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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기의 구슬

    “저기, 죄송해요. 방금 전에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광혈마녀 유카가 강현수에게 조심스럽게 사과를 했다.

    이유는 하나.

    얼마 전 강현수가 광혈마녀 유카에게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말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회귀 전의 광혈마녀 유카가 벌인 대학살을 기억하는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부탁이었다.

    그러나 그 부탁을 들은 광혈마녀 유카는 화들짝 놀라며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그런데.

    ‘그 버러지 때문에.’

    강현수 앞에서 사람을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여 버렸다.

    사실 강현수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처음 만난 순간 숨통을 끊어 버렸을 것이다.

    ‘폭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광혈마녀 유카가 초조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사실 죽어도 싼 놈이잖아. 오히려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아, 아니에요! 현수 씨 부탁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드릴 수 있어요!”

    강현수가 자신을 혼내지 않자 광혈마녀 유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사실 아틀란티스 차원에서 살아가면서 살인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그건 그래요!”

    “그래도 최대한 참아 줘. 꼭 죽여야만 하는 악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나한테 꼭 물어보고. 그래 줄 수 있지?”

    “네! 그렇게 할게요!”

    광혈마녀 유카의 힘찬 대답에.

    강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좀 과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현수는 그간 꾸준히 광혈마녀 유카와 대화를 나눴다.

    유카가 먼저 말을 편하게 해 달라고 할 정도로 친분을 쌓아 가며 파악한 결과.

    ‘유카는 나를 제외한 사람들을 모두 해충처럼 여기고 있어.’

    괜히 고삐를 풀어 줬다가는.

    해충 박멸을 하겠다며 대학살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꼭 대학살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곁에서 앵앵거리는 모기나 파리를 때려잡을 때 고민하거나 망설이지는 않으니까.’

    광혈마녀 유카 입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파리채를 휘두르듯.

    사람을 죽이는 사고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그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삐를 최대한 꽉 조여 놓는 게 최선이지.’

    * * *

    강현수 일행은 오크들을 사냥하며 광렙을 이어 나갔다.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죽여도 죽여도 오크는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오크 대군주는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거야?’

    강현수 일행은 어느덧 프랭크 왕국의 중심부에 도달해 있었다.

    ‘뭔가 찜찜한데.’

    오크 군단 내에 존재하는 오크 대전사와 오크 족장의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가 심심찮게 나왔는데.

    ‘어느새 장교급인 오크 대전사와 족장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이고. 사병급인 일반 오크 전사들만 우글거린단 말이지.’

    이건 확실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

    ‘오크 대족장, 오크 족장, 오크 대전사가 하나로 뭉쳐서 한꺼번에 튀어나올지도 몰라.’

    그럼 퇴각을 염두에 두어야 할 수도 있었다.

    오크 대족장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오면?

    ‘연대장급 소환수와 대대장급 소환수로는 감당이 안 될 수도 있어.’

    강현수는 차분하게 오크들을 사냥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혹시 모를 매복을 대비해 비행형 소환수를 통한 정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때.

    ‘찾았다.’

    비행형 소환수 중 한 마리가 드디어 일반 오크보다 월등히 큰 덩치를 자랑하는 오크 대족장을 찾아냈다.

    ‘고작 한 마리.’

    주변에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 들이 꽤 모여 있기는 했지만.

    ‘저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지.’

    오히려 강현수 일행에게는 좋은 영양분 덩어리에 불과했다.

    오크 족장과 오크 대전사는.

    경험치도 많이 들어오고.

    고랭크 아이템도 많이 주고.

    소환수와 골렘의 질을 올릴 수 있는 특별 영양식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오크 대족장을 발견했어.”

    강현수의 말에 일행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당장 잡으러 가자!”

    “꽤 깊숙이 숨어 있었지만 결국은 걸렸군!”

    “어서 잡으러 가요!”

    송하나, 투황, 유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특히.

    “오크 대족장이면 정말 좋은 재료가 되겠어요.”

    유카의 기분이 엄청 좋아 보였다.

    ‘그동안 오크 전사들만 나와서 골렘 업그레이드가 더디기는 했지.’

    골렘을 빠르게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몬스터 만큼 좋은 재료가 없었다.

    거기다.

    ‘골렘 재료로 사용된다고 해서 소환수로 못 만드는 것도 아니니까.’

    오크 대족장의 등장은 강현수와 유카 두 사람 모두에게 큰 호재였다.

    “가자.”

