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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와의 계약 (3)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강현수는 척마혈신이라는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였다.

그런 강현수와 대등한 수준의 강자라면?

“이, 이 사람이 신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의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강현수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건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제 무력은 신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보다 강할 가능성이 높아.’

마기를 주입받아 살아생전의 무력을 모두 회복한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무력은?

홀로 소국을 무너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뭐, 마기를 마력으로 위장한 상태에서는 무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강현수의 소환수가 된 덕분일까?

마족일 때는 50% 정도의 마기를 사용하면 마력으로의 위장이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80% 정도의 마기를 사용해도 마력으로 위장이 가능했다.

‘마룡 카라스나 오크 로드 카쉬쿠로도 테스트를 해 봐야지.’

호왕의 경우는 요령이 없어서 그런 건지.

지휘관 계급이 낮아 지능이 달려서 그런 건지.

‘마기를 전혀 감추지 못해.’

반면 도플갱어 킹 탈리만은 오히려 마기를 감추는 실력이 더 늘어났다.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 축복으로 강화된 버프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샘플이 두 개밖에 없어서.

‘정확히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마기의 구슬을 통해 강화시킨 소환수가 늘어나면?

좀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제가 직접 저자의 무력을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그때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앞으로 나서며 강현수에게 물었다.

“망신을 당하실지도 모릅니다.”

강현수의 말에도.

“설사 그렇다고 해도 감수해야지요. 황제 폐하의 호위 수준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물러서지 않았다.

‘여전하네.’

자신의 명예나 자존심보다는.

‘황제인 카를 13세의 안전이 최우선이겠지.’

강현수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지요.”

강현수의 대답에.

“그럼 당장 연무장으로 가지.”

카를 13세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과 다크 나이트 내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의 대결.

플레이어를 동경하는 카를 13세가 이런 진귀한 대결을 마다할 리 없었다.

잠시 후.

충의성 리처드 공작과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자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 수준의 힘을 보여 줄까요?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물음에.

-마기를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전력을 다해라.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신의 칭호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 아랫급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유지하는 플레이어가 바로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네임드 플레이어의 기준이 올라갔지만.

‘황제를 호위하는 제1근위 기사단장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성의 칭호를 유지했지.’

아마 시간이 더 흐르면?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넘어서는 강자로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이야.’

괜히 방심했다가 패배하거나 상처라도 입으면?

‘오히려 일이 꼬이지.’

마기를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명령을 받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콰콰콰콰콰!

폭발적인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큭!”

일반인인 카를 13세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고.

“황제 폐하를 보호하라!”

근위 기사들이 마력을 끌어올려 황제를 보호했다.

그러나 호위하는 근위 기사들조차도 잔뜩 긴장해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가겠습니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차분한 표정으로 검과 방패를 든 상태로.

타악!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아아앙!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며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고.

꽈앙! 꽈앙! 꽈앙! 꽈앙!

일반인인 카를 13세의 눈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힘든 속도로 움직이며 연달아 충돌했다.

‘역시 대단하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실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근위 기사단장이 아니었으면 신의 칭호를 얻었을 수도 있겠어.’

근위 기사의 임무는 황제를 호위하는 것.

그렇기에 레벨을 올리기 위한 사냥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 무위를 선보이다니.

‘아깝네.’

근위 기사가 아니었다면?

인류 전체를 수호하는 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호위 업무에서 손을 조금 떼고 레벨 업에 집중하게 한다면?

그리고 회귀 전처럼 황제를 지키다 전사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한다면?

‘마왕과의 싸움에서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야.’

꽈아아앙!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점점 코너에 몰릴 뿐이었다.

“제가 졌습니다.”

결국 충의성 리처드 공작이 검을 거두며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제대로 불이 붙었네.’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두 눈에는 투지와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제1근위 기사단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본질은 전형적인 무인이다.

사클란트 제국 최고의 실력자라고 평가받던 인물이 패배했으니.

‘자존심에 금이 갈 만하지.’

거기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도 탈리만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란 말이지.’

네임드 플레이어는 단순히 좋은 아이템과 스킬을 얻고 레벨을 올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스킬로는 표현되지 않는 감각과 센스가 있어야 한다.

‘충의성 리처드 공작 수준의 강자라면 알 수밖에 없지.’

강현수의 눈에도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결정적인 순간 마력을 억누르는 게 보였다.

그건 어디까지나 강현수의 명령에 따라 마기를 마력으로 감추려 했기에 일어난 현상이었지만.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알 수가 없지.’

그저 대련이기에 의식적으로 마력을 억제했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최선을 다하면 마기가 흘러나오니까 말이다.

‘기껏 이름도 중간에 한 글자만 따서 리라고 불렀는데.’

고작 대련에 마기를 드러내 문제를 발생시킬 수는 없었다.

짝짝짝!

카를 13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대단하오! 정말 대단해! 내 이런 강자가 다크 나이트에 있는 줄은 정말 몰랐소!”

카를 13세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신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이자 다크 나이트의 수장인 척마혈신을 만난 것만으로도 감격에 겨울 정도였는데.

