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링 (2)
“이 망할 오크 놈들이!”
길드원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거대 길드나 중소 길드 소속 랭커 플레이어와 네임드 플레이어 들이 분노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꽈아앙! 꽈아앙!
“큭! 이놈들 왜 이렇게 강해?”
원래 오크 대전사와 오크 족장의 실력 자체는 네임드 플레이어에 준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렇지만 머릿수 자체가 적었고, 하위 네임드 플레이어는 몰라도 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기에.
그동안은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이 나서면 금방 죽어 나갔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되었다.
방금 전 포효로 인해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은 약간의 타격을 받은 반면.
오크 대전사와 오크 족장의 경우는 오히려 전투력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쿠워어어억!”
5~6미터 정도의 체구를 가진 거대한 오크 세 마리가 나타나.
콰직! 퍼걱!
“아악!”
“괴, 괴물!”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나갔다.
“이게 무슨?”
후방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던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크 따위가 저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입니다.”
“엄청나게 강하군.”
이미 오크라는 종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 보이는 무위였다.
저런 존재를 내버려 뒀다가는?
아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게 확실했다.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가자!”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을 소집해 함께 직접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
여기에 따로따로 각개격파를 당하던 길드 소속의 타 차원 출신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도 합류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5백 명에 달하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부대가 만들어졌다.
“하압!”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최선두에서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앙!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검과 오크 로드의 도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리고.
“커억!”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뒤로 밀려 났다.
‘어떻게 오크 따위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오크 로드라고 해도, 고작 오크 따위가 자신을 밀어붙이다니?
‘프랭크 왕국이 그냥 멸망한 건 아니군.’
그러나 철혈제 브라굴 대공은 혼자가 아니었다.
“공격! 공격하라!”
“와아아아!”
무려 5백 명에 달하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이 벌 떼처럼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에게 달려들었다.
꽈앙! 꽈앙!
“커억!”
“아악!”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이 죽어 나가고.
“쿠워어어억!”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의 몸에도 작은 상처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이길 수 있다! 계속 몰아붙여!”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외침과 함께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이 더욱더 강력한 맹공을 퍼부었다.
그때.
“쿠워어어억! 로드를 위하여!”
“가서 인간들을 죽이자!”
사방에서 족히 20만은 넘어 보이는 오크들이 새롭게 등장해 사클란트 제국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젠장!”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얼굴을 찌푸렸다.
평소였다면, 오히려 좋아했을 것이다.
오크들은 좋은 경험치와 아이템 공급원이었고.
그 숫자가 많다면?
오히려 광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오크들이 평소보다 강해졌고.
오크 대전사와 오크 족장을 상대해 줄 수 있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이 고작 세 마리의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을 상대하기 위해 발이 묶여 있는 상황.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을 뺄 여유는 없어.’
그렇게 되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팽팽한 균형이 깨져 버린다.
‘어쩔 수 없다.’
철혈제 브라굴 대공은 일반 병력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을 먼저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플레이어보다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가 더 중요한 인적자원이었고.
오크 로드와 오크 대족장만 제거하면, 오크 무리가 다시 오합지졸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 결정은, 꽤 잘 들어맞는 듯 보였다.
아군의 희생이 크기는 했지만, 그만큼 오크 무리의 숫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쿠어어억!”
오크 대족장의 양팔을 잘라 내며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때.
사아아악!
강력한 마기가 피어오르며, 오크 대족장의 잘린 양팔이 순식간에 다시 자라났고.
“쿠오오오!”
덩치가 1미터가량 더 커진 오크 대족장이 맹렬한 기세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 이게 무슨?”
철혈제 브라굴 대공은 적잖이 당황했다.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가 1백 명 가까이 죽어 나가며 겨우 잡은 승기가, 너무도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꽈앙! 꽈앙!
‘더 강해졌잖아?’
그것도 월등히 말이다.
‘설마 오크 로드?’
