!”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마왕의 하수인들과 언데드 몬스터들의 맹공을 막아 냈다.

한편 리몬쉬츠 백작을 공격하던 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자식이.’

황제인 카를 13세가 공격을 받자.

가장 먼저 근위 기사들이 흔들렸다.

그 뒤를 이어 사클란트 제국군 소속 플레이어들이 전방보다 후방을 주시하며 황제인 카를 13세를 지키기 위해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황제인 카를 13세를 지키고 싶었지만.

함부로 등을 보였다가는 죽을 게 자명했기에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이 자식들이.’

공세가 약해졌다.

거기다 근위 기사들과 사클란트 제국군 소속 플레이어들이 황제인 카를 13세의 안전을 신경 쓰느라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과 소환수만으로는 리몬쉬츠 백작과 언데드 몬스터들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건 치명적인 손해였다.

‘이걸 예상 못 했을 것 같냐?’

카를 13세는 강현수에게 있어서 든든한 후원자이자 약점이었다.

당연히 카를 13세를 지키기 위한 방책 정도는 세워 놓은 상태였다.

‘소환수 교환.’

강현수가 스킬을 사용해 카를 13세의 곁에 있던 소환수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위치를 뒤바꿨다.

“지금부터 제가 황제 폐하를 지키겠습니다.”

“오, 리 경!”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나서는 순간.

콰직! 서걱! 콰아아앙!

마족이 강림한 마왕의 하수인들과 언데드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마기의 구슬에 있는 마기를 가장 먼저 주입받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은 현존하는 강현수의 소환수들 중에서 최고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존재가 나섰으니, 마왕의 하수인들과 언데드 몬스터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황제의 안전이 확보되자.

“마족들을 쓰러트리자!”

“와아아아!”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던 근위 기사들과 사클란트 제국군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맹공을 퍼부었다.

-재미있는 수작을 부리는구나.

리몬쉬츠 백작이 강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계획이 실패해서 초조해? 별 소득 없이 마기와 노예들만 날린 소감이 어때?”

강현수의 도발에 리몬쉬츠 백작의 두 눈에 자리한 붉은 광망이 밝게 타올랐다.

-내 계획이 실패한 듯 보이느냐?

“뭐?”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통해 황제인 카를 13세를 제거해 혼란을 일으키려는 리몬쉬츠 백작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런데 왜 저리 자신만만하다는 말인가?

-이건 너에게 저 인간의 황제가 중요한 존재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었다.

“뭐?”

강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슈욱!

리몬쉬츠 백작과 그 주변에 있던 최정예 리치, 데스 나이트가 사라지고.

우오오오!

스켈레톤과 구울 같은 하급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이런!”

놀란 강현수가 지휘관의 시선을 통해 황궁 내부의 상황을 파악했다.

‘최악이다.’

리몬쉬츠 백작과 최정예 리치, 다크 나이트 들이 강력한 마기와 살기를 줄기줄기 뿌리며.

카를 13세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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