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군단의 침공 (2)
“하압!”
강현수를 따라 대도시 내부로 진입한 투황이 힘찬 기합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콰지직!
황금빛 오러에 휩싸인 투황의 주먹이 순식간에 수십 마리에 달하는 오크들을 쓸어버렸다.
“아이스 레인!”
퍼퍼퍼퍽!
송하나가 광역 공격 스킬을 사용해 오크들을 쓸어버림과 동시에.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에 휩싸인 검을 휘두르며 오크들을 베어 넘겼다.
강현수 일행이 열심히 오크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지만.
상황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족히 10만은 넘어 보이네.’
[소환수 5기가 파괴되었습니다.]
[소환수 7기가 파괴되었습니다.]
그때 강현수가 풀어놓은 소환수들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꽤 강한 놈이 있나 보네.’
플레이어들은 오크를 마족이 아닌 몬스터로 분류한다.
그것도 하급 몬스터.
워낙 흔하기도 하고 전투력도 떨어지기에 그렇게 분류한 것이지만.
‘오크 역시 마계의 주민이지.’
그건 오크라는 종 자체가 몬스터 아니라 마족으로 분류된다는 뜻이었다.
타악!
강현수가 몸을 날려 소환수들이 소멸되는 현장에 도착했다.
쿠워어어어억!
그곳에는 짙은 마기에 휩싸인 3미터가 넘는 덩치의 거대 오크가 양손에 양날 도끼를 든 채 무자비하게 날뛰고 있었다.
휘익!
강현수가 지상으로 하강하며 마력을 끌어 올렸고.
콰콰콰콰콰!
강현수의 검이 핏빛 오러에 휩싸였다.
꽈아아앙!
오러와 마기가 충돌하며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고.
서걱!
오크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쿠아아악! 인간! 죽인다!”
오른팔을 잃은 거대 오크가 더욱더 강력한 마기를 뿜어내며 강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마기를 흡수하는 여신의 눈물과 신성 스텟의 조합은.
꽈아앙! 꽈아앙!
이런 상급 마족 정도는 손쉽게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콰직!
강현수의 검이 거대 오크의 심장을 꿰뚫었고.
[상급 마족 오크 대전사를 제거하고 그 마기를 영구히 흡수했습니다.]
[여신의 눈물 EX랭크가 영구히 흡수한 마기를 정화해 특수 스텟 신성으로 전환합니다.]
[신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순식간에 강현수의 신성 스텟 상승을 위한 양분이 되어 버렸다.
‘최대한 빨리 정리한다.’
오크 군단의 가장 큰 무기는 엄청난 숫자로 밀어붙이는 인해전술이지만.
‘마족은 마족. 얼마든지 승급이 가능해.’
회귀 전 오크 군단은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강해졌다.
아군이 죽든 적군이 죽든 상관없었다.
마기는 절망, 공포 같은 마이너스한 감정과 산 자의 피와 살을 흡수하며 성장하니까.
전투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크 군단의 힘은 무한대로 성장한다.
‘사단 구성.’
강현수가 오크 대전사를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그리고.
‘사단 일체화.’
일인연대에서 일인사단이 되며 새롭게 손에 넣은 스킬을 시전했다.
사단 일체화는 소환수들의 크기를 엇비슷하게 바꿔 주는 스킬이었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의장형 스킬이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크기만 바뀔 뿐 생김새가 달라지거나 전투력이 올라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환수들의 크기가 비슷해지니 정렬해 놨을 때 보기 좋은 정도?
그러나.
‘생각보다 쓸 만하다고.’
일단 덩치가 인간과 비슷하게 변하니.
오크처럼 인간형 몬스터를 베이스로 만든 케이스의 경우.
‘전신 갑옷을 입히면 인간과 구분이 안 가.’
드래고니안과 드라칸처럼 반 정도만 인간형이어도.
‘갑옷으로 커버가 가능해.’
아틀란티스 차원에는 온갖 종류의 갑옷들이 넘쳐 났으니까.
‘갑옷에 꼬리랑 날개 장식이 달린 정도는 애교 수준이지.’
그간 강현수는 몬스터를 베이스로 만든 소환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단 일체화 스킬이 생긴 후에는?
몬스터를 베이스로 만든 소환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써먹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룡 카라스같이 너무 큰 덩치를 가진 경우는 사단 일체화 스킬을 사용해 봤자 한계가 있다는 거지.’
고층 빌딩만 한 덩치가 중층 빌딩만 한 덩치로 변한다고 해 봐야.
‘어차피 큰 건 마찬가지니까.’
소환수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는 하지만.