오크 로드 한 마리를 견제하기 위해 전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크 대족장 한 마리가 오크 로드로 성장했다.
그와 동시에.
꽈아앙!
“아아악!”
“커억!”
“포위망이 뚫렸다!”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익! 비켜라!”
분노한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밀치고 직접 오크 로드를 막아섰지만.
“버러지 같은 인간 놈! 죽어라!”
꽈앙! 꽈앙! 꽈앙!
오크 로드가 마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휘두르는 도끼질에.
“크윽! 컥!”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 날 수밖에 없었다.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의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사클란트 제국군 역시 오크들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다니.’
철혈제 브라굴 대공 역시 마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었다.
골드로드상단주 사에마알이 보내 준 정보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래 봤자 하급 몬스터인 오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건만.’
그래서 성벽을 끼고 방어를 하자는 의견을 묵살하고, 최대한 빠르게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수복하는 작전을 밀어붙였다.
이건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독단이 아니었다.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와 귀족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이었고.
그렇기에 속도전을 펼친 것이다.
철혈제 브라굴 대공은 방금 전까지 이 계획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간 전투에서 계속 승승장구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콰아앙!
“커억!”
오크 로드의 도끼질에 방패가 우그러지고.
콰직!
왼팔이 잘려 나간 지금은.
‘오크를 너무 무시했어.’
그 생각이 180도 바뀌어 있었다.
“후퇴! 전군 후퇴하라!”
철혈제 브라굴 대공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꽈앙! 꽈앙! 꽈앙!
칠흑빛 마기에 휩싸인 도끼질을 필사적으로 막아 내고 있는 철혈제 브라굴 대공에게는 몸을 뺄 여유가 없었다.
결국.
서걱!
오크 로드가 휘두른 도끼가 철혈제 브라굴 대공의 목을 베어 버렸다.
“쿠워어어억! 내가 인간들의 대장을 죽였다!”
오크 로드의 포효와 함께.
그나마 체계적으로 퇴각 중이던 사클란트 제국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철혈제가 죽었어!”
“대공이 죽었다!”
“도망쳐!”
“이대로 있다가는 오크들에게 다 죽는다!”
사기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사클란트 제국군이 개미 떼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형을 지켜서 퇴각하라! 이대로면 다 죽는다!”
지휘관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플레이어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도망치자! 여기 있다가는 다 죽어!”
중소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가 몸을 피했고.
“제국군 놈들의 방패 역할을 하다가 죽을 수는 없지. 가자!”
거대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재빨리 몸을 뺐으며.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만 죽어!”
“어차피 후퇴 명령이 떨어졌잖아! 도망치자!”
사클란트 제국의 정규군들과 제후국의 정규군들까지 무질서하게 후퇴했다.
승전을 할 때는 사클란트 제국의 정규군, 제후국의 정규군, 거대 길드와 중소 길드의 플레이어 등등이 하나로 뭉쳐진 군대의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드러났다.
그러나 패전을 하자.
각자 소속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긁어모아 만든 군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모조리 죽여라!”
“쿠오오오!”
오크 무리가 무질서하게 후퇴하는 사클란트 제국군의 뒤를 쳤다.
본래 전쟁에서 가장 많은 희생이 발생하는 건?
전투를 벌일 때가 아니라 후퇴할 때였다.
마구잡이로 후퇴하는 사클란트 제국군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 결과.
“쿠오오오오!”
오크 대족장 하나가 엄청나게 짧은 시간 만에 오크 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죽은 플레이어와 오크 들이 많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플레이어들이 느낀 좌절, 공포 같은 마이너스한 감정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전투 전에는 한 마리였던 오크 로드가.
무려 세 마리로 늘어난 것이다.
* * *
‘이미 늦었네.’
강현수는 골드로드상단주 사에마알을 통해 사클란트 제국군에 휘하 지휘관을 투입시켜 놓았다.
그 덕분에 사클란트 제국군의 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클란트 제국군이 오크 로드가 이끄는 오크 무리와 마주친 순간.
