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레벨 플레이어-146화 (146/365)

반나절 내전 (2)

“어서 저놈들을 막아!”

반란군의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이에 몇몇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었지만.

“커억!”

“크아아악!”

속절없이 밀리거나 힘없이 죽어 나갔다.

강현수가 정예만 엄선해 뽑은 소환수들이다.

최선두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대장의 직책을 가진 소환수들의 무력은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와 대등한 수준이었고.

그 뒤를 받치는 대대장급 같은 경우도 최상위 도플갱어와 광살마존 그리고 호왕 같은 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웬만한 중하위 네임드 플레이어는 가볍게 씹어 먹을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반란군 중에도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 들이 있었지만.

그중 일부만 힘겹게 버틸 뿐.

“으아아악!”

“커어억!”

나머지는 강현수와 소환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저놈들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반란군의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파는 황위 쟁탈전을 빠르게 끝내기 위해 최정예 병력을 선발해 황궁에 투입시켰다.

황궁을 지키는 근위 기사들은 모두 고레벨 플레이어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에는 네임드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제1근위 기사단장 검성 로하스 공작은 모두가 인정하는 로크토 제국 최강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이에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파는 휘하에 있는 최상위 플레이어 전력을 총출동시켰다.

권무제, 검미성, 철혈왕, 투전왕, 혈루왕, 검령왕, 마도왕도 모자라.

30명의 네임드 플레이어를 투입한 것이다.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권무제와 검미성이 검성 로하스 공작을 완벽하게 봉쇄했고.

철혈왕, 투전왕, 혈루왕, 검령왕, 마도왕을 선두로 하여 30명의 네임드 플레이어가 일방적으로 근위 기사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크아아악!”

철혈왕의 몸이 둘로 쪼개지며 목숨을 잃었고.

투전황의 머리가 터져 나갔으며.

혈루왕의 눈이 뽑혀 나갔고.

검령왕의 양팔이 잘려 나갔다.

마도왕의 경우 후방에 있어 겨우 목숨을 보존하고 있었는데.

콰직!

갑자기 나타난 칠흑빛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의 암습에.

“커억!”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죽여!”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의 명령이 떨어졌고.

마도왕을 암살하기 위해 반란군의 중심지에 들어온 칠흑빛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를 향해.

콰콰콰콰!

파지지직!

화르르륵!

반란군의 공격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꽈앙! 꽈앙! 꽈앙!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크어억!”

“저런 괴물을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죽어 나가는 것은.

반란군 소속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도대체 저놈은 뭐야?”

반란군의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이 기가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처, 척마혈신입니다!”

반란군의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의 부하 중 하나가 칠흑빛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다크 나이트의 수장?”

“맞습니다.”

“그럼 저놈들은?”

“다크 나이트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젠장!”

반란군의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야 왜 아군이 일방적으로 밀렸는지 알 수 있었다.

무려 신의 칭호를 가진 네임드 플레이어가 속해 있는 집단이 전투에 참여했으니.

‘당연히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지.’

황제인 로디우스 1세가 사망하고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속전속결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크 나이트가 이렇게 빨리 개입을 해 오다니.’

검성 로하스 공작의 발만 묶어 놓으면 필승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크 나이트라는 변수가 생겨 버렸다.

‘승산이 없어.’

이대로 계속 싸우면 전멸이다.

“전군 철…….”

반란군의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이 철수를 명령하려는 순간.

서걱!

핏빛 오러에 휩싸인 한 자루의 검이 그대로 반란군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의 목을 베어 버렸다.

“히익!”

“다고베 백작 각하가!”

반란군 총지휘관 다고베 백작이 목숨을 잃자 반란군은 혼란에 휩싸였다.

일부는 도망쳤고.

일부는 계속 싸웠다.

‘쉽네.’

강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적 지휘관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했다.

반란군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저 둘도 제거해야지.’

검성 로하스 공작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던 권무제와 검미성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재빨리 몸을 빼려고 했다.

‘막아.’

강현수의 명령이 떨어지자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비롯한 연대장 소환수들이 권무제와 검미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놈들!”

“비켜라!”

권무제와 검미성이 목소리를 높이며 포위망을 뚫으려고 했지만.

꽈아아앙!

“커억!”

도플갱어 킹 탈리만을 비롯한 연대장들의 합공에.

