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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내전 (3)

“이게 무슨?”

주동자인 일공작 세르도프와 차기 황제 로디우스 2세가 허망하게 사망하자.

오공작 베레프코니는 패닉에 빠졌다.

“적들이 아군으로 위장을 한 거네! 함정에 빠진 거야!”

사공작 오르페수스는 그나마 머리가 잘 돌아갔다.

순식간에 진실을 파악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저들을 죽여야지.”

“이미 로디우스 2세가 죽었네.”

그들이 차기 황제로 옹립하려고 했던 인물은 로디우스 2세.

그가 죽은 이상 반란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자식들이 있지 않나.”

로디우스 2세에게는 그를 쏙 빼닮은 망나니 자식들이 있었다.

“거기다 우리는 발을 빼기에는 너무 늦었네. 지금 항복한다고 황태녀 세실리아가 우리를 살려 둘 것 같나?”

이미 사공작 오르페수스와 오공작 베레프코니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죽여라! 저놈들을 죽여!”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오공작 베레프코니가 목이 터져라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분명 숫자도 더 많았고.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는 쪽은 아군이었는데.

“크아아아악!”

“괴물이다!”

“살려 줘!”

너무도 일방적으로 아군이 쓸려 나가고 있었다.

“뒷일을 도모하세.”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오공작 베레프코니에게 말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사공작 오르페수스와 오공작 베레프코니가 보유한 병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계획이 틀어졌다면?

남은 건 영지병을 총동원한 전면전밖에 없었다.

“알겠네.”

사공작 오르페수스와 오공작 베레프코니는 수하들이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

그러나 그들 두 사람의 앞을, 전신을 칠흑빛 갑주로 완전무장한 플레이어 하나가 가로막았다.

“치워라!”

오공작 베레프코니의 명령에 호위 기사들이 달려들었지만.

콰콰콰콰콰!

핏빛 오러를 뿜어내는 상대의 일격에.

“아아악!”

순식간에 몰살당해 버렸다.

“척마혈신! 다크 나이트가 황태녀 세실리아에게 붙었구나!”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제법 눈치가 빠르네, 인류의 배신자.”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사공작 오르페수스를 바라봤다.

“반란을 일으켜 줘서 고마워.”

사실 세실리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오공작파의 일원인 사공작 오르페수스를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도플갱어 소환수들을 통해 사공작 오르페수스를 몰락시킬 계획이었는데.

알아서 반란을 일으켜 준 덕에 더 빠르고 손쉬운 처리가 가능해졌다.

“이익!”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두고 보자!”

뻔하디뻔한 악당의 대사를 내뱉으며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어딜 가려고.”

그러나 강현수는 사공작 오르페수스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순식간에 호위 기사들이 죽어 나갔고.

“히익! 항복하겠네! 그러니 제발 살려 주게!”

서걱!

목숨을 구걸한 오공작 베레프코니의 목까지 베어 버렸다.

그 시간 동안 사공작 오르페수스는 최대한 멀리 도망쳤지만.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

금방 따라잡혔다.

사공작 오르페수스는 이미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나를 놓아 다오. 그러지 않으면 네놈도 이 자리에서 죽는다.”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비장한 목소리로 강현수에게 경고했다.

“죽음의 맹약이라도 맺어 놨나?”

강현수가 사공작 오르페수스를 향해 물었다.

“네놈, 꽤 많은 걸 알고 있구나. 그래, 죽음의 맹약을 맺었다. 내가 죽으면 내 몸에 평범한 마족이 아니라 마계 백작이 강림할 것이다.”

“마계 백작이라.”

“그분이 강림하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마계 백작은 현재의 강현수에게 확실히 버거운 상대다.

마룡 카라스와 도플갱어 킹 탈리만은 최하급 마계 귀족임에도 엄청나게 강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온전한 마계 백작이 차원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는 경우였다.

“해 볼 테면 해 봐. 난 안 죽어. 본체가 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마계 백작의 정신이 죽은 시체에 강림하는 거잖아.”

강현수가 피식 웃으며.

휘익!

말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콰직!

강현수의 검이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억! 후회하게 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숨이 끊어졌고.

사아아아악!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시체에서 강력한 마기와 사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언데드 계열 마족인가?’

그럴 확률이 높았다.

그 증거로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시체가 빠른 속도로 뼈만 남은 언데드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럼 완성되기 전에 부수면 그만이지.’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강현수가 핏빛 오러에 휘감긴 검을 연속적으로 휘둘렀다.

언데드로 변화하던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졌다.

-꽤 강하구나, 인간.

텅 빈 해골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오르며 마기와 사기로 이루어진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고작해야 한낱 인간. 결국은…….

콰콰콰콰콰!

꽈아아앙!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시체에 강림한 마족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강현수가 휘두른 검에 의해 방어막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무슨 힘이?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시체에 강림한 마족이 적잖이 당황했다.

콰직!

강현수의 검이 텅 빈 해골을 꿰뚫었고.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던 마기와 사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며 붉은 안광이 서서히 어둡게 변했다.

-이럴 수가?

기껏 강림했는데.

제대로 힘을 써 보기는커녕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릇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다음에 보자. 대신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거야. 그때는 강림한 그릇이 아니라 네놈의 본체를 박살 내 줄 테니까.”

강현수의 말에.

-이 건방진 인간! 고작 인형 하나 부쉈다고…….

콰직!

강현수가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시체에 강림한 마족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발로 해골을 밟아 으깨 버렸다.

그와 동시에 마기와 사기가 순식간에 소멸해 버렸다.

‘강림한 분신이기는 하지만 꽤 짭짤하네.’

[마계 귀족의 분신체를 제거하고 그 마기를 영구히 흡수했습니다.]