마룡 카라스를 소환해 하늘로 날아올라 전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전투가 너무 빨리 끝났어.’
사클란트 제국군이 강현수의 예상보다 너무 허무하게 무너졌다.
거기다 무질서한 후퇴로 피해가 커져서.
‘세 마리라.’
오크 로드가 무려 세 마리나 생겨나 버렸다.
‘가능하려나?’
오크 로드 카쉬쿠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 생전의 전투력을 회복하지는 못했어.’
변수가 있다면 광혈마녀 유카가 만든 누더기 골렘이었다.
오크 로드 카쉬쿠를 베이스로 만들었고.
골렘 합성 스킬을 통해 강화에 강화를 거듭한 덕분에.
‘유카의 레벨보다 월등히 강한 골렘이 되기는 했지만.’
실제 오크 로드를 상대로 어느 정도 힘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사클란트 제국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오크 무리의 뒤를 쳐야 했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오크 로드가 더 강해질 거야.’
또 이번 기회에 마기의 구슬을 회수하지 못하면?
‘오크 로드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난다.’
강현수가 결심을 굳히고.
‘사단 소환.’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사아아악!
마력이 하나로 뭉쳐지며.
1만이 넘는 숫자의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오크들을 죽여라.
강현수의 명령과 동시에 소환수들이 일제히 오크들을 공격했다.
“우리도 갈게.”
“먼저 간다.”
휘이이익!
송하나와 투황이 마룡 카라스의 등 위에서 떨어져 내렸고.
파지지직!
콰콰콰콰!
칠흑빛 뇌전과 황금빛 오러를 뿜어내며 오크들을 쓸어버렸다.
“저도 투입시킬게요. 가라!”
광혈마녀 유카의 명령에.
휘이익!
마룡 카라스와 와이번을 이용해 공수해 온 골렘들이.
쿠웅! 쿠웅! 쿠웅!
우수수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직!
쿠워억!
육중한 덩치와 무게를 지닌 골렘들은 지상으로 내려가며 오크들을 쿠션 삼아 짓밟았고.
그 후.
쿠워어어어!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뭐지?”
“쿠욱! 갑자기 어디서 이런 병력이?”
오크 로드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다크 나이트다!”
“죽여라!”
“마족의 적!”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강현수의 소환수들은 오크 로드를 노리지 않고 따로따로 활동하며 오크들의 숫자들을 줄여 나갔다.
특히 그중에서도 연대장급 소환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거기다.
“쿠오오오!”
오크 로드 카쉬쿠를 베이스로 만든 누더기 골렘 역시 규격 외의 강함을 선보이며 오크들을 쓸어버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 들이 아무리 몰려들어도.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연대장급 소환수와 누더기 골렘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내가 저놈을 맡겠다.”
“나는 저놈을 맡지.”
“흩어지자.”
한자리에 뭉쳐 있던 오크 로드 셋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자.
강현수의 지시에.
휘이이익!
마룡 카라스가 맹렬한 속도로 지상을 향해 하강하며.
콰콰콰콰!
목표물로 삼은 오크 로드를 향해 브레스를 발사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터져 나왔지만.
“쿠워어억! 죽여 버리겠다!”
오크 로드의 화를 돋구었을 뿐 쓰러트리지는 못했다.
-크르르릉!
마룡 카라스가 오크 로드를 향해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머리통을 박살 내 주마!”
오크 로드가 마기를 가득 담은 도끼를 마룡 카라스를 향해 휘둘렀다.
꽈아앙!
오크 로드의 도끼질에 마룡 카라스의 머리가 반쯤 터져 나갔다.
그 순간.
타악!
마룡 카라스의 머리 위에 자리하고 있던 강현수가 가볍게 몸을 날려.
휘익!
마룡 카라스를 공격하느라 자세가 뒤틀린 오크 로드를 향해 핏빛 오러에 휩싸인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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