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 군단 (2)
‘미안.’
강현수는 마음속으로 광혈마녀 유카에게 사과했다.
사실 강현수도 다짜고짜 해독제를 입에 쑤셔 넣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상황이 급하다고.’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마력과 마기로 이루어진 존재.
그렇기에 언데드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소멸해도.
리치가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킬 수 없다.
애초에 육체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사정이 다르지.’
그간 전사한 플레이어와 희생당한 민간인의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 덕에 리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망한 플레이어와 민간인 들을 언데드 몬스터로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언데드 몬스터들이 강현수의 소환수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민간인 들을 노린다는 거지.’
포위망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언데드 몬스터들의 숫자는 수십만이 넘었고.
인간형 소환수만 동원했기에 강현수의 소환수는 1만 3천 기가 채 되지 않았다.
‘리치들을 빨리 처리해야 해.’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가 담긴 강현수의 검이 앞을 가로막는 데스 나이트들을 무자비하게 박살 내 버렸다.
또 그와 동시에.
‘사단 구성.’
소멸한 데스 나이트들을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생명이 없는 언데드 몬스터라서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성공했다.
언데드 몬스터는 죽은 자의 시체에 마기를 불어 넣고 백을 모아 움직이도록 만든 것으로.
시체와 마기의 존재만 빼면 기본적으로 강현수의 소환수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다.
단 강현수는 시체와 마기가 아닌 스텟을 통해 육체를 구성한 덕분에.
동일한 베이스를 통해 만들더라도 강현수의 소환수가 언데드 몬스터보다 더 강한 전투력을 지녔다.
“이런 건방진 인간!”
“저 인간을 죽여라!”
리치들이 분노했다.
자기들은 소환수를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키지 못하는데, 강현수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수로 만들어 버리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더 황당한 건.
“쓰러진 망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강현수가 소환수로 만들어 버린 데스 나이트들은 리치가 마기를 부여해 부활시키려고 해도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를 구성하고 있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백이 강현수의 직업인 일인사단에 종속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데스 나이트들이 쓰러져 강현수의 소환수가 되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고.
강현수가 리치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시체 폭발!”
“뼈 폭발!”
리치들이 강력한 공격 스킬을 사용해 강현수를 공격했지만.
수호의 반지에 내장된 방어 스킬들이 연달아 발동하자.
퍼엉! 꽈앙!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고 힘없이 막혀 버렸다.
“이제 그만 가라.”
휘익!
데스 나이트의 호위와 공격 스킬을 뚫고 들어온 강현수의 공격에.
파직! 콰직!
근접 전투력이 바닥을 치는 리치들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사단 구성.’
강현수가 리치들을 소환수로 부활시키려 했는데.
‘어라?’
데스 나이트와 달리 리치들은 소환수가 되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강현수는 당황했지만.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리치의 육체는 본체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진짜 본체는 라이프 포스 베슬로, 그곳에 리치의 백이 보관되어 있었다.
‘일단 처리부터.’
강현수는 리치들을 빠르게 정리해 나갔다.
그러자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런 강현수의 눈에 왕관을 쓴 아크 리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놈이 대장이네.’
강현수가 아크 리치를 향해 달려갔다.
“저 인간을 막아라!”
“우리의 군주를 지켜라!”
데스 나이트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지만.
“비켜!”
여신의 눈물과 신성 스텟으로 무장한 강현수 앞에서는.
콰직! 퍼엉!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마기의 농도가 진한 마계 귀족에게는 그 효과가 반감되지만.
그 이하의 마족에게 여신의 눈물과 신성 스텟은 무적의 포스를 보여 주었다.
“또 네놈이 방해를 하는구나.”
아크 리치의 텅 빈 해골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올랐다.
‘뭔가 익숙한데?’
강현수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너 혹시, 그때 그놈이냐?”
로크토 제국의 반역자 중 하나인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계약자인 마계 귀족.
‘역시 언데드 계열이었네.’
그런데.
‘뭐가 이렇게 약해?’
아크 리치는 꽤 강력한 마기와 사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오크 로드보다 약해 보이는데.’
그것도 자작급인 카쉬쿠가 아니라 준남작급 오크 로드보다 뿜어내는 마기가 적었다.
‘마계 백작이 저 정도일 리가 없지.’
아마 본체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일단 제거해야지.’
잘하면…… 저번처럼 손쉽게 신성 스텟을 올릴 수 있었다.
