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의 구슬 사용법 (2)
‘마기 흡수?’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틀란티스 차원에 마기를 가진 존재는?
‘마족과 마왕의 하수인뿐이지.’
마기를 뿜어내는 순간, 아틀란티스 차원의 공적이 된다.
그러나.
‘그만큼 매력적인 힘이기도 하지.’
마력과 마기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마기의 효율이 훨씬 높아.’
특히 파괴력이 뛰어나다.
‘예를 선택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력이 마기에 흡수당할까?
그게 아니면 마기라는 특수 스텟이 새롭게 생겨날까?
강현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무슨 일이 있어?”
송하나가 다가와 강현수에게 물었다.
“아, 마기의 구슬 때문에.”
강현수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그럼 다른 사람이 대신 테스트를 해 보면 되겠네.”
위험부담이 있다면?
강현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마기를 습득하면 그만이다.
“그렇기는 한데, 함부로 테스트를 하기도 좀 그래서 말이야.”
만약 육체가 마족화된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생기면?
테스트 대상이 될 사람에게 큰 죄를 짓는 꼴이 된다.
문제는 또 있다.
‘마기의 구슬이 품고 있는 힘이 너무 막대해.’
만약 악인이 마기의 구슬이 품고 있는 막대한 힘을 손에 넣는다면?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지.’
강현수가 고심하고 있을 때.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을 미리 휘하에 넣은 다음에 테스트를 해 보면 되지 않을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제거하면 되잖아.”
송하나가 과격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기는 한데.”
이곳에서 머더러 플레이어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까운데.’
그렇다고 테스트를 하지 않고 이대로 기다리자니.
실시간으로 유실되고 있는 마기가 너무 아까웠다.
“근데 아이템이면 소환수도 사용할 수 있지 않아?”
송하나의 한마디에.
“어? 그러네.”
순식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아이템의 옵션은 소환수에게도 적용이 가능했다.
그 말인즉.
‘마기의 구슬 사용도 가능하다는 거지.’
문제가 생겨도 피해 볼 사람도 없었고 말이다.
‘누가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강현수가 호왕을 불러들였다.
‘연대장급은 좀 애매하지.’
자칫 문제가 생겨 소멸시켜야 한다면?
부활시키는 데 드는 스텟 소모가 너무 컸다.
또 마족 출신이 다 보니.
‘혹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사실 효율을 생각하면 더 약한 소환수도 있었지만.
‘대대장은 되어야지 대화가 되지.’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 직책의 소환수는 지능이 너무 낮았다.
현재 대대장 직책에 있는 호왕이 적임자였다.
“받아.”
강현수의 말에 호왕이 공손히 강현수가 건넨 마기의 구슬을 건네받았다.
“메시지가 떠?”
“예.”
“그럼 예를 선택하고 마기를 받아들여 봐.”
“알겠습니다.”
호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아아악!
“어?”
마력으로 이루어진 호왕의 육체가.
“마기로 바뀌고 있잖아?”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해지고 있어?’
마기의 구슬에 담겨 있던 마기를 흡수한 덕분인지.
육체를 구성하고 있던 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저 정도면?
‘최상급 마족을 뛰어넘는 수준이잖아.’
호왕의 경우.
왕의 칭호를 받은 플레이어를 베이스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간 전체적인 플레이어의 수준이 많아 올라왔기에.
지금은 고작해야 하위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조만간 대대장 자리에서 해임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호왕이 월등히 강해졌다.
“허!”
소환수가 성장했다는 사실에 강현수는 적잖이 놀랐다.
“뭔가 달라진 게 느껴지나?”
강현수의 물음에.
“강해졌습니다.”
호왕의 대답은 상당히 짧았다.
‘역시 지능이 딸려.’
그렇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스킬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있다거나 하는 건 없나?”
“예, 없습니다.”
“그럼…….”
강현수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호왕이 대답했다.
“음.”
일단 부작용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마기의 구슬을 사용하면 성장이 멈춘 소환수들을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어.’
도왕이나 호왕 같은 플레이어들의 경우.
스킬 랭크 자체는.
‘주력 스킬이 전부 EX랭크지.’
