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군단의 침공
강현수에 의해서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 암약하고 있던 마왕의 하수인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증거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도플갱어들을 통해 증거를 만들어 내면 그만이었으니까.
강현수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인간 사냥꾼과 노예 상인 같은 인신매매범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 외에도 국가에 의한 고레벨 사냥터 통제가 사라졌고.
각국의 공간 이동 게이트 통제 역시 사라졌다.
그 결과.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의 인신매매 척결자 SSS랭크가 칭호 아틀란티스의 인신매매 척결자 EX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의 노예들의 구원자 SS랭크가 칭호 아틀란티스의 노예들의 구원자 SSS랭크로 성장하였습니다.]
기존의 칭호들이 업그레이드되었다.
또한.
[놀라운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칭호 아틀란티스의 개혁가 S랭크가 주어집니다.]
새로운 업적도 손에 넣었다.
다만 아쉽게도.
‘마왕의 하수인을 척살하는 건 업적을 주지 않네.’
아마 가이아 시스템의 초기 세팅에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존재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인 듯했다.
‘뭐,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세실리아가 로크토 제국의 황제가 되고.
반란을 빠르게 진압해 권력을 휘어잡은 덕분에.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되었다.
‘다음 침공에 대한 1차 대비는 끝났어.’
이제 차곡차곡 힘을 모아.
마왕군의 다음 침공을 막아 내는 일만 남았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강현수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꾸준한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스킬 강화를 사용해
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며 누적 스텟을 쌓았고.
소환수의 질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송하나와 투황을 비롯한 휘하 지휘관들도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애초에 될성부른 떡잎들을 좋은 대지에 심고 비료도 팍팍 뿌려 줬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보름 정도 남았나?’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의 침공.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
그 뒤를 잇는 세 번째 대규모 침공은 오크 군단의 침공이었다.
‘머릿수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았지.’
강현수도 적극적으로 참전한 전쟁으로.
대규모 차원 게이트에서 정말 무식할 정도로 많은 숫자의 오크 군단이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왔다.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는 이번에도 역시나 로크토 제국의 제후국 중 하나인 라메파질 왕국이었다.
‘라메파질 왕국은 물론 마이트어 왕국까지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갔었지.’
그러나 멸망하지는 않았다.
‘카발길드의 엄청난 대활약 덕분이었지.’
오크 군단의 침공 이후 카발길드는 엄청난 명성을 얻었고.
사실상 국가의 역할을 대신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초거대 길드로 성장했다.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거지.’
카발길드가 마왕의 하수인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만만치 않을 거다.’
회귀 전 오크 군단의 침공이 있을 당시.
무란 왕국은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의 침공 때 입은 피해를 복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었고.
테라 왕국은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으로 완전히 멸망한 상태.
종주국인 로크토 제국도 로디우스 2세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나라 꼴이 개판이었다.
‘특히 원주민 플레이어들과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다툼이 심했지.’
그런 상황에서 벌어진 침공이었기에.
‘피해가 어마어마했어.’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무란 왕국은 이미 오래전 마룡 카라스와 용종 몬스터 군단의 침공 때 입은 피해를 복구했고.
테라 왕국은 멸망은커녕 오히려 별다른 피해 없이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을 막아 냈으며.
‘로크토 제국의 국력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어.’
강현수의 지시로 세실리아가 사냥터 통제를 폐지했고.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와 그들이 만든 길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지만.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세실리아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각국의 군주와 귀족 들이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세력이 커지는 걸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기득권을 빼앗기기 싫어서야.’
하지만 기득권이라는 이름의 밥그릇을 챙기는 것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거지.’
마왕군의 침공은 인류 존망의 위기다.
지금 당장 상황이 여유롭다고 해서 기득권이라는 이름의 밥그릇 싸움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회귀 전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몇 되지 않았지.’
그러나 지금은 강현수가 반강제로 인식을 개조시켜 버렸다.
