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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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4)

강현수 일행의 공식적인 목적은 프랭크 왕국을 탈출하는 것이었지만.

비공식적인 목적은.

오크 군단을 소탕하며 광렙을 하는 거였다.

공식적인 목적을 그렇게 정한 이유는 광혈마녀 유카 때문이었는데.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했어도 크게 상관없었을 것 같네.’

광혈마녀 유카는 강현수와 함께 있기만 하면.

그곳이 오크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든.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광혈마녀 유카에게 있어 오크는 몬스터였고 인간은 해충이었으니까.

‘다른 녀석들도 부르고 싶어질 정도로 레벨이 잘 오르네.’

마음 같아서는 암왕 세실리아를 포함해 인의군왕 신창후, 검왕 장석원. 적염제 도르초프, 멸마창왕 진구평을 소환해 함께 광렙을 하고 싶었지만.

대제국의 황제와 거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들이 장기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스킬을 사용하면 가능하기는 하지만.’

랭크가 낮은 관계로.

‘쿨타임이 너무 길어.’

업적을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사용하기에는.

뭔가 아까웠다.

‘소환수의 질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고.’

오크들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상급 마족인 오크 대전사, 최상급 마족인 오크 족장도 심심찮게 나왔다.

‘대족장을 잡아야 하는데.’

도플갱어 킹 탈리만이 연기한 오크 대족장은.

‘오크의 탈을 쓴 괴물이지.’

실제로 오크 대족장의 무력은 마계 귀족에 준 할 정도로 뛰어났다.

‘실제로 오크 대족장이 준남작의 작위를 가진 경우도 있고.’

회귀 전 오크 군단에는 열 마리의 오크 대족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최대한 빨리 그놈들을 찾아야 해.’

오크 대족장들은 한 번에 등장하지 않았다.

가이아 시스템이 제약을 걸었는지.

‘한 마리씩 등장했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놈들을 차근차근 각개격파 해야 했다.

그놈들이 살아남아 하나로 뭉치면?

‘차라리 마계 귀족인 마룡 카라스를 잡는 게 더 쉽게 느껴질 정도로 난이도가 올라가 버릴 수도 있어.’

회귀 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결국 오크 군단의 침공을 막아 낸 것 역시.

오크 대족장들을 각개격파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현수는 비행형 소환수들을 사방으로 풀어 오크 대족장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크 대족장들은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클란트 제국이 대대적인 반격에 들어가기 전에 찾아야 하는데.’

강현수는 황금 군주 사에마알의 상단과 암왕 세실리아의 정보 조직 섀도 다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전달받고 있었다.

‘사클란트 제국의 황제가 오판을 하고 있어.’

오크 군단은 프랭크 왕국을 순식간에 점령해 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선보였다.

그런데 그게.

‘사클란트 제국의 자존심을 건드렸어.’

휘하 제후국들에 총동원령을 내린 사클란트 제국은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방어가 최선인데.’

오크 군단의 침공은.

‘최대한 적은 피해로 막는 게 관건이야.’

엄청난 숫자의 오크 군단을 성이 아니라 평지에서 상대하면?

‘설사 승리하더라도 인류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어.’

특히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게 확실했다.

‘오크 군단의 침공 목적은 독충 군단의 침공 목적과 동일해.’

훗날 고레벨 플레이어로 성장할 예정인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의 수를 줄이는 것.

‘벽을 뚫을 의지조차 없는 낙오자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아.’

대다수의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은 강해지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10년만 지나도 지금의 고레벨 플레이어 수준 정도로는 성장할 수 있어.’

또 그들 중 일부는 노력과 재능을 모두 타고난 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랭커 플레이어와 네임드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지금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새롭게 파티에 합류한 광혈마녀 유카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쿠오오오!

꽈아아아앙!

광혈마녀 유카가 이끄는 골렘 군단의 수가 어느새 1백 기를 돌파했다.

골렘 합성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마 진작에 1천 기 넘게 늘어났겠지.’

이는 강현수가 준 버프의 도움 덕이 컸다.

주력 스텟인 마력이 40%나 증가하면서 마력 총량이 늘어나고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져서.

‘골렘이 무한 증식하고 있어.’

현재 광혈마녀 유카는 골렘 소환 스킬과 골렘 합성 스킬만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골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력은?

사방에 넘쳐 나는 피, 뼈, 살덩이로 대체하고 있었다.

두 가지 스킬만 시전하면?

반나절 이상 스킬 무한 사용이 가능했다.

그 후 바닥난 마력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모두 회복되지.’

실로 사기적인 효율과 성능이었다.

‘하긴 이 정도가 아니라면 홀로 국가와 전쟁을 치러서 두 번이나 승리하는 건 불가능했겠지.’

두 가지 스킬을 무한 시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킬 숙련도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강현수와 광혈마녀 유카의 소환수들이 대활약을 펼치며 빠르게 오크 무리의 수를 줄여 가고 있을 때.

“이 괴물들은 뭐야?”

“언데드 몬스터 아니야?”

“몬스터는 아닌 거 같은데? 공격을 안 하잖아.”

“어? 저기 사람도 있다.”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생존자들인가?’

프랭크 왕국은 오크 군단에 의해 무너졌지만.

그렇다고 프랭크 왕국에서 활동하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전멸한 건 아니었다.

유카가 속해 있던 하야토 파티처럼 소규모로 생존해 탈출을 시도 중인 이들이 있었고.

종종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있었다.

강현수는 생존자들을 일행에 합류시키지는 않았다.

보모 노릇을 할 생각도 없었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네.’

강현수 일행이 국경 지대부터 오크 무리를 쓸어버리며 전진한 덕분에.