그러나 스텟이 달려 전투력이 떨어졌다.
마기의 구슬을 통해 그런 소환수의 스텟을 상승시켜 주면?
‘굳이 소환수를 갈아 치울 필요가 없어.’
거기다 잘만 하면.
‘네임드 플레이어 소환수 비중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어.’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추가 성장의 길이 열린 것이다.
단지 살짝 걱정되는 게 있다면?
‘이 녀석, 소환 해제해도 괜찮나?’
소환수들은 사단 구성이라는 스킬을 통해 강현수의 스텟을 소모시켜 육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육체의 구성 자체는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지.’
소환 해제 상태일 때의 소환수들은 마력으로 변해 강현수의 몸에 흡수된다.
한데 소환수의 육체가 마력이 아닌 마기로 구성되어 있다면?
‘소환 해제를 했을 때 마기가 나한테 유입될 수 있어.’
그게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럼 확인을 해 봐야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소환수들을 강화시킬 방법 자체를 날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뭐, 부작용이 생기면 그냥 소환 해제를 안 하는 방향으로 가면 그만이고.’
강현수가 호왕을 소환 해제했다.
그 순간 마기로 이루어진 육체가 사라지며 강현수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응?”
뭔가 변화나 이상이 생길 것 같았는데?
‘아무 변화도 없잖아?’
강현수가 다시금 호왕을 소환했다.
그러자 강현수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다시금 호왕의 육신을 구성했다.
몇 번을 반복해 봤지만.
‘분명히 마기가 내 몸에서 나왔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시스템 메시지도 잠잠했고 말이다.
‘소환수의 육신을 구성할 때 소모되는 건 스텟.’
특히 그중 마력 스텟이 소환수의 육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소환을 해제했다고 스텟이 회복되는 일은 없었지.’
마력이 회복되지도 않았다.
‘아예 별개라는 뜻인가?’
그럼 소환수의 육체가 마력이 아닌 마기로 바뀌더라도.
‘부작용이 없겠네.’
강현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아, 그럼 다음은 마족 출신한테 해 보자.’
강현수는 차분히 마기의 구슬이 충전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용량이 꽤 많나 보네.’
쉽게 완충되지는 않았다.
‘뭐, 오크들을 사냥하면서 차분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완충되겠지.’
완충이 끝나면?
그때 가서 테스트를 이어 가면 그만이었다.
* * *
사클란트 제국군이 대패했다.
거기다 총사령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을 포함해 3백 명이 넘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가 전사했고.
총 50만 명의 병력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20만 명만 겨우 살아 돌아왔다.
당연히 사클란트 제국은 난리가 났다.
이제는 체면을 구긴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클란트 제국의 군사력 자체가 감소했고.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잃은 제후국들과 거대 길드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사클란트 제국은 뒤늦게 후속 병력으로 국경 봉쇄에 나섰다.
그러나.
-황제의 괜한 욕심에 사클란트 제국의 정병들이 죽어 나갔다.
-로크토 제국의 도움을 무시하고 독단적 결정을 한 대가다.
-무능한 황제가 방어 위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무시했다.
사클란트 제국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며.
흔들린 황권이 제자리를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괜히 사클란트 제국의 말을 들었다가 우리 왕국만 손해를 봤다.
-제국군이 왕국군을 방패막이로 쓰고 자기들만 피신했다더라.
-언제까지 어리석은 황제를 믿어야 하는가?
제후국들의 반발은 꽤 구체적이었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반사클란트 제국 동맹을 만들 기미를 보였다.
-역시 군주제는 무능해.
-황제의 욕심에 우리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만 피해를 봤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전장의 소모품이 될 수밖에 없어.
-우리도 로크토 제국의 지구 플레이어 연합에 가입하자.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강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 * *
강현수는 오크 천국으로 변한 프랭크 왕국에서 묵묵히 오크 사냥을 계속하며 마기의 구슬에 마기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깥세상 일에 아예 신경을 끄고 있는 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기는 하네.’
엄청난 대패를 했고.
당연히 사클란트 제국 황제의 권위가 깎이는 건 예상했다.
그런데.
‘반발이 너무 커.’
마치 누군가가 조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어.’
