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62화 (162/365)

언데드 군단

‘일단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로 가야겠어.’

언데드 군단의 침공을 막는 게 최우선이었다.

‘언데드 군단에게 한번 밀리면 끝장이야.’

언데드 군단은 망자를 부활시켜 군세를 키운다.

굳이 차원 게이트를 통해 병력을 지원을 받을 필요 없이 현지에서 병력 조달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 진압이 중요해.’

강현수가 일행을 불러모았다.

비행형 소환수를 타고 국경을 넘은 후.

차원 게이트를 통해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

‘골렘이 문제네.’

강현수의 소환수는 언제든지 소환과 역소환이 가능하지만.

‘골렘은 그럴 수 없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병기이기에 소환이나 역소환이 불가능하다.

그저 소멸과 기동 정지만이 가능할 뿐.

“유카, 너는 조금 천천히 와야 할 것 같은데.”

비행형 소환수에 골렘을 태우고 국경을 넘는 건 가능하지만.

‘공간 이동 게이트 사용은 힘들지.’

유카와 골렘들은 비행형 소환수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대기하는 게 최선이었다.

“천천히요?”

“응.”

강현수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걱정하지 마세요!”

유카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골렘 수납!”

스킬 하나를 시전했다.

그 순간.

사아악!

칠흑 같은 어둠이 골렘들을 모두 삼켜 버렸다.

“이 스킬은 뭐야?”

강현수가 유카의 상태창을 봤을 때는 없었던 스킬이었다.

“얼마 전에 생긴 건데, 그냥 골렘을 수납하고 꺼내는 스킬이에요. 전투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써먹을 일이 생기네요.”

해맑은 유카의 대답에 강현수는 할 말을 잃었다.

‘이건 공간 계열 스킬이잖아.’

그중에서도 물건을 수납하는 아공간 스킬이었다.

“골렘을 몇 마리나 보관할 수 있어? 쿨타임은 얼마지? 스킬 랭크는 뭐야?”

강현수의 물음에.

“수량 제한은 없는데요. 그냥 골렘을 보관하고 꺼내는 거라. 쿨타임 같은 건 없어요. 랭크는 처음부터 EX더라고요.”

“그, 그래? 엄청나네.”

강현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광혈마녀 유카를 바라봤다.

공간 계열 스킬은 무척 희귀하다.

거기다 수량 제한도 없고 쿨타임도 없는 공간 계열 스킬은 더 희귀했다.

‘뭐, 골렘만 아공간으로 보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전략적 이점도 엄청나.’

광혈마녀 유카의 가장 큰 단점인 기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꼴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기적인 스킬을 얻어 놓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니.’

생각해 보니 회귀 전 광혈마녀 유카 역시 골렘을 아공간에 넣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꺼내 놓고 다녔다.

‘필요성을 못 느꼈던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광혈마녀 유카는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였고.

‘공격을 가할 때도 기습보다는 전면전을 선호했으니까.’

또 천천히 상대를 압박해 공포 속에 죽어 나가는 걸 즐겼다.

‘회귀 전에 광혈마녀 유카가 이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인류의 피해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암살에 너무 취약해졌을 수도 있어.’

골렘을 아공간에 보관한 상태에서 이동하거나 도시로 잠입하다 기습을 받으면?

‘허무하게 죽었을 수도 있지.’

골렘이 없는 광혈마녀 유카의 전투력은 사실상 제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어찌 되었든.

‘개꿀이네.’

회귀 전의 광혈마녀 유카는 자신의 안전과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골렘을 아공간에 보관하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유카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골렘을 소환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안전은 강현수 일행이 지켜 주면 그만이었고.

가장 큰 문제였던 기동성이 해결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가자.”

강현수 일행과 함께 공중형 소환수에 탑승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시로 들어가.

공간 이동 게이트를 이용해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로 향했다.

* * *

그으으륵!

우어어억!

구울과 스켈레톤 들이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를 장악했다.

수도방위군과 플레이어들이 나서서 막아 내려 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거기다 일반적으로 구울이나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 몬스터는 하급으로 분류되지만.

터엉!

“칼이 안 들어가!”

“공격 스킬 좀 써 봐!”

꽈아앙!

