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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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제

‘성공했다.’

이제 저 빌어먹을 마계 귀족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가로 수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야 하는 게 아깝기는 했지만.

‘더 큰 승리를 위한 포석일 뿐이야.’

수하들은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지만.

마계 귀족과 황제를 동시에 제거할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모코로 왕국과 슬라브 왕국에 다크 나이트와 황실의 정예를 투입시킨다.’

그 후 수도에 차원 게이트가 열리면?

‘황제를 죽인다.’

전처럼 황제가 수도를 버리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황권을 서서히 깎아내릴 생각은 버렸다.

‘다크 나이트와 카를 13세가 손을 잡은 이상 시간을 끄는 건 위험해.’

이제 다크 나이트의 공은 황제의 공이 되어 버렸다.

‘다크 나이트에게 쫓기던 마계 귀족 놈이 이길 리는 없고.’

사석으로 버릴 예정인 수하들 역시 승리할 리가 없다.

그러면?

‘다크 나이트가 마계 귀족과 마왕의 하수인을 퇴치한 전공을 얻게 되겠지.’

황제를 죽이지 못하면?

이번 계획은 오히려 악수가 되어 버린다.

고작 눈엣가시 같은 마계 귀족 하나 죽이는 걸로 만족하기에는.

‘판돈이 너무 커졌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리몬쉬츠 백작이 전면에 나선다.’

차원 게이트를 통해 대대적인 병력을 투입하고.

‘마계 귀족을 셋이나 투입한다고 하셨어.’

하나는 자작이고 둘은 남작이었다.

이 정도라면.

‘다크 나이트와 황실의 정예가 수도에 남아 있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지.’

그러나 100% 이긴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

갑자기 1만이 넘는 정예 플레이어들을 동원한 다크 나이트가 아니겠는가?

‘카를 13세를 제거한 후 나와 동료들의 세력이 마계 귀족이 이끄는 언데드 군단을 퇴치하는 쇼를 하면?’

단숨에 정권을 휘어잡을 수 있다.

더군다나 쇼를 통해 전멸한 것으로 알려진 마계 귀족과 언데드 군단의 경우.

‘내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어.’

정적을 제거한다거나.

‘로크토 제국과의 전쟁에서 활용한다거나.’

마리우스 후작의 두 눈이 광기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 * *

‘멍청한 놈들은 어쩔 수가 없네.’

강현수는 과거 마왕의 하수인이었던 카발길드를 박살 내고 마족과의 계약과 마족화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풀었다.

당연히 그 정보는 로크토 제국을 넘어서 사클란트 제국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이 돌대가리들은 왜 사람 말을 안 믿는 거야.’

마족과 계약을 해서 그 힘을 전해 받으면?

육체가 마족화를 진행하면?

계약한 마족의 지배를 받는 꼭두각시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런데 이놈들은 의심병에 걸렸는지 도무지 사람 말을 믿지를 않았다.

‘뭐, 그게 아니라면 그만큼 힘과 불로에 미친 거겠지.’

마족과 계약한 이들은 간절히 힘을 원하거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자들의 비율이 높았다.

‘말로 해서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지.’

몽둥이로 뚝배기를 깨 버리는 게 예비 마왕의 하수인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이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마왕의 하수인이 되면 어떤 최후를 맞는가를 똑똑히 보여 줄 기회지.’

마리우스 후작의 계획이 시작되었고.

강현수는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통해 미리 카를 13세에게 적당히 정보를 흘렸다.

단 모든 정보를 알려 주지는 않았다.

‘괜히 말이 새어 나가서 이놈들이 계획을 취소하면 곤란하니까.’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카를 13세를 잘 조련한 덕분일까?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마왕의 하수인들과 도플갱어 1호가 예정된 장소에 도착했다.

-인명 피해 없이 잘 조절할 수 있지?

강현수의 물음에.

-제가 직접 조종하겠습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대답했다.

‘연대장은 믿을 수 있지.’

예전에는 대대장의 지능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이제는.

‘대대장 정도의 지능을 가진 놈한테 맡기는 건 좀 불안하단 말이지.’

연대장이 아니면 믿음이 가지 않았다.

‘지능도 같이 올라가면 좀 좋아.’

마기의 구슬을 통해 전투력은 올라갔지만.

지능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도플갱어 1호를 연대장에 임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괜한 낭비는 참아야지.’

연대장 자리는 이미 새롭게 강현수의 소환수가 될 예정인 마계 귀족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럼 시작해.

-예.

강현수의 지시와 함께 계획이 시작되었다.

* * *

“마족이다!”

“마족이 나타났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지시를 받는 도플갱어 1호가 마기를 줄줄 풍기며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슬라브 왕국의 정규군과 길드의 정예들이 벌 떼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미천한 인간들! 죽어라!”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지시를 받고 있는 도플갱어 1호와 슬라브 왕국의 정규군,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슬라브 왕국 정규군과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최선을 다해 저항했지만.

고작 한 개 도시에 있는 병력으로 도플갱어 1호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당장 지원 요청해!”

“이미 했습니다!”

“사클란트 제국에도 했어?”

“예!”

당연히 슬라브 왕국의 왕실과 사클란트 제국의 황실에 지원 요청을 보냈다.

그리고.

“최대한 시간을 벌어라!”

슬라브 왕국의 정규군과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마족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마족은 너무 강했다.

퍼어억!

“커억!”

플레이어 하나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것 같았지만.

숨이 붙어 있었다.

“살았다! 힐 줘! 힐!”

힐러가 열심히 힐을 했지만.

퍼억! 퍼억! 퍼억!

부상을 치료하고 전투에 복귀하는 플레이어의 숫자보다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구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더 빠르게 불어났다.

전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같은 시간.

“이제 움직이자고.”