사클란트 제국은 로크토 제국이 마족의 침공으로 큰 피해를 받을 때 꿀 빨면서 계속해서 힘을 축적해 나갔다.
거기다.
강현수의 주 활동 무대가 사클란트 제국으로 바뀐 건.
로크토 제국이 멸망한 후였다.
즉 강현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회귀 전의 정보에서 사클란트 제국에 대한 비중이 아주 낮다는 뜻이었다.
‘뭐, 한 다리 걸쳐서 꿀을 빨기는 했는데.’
사클란트 제국 플레이어들의 반발이 일어나자.
강현수는 로크토 제국의 황제인 암왕 세실리아와 지구 플레이어 연합의 수장인 적염제 도르초프를 가장 먼저 귀환시켜 작업을 쳤다.
그 결과.
‘꽤 많은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이 지구 플레이어 연합에 가입했어.’
심지어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문의도 꽤 많아서.
‘이름도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 연합으로 바꿨지.’
그 후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였다.
당연히 적염제 도르초프가 이끄는 타 차원 플레이어 연합의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제어력이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거야 차차 보충해 나가면 그만이었다.
조직의 규모를 이렇게 확 키울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으니까.’
문제는.
‘내전의 향기가 난단 말이지.’
누군가가 사클란트 제국의 황권에 계속해서 고의로 흠집을 내고 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반란 각이란 말이지.’
그러나 아직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정보 수집에 좀 더 열을 올려야겠어.’
골드로드상단과 연계해 섀도다크길드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울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역시 정보가 가장 중요해.’
느낌은 왔는데.
정보가 부족해서 발을 담글 수가 없다.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마왕군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는 상태에서의 내전은?
인류가 벌이는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자.
제 살 깎아 먹기다.
그렇지만.
‘억지로 막는다고 막을 수도 없는 일이지.’
어차피 벌어질 내전이라면?
‘로크토 제국의 경우처럼 최단시간에 마무리하는 게 좋아.’
그 대가도 톡톡히 받아 내고 말이다.
만약 로크토 제국에서 이룩한 성과를 사클란트 제국에서도 이뤄 낼 수 있다면?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마왕군과의 싸움에 더 큰 도움이 된다.
‘일단 기다려 보자.’
정보가 입수되거나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나설 수가 없었다.
지금은?
‘부지런히 사냥이나 해야지.’
이런 광렙 사냥의 기회는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이변이 발생했다.
‘뭐지?’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오던 오크들이.
‘씨가 말랐어.’
이 말은 차원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는 오크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오크 대족장도 고작 넷밖에 안 나왔는데?’
강현수는 오크 로드로 성장한 오크 대족장 넷을 모두 소환수로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오크들을 사냥하며 부지런히 오크 대족장을 찾아다녔다.
오크 대족장을 찾아 사냥한 후 소환수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더 이상 오크 대족장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것도 모자라 오크들까지 씨가 말랐다.
‘침공을 중단한 건가?’
지금까지 엄청난 숫자의 오크를 잡기는 했지만.
회귀 전 오크 군단의 침공에 비하면?
‘아직 반도 안 왔다고.’
지금까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독충 군단의 경우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강현수가 구오피를 빠르게 아틀란티스 전역에 판매한 덕분에 독충 군단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충 군단은 지금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와 강현수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크 군단의 침공은 중간에 끊겨 버렸다.
‘차이가 뭐지?’
둘 다 실패한 침공인데.
하나는 지속하고 하나는 그만뒀다.
‘아쉽네.’
꿀을 빨며 광렙을 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그때.
-주군, 큰일입니다.
황금 군주 사에마알이 연락을 취해 왔다.
-무슨 일이지? 내전이라도 벌어졌나?
강현수의 물음에.
-제국의 수도에 거대한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언데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뭐?
강현수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언데드 군단의 침공 역시 예정되어 있었다.
장소가 바뀐 건 이해가 갔지만.
‘너무 빨라.’
언데드 군단의 침공은.
‘오크 군단의 침공이 끝나고 3년 후에 이뤄졌었는데?’
마왕군의 침공 속도가.
‘너무 빨라졌어.’
강현수의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