물론 어느 정도 통제는 해야 했다.
괜히 헛바람이 들어간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이 헛된 욕심을 부리면 곤란하니까.
그래서 강현수는 레드베어길드를 타 차원 출신 플레이어들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여기에 발해길드, 고려길드, 중화길드가 합류해 지구 플레이어 연합이 만들어지자.
자연스럽게 무란 왕국이나 라메파질 왕국 같은 제후국들의 거대 길드도 합류했다.
‘회귀 전에는 만들어지지 못했지.’
로크토 제국을 비롯한 각국의 방해 공작과 압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로크토 제국의 대대적인 지원하에 지구 플레이어 연합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구 플레이어 연합이 로크토 제국의 황제인 세실리아에 대한 충성 맹세 퍼포먼스를 하자.
‘황권이 더 굳건해졌지.’
로크토 제국의 황제 세실리아와 지구 플레이어 연합의 수장인 적염제 도르초프 모두 강현수의 휘하 지휘관이었고.
‘두 사람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양쪽 모두 빠르게 힘을 키울 수가 있었다.
‘어디 올 테면 와 봐라.’
오크 군단의 침공 루트에 대대적인 방어선을 갖춰 놓았고.
각국의 정예병과 길드 소속의 정예 플레이어들 역시 순차적으로 투입이 가능하도록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오크 군단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황제 세실리아의 보고가 들어왔다.
‘회귀 전보다는 조금 빠르네.’
그리 큰 오차는 아니었다.
어차피 방어 준비는 진작에 끝났으니까.
-그런데 차원 게이트가 열린 곳이 라메파질 왕국이 아닙니다.
한데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침공 루트가 회귀 전과 약간 어긋날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어디지?
-프랭크 왕국입니다.
황제 세실리아의 대답을 듣는 순간, 강현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프랭크 왕국은 사클란트 제국의 제후국이잖아?
-예, 맞습니다.
-혹시 거기 위치가……?
-대륙의 최서북단 끝쪽입니다.
‘이런 망할!’
강현수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어긋나도 정도가 있지.’
라메파질 왕국은 대륙의 최동남단 끝쪽에 있는 나라였고.
프랭크 왕국은 대륙의 최서북단 끝쪽에 있는 나라였다.
침공 위치가 극과 극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프랭크 왕국의 상황은?
-전투가 막 시작되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현재 골드로드상단의 사에마알과 협력해 최대한 정보를 캐내고는 있지만 정확한 전황 파악은 어렵습니다.
로크토 제국의 황제가 된 세실리아는 섀도 가드를 기반으로 만든 정보 조직 섀도 다크에도 꾸준히 투자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시간을 살 수는 없지.’
섀도 다크의 정보력은 아직 대륙의 끝자락에 자리한 프랭크 왕국까지는 닫지 않았다.
-로크토 제국의 개입은 불가능하겠지?
강현수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물어봤지만.
-예, 사클란트 제국에 정예 병력 지원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긴 사클란트 제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로크토 제국의 지원을 받을 리가 없지.’
사클란트 제국과 로크토 제국은 오랜 시간 대륙의 패권을 두고 경쟁해 온 사이다.
마왕군의 침공 전에는?
‘대륙의 패권을 쥐겠답시고 허구한 날 치고받고 싸웠지.’
그것도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라.
국운을 건 전면전으로 말이다.
‘마왕군 침공으로 인해 전쟁은 멈췄지만.’
그렇다고 안 좋았던 사이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현재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사이는?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보다도 더 안 좋았다.
오크 군단의 침공을 돕겠다고 군대를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로크토 제국과 사클란트 제국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
사클란트 제국은 프랭크 왕국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로크토 제국의 도움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네.
-사클란트 제국으로 넘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조심하셔야 합니다. 주군께서 로크토 제국의 공작이라는 사실을 잊으셔서는 안 됩니다.