    강현수의 말과 함께 일행은 빠른 속도로 오크 무리를 섬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오크 대족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 오크 대족장이 몸을 피하면 어쩌나 했는데.

    “쿠우욱! 네놈이 그간 우리들의 계획을 망친 인간이구나.”

    쿠웅! 쿠웅!

    오크 대족장이 몸을 일으켜 오히려 강현수를 향해 다가왔다.

    ‘덩치가 좀 크네.’

    키가 6미터에 가까울 정도의 거구였다.

    -포위해.

    강현수의 지시에 소환수들이 포위망을 구성했다.

    “꽤 오랜 시간 너를 만나기를 고대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나.”

    오크 대족장의 말에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를 만나고 싶었다고?”

    “그렇다.”

    “그럼 진작 좀 나타나지 그랬어? 나도 널 찾아다녔는데.”

    “준비가 좀 필요해서 말이다.”

    “그럼 지금은 준비가 끝났나?”

    “물론이다.”

    타악!

    말을 마친 오크 대족장이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콰!

    강현수도 핏빛 오러에 휩싸인 검을 들고 오크 대족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꽈아아앙!

    강력한 마력과 마기의 충돌과 함께.

    “크윽!”

    강현수가 뒤로 밀려 났다.

    ‘뭐야?’

    강현수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그간 꾸준히 스텟과 스킬 랭크를 상승시켰고.

    거기다 마족에게 특효약인 신성 스텟과 여신의 눈물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뱀피릭 오러와 여신의 눈물 효율이 너무 낮아.’

    그건 그만큼 오크 대족장의 마기가 강력하고 밀도 있다는 소리였다.

    “쿠오오오오!”

    그때 오크 대족장이 힘찬 포효를 터트렸고.

    [정신계 공격 스킬 오크 로드의 외침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크 로드의 외침 스킬에 완벽하게 저항했습니다.]

    ‘오크 로드?’

    강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냥 오크 대족장치고는 좀 덩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크 로드였다.

    오크 로드는 모든 오크들의 우두머리로.

    오크 대족장보다 상위종이었다.

    ‘회귀 전에는 오크 로드가 등장한 적이 없었는데?’

    일이 꼬였다.

    상대가 오크 대족장이 아니라 오크 로드라면?

    ‘무조건 마계 귀족급이야.’

    운이 좋아야 남작급이고.

    운이 나쁘면?

    ‘자작급일 수도 있어.’

    같은 하급 마계 귀족이라도.

    남작급과 자작급의 차이는 꽤 크다.

    -총공격.

    강현수가 소환수들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쿵! 쿵! 쿵!

    인간형 소환수들이 진형을 갖춰 오크 무리를 포위 공격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송하나가 하늘을 뒤덮을 듯한 칠흑빛 뇌전을 쏟아 냈고.

    투황이 한 줄기 황금빛 포탄이 되어 오크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유카 역시 그간 만들어 낸 골렘 2백 기를 오크 무리를 향해 진군시켰다.

    그러나.

    꽈아아앙!

    오크 로드가 이끄는 오크 무리는.

    그 전에 만났던 오크들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쿠워억!”

    꽈앙! 꽈앙!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이는 오크 무리의 수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크 로드의 외침 때문이야.’

    오크 로드의 외침은.

    적에게는 디버프를 효과를 주지만.

    아군에게는 버프 효과를 준다.

    ‘역시 저놈을 최대한 빨리 쓰러트려야 해.’

    그러나.

    “쿠워어어억!”

    양손 도끼를 휘두르며 미친 듯이 날뛰는 오크 로드의 무력은.

    최정예로만 이루어진 연대장과 대대장 소환수들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객관적인 무력은 마룡 카라스나 도플갱어 킹 탈리만보다 강해.’

    자작급이 확실했다.

    하급 몬스터 취급을 받는 오크지만.

    최종 성장형인 오크 로드의 전투력은.

    ‘무시무시하네.’

    그나마 송하나, 투황, 유카를 비롯한 소환수들이 다른 오크들을 잘 막아 줘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오히려 강현수가 밀릴 판이었다.

    하지만.

    ‘쓰러트리기만 하면 마룡 카라스나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능가하는 강력한 소환수가 만들어질 수 있어.’

    어디 그뿐인가?

    광혈마녀 유카의 솜씨라면, 오크 로드라는 훌륭한 재료를 활용해 엄청나게 강력한 골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퍼엉!

    권황의 주먹이 박살 났고.

    콰직!

    무존의 다리가 터져 나갔으며.

    “커어어엉!”

    반인반수로 변한 무란의 수호성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서걱! 퍼걱!