그와 필적하는 강자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거기다.

‘저런 강자가 나를 호위해 준다니.’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강하다.

그러나 언데드 군단이 수도를 침공했음에도 나서서 무위를 뽐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황제인 자신을 수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의성 리처드 공작보다 더 강한 플레이어가 호위가 된다면?

‘난 가장 날카로운 창과 가장 단단한 방패를 다 가지게 된다.’

카를 13세의 기분이 하늘을 뚫을 듯이 상승했다.

“투구를 벗어라, 경의 얼굴을 보고 싶구나.”

카를 13세의 물음에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투구를 벗었다.

그와 동시에.

사르르륵!

금빛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며.

아무리 봐도 20대 초반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청순가련한 얼굴의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위장한 모습에 강현수 또한 적잖이 당황했다.

-그 얼굴은 뭐야?

-주인님께서 마족이었던 저의 생전 모습과 180도 달라야 한다고 하셨기에 성별을 바꿔 버렸습니다. 그게 가장 확실하니까요.

-아, 그래.

강현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명령을 내린 건 사실이지만.

‘설마 성별을 바꿔 버릴 줄이야.’

도플갱어 킹 탈리만은 다른 종족으로 변할 수 있을 정도로 위장에 능한 마족이었지만.

남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을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생전에 여자의 모습으로 위장한 적도 없지.’

강현수의 명령을 정말 충실히 따른 것이다.

그런데.

‘조금 무섭네.’

소환수는 생전의 기억과 능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강현수의 소환수.

생전의 존재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다.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확실하게 실감한 적은 없었다.

‘설마 내 명령을 확실히 따르겠다고 남성으로서의 성 정체성까지 버릴 줄이야.’

-또한 여성의 외형을 취하면 황제의 경계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너무 과했다.

카를 13세는 입을 쩍 벌리고 눈을 부릅뜬 채 반쯤 넋을 잃고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충의성 리처드 공작은…….

‘피부가 따가워.’

강현수를 미친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서.

‘미인계를 쓰다니 너무 비겁한 거 아니오!’라는 충의성 리처드 공작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 거 아니야.’

이건 강현수도 예상치 못한 사고일 뿐이었다.

-그냥 여자로 하면 되지 왜 그렇게 미인으로 한 거야?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변한 모습은 실로 인세에 보기 드문 미녀였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구로 치면 CG로 사람을 만든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것도 불쾌한 골짜기나 인위적이거나 인공적인 느낌이 1도 나지 않는 엄청난 실력으로 말이다.

-마족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인간 남성도 미녀에게는 경계를 풀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대답에 강현수도 할 말을 잃었다.

강현수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성 정체성까지 버려 가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어찌 질책을 할 수 있겠는가?

-자, 잘했다.

-감사합니다.

‘지능이 올라가도 너무 올라갔나?’

연대장이 되더니 강현수의 인식 범위 밖의 일을 벌여 버렸다.

‘뭐, 나쁠 건 없지.’

카를 13세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완전히 빠져들었네.’

미인계를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미인계가 되어 버렸다.

카를 13세는 대제국의 황제.

당연히 수많은 미녀들을 만나 봤을 것이다.

그러나 도플갱어 킹 탈리만 같은 미녀는 못 봤으리라.

거기다.

‘동경하는 플레이어이기도 하지.’

그것도 무려 신의 칭호를 받아도 무방한 실력자에.

‘인류를 위해 활약하는 비밀 조직의 다크 히어로라는 이미지까지 있으니.’

카를 13세가 첫눈에 반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리 경이라고 했나?”

드디어 카를 13세가 정신을 차렸다.

“예.”

“젊은 나이에 실력이 대단하군.”

“이 모든 것이 주군의 은덕입니다.”

“주군? 다크로드 대공을 칭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대답을 들은 카를 13세가 강현수를 질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나한테 왜 그래?’

방금 전까지는 동경의 눈빛을 보내더니 지금은 연적 취급이다.

그러더니.

“다크로드 대공과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

정말 엉뚱한 질문을 했다.

“주군께서…….”

다행히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적당히 스토리를 만들어서 둘러댔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스토리였다.

-엉뚱하게 일이 꼬이지 않게 해라.

괜히 카를 13세가 강현수에게 적대감을 가지면 곤란했다.

-알겠습니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의 연기 솜씨와 스토리텔링은 정말 훌륭했다.

얼마나 훌륭했냐면.

카를 13세가 보내던 질투의 눈빛이 순식간에 존경과 감사로 뒤바뀔 정도였다.

‘완전히 푹 빠졌네.’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카를 13세의 호위를 넘어서 컨트롤까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나쁠 건 없어.’

정말 나쁠 건 하나도 없는데.

뭔가 양심이 찔려 왔다.

‘큰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사실 큰 죄가 맞았다.

어린 소년의 마음에 불을 질렀는데.

그 불을 지른 대상이…….

‘미안하다.’

강현수가 마음속으로 카를 13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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