-알고 있어.
로크토 제국의 공작이라는 신분은?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는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이자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지만.
사클란트 제국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뿐이었다.
* * *
강현수는 송하나와 투황을 데리고 사클란트 제국으로 넘어갔다.
‘사에마알이 있어서 다행이네.’
황금 군주 사에마알은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도 잘나가는 대상이었지만.
사클란트 제국과 그 제후국에서는 더 잘나갔다.
애초에 황금 군주 사에마알의 상단인 골드로드상단 자체가 사클란트 제국을 주 무대로 활동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사클란트 제국의 영향하에 있는 국가들은 서로 공간 이동 게이트를 오픈하지 않아.’
그 결과.
강현수 일행은 각국의 국경을 도보로 넘어야 했다.
“일이 제대로 꼬였네.”
투황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송하나도 투황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런데 미래가 바뀌기도 하는 거야?”
투황이 궁금하다는 듯 강현수에게 물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본 미래가 그대로 이루어졌다면 테라 왕국은 이미 망했고 세실리아는 황제가 되지도 못했겠지.”
“하긴 개입하면 바뀌는 게 당연한 거기는 하지.”
강현수의 대답에 투황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했다.
그러나 강현수는 이번 일이 꽤 골치 아프게 다가왔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다행히 침공하는 순서는 바뀌지 않았어.’
장소만 바뀌었을 뿐.
도플갱어 군단의 침공 다음이 오크 군단의 침공이라는 사실은 그대로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건데.’
그건 감수를 해야 했다.
또 마왕군의 침공 루트가 바뀐 건 상당히 짜증 나는 일이었지만.
‘회귀 후 내가 해 온 일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
마왕군 입장에서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진행한 두 번의 침공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거기다 기껏 계약을 맺어 노예로 만들어 놓은 하수인들까지 몰살당했다.
그럼?
‘로크토 제국과 그 제후국들을 먼저 무너트리겠다는 계획을 철회할 만하지.’
이번 일만 해도.
로크토 제국의 개입이 불가능한 프랭크 왕국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는가?
‘나한테 나쁠 건 없어.’
강현수는 로크토 제국을 손에 넣었다.
마왕의 하수인들도 쓸어버렸고.
대대적인 개혁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강현수가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은 이유는?
‘마왕군의 침공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마왕군이 침공 루트를 바꿨다면?
‘나도 활동 무대를 바꿀 수 있어.’
사클란트 제국과 그 제후국에도 마왕의 하수인들이 숨어 있었고.
회귀 전 마왕군과 인류의 전쟁 과정에서 허무하게 죽은 인재들도 있었다.
기왕 사클란트 제국으로 넘어온 이상.
‘제거해야 할 놈들은 제거하고, 포섭해야 하는 인재는 포섭한다.’
강현수가 결심을 다지며 국경 지대를 넘어갔다.
공간 이동 게이트를 타고 국경을 넘는 노가다를 반나절 가까이 반복한 끝에.
강현수 일행은 프랭크 왕국의 국경 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보로 국경을 넘어 프랭크 왕국에 도착한 강현수 일행의 눈앞에 보인 것은.
쿠와아악!
성난 포효를 내지르며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오크 군단과.
활활 타오르고 있는 프랭크 왕국의 국경 지대 대도시의 성벽이었다.
타악!
강현수가 성벽 위로 뛰어 올라가.
휘익!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핏빛 오러의 폭풍과 함께 오크 무리가 쓸려 나갔다.
‘개판이네.’
성 내부에서는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사단 소환.”
강현수의 말과 동시에.
사아아아악!
칠흑빛 마력이 불타오르는 성벽 곳곳에서 피어올랐고.
“죽여.”
강현수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충!”
인간의 형상을 갖춘 1만 5천 기의 소환수들이 힘찬 외침과 함께.
서걱! 좌악!
대도시 내부를 장악한 오크 군단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