“끄떡도 안 하잖아! 뭐가 이렇게 단단해?”

그간 플레이어들이 상대했던 구울이나 스켈레톤보다 월등히 단단했고.

꽈아앙!

공격력도 더 강했다.

거기다.

우오오오!

키가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울들과.

우우우우!

해골말을 타고 달리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경우.

웬만한 랭커 못지않은 무위를 보여 주고 있었다.

여기에.

“시체 폭발!”

“본 스피어!”

최고위 언데드 몬스터인 리치들이 원거리 견제와 더불어.

“일어나라 망자들이여!”

죽은 플레이어를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시키는 방법을 통해 동료의 숫자를 늘려 나갔다.

“리치들을 먼저 쓸어버려야 한다! 가자!”

“하압!”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이를 막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여기는 지나갈 수 없다!”

“죽어서 우리의 동료가 되어라!”

리치와 마찬가지로 최상위 언데드 몬스터인 데스 나이트들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

“도대체 왜 아직도 저놈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냐! 우리 사클란트 제국이 이리도 무력했는가!”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가 분노를 터트렸다.

“주력을 모두 국경 지대에 배치한 탓에 문제가 생긴 듯하옵니다!”

“경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그 이야기를 할 셈인가? 저놈들이 쳐들어오고 곧바로 소집령을 내렸지 않나? 그런데 왜 아직 도착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것이 각국의 공간 이동 게이트가 비활성화되어 있기에…….”

프랭크 왕국과의 국경 지대를 지키던 사클란트 제국 소속 플레이어들은 수도 침공 소식을 듣자마자 헐레벌떡 움직였다.

그러나.

국가와 국가 간의 공간 이동 게이트가 비활성화되어 있기에.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오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도착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건 미리미리 활성화 작업을 해 놨어야 할 거 아닌가!”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신하들은 억울했다.

오크 군단의 침공 이후.

몇몇 신하들이 로크토 제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타국과의 공간 이동 게이트 활성화시키자고 주장했다.

그 의견을 묵살한 장본인은?

바로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 카를 13세 본인이었다.

제후국이 반란을 일으키려 들면 손쉽게 제국의 심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황제가 제후국의 반란을 염려해 차단하겠다는데 신하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지.

괜히 더 주절거렸다가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라도 받으면?

그대로 목이 날아간다.

“폐하, 일단 몸을 피하시지요.”

“지금 나보고 수도를 버리고 도망치라는 말이냐?”

“제국의 명운이 황제 폐하께 달려 있습니다. 일단 몸을 피하시어 옥체를 보존하셔야 하옵니다.”

“으흠.”

잠시 얼굴을 찌푸린 카를 13세가 전장의 상황을 슬쩍 확인했다.

아군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고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게.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황궁까지 몰려올 판이었다.

“경들이 그렇게 청하니 어쩔 수 없지.”

결국 카를 13세가 피난 준비를 했다.

‘성공이다.’

카를 13세에게 몸을 피하라고 권한 장본인인 마리우스 후작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왕군의 침공에 수도와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친 황제라.’

백성들의 신망을 잃는 건 불 보듯 뻔했고.

‘암군이라 불리는 것도 시간문제지.’

이걸 잘 부채질하면?

황제를 갈아치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어서 가시지요.”

마리우스 후작의 권유에.

“크흠.”

카를 13세가 못 이기는 척 몸을 움직였다.

그때.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핏빛 오러가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고.

쿵! 쿵! 쿵!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1만이 넘는 군세가.

“모조리 쓸어버려라!”

“충!”

무서운 기세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오오오, 제국의 정예들이 복귀한 모양이군!”

카를 13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고.

‘이게 무슨?’

마리우스 후작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프랭크 왕국과의 국경 지대에 파견 중인 병력이 돌아오려면 못해도 2시간 이상 더 걸릴 것인데?’

계획이 틀어졌다.

* * *

비행형 소환수를 통해 빠르게 사클란트 제국의 수도에 도착한 강현수는 곧바로 언데드 몬스터 소탕을 시작했다.

‘괜히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고 머뭇거릴 때가 아니야.’

이미 수만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희생당했고.

그나마 갖춰진 방어진도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방어진이 무너지면?