서걱!

“아아악!”

포위망을 뚫기는커녕 오히려 팔과 얼굴에 적잖은 부상을 입고 힘없이 밀려 버렸다.

“이게 무슨?”

“갑자기 이런 강자들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권무제와 검미성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러는 사이.

강현수가 권무제와 검미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콰콰콰콰!

핏빛 오러에 휩싸인 강현수가 합류해 맹공을 퍼붓자.

“내 오러가?”

오러가 눈 녹듯 사라졌고.

“도대체 왜 스킬이?”

방어 스킬이 분쇄되고 상처의 회복이 멈췄다.

실력도 모자라고.

머리 숫자도 부족하고.

스킬도 제대로 발동되지 않자.

권무제와 검미성은 제와 성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최상위 네임드 플레이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허무하게.

“커억!”

“아악!”

목이 날아가고 심장이 꿰뚫리며.

목숨을 잃었다.

그 뒤부터는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반란군은 단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전멸했다.

“오셨군요.”

검성 로하스 공작이 강현수에게 다가왔다.

한데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생포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검성 로하스 공작은 권무제와 검미성이 죽은 게 안타까운 듯했다.

그 둘은 어찌 되었든 로크토 제국 소속이었고.

생포한 후 영혼의 계약서나 신념의 서약으로 종속시켜 부려먹는 방법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저들은 차기 황제를 죽이겠다고 칼을 들이민 역적입니다. 실력이 있다고 역적을 살려 주실 생각이십니까?”

강현수의 물음에.

“아닙니다.”

검성 로하스 공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척마혈신 님의 말이 맞습니다. 역적은 모두 목을 베어야지요.”

황태녀 세실리아는 아직 정식으로 황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한데 반란이 벌어졌다.

실력이 있는 반란군에게 자비를 베푼다면?

제2, 제3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황궁을 지켜 주십시오.”

“다크 나이트 단독으로 반란군을 치실 생각이십니까?”

“네.”

원래 강현수는 단독으로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이 선수를 치면서.

‘일이 쉬워졌어.’

알아서 최정예 부대를 고스란히 가져다 바쳐 줬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강현수에게는.

‘사단 구성.’

직업 일인사단이 있었다.

강현수가 방금 전 죽은 권무제, 검미성, 철혈왕, 투전왕, 혈루왕, 검령왕, 마도왕을 비롯한 30명의 네임드 플레이어를 소환수로 부활시켰다.

‘고맙다.’

로디우스 2세와 오공작의 삽질 덕분에 적군의 전력이 줄어든 만큼.

아군의 전력이 늘어났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함께 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군요.”

제1근위 기사 단장인 검성 로하스 공작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차기 황제 세실리아를 지키는 것이니.

황궁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날이 새기 전에 반란군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강현수가 그 말과 함께 몸을 날렸다.

* * *

“지금쯤 세실리아 그년의 목을 베었겠지?”

로디우스 2세가 초조한 표정으로 일공작 세르도프에게 물었다.

“예, 그럴 것이옵니다, 황제 폐하.”

“그런데 왜 아직 소식이 없는 거야?”

로디우스 2세의 신경질에 일공작 세르도프가 얼굴을 찌푸렸다.

“차분히 기다리십시오. 금방 연락이 올 것입니다.”

“도대체 그 이야기만 몇 번째야? 다시 사람을 보내 보라고!”

로디우스 2세의 성질에 일공작 세르도프는 화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참았다.

‘무조건 이 녀석을 황제 자리에 올려야 한다.’

황제 폐하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 로디우스 2세는 폐위당한 황태자일 뿐이다.

그러나 황궁을 급습한 정예 병력이 황태녀 세실리아의 목만 베어 내면?

‘이놈을 허수아비 황제 자리에 앉힐 수 있다.’

그럼 오공작의 세상이 열린다.

‘순리대로 일을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럼 황제인 로디우스 1세를 독살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위험한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간 계속 오공작을 압박하던 황제 로디우스 1세가 후계자를 바꿔 버렸다.

‘황태녀 세실리아는 제 아비와 달라.’

중립파의 수장이 바로 황태녀 세실리아였다.

거기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온갖 압박을 통해 오공작파의 귀족들 중 일부를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었다.

황태녀 세실리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황제파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로 빠르게 포섭하기 시작했다.