[여신의 눈물 EX랭크가 영구히 흡수한 마기를 정화해 특수 스텟 신성으로 전환합니다.]

[신성 스텟이 상승하였습니다.]

무려 신성 스텟이 80이나 올랐다.

이 정도면.

‘본신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있겠어.’

마계 백작 입장에서는?

괜히 강림했다가 마기만 영구적으로 손실된 셈이었다.

-크아아아!

“뭐야? 왜 이래!”

“아악!”

“아군이 괴물로 변했다!”

“죽여!”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산 제물들도 언데드로 변해 버린 건가?’

마계 백작이 강림할 정도면 꽤 많은 이들의 목숨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마계 백작의 영향을 받아 언데드로 변해 버린 듯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겠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도 산 제물이 되었다는 건?

‘마족과 계약한 인류의 배신자라는 뜻이지.’

콰콰콰콰콰!

강현수와 소환수들이 나서서 빠르게 언데드들을 제거했다.

그와 동시에.

“마족과 계약한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언데드를 소환했다!”

“반역자들이 마족과 결탁했다!”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주군은 어떻게 되신 거지?”

반란군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반역의 수괴 로디우스 2세와 공작들이 죽었다!”

“반란군은 투항하라!”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투항하지 않는 반역자들은 삼족을 멸할 것이다!”

강현수의 지시를 받은 소환수들이 목소리를 높여 투항을 권유했다.

‘반란군들을 다 죽일 필요는 없지.’

이곳에 모인 일공작, 사공작, 오공작 휘하 병력의 숫자만 족히 10만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어차피 대다수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자들이기도 하고.’

핵심 관계자만 제거하고 나머지는 흡수해 훗날 마왕군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을 때 써먹는 게 최상이었다.

강현수와 소환수들은 저항하는 이들을 가차 없이 베어 버렸고.

지휘관을 잃은 반란군은 결국 모두 투항했다.

‘반나절도 안 걸렸네.’

그 반나절도 반란군을 진압하는 시간보다.

테라 왕국에서 로크토 제국으로 이동하고.

로크토 제국의 황궁에서 반란군의 진지로 이동하는 게 더 길었다.

아마 아틀란티스 차원의 역사상.

이렇게 짧은 내전은 처음일 것이다.

* * *

황태녀 세실리아가 황제 로디우스 1세를 암살하고 반란을 일으킨 로디우스 2세, 일공작, 사공작, 오공작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하룻밤 사이에 상황이 정리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귀족은 바로 이공작과 삼공작이었다.

“반란군 진압을 진심으로 경하드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이공작과 삼공작은 세실리아 앞에 바짝 엎드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들의 목도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평소 역적들과 친하게 지냈지?”

세실리아의 물음에 이공작과 삼공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렇기는 하오나 반란은 어디까지나 역적들의 독단이었을 뿐이옵니다.”

“신들은 절대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사옵니다!”

“그건 조사해 보면 나오겠지. 두 사람 모두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근신하라.”

세실리아의 지시에.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이공작과 삼공작은 자신들이 쥐고 있던 법치와 행정에 대한 전권을 내려놓고 물러갔다.

이공작과 삼공작이 스타트를 끊자.

그간 눈치를 보고 있던 고위 귀족들과 군부의 수장들이 순식간에 로크토 제국의 황성으로 몰려들어 황태녀 세실리아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고위 귀족들과 군부의 수장들 입장에서는 간도 좀 보고.

황태녀 세실리아와 폐위된 황태자 로디우스 2세 사이의 유불리를 파악한 후.

느긋하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에 붙을 생각이었는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일방적으로 내전이 종식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마족의 계약자라는 사실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반란군에 가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거나.

마족의 계약자와 한패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

고위 귀족들과 군부 수장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고위 귀족들과 군부의 충성 맹세를 받은 세실리아는 로크토 제국 최초의 여황제로 등극했다.

그 후 반란군의 잔당을 쓸어버리고.

로크토 제국의 요직에 휘하 지휘관들을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로크토 제국을 장악했다.

* * *

‘예상보다 더 큰 성과를 이뤘어.’

반란을 빠르게 제압한 덕분에 세실리아의 황권이 엄청나게 굳건해졌다.

휘하 지위관들이 로크토 제국의 요직을 차지한 덕분에.

추가로 반란이 일어날 확률도 극도로 낮아졌다.

‘세실리아의 휘하 지휘관은 내 휘하 지휘관이지.’

강현수의 손에 로크토 제국이라는 거대한 먹잇감이 통째로 굴러들어 온 것이다.

‘신분도 업그레이드가 됐고.’

강현수는 이중 인장 기술로 인해 로크토 제국과 무란 왕국의 귀족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둘 다 하급 귀족 신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로크토 제국 귀족의 신분이 급상승했다.

‘공작이라.’

황제가 된 세실리아가 다크 나이트의 수장인 강현수에게 공식적으로 공작의 작위를 수여하고.

유사시 로크토 제국의 전군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과 감찰권을 하사했다.

사실상 황제의 권한 중 가장 큰 두 개를 양도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발은 없었다.

다크 나이트가 그만큼 큰 공을 세웠기에 큰 상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신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세실리아 편에 서서 다크 나이트와 함께 반란군을 토벌했다면?

자신들도 다크 나이트 못지않은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강현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앞으로 세실리아의 신하들이 열심히 충성 경쟁을 할 테니까 말이다.

‘큰 권력이 생겼어.’

강현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가만히 썩혀 둘 인물이 아니었다.

‘대대적인 청소를 시작한다.’

일단 첫 번째 타깃은.

사공작 오르페수스처럼 정체를 감추고 있는 마왕의 하수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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