생존자들은 비교적 손쉽게 오크 천국이 되어 버린 프랭크 왕국의 영토를 탈출할 수 있었다.

강현수가 전처럼 가볍게 무시하려 했는데.

‘어?’

생존자들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하야토?’

바로 광혈마녀 유카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였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벤트에 동원했던 인원 중 민간인들은 소환수를 통해 프랭크 왕국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줬지만.

플레이어들은 딱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파티가 해체되고 뿔뿔이 흩어져서 당연히 죽었을 줄 알았는데.

‘살아남았네.’

참 운도 좋았다.

거기다.

“유카! 살아 있었구나!”

강현수 일행과 함께 있는 광혈마녀 유카까지 발견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환하게 웃으며 광혈마녀 유카에게 달려갔다.

‘참 얼굴도 두껍네.’

자기 혼자 살겠다고 광혈마녀 유카를 오크들 사이에 미끼로 던져 놓고 도망친 주제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이 행동했다.

‘넉살도 좋네.’

정상적인 양심의 소유자였다면?

광혈마녀 유카의 얼굴을 보기가 낯뜨겁고 민망해서라도 모르는 척할 텐데.

얼굴에 철판을 깐 것도 모자라.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우리 앞으로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감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누가 보면 강제로 헤어진 연인이나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가족이라도 찾은 줄 알겠네.’

대충 속셈은 이해가 갔다.

극도의 애정결핍증과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골렘술사 유카라면?

‘과거의 일을 모른 척하고 자신을 받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골렘술사 유카가 아니라 광혈마녀 유카라고.’

그 둘의 차이는.

“나를 비롯한 파티원들을 오크 무리한테 미끼로 버리고 도망친, 벌레만도 못한 인간쓰레기 주제에 무슨 염치로 친한 척을 하는 거야?”

극과 극으로 나뉠 만큼.

‘큰 차이가 있지.’

광혈마녀 유카의 말을 들은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의 몸이 돌처럼 굳어 버렸다.

그 뒤를 이어.

“파티원들을 미끼로 버리고 도망쳤다고?”

“우리한테는 자기가 미끼가 돼서 파티원들을 구한 후 가까스로 도망쳤다고 했잖아?”

“역시 거짓말이었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저런 놈을 왜 받아 준 거야?”

새롭게 합류한 파티원들 사이에서 대번 안 좋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유, 유카, 그게 무슨 소리야? 오크 무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거잖아! 내가 언제 널 버렸다는 거야!”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개소리를 이어 갔지만.

콰우우우!

거대한 본 골렘이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콰직!

단 한 방에 방패와 갑옷이 우그러지며.

꽈앙!

형편없는 몰골로 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커억! 유, 유카, 도대체 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 내며 의문 가득한 눈길로 광혈마녀 유카를 바라봤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사람을 공격한 거야? 그것도 나를? 유카가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그가 알던 골렘술사 유카는.

몬스터는 몰라도 사람에게는 철저한 약자였다.

먼저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어도.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기는커녕 싫은 소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호구.

그게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알고 있는 골렘술사 유카라는 사람이었다.

그런 유카가.

같은 플레이어를 공격했다.

그것도 오랜 시간 보살펴 줬던 자신을.

‘혹시 저놈들 때문인가?’

골렘술사 유카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것.

‘무조건 복수를 해야 한다고 꼬드겼을 수도 있어.’

그래서 자신을 공격한 것이리라.

“저 개자식이 뭐라고 꼬드겼는지는 모르겠…….”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강현수를 손가락질하며 말을 내뱉는 도중.

콰득!

본 골렘이 커다란 발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를 그대로 짓밟아 버렸다.

“아아악!”

이에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 버러지가 감히 누구한테!”

광혈마녀 유카가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를 노려봤다.

“내 인내심이 바닥나서 네놈을 죽여 버리기 전에 입 다물고 내 눈앞에서 꺼져.”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살기를 뿜어내는 광혈마녀 유카의 모습에.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알던 유카가 아니야.’

항상 애정을 갈망하던 두 눈에는.

기이한 광기만이 가득했고.

자신을 인간이 아닌, 마치 하찮은 벌레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야.’

경고를 어기고 함부로 입을 열거나,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나를 벌레처럼 밟아 죽일 거야.’

본 골렘의 발이 이동하자 만신창이가 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재빨리 뒤로 물러나 새롭게 얻은 파티원들에게 합류했다.

“이제 가요.”

광혈마녀 유카의 말에 강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강현수 파티가 모습을 감추자.

“아씨, 엄청 강해 보였는데! 이놈 때문에 합류 요청도 못 했잖아!”

“그러게 배신자를 죽이지 않고 가는 걸 보니 심성도 엄청 좋아 보이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저놈 받아들이지 말자고 했잖아!”

“지금이라도 쫓아내자!”

“찬성!”

“파티원을 오크한테 미끼로 던져 주는 놈을 믿을 수는 없지.”

파티원들이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를 성토했다.

“잠깐만! 그게 아니야! 내가 다 설명할게!”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새로운 파티원들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죽이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아!”

“혼자 잘해 보라고, 배신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는.

갑옷과 방패가 망가지고 부상까지 당한 상태로 홀로 버려졌다.

“가, 같이 가!”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파티원들의 뒤를 쫓았지만.

“쿠우어억! 인간이다!”

그런 탱커 플레이어 하야토가 마주한 것은.

먼저 간 파티원들이 아닌.

한 무리의 오크들이었다.

파티원들과 함께였다면?

손쉽게 사냥해 버릴 수 있었겠지만.

“쿠욱! 인간을 죽여라!”

탱커 플레이어이자 부상자인 하야토가 감당하기에는.

“아아아악!”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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