    뇌전 폭풍에 휩싸인 도왕의 사지가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네 기의 연대장급 소환수가 형편없이 밀릴 정도로.

    오크 로드의 전투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고작 이런 녀석들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오크 로드가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강현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어떻게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거지?”

    강현수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강한 힘을 가진 마족일수록 가이아 시스템의 방호를 뚫기가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안전하게 아틀란티스로 넘어왔다는 말인가?

    “그걸 내가 왜 알려 줘야 하지?”

    “아까 나를 기다렸다고 했는데, 바로 찾아오지 않은 이유가 혹시 승급을 통해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나?”

    강현수의 물음에.

    “제법이구나.”

    오크 로드가 순순히 강현수의 추측을 인정했다.

    “프랭크 왕국에서 살아가던 이들과 수하인 오크들을 희생시켜서 힘을 키웠구나.”

    그러나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너 혼자 그렇게 강해질 수 있지?”

    오크 로드가 모든 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 오크 로드만 마족이 아니다.

    오크 전사, 오크 대전사, 오크 족장 모두 마족이었고.

    당연히.

    ‘승급이 가능해.’

    그런데 어떻게 절망, 공포 같은 마이너스한 감정을 독점하고.

    먼 거리에서 죽은 산 자의 피와 살을 흡수해 홀로 마기를 키울 수 있단 말인가?

    “그걸 네놈에게 알려 줄 것 같으냐!”

    오크 로드가 그 말과 함께 강현수를 공격했다.

    “얼음 방패.”

    강현수가 얼음 왕의 목걸이 옵션을 발동시켜 오크 로드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응, 넌 알려 줄 거야.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말이지.”

    강현수의 말에 오크 로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족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간 자신들의 침공 계획을 사사건건 방해한 다크 나이트라는 조직에 대해서.

    꽤 많은 정보를 파악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침공 목적지를 바꿨고.

    침공 목적 자체도 약간 변경했다.

    “헛된 망상을 꿈꾸는구나! 죽여 주마!”

    오크 로드가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본래 오크 대족장이었던 자신이 오크 로드가 된 건?

    다크 나이트의 수장 척마혈신을 유인해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주 세력권이 아닌 사클란트 제국에서 1만에 가까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건 의외였지만.

    그래 봤자.

    수천만 마리의 오크들이 나눠 받아야 할 승급 경험치를 홀로 모조리 독점해 오크 로드로 성장한 자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때.

    “사단 소환.”

    강현수의 한마디와 함께.

    -쿠오오오!

    마룡 카라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암왕 세실리아, 인의군왕 신창후, 검왕 장석원. 적염제 도르초프, 멸마창왕 진구평이 소환되었다.

    “카라스 남작?”

    오크 로드는 마룡 카라스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진짜가 아닌 가짜로구나! 저런 장난감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금세 정신을 차리고 마룡 카라스를 향해 양손 도끼를 휘둘렀다.

    휘익!

    공중으로 몸을 피한 마룡 카라스가.

    콰콰콰콰콰!

    브레스를 뿜어냈다.

    꽈아아앙!

    오크 로드는 도끼를 방패 삼아 브레스를 막아 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갈가리 찢어 죽여 주마!”

    부상을 당한 오크 로드가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강현수에게 달려들었다.

    ‘엄청 튼튼하네.’

    마룡 카라스의 브레스에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치명타는 아니었다.

    “우리가 허수아비로 보이는 거냐!”

    그때 적염제 도르초프를 선두로 인의군왕 신창후, 검왕 장석원, 멸마창왕 진구평, 암왕 세실리아가 오크 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미천한 인간들 따위가!”

    분노한 오크 로드가 칠흑빛 마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적염제 도르초프를 공격했지만.

    꽈아아앙!

    애초에 제의 칭호를 가진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이자 강현수의 버프를 통해 더욱더 강해진 적염제 도르초프가 훌륭히 오크 로드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이번에는 공을 놓칠 수 없지!”

    여기에 저번에 홀로 SS랭크를 받은 멸마창왕 진구평이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들었고.

    “네놈이 무시하는 인간의 힘을 보여 주마!”

    “이번에는 내가 기여도 1위다!”

    칭호는 왕이지만, 강현수의 버프와 그간의 노력을 통해 황, 제, 성, 존의 칭호를 지닌 네임드 플레이어 수준의 힘을 지니게 된 인의군왕 신창후와 검왕 장석원이 맹공을 펼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신만만하던 오크 로드의 몸에 작은 상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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