큰 균열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작 일주일 만에 그 정도 숫자의 귀족들을 휘하에 끌어모았어.’

시간이 더 흐르면?

오공작파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패배하게 생겼다.

황태녀 세실리아가 황제 로디우스 1세의 뒤를 이어 오공작을 압박한다면?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권력을 모두 내려놔야 한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은근히 분위기를 풍겼는데.

이공작과 삼공작의 태도가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사공작, 오공작과 모의해 계획을 실행시켰다.

‘이미 일은 벌어졌어.’

그럼 이공작과 삼공작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어리석은 놈들.’

로디우스 2세가 새로운 황제 자리에 오르면?

이번 일을 주도한 자신이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일공작 세르도프가 로디우스 2세를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소식이 없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물었다.

“조금만 기다려 보게.”

“이거 너무 오래 걸리는데? 혹시 일이 잘못된 거 아닌가?”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오공작 베레프코니가 초 치는 소리를 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검성 로하스 공작이 아무리 강해도 권무제와 검미성을 어찌할 수는 없네.”

“이공작과 삼공작이 황태녀 편에 서면 어쩌지?”

“그럴 리가 없네. 그 둘과 우리는 한 몸이야. 일이 벌어진 이상 그놈들은 결국 우리 편을 들 수밖에 없네.”

“그렇기는 하지만.”

“그만하게!”

오공작 베레프코니가 자꾸 부정적인 말을 하자 일공작 세르도프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미 일은 벌어졌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단 말일세! 권무제와 검미성이 이끄는 특공대가 패배했다면, 전면전을 벌이면 그만이네!”

사실 일공작 세르도프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태녀 세실리아의 목을 베었다는 소식이 올 때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까지 잠잠했기 때문이다.

‘정말 실패한 건 아니겠지?’

그때.

“권무제 디제레미 후작과 검미성 브래들리 후작이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희소식이 전해졌다.

“세실리아의 목은 베었다더냐?”

“생포해 왔다고 합니다.”

“당장 이리로 데리고 오너라!”

일공작 세르도프가 명령을 내린 후 로디우스 2세를 데리고 나왔다.

“세실리아 그년을 생포했다고?”

“예, 그렇사옵니다.”

“오오오, 정말 잘되었구나.”

로디우스 2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잠시 후.

권무제와 검미성이 다른 네임드 플레이어들과 함께 포박되어 있는 황태녀 세실리아를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하, 디제레미 후작 그리고 브래들리 후작, 두 사람이 아주 잘해 주었소!”

일공작 세르도프가 대소를 터트리며 두 사람의 공을 치하했다.

“세실리아, 이 빌어먹을 년!”

그러나 로디우스 2세의 눈에는 황태녀 세실리아만이 눈에 들어온 듯했다.

“내 네년을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살기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한 로디우스 2세가 성큼성큼 다가가 포박되어 있는 황태녀 세실리아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콰드득!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소음과 함께.

“크아아아악!”

로디우스 2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일공작 세르도프가 화들짝 놀랐다.

단단하게 포박되어 있던 황태녀 세실리아가 포박을 손쉽게 끊어 내고 오른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잡은 로디우스 2세의 오른손을 그대로 으깨 버렸기 때문이다.

“피하시오!”

뒤늦게 사공작 오르페수스의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콰직!

권무제 디제레미 후작의 주먹이 일공작 세르도프의 갈비뼈를 부수고 심장을 꿰뚫었다.

“이, 이게 무슨?”

최측근인 권무제 디제레미 후작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공작 세르도프가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우드득!

어느새 황태녀 세실리아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이의 얼굴과 남자의 체형으로 변한 존재의 손에 의해.

로디우스 2세는 목이 부러지며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평생을 황태자로 살아왔고.

황태자에서 폐위된 후 친부인 황제를 암살하고 반란을 일으켜 황위를 찬탈하려 했던 로디우스 2세의 죽음치고는.

너무나도 허망했다.

“저들은 디제레미 후작과 브래들리 후작이 아니다! 죽여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사공작 오르페수스가 다급하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사단 소환.”

디제레미 후작과 브래들리 후작의 수하 중 하나로 위장하고 있던 강현수의 외침과 함께.

인간형 소환수들이 모두 소환되었고.

“죽여라.”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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