변형에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뭐, 스킬 랭크가 올라가면 달라질 수도 있고.’
지금 중요한 건 사단 일체화 스킬 덕분에 소환수들을 최대치로 동원할 수 있다는 점과.
‘최대한 빨리 오크 놈들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거지.’
강현수가 다시금 강력한 오크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후략……
오크들의 숫자가 많아서인지 레벨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회귀 전에도 오크 군단은 커다란 시련임과 동시에.
‘최고의 광렙 사냥터이기도 했지.’
회귀 전에는 카발길드가 그 꿀을 다 빨아 먹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지.’
레벨도 올리고.
스킬 랭크도 올리고.
신성 스텟도 올리고.
소환수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다른 놈들한테 빼앗길 수는 없지.’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무서운 속도로 오크 군단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앙!
그러던 와중 멀리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강력한 마력과 마기의 충돌이 터져 나왔다.
‘뭐지?’
강현수의 눈이 번뜩였다.
사방으로 터져 나오는 마력과 마기의 위력이 범상치 않았다.
‘족장급 오크다.’
그것도 무려 두 마리였다.
족장급 오크는 최상위 마족으로, 웬만한 네임드 플레이어보다 강했다.
그런 족장급 오크 두 마리를 홀로 상대한다?
‘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라도 있는 건가?’
국경 지대 대도시에 있던 이들이 모두 전멸한 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끼리 힘을 뭉쳐 건물을 방패 삼아 힘겹게 저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그런 플레이어들 중 상위 네임드 플레이어가 있었고.
오크 족장들과 싸움이 붙은 모양이었다.
타악!
강현수는 마력과 마기의 충돌이 벌어지는 곳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다른 오크는 몰라도 족장급은 꼭 잡아야지.’
최상위 마족 한 마리를 잡으면 신성 스텟이 얼만데 그걸 놓치겠는가?
금방 전투 현장에 도착한 강현수의 눈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세 기의 진흙 골렘의 모습이 들어왔다.
‘골렘?’
그것도 그저 그런 하급 랭크의 골렘이 아니라 꽤 고랭크 골렘으로 보였다.
‘골렘술사다. 누구지?’
골렘술사는 마법사 계열 플레이어의 한 갈래로.
무척 희귀했다.
‘혹시 그 녀석인가?’
그렇지만 그 녀석은?
‘블러드 골렘을 주력으로 쓸 텐데?’
진흙 골렘을 주력으로 부리는 걸 보면, 그 녀석이 아닐 확률이 높아 보였다.
파삭!
그때 오크 족장 두 마리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진흙 골렘 한 기가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나머지 두 기의 진흙 골렘이 최대한 버티고 있었지만.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일단 정리부터.’
골렘술사의 정체를 알아내는 건 오크 족장 두 마리를 정리한 후에 해도 늦지 않았다.
콰콰콰콰!
핏빛 오러가 오크 족장을 향해 날아갔다.
“쿠워어억! 적이다!”
오크 족장이 몸을 돌려 강현수의 공격을 막아 내려 했지만.
오크 족장의 도끼를 덮고 있던 마기가 눈 녹듯 사그라들었고.
서걱!
오크 족장의 도끼가 너무도 허무하게 두 동강 나며.
좌악!
팔 하나가 날아갔다.
“강한 적! 죽어라!”
다른 오크 족장 하나가 진흙 골렘 대신 강현수를 향해 덤벼들었다.
2 대 1의 싸움이 되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신의 눈물, 신성 스텟, 뱀피릭 오러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오크 족장 두 마리의 마기를 너무도 쉽게 분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서걱! 콰직!
오크 족장 두 마리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사단 구성.’
강현수는 마무리로 오크 족장 두 마리를 소환수로 만든 후 몸을 돌렸다.
‘그럼 골렘술사가 누군지 확인해 볼까?’
강현수가 진흙 골렘들이 보호하고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쿠웅!
그 순간 두 기의 진흙 골렘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평범한 흙더미로 돌아갔다.
‘마력이 한계였던 모양이네.’
골렘 역시 스킬로 만들어 낸 소환수.
계속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마력을 소모해야 했다.
‘임시로 만든 녀석인가?’
제대로 만든 골렘이었다면?
평범한 흙더미로 돌아가는 대신 기동은 중지하더라도 형체는 유지했을 것이다.
‘플레이어 파티인 건가?’
강현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을 방패 삼아 방어진을 펼친 소수의 플레이어들과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던 30명 정도의 민간인들이었다.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이어 하나가 앞으로 나와 강현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저놈이 골렘술사는 아닌 것 같은데?’