‘거기다 겸사겸사 저 녀석 본체의 힘도 약화시킬 수 있고.’
콰콰콰콰!
강현수가 핏빛 오러에 신성 스텟을 듬뿍 담아 아크 리치를 향해 휘둘렀다.
그 순간.
화르르륵!
검푸른 화염이 솟구치며 아크 리치의 마기와 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꽈아아앙!
“제법인데?”
강현수가 뒤로 밀려 났다.
보잘것없던 수준인 아크 리치의 마기와 사기가.
‘남작급 이상으로 치솟았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네놈의 하찮은 목숨을 거둬 주마.”
아크 리치가 그 말과 함께 강력한 공격 스킬을 연달아 퍼부었다.
그와 동시에.
“일어나라!”
한눈에 봐도 지금까지 손쉽게 쓰러트렸던 데스 나이트와는 질이 다른 고위 데스 나이트들을 무더기로 소환했다.
‘오호.’
강현수의 눈이 반짝였다.
‘이게 웬 떡이야.’
리치는 사단 구성 스킬을 통해 소환수로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만.
‘데스 나이트는 아니지.’
쓰러트리면 얼마든지 소환수로 만들어 써먹을 수 있다.
‘고맙다.’
쓸만한 소환수를 잔뜩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단.
꽈아아앙!
“크윽!”
데스 나이트들을 쓰러트릴 수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만만치 않네.’
강화된 아크 리치가 강력한 원거리 공격과 견제를 하고.
높은 방어력을 지닌 데스 나이트가 아크 리치를 지킨다.
거기다.
‘데스 나이트의 공격력도 만만치가 않아.’
검붉은 오러를 줄기줄기 내뿜고 있는 데스 나이트들의 전투력은 웬만한 네임드 플레이어 못지않았다.
강현수는 아크 리치에게 접근하기는커녕 데스 나이트들에게 포위당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큭큭큭! 네놈의 오만을 탓해라! 죽은 후에는 언데드로 만들어 영원히 내 밑에서 봉사하게 만들어 주마!”
아크 리치를 조종하고 있던 마계 백작의 외침에.
“사단 소환.”
강현수도 소환수들을 불러들였다.
“쿠워어억! 주인님을 지켜라!”
카쉬쿠를 선두로 한 오크 로드들이 엄청난 무력을 선보이며 데스 나이트들을 박살 냈고.
여기에.
콰콰콰콰!
데스 나이트로 위장한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진짜 데스 나이트들의 뒤통수를 쳤다.
“사단 구성.”
강현수는 데스 나이트들이 박살 나자 아크 리치보다 빨리 사단 구성 스킬을 사용해 소환수로 만들어 부활시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 이게 무슨?”
아크 리치를 조종하고 있던 마계 백작은 적잖이 당황했다.
단순히 전세가 뒤집혀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내 종속들을?”
바로 강현수가 아크 리치를 조종하고 있던 마계 백작의 종속인 데스 나이트들을 자신의 소환수로 만들어 버렸기에 놀란 것이다.
“그건 나중에 알아봐.”
소환수들을 통해 데스 나이트들을 손쉽게 제압한 강현수가.
콰직!
핏빛 오러로 뒤덮인 검을 아크 리치의 두개골에 꽂아 넣었다.
“크윽!”
두개골이 파괴된 아크 리치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서서히 사라졌다.
“두고 보자. 내 다음에는 기필코 네놈을 찢어 죽일 것이다.”
아크 리치를 조종하고 있던 마계 백작의 말에.
“그러고 싶으면 이런 인형에 강림하지 말고 직접 오라고.”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검을 비틀어.
파삭!
아크 리치의 두개골을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마계 귀족의 분신체를 제거하고 그 마기를 영구히 흡수했습니다.]
[여신의 눈물 EX랭크가 영구히 흡수한 마기를 정화해 특수 스텟 신성으로 전환합니다.]
[신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역시 짭짤하네.’
저번에도 분신체를 보내 강현수의 신성 스텟을 두둑이 올려 주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신체가 이 정도인데 본체는 얼마나 많은 신성 스텟을 올려 줄까?’
새로운 업적도 줄 게 확실했다.
‘다음에는 꼭 본체로 와라.’
과거의 강현수에게 마계 백작은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강현수는 눈부시게 성장했고 휘하 소환수와 지휘관 들도 마찬가지였다.
소환수와 지휘관 들을 총동원하면?