“퇴로 확보 잘하고.”

모코로 왕국에서는 마리우스 후작의 수하인 마왕의 하수인들이 공세를 시작했다.

“일단 정규군 주둔지와 길드부터 날려 버려야겠지.”

마왕의 하수인이 마기를 끌어 올리며 광역 공격 스킬을 퍼부었다.

꽈아아앙!

화염과 뇌전이 모코로 왕국군의 주둔지와 길드들의 길드 하우스를 덮쳤다.

그때.

퍼엉!

거대한 방패를 든 플레이어들이 나타나 그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저놈들은 도대체 뭐야?”

“어떻게 내 공격을 이렇게 손쉽게?”

마왕의 하수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모코로 왕국군의 주둔지와 길드의 길드 하우스에서 플레이어들이 벌 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마기다!”

“마족인가?”

“마왕의 하수인들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정체가 무엇이든.

“인류의 적을 죽여라!”

“와아아아!”

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

마왕의 하수인들이 맹공을 퍼부었고.

엄청나게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퍼엉! 퍼엉!

거대한 방패를 든 플레이어들이 문제였다.

결정적인 공격을 모두 막아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격은 하지 않고 오직 방어만 했다.

“방어 스킬에 올인한 놈들인가?”

마왕의 하수인들은 의아해했지만.

전황은 바뀌지 않았다.

전력은 마왕의 하수인들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방어만으로 전투를 승리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마왕의 하수인들 입장에서는 실컷 때릴 수 있는 샌드백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너무나 당연하게도 전투를 치르는 플레이어들은 모코로 왕국의 왕실과 사클란트 제국의 황실에 지원을 요청했다.

* * *

‘계획이 시작되었구나.’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에게 슬라브 왕국과 모코로 왕국에 마족과 마왕의 하수인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놈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당장 마족과 마왕의 하수인을 토벌하라!”

카를 13세의 명령과 함께 황실 정예들이 움직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크 나이트의 수장 다크로드 대공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총력을 다해 슬라브 왕국과 모코로 왕국을 구원하라 이르라.”

당연히 다크 나이트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생각대로 움직여 주는구나.’

마리우스 후작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장 걱정했던 건 한번 수도를 공격당한 경험이 있는 카를 13세가 몸을 사리는 거였다.

제후국인 슬라브 왕국과 모코로 왕국의 피해가 커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수도에 모여 있는 정예를 움직이는 대신 느긋하게 다른 지방에 있는 병력을 차출하거나 소집해 투입하거나.

이번 일을 단순히 다크 나이트에게 맡겨 놓고 신경을 끊거나.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됐다면?

차원 게이트가 열려도 카를 13세를 제거할 확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거기다.

‘리몬쉬츠 백작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아마 욕이란 욕은 다 들어 먹을 게 확실했다.

어쩌면…….

‘차원 게이트를 열지 않을지도 몰라.’

그럼 이 작전은 제대로 된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것이 되어 버린다.

결정적으로.

‘그 끔찍한 놈이 살아 돌아올 수도 있어.’

마계 자작 카루트가 다시 패악질을 시작할 것이다.

‘정말 다행이야.’

카를 13세는 황궁을 수비할 근위 기사와 근위병을 제외하면 전 병력의 투입을 명령했다.

다크 나이트에게도 총력을 다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슬라브 왕국에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모코로 왕국에서도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수하들의 보고가 도착했다.

-전황은?

-치열합니다. 황궁에서 소식이 와도 병력을 빼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군. 그분께 연락을 취해라.

마리우스 후작이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파지지직!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 그중에서도 황궁 바로 위에 자리한 하늘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차원 게이트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폐하! 큰일이옵니다!”

“당장 대피하셔야 하옵니다!”

근위 기사들을 비롯해 신하들은 난리가 났다.

황궁 상공에 차원 게이트가 열렸으니 마족과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경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 다크로드 대공.”

카를 13세가 갑자기 지금쯤 마계 자작 카루트와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을 다크 나이트의 수장 척마혈신을 불렀다.

사라락!

그와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척마혈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폐하.”

“막아 낼 수 있겠지?”

“물론이옵니다.”

척마혈신의 등장에 마리우스 후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슬라브 왕국에 있어야 할 척마혈신이 여기 있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혹시 수하들만 보낸 건가?’

그랬을 수도 있다.

‘아무리 척마혈신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하나다.’

마계 자작 하나만 등장해도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것이다.

그때.

척! 척! 척!

황궁 곳곳에 족히 1만이 넘는 병력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마리우스 후작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기에 휘하 수하들을 통해 황실의 정예 병력과 다크 나이트로 추정되는 이들이 차원 게이트를 통해 이동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이 전투를 시작했다는 보고까지 받았다.

그런데 왜 족히 1만은 넘어 보이는 다크 나이트가 기다렸다는 듯 황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척척척!

공간 이동 게이트를 타고 사클란트 제국의 최정예 병력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 다크 나이트와 황실의 정예가 슬라브 왕국과 모코로 왕국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분간 발을 빼기 힘들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왜 슬라브 왕국과 모코로 왕국에 있어야 할 다크 나이트와 황실의 정예가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마리우스 후작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다크 나이트와 황실 정예가 왜 여기 있는 거냐? 당장 상황을 보고해!

마리우스 후작이 다급하게 수하들을 다그쳤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답변도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마리우스 후작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함정이었나?’

정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때.

“마리우스 후작.”

얼굴 가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카를 13세가 마리우스 후작의 이름을 불렀다.

“다크 나이트와 황실 정예들이 왔는데 어째 표정이 그들이 오기 전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소?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시오?”

환한 미소와 달리 두 눈 가득 살기가 이글거리는 카를 13세의 물음에.

‘걸렸다.’

마리우스 후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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