중갑을 입고 방패를 들고 있는 걸 보니 탱커 같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강현수가 대답과 함께 골렘술사를 찾았다.
그런 강현수의 눈에.
보랏빛 머리카락과 눈동자.
개의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견인족 소녀가 들어왔다.
‘그 녀석이 맞잖아?’
아닐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긴 골렘술사 자체가 흔하지 않은 직업이지.’
그녀의 이름은 사카자키 유카.
일본인 플레이어와 무란 왕국 원주민인 견인족의 혼혈.
회귀 전 광혈마녀라는 칭호로 불렸던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 중 하나이자.
아틀란티스 차원 모든 국가와 길드의 공적.
‘괜히 도와줬나?’
설마 이 미친년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
광혈마녀는.
인류의 재앙이라 불렸던 플레이어 중 하나로.
‘회귀 전 홀로 두 개의 왕국을 멸망시키고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인명을 살상한 살인귀야.’
더 환장하겠는 건.
마왕의 하수인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틀란티스 차원을 지키고 인류를 수호하라고 준 플레이어라는 힘을.
‘인류를 학살하는 데 사용했던 광인.’
강현수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오크 손에 안 죽었으면?
‘직접 죽이면 그만이야.’
강현수가 결심을 굳힌 순간.
“저,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탱커 플레이어가 불안한 목소리로 강현수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요.”
“사클란트 제국에서 대규모 지원군을 보낸 건가요?”
탱커 플레이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닙니다. 그저 오크 군단의 침공을 막고자 개인 자격으로 프랭크 왕국에 왔을 뿐입니다.”
강현수의 대답에 탱커 플레이어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대규모 지원군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판명이 되자 실망한 모양이었다.
“그보다 저분이 골렘술사이십니까?”
강현수가 광혈마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 예. 유카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 그보다도 오크들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어서 포위망을 뚫고 탈출해야 합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소환수들의 활약으로 오크 군단의 숫자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기에.
굳이 도시를 탈출할 필요가 없었다.
“예? 그게 무슨? 그럼 우리는 여기서 가만히 앉아서 죽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아, 혹시 저 사람들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럼 저희만이라도 구해 주십시오.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탱커 플레이어가 민간인들은 버리더라도 자기들은 살려 달라고 말했다.
‘괜히 광혈마녀의 동료가 아니네.’
강현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가려면 너 혼자서 가. 나는 저 사람들을 버릴 수는 없어.”
광혈마녀가 예상치 못한 발언을 했다.
“애초에 탈출할 기회가 있었는데, 네가 저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해서 이 사달이 벌어진 거잖아? 그럼 너 때문에 우리 파티원 전부가 저 사람들이랑 같이 죽어야 한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유카, 이건 단순히 내가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탱커 플레이어와 광혈마녀가 민간인들을 지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어라?’
강현수의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저게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생각했던 광혈마녀라고?’
광혈마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인명을 학살하고.
그들의 시체를 이용해 블러드 골렘, 본 골렘, 플래시 골렘 군단을 만들어 아틀란티스 차원을 활보한 마녀.
신의 칭호를 가진 플레이어들도 어쩌지 못한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 중 하나이자.
살아 있는 재앙 중 하나.
‘동일 인물이 맞나?’
골렘술사라는 희귀한 직업.
보랏빛 머리카락과 눈동자.
마지막으로 유카라는 이름까지.
‘확실히 동일인이 맞는데?’
한데 성격이 천지 차이였다.
강현수의 기억 속에 있는 광혈마녀는?
‘학살에 미친 광녀였지.’
그런데 지금 강현수의 눈앞에 있는 광혈마녀는?
이반과 동급의 호구로 보일 정도로.
‘정이 많고 순해 빠졌잖아?’
광혈마녀가 대학살을 저지르며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그렇게 바뀐 거지?’
그건 강현수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계획을 바꿔야겠어.’
강현수는 기회를 봐서 무조건 광혈마녀를 제거한 후 소환수로 만들 계획이었다.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죽이지 않고 휘하에 넣는 게 가장 베스트이기는 하지.’
그렇지만 미친년을 설득해 휘하에 넣기도 힘들었고.
‘넣어 봐야 제어가 불가능해.’
미친 짓을 하면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리오네트 스킬의 영속지배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내정해 놓은 영속지배 대상이 있었기에.
‘광혈마녀에게 사용하기는 아까워.’
그런데?
‘광혈마녀의 정신 상태가 아직 멀쩡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거기다 ‘호구끼’도 넘쳐 보였다.
그럼?
‘굳이 죽일 필요가 없지.’
살아 있는 상태로 휘하에 넣어 써먹으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