수만이 아니라 수십만의 목숨이 위험했다.

꽈아아앙!

핏빛 오러가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언데드 몬스터들의 몸을 박살 냈고.

강현수의 소환수들 역시 언데드 몬스터들을 빠르게 분쇄해 나가기 시작했다.

‘여신의 눈물과 신성 스텟이 사기는 사기네.’

오크 로드와의 싸움에서는 보조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했는데.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하게 되자.

‘효과가 확실하네.’

거기다.

[스켈레톤을 제거하고 그 마기를 영구히 흡수했습니다.]

[여신의 눈물 EX랭크가 영구히 흡수한 마기를 정화해 특수 스텟 신성으로 전환합니다.]

[신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후략……

신성 스텟도 팍팍 상승했다.

‘오크보다 효율이 좋아.’

단점이 있다면?

‘독성 스텟은 아무런 쓸모가 없네.’

오크 군단을 상대할 때는 나름 효과를 봤는데.

이미 죽은 사체인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뭐, 스텟이 더 높아지면 효과가 있겠지.’

강현수는 끼니마다 독초를 챙겨 먹고 있었고.

당연히 독성 스텟도 서서히 상승 중이었다.

독성 스텟이 높아지면?

언데드 몬스터를 중독시키지는 못해도 녹여 버리는 건 가능할 터였다.

그때.

[시독에 중독되셨습니다.]

[강한 독성 저항력이 시독을 해독합니다.]

[특수 스텟 독성이 상승합니다.]

갑자기 시스템 메시가 떠올랐다.

‘어라?’

그러고 보니 언데드 몬스터들은 시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독에 중독되면?

체력이 고갈되고 피부가 썩어 나간다.

그러나 독성 저항력이 높은 강현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이거 개꿀이네.’

독성 스텟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문제는 송하나, 투황, 유카인데.’

-다들 시독을 조심해.

강현수의 말에.

-알았어, 걱정하지 마.

송하나는 방어 스킬을 사용해 시독을 차단했다.

-독 따위는 태워 버리면 그만이야.

투황의 경우 황금빛 오러로 시독을 태워 버렸다.

문제는…….

-머리가 어지러워요.

광혈마녀 유카였다.

쿠오오오!

광혈마녀 유카는 골렘들을 동원해 큰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골렘들이 물리적인 공격이나 공격 스킬은 막아 줄 수 있어도.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가는 시독까지 막아 줄 수는 없었다.

‘불멸의 성화를 걸어 놨는데도 이 정도면.’

더 방치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기다려.

강현수가 광혈마녀 유카에게 갔다.

“현수 씨, 저 어지러워요.”

방어력이 강한 본 골렘의 호위를 받고 있던 광혈마녀 유카가 몸을 비틀거리며 강현수를 향해 다가오더니.

“저 좀 부축해 주세요.”

은근슬쩍 몸을 기대 왔다.

“이거 먹어!”

강현수가 부축 대신 광혈마녀 유카의 입에 해독제를 쑤셔 박았다.

“욱! 우욱!”

“꼭꼭 씹어 먹어.”

독성 스텟을 늘리기 위해 항상 독초를 달고 사는 강현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최상급 해독제를 항상 구비하고 있었다.

그걸 광혈마녀 유카에게 먹인 것이다.

“엄청 써요!”

“원래 몸에 좋은 게 쓴 거야. 이제 안 어지럽지?”

“네.”

해독제를 먹어서 그런 건지.

쓴맛에 정신이 번쩍 든 건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머리가 어지럽지는 않았다.

“이거 줄 테니까 시독에 중독되면 바로 먹어.”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다시금 전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히잉!”

광혈마녀 유카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런 강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불현듯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현수 씨 손이 내 입에 닿았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저놈들만 아니면 지금도 현수 씨 곁에 있을 수 있을 텐데.’

언데드 몬스터에 대한 분노와.

‘얼른 저놈들을 쓸어버려야 다시 현수 씨 옆으로 갈 수 있어.’

전투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샘솟았다.

“모조리 쓸어버려!”

광혈마녀 유카가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골렘 소환! 골렘 합성!”

부지런히 언데드 몬스터들의 사체를 이용해 골렘을 만들거나 강화하며 전투를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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