마계 백작이 본체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충분히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쓰러트린 마계 백작을 소환수로 만들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어.’
강현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아크 리치가 소멸했음에도 언데드 몬스터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런 조무래기들은?
‘금방 정리가 가능하지.’
강현수가 핏빛 오러를 뿜어내며 언데드 몬스터들을 빠른 속도로 정리했다.
잠시 후 언데드 몬스터 정리가 말끔하게 끝났다.
‘효율이 좋네.’
신성 스텟이 꽤 많이 올랐고.
마기의 구슬도 가득 찼다.
그 덕분에.
-생전의 힘을 모두 회복했습니다.
그간 마기의 구슬에서 생성된 마기를 독점했던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소환수가 되기 전의 힘을 되찾았다.
‘아직 멀었지.’
마기의 구슬이 비축해 놓은 마기를 여러 번 흡수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생전의 힘을 모두 되찾은 이유는 강현수의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 덕분이었다.
‘더 강해질 수 있어.’
마기의 구슬이 있으면?
지휘관 임명과 지휘관의 축복이 없더라도 생전의 힘을 회복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그걸 넘어서.
‘마계 남작 출신인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그 이상을 꿈꿀 수도 있지.’
마룡 카라스, 도플갱어 킹 탈리만, 카쉬쿠를 비롯한 오크 로드들은 모두 마계 귀족을 베이스로 탄생한 소환수였지만.
‘한계가 명확했지.’
성장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기의 구슬을 손에 넣은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다.
‘마기의 구슬이 여러 개라면 더 좋을 텐데.’
하지만 하나만 가지고 있더라도.
‘느리기는 하지만 모든 소환수를 강화시킬 수 있어.’
유일한 단점은 마기를 뿜어낸다는 것.
마기는 마족의 상징이다.
강현수는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번 전투에서 마룡 카라스는 아예 소환하지 않았다.
오직 사단일체화 스킬을 통해 인간처럼 보일 수 있는 소환수들만 소환해 전투를 치렀다.
또 마기의 구슬을 통해 모은 마기를 도플갱어 킹 탈리만에게 몰아준 이유도.
‘탈리만은 모습은 물론 마기도 어느 정도 감출 수가 있으니까.’
마기를 마력으로 위장할 수 있는 도플갱어 특유의 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소환수들은 그게 불가능했다.
‘고민을 좀 더 해 봐야겠어.’
소환수들이 강해지기는 하지만.
마기를 뿜어내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계륵이 되어 버릴 수도 있어.’
특히 로크토 제국이 아닌 사클란트 제국에서는 더욱더 조심해야 했다.
‘일단 돌아가자.’
언데드 몬스터는 전멸했다.
거기다 기존에 언데드 몬스터를 막아 냈던 사클란트 제국 소속 플레이어들이 강현수와 소환수 들을 은연중 경계하고 있었다.
‘아마 알아차렸겠지.’
중저 레벨 플레이어들이라면 몰라도.
네임드 플레이어나 랭커 플레이어 들은 다크 나이트의 존재와 척마혈신이라는 칭호를 들어 본 적이 있을 터였다.
‘좀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강현수는 로크토 제국 소속이었고.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대열을 맞춰 수도를 빠져나간다.
강현수의 지시에 소환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수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소환 해제는 수도를 벗어난 순간 하면 그만이야.’
강현수가 조용히 모습을 감추려는 찰나.
“혹시 공께서 다크 나이트의 수장이자 로크토 제국의 공작인 척마혈신이신지요?”
사클란트 제국의 귀족으로 보이는 플레이어 하나가 강현수에게 다가와 물었다.
‘굳이 아니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
사클란트 제국은 강현수에게 큰 도움을 받은 상태다.
거기다 괜한 의심 사지 않기 위해 철수하는 흉내까지 냈다.
‘자존심은 좀 상하겠지만, 사클란트 제국이 나에게 악감정을 가질 일은 없어.’
또 어차피 강현수의 정체도 대충 짐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부인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생색이라도 팍팍 내야지.’
그래야 나중에라도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연계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렇습니다.”
강현수의 대답에 상대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척마혈신 공을 직접 만나 수도를 구한 공을 치하하시고 그에 합당한 상급을 내리고자 하십니다.”
‘어라?’
그저 인사치레로 때울 줄 알았는데.
‘잠재적인 적국의 공작인 나를 만나겠다고?’
설마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가 그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지.’
무조건 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